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원들이 추천해주신 좋은 글들을 따로 모아놓는 공간입니다.
- 추천글은 매주 자문단의 투표로 선정됩니다.
Date 17/05/24 02:41:31
Name   kpark
Subject   김성근의 한화를 돌아보다.
정치계처럼 야구계에도 3金시대가 있었습니다. 김인식 김응룡 그리고 김성근.
세 감독 모두 한국 야구계에서 지울 수 없는 거대한 족적을 남겼습니다.
그리고 세 감독 모두 [한화 이글스]를 마지막으로 프로 감독 생활을 접...을 예정입니다.
예정이라고 한 것은 세 감독 모두 '오랜만에' 현직 복귀를 해서 말아먹은 역사가 있기 때문에... ㅡ.ㅡ

세 감독은 한화 이글스를 바톤터치 하듯이 이끌었습니다. 김인식-한대화-김응룡-김성근 순으로 최근 한화를 맡았습니다.
그 중에서도 김성근 감독은 가장 독특한 위치에 있습니다. 프로야구 사상 처음으로 [팬들의 지지를 밑천 삼아] 부임한 감독이니까요.
물론 실제로 도장 꽝 찍는데는 모기업 회장님이신 청계산 회장님의 취향이 99% 작용했겠지만...



1. 기이했던 시작.
김성근 감독이 이렇게 팬들의 성원을 입은 데는 몇 가지 단순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첫째는 바닥을 찍은 성적입니다.

한화는 2006년을 마지막으로 한국시리즈 진출이 없고, 2007년을 마지막으로 포스트시즌에 나간 적이 없습니다.
2006년... 자그마치 11년 전, 류현진이 신인 데뷔했던 해입니다.
2008년 5위를 시작으로 계속된 하위권 생활은 조용한 편이라는 한화 팬들에게도 지긋지긋하다는 소리가 나오게 했습니다.
아무래도 결정타를 찍은 건 김응룡 감독 부임 첫해, 프로야구 기록인 [개막 13연패] 사건인 것 같습니다.

한국 야구사상 최고 명장이라는 김응룡이 와도 성적이 안나니까, '아무래도 안되겠다 특단의 조치를'
이렇게 해서 나온게 스파르타식 훈련으로 유명한 김성근 감독 모시기 운동(?)이었습니다.

둘째는 김성근 커리어 사상 최고로 좋았던 이미지입니다.

돌이켜보면 김성근의 야구는 기본 골자가 변한 적이 없었습니다.
있는 선수 쥐어짜내고, 신인보다는 쥐어짜낼 여지가 있는 노장/즉시전력감을 선호하고, 전력 보강을 위해 구단 재정과 운영을 쥐어짜고

말 그대로 쥐어짜내는게 골자입니다. 쥐어짜내면 일시적으로 성적이 좋을 수는 있지만, 반드시 무리가 옵니다.
그런데 김성근 부임 당시에는 이런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거의 묻혔습니다.
아무래도 한화를 맡기 직전, SK 와이번스 시절의 김성근 야구는 그 전과는 다른 점이 있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일단 '선수 조련의 대가' 이미지가 강해졌습니다. 근데 여기에 '신인 조련의 대가'라는 추가 특성이 붙었습니다.
SK에서는 김성근 스스로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만난 가장 뛰어난 투수라고 말한 [김광현]이 있었습니다.
그 밖에 최정 등등도 있고... 김성근 커리어에서 이렇게 어린 25세 이하 선수가 대성장한 케이스가 잘 기억이 안납니다.

그리고 이전에 맡은 팀들보다 결과가 말도 안되게 뛰어났습니다.
'왕조'라는 이름이 붙을 정도로 07-10 SK는 완벽했습니다.
정말 공수주 전 분야에서 기가 막힌 강력함을 과시했죠.
2009년 기아가 우주의 기운을 모아 4연패를 저지했지만 SK도 한끗 차로 진 수준이었습니다.
이렇게 성적이 워낙 좋으니 '혹사' 비판은 힘을 얻지 못합니다.
요 몇년동안 '아프니까 청춘이다' 같은게 비판을 얻으면서 혹사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기도 했지만
김성근의 SK는 그 인식이 달라지기 전 시간대에 고스란히 기억이 박제되어있던 겁니다.

이렇게 SK 시절을 거쳐 '명'만이 강렬하게 남은 김성근이었기에, 아주 스무스하게 한화에 부임할 수 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반대로 다음에 맡은 팀이 성적이 기대 이하였던 한화였기에 '암'이 더 강렬하게 비춰진 것 같습니다.



