- 회원들이 추천해주신 좋은 글들을 따로 모아놓는 공간입니다.
- 추천글은 매주 자문단의 투표로 선정됩니다.
Date 17/03/10 10:06:58
Name   알료사
File #1   1489107608221.jpg (186.4 KB), Download : 31
Subject   (변태주의) 성에 눈뜨던 시기


옆동네 유게에 아동(청소년?) 성교육 교재의 한 페이지가 올라와 약간의 논란이 일었습니다.

한 남학생이 여학생의 팬티를 보고 그 아이를 강간하고픈 욕구를 느끼지만 참는다는 내용이었는데

언뜻 상식적으로 용납이 안되는것 같으면서도 저의 어린 시절을 돌이켜 보면 어느정도 이해가 됐습니다.  (저런 식의 교재가 바람직하느냐는 문제는 있겠지만..)

그래서 이에 대한 제 개인적인 경험을 타임라인에 써볼까 하다가 너무 길어질것 같기도 하고 수위도 꽤 아슬아슬.. 아니, 높은 확율로 혐오감을 유발할수 있을거 같아 참았습니다.

그러다가 자동삭제 게시물이지만 그래도 성을 소재로 한 타임라인 글이 올라와 저도 슬쩍 끼어드는 척 원래 제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사진은 소설 카라마조프의 형제들 중 한 장면인데 직접적으로 표현하진 않았지만 누구나 저것이 성에 대해 말하고 있다는걸 눈치챌수 있을겁니다.

아이들의 음란함과 성인의 음란함은 다르다 ..  언뜻 같은것 같으면서도 다르다.. 100년 전 먼 북쪽 이국에서 선과 악에 대해, 과학과 형이상학의 양극단에 대해, 신과 유토피아에 대해 쓰어졌던 소설에서도 아이들의 성은 흥미있는 주제였을까요.


.
.


저는 국민학교 6학년 때 같은 반 여학생을 강간하는 상상을 했습니다. 아마도 섹스를 하고 싶었다는 표현이 바람직하겠지만, 제가 그것을 시도하였을 경우 상대는 당연히 거부하였을 것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강간이라는 표현이 크게 틀리지 않게 됩니다.

우스운건 그 당시의 저는 섹스라는 행위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믿지 않고 있었다는 겁니다. 5학년 때 학급문고 그림책에 누군가가 펜으로 말풍선을 그려 '박고 싶다' '우리 박을까'라는 대사를 낙서해 놓았었고, 그걸 여럿이서 같이 보며 낄낄대고 있었는데, 어쩌다가 대화를 하면서 저만 섹스가 무엇인지 모른다는게 드러났습니다. 저는 박는다는게 뭔지도 모르면서 친구들이 웃으니까 덩달아 웃고 있었던 거지요. 그래서 친구들이 섹스란 (당시에는 '낑낑'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습니다) 남자의 성기를 여자의 성기에 집어넣는 행위라고 설명을 해 주었는데, 그런 황당한 이야기를 제가 믿을 턱이 없었죠. 하지만 그 또래 아이들이 워낙에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많이 하던 시절이었으니 그런 종류의 괴담이라고만 받아들였습니다.

저는 4~5세 때부터 발기가 되었었습니다. 그 당시 꾼 꿈이 기억나는데, 예수 대신 성모 마리아가 십자가에 못박히는 꿈이었어요. 십자가에 눕혀져 있는 마리아의 손과 발에 사람들이 못질을 했고, 마리아는 고통스러워 하며 신음을 내었습니다. 못이 다 박혀 세워진 십자가에 마리아는 중요 부위만 가린 채 매달려 있었어요. 왜 그런 불경스런 꿈을 꾸었는지, 그 나이에 뭘 안다고 그런 꿈에 발기가 되었는지는 참 의문입니다만, 그 경험 이후로 저는 한가지 쾌감에 눈을 떴습니다. 동화책이나 만화영화에서 여자가 고통스러워 하는 장면이 나오면 고추가 단단해지기 시작했고 왠지는 모르지만 이 느낌이 짜릿하고 좋다는 것이었습니다. 여자가 고통스러워 할때의 표정과 신음소리가 성적인 쾌감을 느낄 때의 그것괴 유사하다는걸 그 어렸던 꼬마아이가 본능적으로 감지했던 걸까요? 왜 동화책 '푸른 수염'에서 지하실의 비밀을 발견하고 푸른 수염에게 머리채를 잡혀 끌려나가던 여주인공을 보며 발기했던 걸까요? 왜 여주인공의 오빠들이 푸른 수염을 죽이고 여주인공을 구해냈을 때 아쉬워했던 걸까요? 왜 제타소년 마르스의 여성형 로봇과 독수리 오형제의 순아가 악당들에게 고초를 당할때 발기했던 걸까요?

