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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17/08/08 22:38:45 |
Name | tannenbaum |
Subject | 익숙한 일 |
바로 몇일전까지 그라고 살갑게 굴던 녀석들이 방금 헬스장에서 대면대면 마지 못해 인사하더니 슬금슬금 피하더군요. 눈만 마주치면 모른척 하기 바쁘고 말걸면 쭈뼛거리며 도망가네요. 그리고.... 다들 운동을 하다 말고 옷을 챙겨 헬스장을 우르르 나가네요.... 요즘 같은 날씨에 땀에 흠뻑 절었는데도 샤워도 안하고 허겁지겁 도망치듯... 익숙한 반응입니다. 몇일 전 같이 어울려 운동 끝나고 술한잔 하고 우리집에서 제가 짱박아 논 와인으로 2차를 했었습니다. 이런얘기 저런얘기 평소처럼 웃고 떠들고..... 그러다 그 중 한명이 뭐 할거 있다고 컴퓨터를 쓴다 했습니다. 저는 그러라 했고 책상에 앉아 컴터를 켰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석은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며 갑자기 일이 생겼다고 돌아갔습니다. 순간... 아차... 했습니다. 데탑 하드에는 아무것도 없지만 연결된 외장하드에 우리쪽 야구동영상이 있었습니다. 제가 깜박하고 외장하드를 그냥 꼽아 둔거죠.... 집을 나서며 저를 보던 그녀석의 얼굴..... 익숙한 표정입니다. 아마도.... 그놈들도 당황스러웠겠죠. 혹은.. 자신들을 속였다는 생각에 배신감이 들었을 수도 있겠습니다. 어쩌다 같이 샤워를 할 때 자신들을 훔쳐 봤다고 불쾌해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에서도 그런 생각이 드실수도 있겠네요. 그렇게 묻는 많은 사람들... 익숙한 질문입니다.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나는 이성애자입니다 소개를 하지 않듯 부러 묻지 않는데 미리 말 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수영장은 수영하는 곳, 산부인과 비뇨기과는 진료받는 곳, 샤워장은 샤워하는 곳입니다. 수영장에서 몰카찍는 사람이... 환자를 추행하는 의사가... 남의 몸을 훔쳐보는 사람이 잘못한거지 장소가 잘못된건 아니지요. 그리고 무엇보다 이성애자 남성은 그냥 이성애자 남성일 뿐 제 애정의 대상도 성적흥분의 대상도 아닙니다. 그냥 생명체 1일 뿐입니다. 여탕에 들어간 남성과 경우가 달라요. 흔히들... 성소수자... 게이들에겐 이성애자 남성들도 남자니까 성적대상이 아니냐 말하시지만.. 아니에요. 아무리 설명을 해도 이해를 못하시겠지만 아닙니다.... 그런 게이들도 있다구요? 그렇겠죠. 부정은 못하겠네요. 그럼 그 사람들한테 따지세요. 몰카, 성추행, 강간이 발생하면 남성들 전체에 연대책임을 지우지 않고 몰카범, 성추행범, 강간범에게 죄를 묻듯... 그 사람들에게 물으세요.. 매번 이렇게 답하는 것도... 익숙한 해명입니다. 하지만 그친구들을 탓하고 싶은 마음은 1도 없습니다. 그 친구들도 티비나 인터넷에서 말만 들었지 실제로 본건 아마도 처음이었겠지요. 저조차도 성소수자 전체를 이해하지 못하는데 그 친구들은 오죽하랴 싶습니다. 그 친구들이 저를 혐오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최소한 많이 당황스럽고 어색하고 불편했으리라는 건 설명하지 않아도 압니다. 그건 탓할게 아닙니다. 어쩌면 자연스러운거죠. 잘 동네방네 헬스장 사람들에게 떠들어대지 않고, 더러운 새끼 당장 꺼져라 욕하지 않고... 자기들끼리 '전 형님이 어색합니다' 표현해 준 것이니까요. 아무렇지 않은듯 하하하하 하는거야 드라마나 소설같은 오바죠. 최근에 배운 유행어로.. 에바입니다. 그래서 고맙네요. 아마... 제가 반대 입장이었다면 저도 같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글을 다 마치면 전 다시 칠렐레 팔렐레 모드로 돌아갈겁니다. 혼자 우울해 있다한들 누가 알아줄리 없고 달라질것도 없이 내 기분만 쳐지는거죠. 몇번 겪다보니 찾게된 나름의 해결책이라고나 할까요. 익숙한 일이니까요. 익숙하다면서 왜 여기에 글을 올리냐구요? 음... 좀 봐주세요. 이렇게라도 당나귀귀 외치고 싶었습니다. * 수박이두통에게보린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7-08-21 08:15) * 관리사유 : 추천 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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