2. 부임 후 - 성적 비교
이리저리해서 결국 김성근은 한화 팬들의 많은 성원 속에서 감독으로 부임했습니다.
뭔가 글이 재미도 없는데 길어지는 것 같아서... 간소화하기 위해 숫자로 성적 비교하는 걸로 넘어가겠습니다.

(1) 경기당 득점
부임전(2014) 4.84점 -> 부임후(15-17) 5.25점

숫자로 보면 엄청 높아졌습니다. 평균하고 비교해도 그렇습니다.
부임전 한화/평균이 4.84/5.62인데 부임후 2.5시즌 가량동안 5.25/5.35가 됐습니다.
딱봐도 절대수치도 높아지고 평균과 차이도 많이 좁혀졌습니다.

선수단 구성 변화 덕분도 있겠지만 확실히 김성근 감독의 공으로 꼽으라면 먼저 나올만한 부분입니다.


(2) 투수 ERA
3년간 선발 ERA는 5.54/4.96, 구원 ERA는 5.11/4.94였습니다. 각각 리그 9위와 7위입니다.
혹자는 이걸 두고 이렇게 말합니다. [김성근이 손도 못댈 정도로 선수가 없다]
뭐 딱히 열내며 반박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한화 선수단은 지금 시궁창이 맞습니다.
하지만 선수가 없다는 말을 하지 말라고 했던 분이 김성근 본인이기에...


(3) 주루 기록
도루: 3년간 165개 (평균 252개) - 10위 (worst)
도루 성공률: 3년간 62.7% (평균 67.6%) - 9위 (bad)
견제사: 3년간 28회 (평균 22.3회) - 8위 (bad)

애초에 발 느린 선수가 많은 구성이었기에 개선은 기대하지도 않았습니다. 감독이 잘 뛰라고 해서 잘 뛰어지면 그게 스포츠일리가...
하지만 스파르타식 훈련을 통한 체질개선을 내세운 것이 김성근 감독 본인이었기에, 비판의 지점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4) 투수 등판 기록
선발 평균 이닝: 4.46(평균 5.16) - 10위 (worst)
선발진 퀄리티스타트 비율: 23.8%(평균 36.5%) - 10위 (worst)

[김성근이 손도 못댈 정도로 선수가 없다] 이런 말이 여기서 또 나옵니다.
선발이 후졌으니까 빨리 바꾸는 거지, 바꾸고 싶어서 바꾸냐...
그런데 신생구단이자, 선수진 두텁기로는 리그 최악이라는 kt 위즈보다도 기록이 나쁜건 좀 많이 심하죠?
선수가 없다는 말 하지 말라던 분이, 그래서 키워낸 선발 투수는 0명이었습니다.
SK 시절 김광현의 출현... 정말 김성근 감독에게는 천운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입니다.

김성근의 한화 3년을 대표하는 단어는 [퀵후크]였습니다.


(5) 선수진 이동
리그 최악의 선발감인 [송은범]을 영입하며 내준 보상선수가 리그 최고의 영건으로 발돋움 중인 [임기영]
이거 하나로 모든게 대표되지 않나 싶습니다.


(6) 투자 금액
FA 영입에 287억원, 외국인 선수 영입에 697만 5천 달러를 썼습니다.
FA투자금은 작년까지 2년만 치면 리그 최고액이지만, 올해 시작하기 전 최형우 때문에 기아가 1등.
외국인 선수 영입금은 [순수 발표액]만 따진겁니다. 에스밀 로저스, 에릭 서캠프 등의 이적료 및 이면 옵션 금액은 배제.

김성근의 한화가 가장 많이 비판받는 부분입니다. 돈은 돈대로 쓰고, 성적은 안 나고.


(7) 신인 발굴
기억나는게 하주석/김범수/김민우 정도 밖에 없네요.
그나마 앞에 둘은 올해 되어서야 좀 터지는 선수입니다. 후자는 오늘 실컷 쥐어터졌습니다.
김민우는 혹사 논란 끝에 지난해 개점휴업, 올해도 개점휴업입니다. 큰 부상을 당했습니다.
나머지 뉴페이스들은 활약이 미미하거나 없거나 수준.

아니면 다른 팀에 줬거나.



3. 안녕히 가세요.
성적이라도 잘 났다면 모든 '암'이 묻혔을 겁니다. 여기에 동의하지 않는 분도 계실겁니다.
하지만 SK 시절 주류 분위기는 그랬습니다. 전략에 전술에 장외설전까지 일들이 많았지만 일거수일투족이 '능력'으로 미화됐습니다.