그런데 그런 경험이 저 혼자만의 특별한 일이 아니었음을 알게 된 일이 있었습니다. 5학년 때 당시 유행하던 북두신권이라는 만화를 친구들과 보고 있었는데 여주인공이 악당들에게 구타당하는 장면에서 어떤 아이가 '아 나는 이런것만 보면 고추가 이렇게 되어버려서 미치겠어'라면서 바지를 벗어 발기된 성기를 보여줬던 것입니다. 저는 그 사실에 놀라워 하면서도 어쩐지 부끄러워 나 역시 그러하다는걸 밝히지 못하고 그저 신기한 척 바라보기만 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날 아버지의 서재에서 '건강 다이제스트'라는 잡지를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전혀 야한 잡지도 아니었습니다. 다만 비키니를 입은 늘씬한 여자 사진이 한장 게재되어 있었을 뿐입니다. 그 사진을 보았을 때 아랫배 깊숙한 곳으로부터 충격적인 전류가 위쪽으로 죽 올라오는 것을 느끼며 바닥에 나동그라졌는데, 이후 어떤 자위행위를 통해서도, 어떤 성적인 행위를 통해서도 그 순간과 같은 쾌감을 다시는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 비슷한 시기에 앞서 언급해던 '낑낑'에 대한 정보를 얻었었고, 어린 시절의 발기 경험과 황당무개한 '낑낑' 괴담의 연관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저는 집안에 아무도 없을 때마다 아버지 서재의 그 비키니녀를 찾았습니다. 처음으로 고통받지 않는 여자를 대상으로 저는 발기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낑낑'을 상상하며 자위를 했어요.

약 1년 정도 자위를 하면서 저는 '인간은 이러한 쾌락을 즐기려고 낑낑이라는 상상의 행위를 창조해 냈다'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여전히 그 행위가 실존한다는 사실에는 전혀 생각이 미치지 않더라구요. 그렇게 국민학교 6학년이 되었고, 성적인 지식에 뒤쳐진 저와 비교하면 당시 동급생 친구들의 음란함은 상상을 초월하였습니다. '저 푸른 초원위에'를 개사한 어떤 야한 노래를 기억하시는 분이 계실런지요. 그 노래를 여학생들이 모여서 큰 소리로 합창했었답니다.. 남학생들이 여학생들의 가슴과 엉덩이를 때리고 도망가는 장난이 성행했고, 누군가가 학급회의에서 그 문제를 안건으로 올렸을 때, 어떤 남학생이 "내가 그 장난을 당한 여학생의 기분을 물어봤는데 짜릿하다고 했다. 좋으면서 왜그러냐"라고 발언한 기억이 납니다. 그 여학생도 한자리에 있었고 교실은 웃음바다가 되었습니다. 이것은 음란함이었지만 성인과는 무언가 다른 아이들만의 음란함이었습니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아마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 겁니다. 초등학생들은 마치 성의 모든 것을 통달한 사람들처럼 그것을 떠들고 재미있어하지만, 그들이 말하는 내용의 대부분의 것들을 정작 성인들도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 많은 그런 이야기를.

중학교 1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너희들은 제대로 된 성교육을 받지 못했다면서 아주 구체적으로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선생님의 입에서 남녀 성기의 사전적인 표현이 나왔을 때, 그리고 그 상상의 행위가 아이를 생산하는 방법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제가 받은 충격이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아니 그것이 상상의 행위가 아니었단 말인가?!?!  인간이 진짜로 구현하고 있는 행위란 말인가?!?!  우리 엄마도 아빠도 그걸 했고 선생님도 그걸 했고 이순신장군과 세종대왕도 그걸 했고 지금 여기에 앉아 있는 대부분의 친구들이 어른이 되어서 그걸 할 것이란 말인가?!?!


진실을 알게 된 이후에도 저의 쾌락 추구는 저 혼자의 상상 속에서만 행해졌습니다. 당시 어렵게 구했던 야겜 동급생과 세운상가 쓰레기통에서 주어온 도색잡지 한권이 그 상상을 도와 주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제반여건이 참 열악하던 시기였습니다. 고등학생이 되어서야 어렵게 남녀의 성기가 모자이크 된 채 노출되는 비디오 테이프를 볼 수 있었고 남중 남고를 다니면서 여자라는 인류의 절반은 점점 더 관념적인 존재가 되어 갔습니다. 그러다가 대학의 여초학과를 다니게 되면서 대 혼란에 빠졌죠. 관념 속의 존재가 눈앞에서 막 돌아다니고 저한테 말걸고 그러는겁니다. 머릿속에는 <여자 = 내가 섹스하고 싶지만 참아야 하는 대상> 이라는 공식밖에 없는 저에게 그러한 환경은 지옥이었지요..  

