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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7/11/29 10:19:17
Name   사나남편
Subject   삶의 무게...
사실 삶의 무게라는 타임라인의 글을 보고 탐라에 쓸려다 티탐게시판에 글을써봅니다.

어제 사실 저녁에 딸아이랑 이야기 하다가 눈물이 왈칵 나오는 상황이 있었습니다.

"아빠 난 공주야...공주가 디게 좋아"
"그래그래 우리딸 공주가 그렇게 좋아???"
"응. 난 공주도 좋고 아빠도 좋고 엄마도 좋고 서진이도 좋고 할아버지할머니도 좋아~"

이러는데 가슴이 아프며 눈물이 나더라고요.

사실 여기까지만 보면 그냥 아빠의 주책 같은데요. 사실 결혼생활이 그랬습니다. 부모님도 좋아하고 사는것도 부족한게 없고 가진것도 많고 욕심도 없이 행복한데, 나는 행복한가?? 평상시 가족사진이나 애들이랑 사진찍을때 와이프가 그러더군요. 좀 웃으라고 끌려왔냐고...사실 웃고 있는데 말이죠. 가끔 수학여행 답사하러 혼자 어디갔을때 사진을 보내주면..."와~ 진짜 표정이 다르네 표정이"그러더라고요. 뭐...그때마다 전 뭐가 다르냐며...별반 다를게 없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주말에 대학 동아리 후배결혼식이 있어 갔다가 뒷풀이 장소에서 동아리 후배들을 10년넘게 만에 봤습니다. 그리고 식당에서 길게 늘여저서 셀카를 찍었는데...집사람 말을 이해할수 있겠더라고요. 저의 그런 미소를 몇년만에 보는건지...그래서 그런지 그날 좀 많이 마셨지요.  집에서 이틀간 와이프에게 깨지면서..시간이 지날수록  '와...나는 이렇게 사는게 정상인가? 내가 즐겁지가 않는데?? 라는 생각부터 그래도 가정을 이루고 살려면 그런 희생은 당연한게 아니겠나...서로 희생하면서 살고 또다른 행복이 있지 않나?' 이런 복잡한 생각이 드는겁니다.

물론 지금에 상황을 벗어나겠다 나의 개인 즐거움만 찾겠다 이런 생각은 아닙니다. 다시 그시절로 돌아 갈수 없으니깐요. 그냥 생각이 복잡했습니다. 그런데 어제 저 딸 아이의 말을 듣는순간 너무 미안해 지더라고요. 개인의 즐거움은 어쩌다 누릴수 있는 순간이지만 내가 참 복받고 행복하게 살고 있구나. 상황에 익숙해져 있어서 일상이 주는 행복을 누리지 못하고 살고 있었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코 술먹고 미안해서 쓰는 반성문은 아닙니다. 집사람은 여기 오지도 않으니깐요.

그래도 다음날 아침에 발로 차면서도 콩나물국 끓여주는여자랑 결혼했더라고요.


* 수박이두통에게보린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7-12-11 08:14)
* 관리사유 : 추천 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22
  • 콩나물국은 사랑입니다
  • 결혼 잘하셨어요


켈로그김
결혼하고 나서 아내에게 편지를 썼는데, 거기에다 "난 거세당한거 같다" 라는 말을 썼습니다.
물론.. 전체 맥락은 "그렇게 나를 깎아낸 만큼 당신도 스스로를 깎아냈을 것이다. 우리는 서로 인생에서 가장 거하게 쇼핑을 한거니 잘 살아봅세" 였지만요..

글에 묻어있는 마음이 십분 이해가 됩니다.. 동지님..
2
사나남편
선생님은 평상시에 러브래터를 자주쓰시는 로맨티스트군요~
기쁨평안
제가 썼습죠;; 삶의 무게...

아이들은 자라가고, 저는 늙어가는데,
나중을 위해 뭐라도 해보려고 좌충우돌하는데, 다들 생각만큼 잘 되지는 않네요;
우리아버
크으 유부남 분들의 행복, 멀리서나마 응원합니다.
1
Darwin4078
올해는 금주라고 하지 않으셨나요???
1
사나남편
저거 하고 나서 금주선언했지요.
행복해보입니다
1
Beer Inside
본능적으로 야생동물인데 그걸 가두어 놓으니 표정이 썩을 수 밖에 없죠.
한달살이
순간 순간.. 난 행복하구나.. 그걸 잠시 잊어서 미안하구나.. 라고 느낀다면..
정상입니다. 적어도 제가 보기에는요.
그런 마음도 못 느끼고 그냥 지나가는 분들도 많더라구요.
시커멍
ㅎㅎ
어릴 때, 젊을 때?, 아직 젊다고 생각할 때, 아직 세상에 뭔가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고 생각할 때...
이런 게 쉭쉭 지나가버리고 가족의 얼굴들이 보이면서 행복이라는 게(아직도 추상적이지만) 느껴지기 시작하더군요.
거 뭐~ 별거 아닙니다. 저는 아이들하고 개콘보며 깔깔거리고 같이 뒹굴 때가 가장 행복합니다.
부인님께서는 저게 뭐가 웃겨라는 표정으로 아빠와 딸들을 쳐다보는 것도 좋구요.
(개콘이 재미없을 때 참 행복하지 않았어요)
tannenbaum
부럽네요....
진심으로
Algomás
아직어린 나이라 결혼생활과 그 지점에서 개인의 존재란 무엇인가 생각하기엔 잘모르겠고 설령 생각해본들 그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만. 선생님의 글에서 느껴지는 한가지는. 정말로 현재 생활을 느끼고 감사히 살아가기란 어려운것 같다는. 동시에 그것을 매일 느끼며 살아갈 날이 언지올지 생각을 해봅니다. 간접적으로나마 미래에 할 고민을 지금 느껴볼수 있는 글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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