전 한화 부임 첫 해인 2015년 6월즈음부터 이 감독에게 비판적인 입장을 취했습니다.
그랬던 저라도 혹여 우승이라도 했다면 모든 '암'을 뒤로 제꼈을 겁니다. 프로는 성적으로 말하는 곳이니까요.
하지만 한화에선 그렇지 못했습니다. 첫해 6위, 둘째해 7위. 승률은 계속 5할 아래. 지금은 시즌 초반이지만 9위.

부임 전 한화가 워낙 시궁창에 있기는 했습니다. 누가 와도 힘들었을 겁니다.
그런데 그렇게 시궁창이라면 방향이 달라야 했습니다. 단거리 전력질주가 아니라 장거리 마라톤으로.
그렇지만 야구인 김성근은 전력질주 밖에 모르는 사람이었습니다.
바닥 밑에 지하 있다더니, 황무지인줄 알았던 선수진은 이제와서는 사막처럼 변했습니다.
30대 이상 노장이 팀의 주축에, 유망주가 있어야 할 2군은 베테랑들의 근무지가 됐고...

워낙에 '암'이 짙으니 경질 과정에서 구단과 겪은 마찰 정도는 시덥지 않게 보이네요.
물론 정상적인 팀이었다면 쉴드가 불가능했을 시트콤스러운 일처리기는 했다만...
그림자가 짙으니 경질 뉴스를 보면서 의외로 무덤덤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아... 아무튼 후임자도 엄청 골치 아프게 생겼습니다.



* 수박이두통에게보린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7-06-05 08:11)
* 관리사유 : 추천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6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366 체육/스포츠(데이터 주의)'빌드업 축구'는 없다. 우루과이전으로 돌아보는 벤투호의 빌드업. 13 joel 24/02/12 2492 30
    1368 체육/스포츠(데이터 주의)'자율 축구'는 없다. 요르단 전으로 돌아보는 문제점들. 11 joel 24/02/19 2017 8
    1388 기타잡담)중국집 앞의 오토바이들은 왜 사라졌을까? 27 joel 24/04/20 3556 34
    1391 일상/생각방문을 열자, 가족이 되었습니다 9 kaestro 24/04/29 2117 11
    725 일상/생각대학원생 고민글을 올린 후 2년 21 Keepmining 18/11/09 6603 18
    1113 일상/생각무제(無題) 2 Klopp 21/08/04 3357 16
    1387 요리/음식드디어 쓰는 쌀국수 투어 모음집 1편 5 kogang2001 24/04/19 1616 10
    66 체육/스포츠[스탯] 세이브 조작단을 검거해보자 - WPA 8 kpark 15/08/31 7553 3
    436 체육/스포츠김성근의 한화를 돌아보다. 31 kpark 17/05/24 6488 6
    407 일상/생각김치즈 연대기: 내 반려냥이를 소개합니다 52 lagom 17/04/06 5868 33
    188 일상/생각종합 정치정보 커뮤니티, 홍차넷 37 Leeka 16/04/20 7315 9
    520 IT/컴퓨터애플의 새로운 시스템, APFS 이야기 15 Leeka 17/09/28 9815 5
    527 기타게임 개발에 대한 개인적인 잡담과 잡설.. 14 Leeka 17/10/11 6856 12
    568 IT/컴퓨터아마존이 만든 사고를 역이용한 버거킹의 혁신적인 광고 7 Leeka 17/12/29 9419 19
    1021 경제내집 마련을 위하는 초년생들을 위한 짧은 팁들 24 Leeka 20/10/21 7660 19
    1242 IT/컴퓨터망사용료 이슈에 대한 드라이한 이야기 20 Leeka 22/09/30 4178 9
    1385 정치/사회이준석이 동탄에서 어떤 과정으로 역전을 했나 57 Leeka 24/04/11 4853 6
    997 요리/음식대단할거 없는 이탤리안 흉내내기. 15 legrand 20/08/16 5234 22
    1052 정치/사회건설사는 무슨 일을 하는가? 13 leiru 21/01/13 4979 16
    946 창작기대 속에 태어나 기대 속에 살다가 기대 속에 가다 3 LemonTree 20/04/09 5109 15
    355 정치/사회가족 아이에게 해 주면 좋은 말 22 Liebe 17/01/25 8212 6
    448 일상/생각우연한 합석 8 Liebe 17/06/10 6333 17
    535 일상/생각컴패션, 이타심 26 Liebe 17/10/27 6984 16
    604 일상/생각인권과 나 자신의 편견 1 Liebe 18/03/18 6188 11
    65 경제큐이괴담 - QE를 또! 해야 한다는 이유가 또! 나오는 이유 23 MANAGYST 15/09/04 8378 4
    목록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