제가 그러한 혼란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계기는 어떤 여학생과의 우연한 전화통화였는데, 여학생이 남동생 컴퓨터에서 야동을 발견했다는 겁니다. 그걸 보고 있는데 기분이 이상하다, 이런 말을 하는 나를 <그런>여자로 보지 말아달라, 뭐 이런 식으로 대화를 시작해서, 그 아이는 통화를 하면서 자위를 했고 절정에 이르렀습니다. 아 이게 말로만 듣던 폰섹이라는 건가. 그런데 그 경험은 저에게 쾌락이 아니라 위로와 격려를 주었어요. 여자들도 나와 똑같은 인간이구나, 하는 당연한 사실을 어렵게도 알게 되었던 거지요.. 한 순간에 전부를 깨달았던건 아니고 차근차근 저를 일깨워 주는 경험들이 적절한 시기에 축적되었습니다.

그때와 비교하면 요즈음은 성이 너무 흔하게 범람하고 있는거 같아요. 예전과 같은 폐쇄적인 환경도 문제겠지만 지금처럼 온갖 자극이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상황은 그것대로 아이들에게 악영향을 미칠것 같으면서도, 제가 그러했듯 아이들도 결국 누가 가르쳐서가 아니라 스스로 알아가야 할 영역이 아닐까 싶습니다.

홍차넷이 이런 이야기를 해도 괜찮은 공간인지 걱정이 됩니다. 뭔가 추악한 인간이라는 이미지를 갖게 될거라는 우려도 크고요.. ㅜㅠ   실질적인 불쾌감을 유발하는 부분도 있지 않나 싶은데 운영진께서 적절히 조치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ㅜㅠ

* 수박이두통에게보린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7-03-20 08:17)
* 관리사유 : 추천 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21
  • 변추
  • 마성의 변태는 추천
  • 변태는 개추야 !
  • 닉을 맞췄습니다
  • 이정도면 사실 변태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ㅋㅋㅋ일단 이런 개인 경험담은 춫천!
  • 어흥 재밌어~
  • 뇌섹남은 추천입니다 >.
  • 변춫 우리는 모두 변태입니다.
  • 홍차넷 공식 변태
  • 변태는 추천
  • 추천 2번 더하고 싶네요.
  • 변태 좋아 ♥
  • 진정한 용자시여.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418 문학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 - 오직 문학만이 줄 수 있는 위로 8 다람쥐 24/11/07 922 32
1417 체육/스포츠기계인간 2024년 회고 - 몸부림과 그 결과 5 Omnic 24/11/05 678 31
1416 철학/종교비 내리는 진창을 믿음으로 인내하며 걷는 자. 8 심해냉장고 24/10/30 950 20
1415 정치/사회명태균 요약.txt (깁니다) 21 매뉴물있뉴 24/10/28 1788 18
1414 일상/생각트라우마여, 안녕 7 골든햄스 24/10/21 955 36
1413 문학뭐야, 소설이란 이렇게 자유롭고 좋은 거였나 15 + 심해냉장고 24/10/20 1592 41
1412 기타"트렌드코리아" 시리즈는 어쩌다 트렌드를 놓치게 됐을까? 28 삼유인생 24/10/15 1890 16
1411 문학『채식주의자』 - 물결에 올라타서 8 meson 24/10/12 969 16
1410 요리/음식팥양갱 만드는 이야기 20 나루 24/09/28 1248 20
1409 문화/예술2024 걸그룹 4/6 5 헬리제의우울 24/09/02 2098 13
1408 일상/생각충동적 강아지 입양과 그 뒤에 대하여 4 골든햄스 24/08/31 1443 15
1407 기타'수험법학' 공부방법론(1) - 실무와 학문의 차이 13 김비버 24/08/13 2074 13
1406 일상/생각통닭마을 10 골든햄스 24/08/02 2009 31
1405 일상/생각머리에 새똥을 맞아가지고. 12 집에 가는 제로스 24/08/02 1626 35
1404 문화/예술[영상]"만화주제가"의 사람들 - 1. "천연색" 시절의 전설들 5 허락해주세요 24/07/24 1466 7
1403 문학[눈마새] 나가 사회가 위기를 억제해 온 방법 10 meson 24/07/14 1934 12
1402 문화/예술2024 걸그룹 3/6 16 헬리제의우울 24/07/14 1711 13
1401 음악KISS OF LIFE 'Sticky' MV 분석 & 리뷰 16 메존일각 24/07/02 1610 8
1400 정치/사회한국 언론은 어쩌다 이렇게 망가지게 되었나?(3) 26 삼유인생 24/06/19 2817 35
1399 기타 6 하얀 24/06/13 1886 28
1398 정치/사회낙관하기는 어렵지만, 비관적 시나리오보다는 낫게 흘러가는 한국 사회 14 카르스 24/06/03 3098 11
1397 기타트라우마와의 공존 9 골든햄스 24/05/31 1950 23
1396 정치/사회한국 언론은 어쩌다 이렇게 망가지게 되었나?(2) 18 삼유인생 24/05/29 3108 29
1395 정치/사회한국언론은 어쩌다 이렇게 망가지게 되었나?(1) 8 삼유인생 24/05/20 2673 29
1394 일상/생각삽자루를 추모하며 4 danielbard 24/05/13 2075 29
목록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