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원들이 추천해주신 좋은 글들을 따로 모아놓는 공간입니다.
- 추천글은 매주 자문단의 투표로 선정됩니다.
Date 17/12/02 14:29:12
Name   쉬군
Subject   나도 결국 이기적인 인간
외가집이 김장을 하는  날이다.
매년 우리집 김치는 외가집 김장김치를 가져오기때문에 와이프랑 외가집으로 출발했다.

가서 절인배추를 옮기니 할매들이 다 버무려서 놀다가 수육만 먹으면 된다느니 하며 사거리에 정차한 순간이였다.

악!

와이프의 짧은 비명소리가 들리며 손으로 눈을 가린다.

무슨일인가 싶어 앞을 보니 아기고양이가 차에 치여 고통에 몸부림 치고있다.

얼굴쪽이 다친듯 피투성이고 고통에 견딜수 없다는듯 뒤척이다 펄쩍뛰어오르며 고통스러워한다.

와이프는 놀람과 안타까움에 떨고있다.

내차는 사거리 제일 앞에 있었고 고양이는 내차에서 5미터도 안되는 거리에서 고통스러워한다.

난 어찌해야할까.

우선 자동차 비상깜빡이는 켰다.

내려서 세차수건이라도 꺼내 고통스러워하는 아이를 감싸 인도로 옮겨야하나?

임신한 와이프가 보면 좋지는 않을거 같은데

옮기고나면? 그냥 그대로 두면 되나?

이런 생각들이 5초도 안되는 시간에 머리속을 스쳤다.

난 결국 떨고있는 와이프가 더 보면 좋지않을거 같다는 생각에 아기고양이를 지나쳤다.

와이프는 그래도 구해줘야 했어야 한다며 슬퍼한다.

나는 그래도 당신이 계속보게되면 뱃속에 아기한테 좋지 않을거라고 변명한다.

이게 잘하는걸까? 내가 이기적인건가?

이런일이 있으면 당연히 뛰어내려가 구해줄거라 생각했지만 현실은 현실을 외면하는 내 모습이였다.

어느것이 정답인지 모르겠다.

내가 잘한건지, 잘못한건지 판단도 서지않는다.

내 뒷차가 서서 나와같은 고민을하는 모습이 점점 멀어졌다.

외가집에 도착해서 김장을 돕고있지만 고통스러워하는 아기고양이의 모습이 눈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다음생엔 이런 슬픈일 겪지않기를...

아니라면 기적이 일어나 다시 건강해지기를...

나같은 이기적인 사람이 사고난걸 보고 구해주지 못해 미안.

아프게해서 같은 인간으로 미안.

뒤늦게 이렇게 후회해서 미안.

* 수박이두통에게보린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7-12-11 08:15)
* 관리사유 : 추천 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13
  • 슬퍼요
  • 어렸을때 비슷한 경험을 했어요...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29 일상/생각늦깎이 사이버대학생의 마지막 시험. 22 천무덕 15/12/13 7067 4
556 일상/생각나도 결국 이기적인 인간 2 쉬군 17/12/02 7062 13
816 역사조병옥 일화로 보는 6.25 사변 초기 혼란상 2 치리아 19/06/11 7057 14
664 일상/생각커뮤니티 회상 4 풀잎 18/07/17 7056 15
767 일상/생각혼밥, 그 자유로움에 대해서 13 Xayide 19/02/03 7055 29
885 일상/생각사진에 대한 매우 사적이고 개인적인 이야기 : 무엇을 어떻게 찍을 것인가 16 사슴도치 19/11/08 7044 19
310 역사러일전쟁 - 뤼순 때문에 나라가 망할 판 11 눈시 16/11/28 7044 8
1306 문화/예술애니메이션을 상징하는 반복 대사들 22 서포트벡터 23/06/14 7034 8
396 일상/생각딸기 케이크의 추억 56 열대어 17/03/24 7032 21
83 역사사도 - 사랑치 않으시니 서럽고, 꾸중하시니 무서워서... 7 눈시 15/10/08 7028 7
538 기타출산에서 육아까지~(남자용 메뉴얼) 1편 38 사나남편 17/10/30 7027 9
929 기타고구려 멸망 후 유민들의 운명 12 이그나티우스 20/03/01 7026 9
863 정치/사회'우리 학교는 진짜 크다': 인도의 한 학교와 교과서 속 학교의 괴리 2 호라타래 19/09/23 7026 11
655 꿀팁/강좌집단상담, 무엇을 다루며 어떻게 진행되는가 4 아침 18/07/02 7019 14
388 일상/생각정리해고 당했던 날 47 소라게 17/03/15 7012 31
1208 일상/생각손절의 시대 24 nothing 22/06/01 7007 52
161 정치/사회필리버스터와 총선, 그리고 대중운동. 11 nickyo 16/02/24 7005 13
1096 정치/사회누군가의 입을 막는다는 것 19 거소 21/06/09 6999 55
812 일상/생각이방인 노숙자 7 멍청똑똑이 19/06/02 6991 36
172 일상/생각아빠와 알파고 7 nickyo 16/03/18 6990 7
278 역사카레라이스의 탄생 19 눈시 16/10/07 6977 5
752 문화/예술동양의 디즈니를 꿈꾼 일본 애니메이션 백사전의 피 1 레이즈나 19/01/05 6967 11
870 기타아이는 왜 유펜을 싫어하게 되었나. 27 o happy dagger 19/10/02 6959 49
913 역사궁궐 건축물 위에 등장인물이? 15 메존일각 20/01/23 6958 12
466 의료/건강나의 갑상선암 투병기2 - 부제: 끝 없는 기다림, 그리고 포폴짱은 넘모 대단해. 25 고라파덕 17/07/05 6956 15
목록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