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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7/12/26 17:01:59
Name   Erzenico
Subject   완벽한 보건의료제도는 없다 ('완벽한 보건의료제도를 찾아서'를 읽고)
보건의료제도는
의료서비스 이용을 위한 재원 마련 방법, 의료전달체계 확립, 의료인 배출 계획,
수가 결정의 방법, 공공의료와 민간의료의 비중, 의료산업 발전을 위한 투자 등
여러가지 문제를 포함하는 매우 복잡한 문제입니다.

이런 요소들 간에는 이해상충관계에 해당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모든 요소를 완벽히 갖추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책의 저자인 마크 브릿넬은 NHS(영국 국민보건서비스)의 관리자 트레이닝을 받고
여러 운영직에서 일한 뒤 버밍엄대 부속병원의 CEO, 영국 보건부 사무처장을 거쳐
KPMG라는 컨설팅 회사의 Healthcare 부문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 이로,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의 경험을 두루 가지고
2014년에는 세계경제포럼의 미래 보건의료 분과위원으로 선출되는 등 커리어를 가지고 있습니다.

다국적 컨설팅회사와 세계경제포럼 등 국제적 활동을 하였기에
여러 나라의 보건의료제도를 분석하고 기록하였으며
비교적 많은 국가가 민간의료기관이 주도하는 보건의료체계를 갖고 있음에도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의 균형을 중요시하는 관점을 보인다는 점이 특징적이라고 할 수 있는 저서입니다.


서론이 길었으니 바로 우리나라의 보건의료 제도를 책의 내용가 제가 알고 있는 내용을 섞어 서술하고
가능한 현재 우리나라 상황을
제도의 지향점 / 장점(지향점에 부합하는 점) /
단점(지향점을 제대로 추구하고 있지 못한 부분 또는 추구함으로서 생기는 부작용) 의 측면에서 정리해보고
우리나라의 경제적 수준, 인구 상태 등을 고려해 개선해 나가야 할 방향을 주관적으로 제시해보고자 합니다.


1. 전 국민 단일 의료보험제도
  대한민국에 전 국민 의료보험제도가 적용되기 시작한 것은 1989년입니다. 1963년 의료보험법이 제정된 이후로 공공부조 성격의 의료보험조합이 등장하기 시작하였으며 1977년 노동자 50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직장의료보험이 실시되었으며, 지역가입자를 대상으로 하는 지역의료보험이 점차 확대되어 전국 시행되면서 전 국민이 의료보험에 가입하게 되었습니다. 이때 지역의료보험을 만들고 수가를 정하는 모델로서 장기려 선생의 청십자의료보험조합을 본땄기 때문에, [병원 문턱을 높지 않게 유지하는] 기조가 범 국가적인 의료정책의 기조로 이어지게 되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를테면 진료비 - 순수하게 의사와의 상담, 진찰로 이루어진 행위에 지불하는 비용을 의미합니다 - 가 낮게 책정된 대신 약의 도매가를 할인받아 차익을 남기는 방식 같은 것이 그런 영향이라고 볼 수 있곘습니다.
  89년 당시 전국민의료보험의 대상 예외자로는 의료급여 대상자, 공무원, 교원 등이 있었고 이들이 각각 서로 다른 의료보험조합을 구성하여 약 200여개의조합마다 개별적인 재정으로 병원에 급여를 지급하였습니다. 각 조합별로 재정의 규모에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었고 이에 따른 지급 지연 등 불평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밖에 없었죠. 이를 해소하기 위한 일환으로 보험 조합을 하나로 묶어 재정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것을 목표로 1999년 제정된 국민건강보험법을 기반으로 2000년 1월 1일부터 직장, 지역가입자를 하나의 건강보험에서 관리하였으며 이 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만들어져 종전의 요양급여심의회를 대체하였습니다.
  최근 몇년간의 흑자를 기록하기 전까지, 의료보험조합이든 건강보험공단이든 아주 예외적인 부유한 직장의료조합을 제외히면 만성적인 적자를 면할 수 없는 구조를 갖고 있었습니다. 이는 여러가지 문제의 복합적인 결과로 볼 수 있겠으나  그 중 몇가지를 뽑아보겠습니다. 첫째로, 우리나라 의료보험의 지향점이 더 싼 값으로 의료소외로부터 국민을 구제하겠다는 애초의 취지가 무색해질 정도로 빠른 경제성장을 이루면서 의료정책 방향의 수정이 이루어져야 했으나, 여전히 저부담 저보장의 구조를 유지함으로서 의료이용이 급격히 늘어났습니다. 둘째로 의료기관은 점점 늘어나는데 의료시장은 공급탄력적인 시장이므로 공급이 수요를 창출하여 청구되는 금액의 총 규모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셋째로 정치권은 이를 모두 알면서도 많은 국민들이 만족하는 현재의 보건의료제도의 문제점을 손볼 경우 직면할 반발을 우려하여 여야를 막론하고 이를 선뜻 손보려고 하지 않는 다는 점이 있겠습니다.
  따라서, 필연적으로 의료비의 개인부담 비율이 증가하게 되고 이를 충당하기 위해 민간의료실손보험을 가입하는 등 이중 지출이 발생하는 한편, 보장성이 낮은 관계로 중증질환 관련 의료비로 파산하는 경우도 점점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는 시선이 있습니다. 정부에서는 이를 방비하기 위해서라도 문재인 케어를 시행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만 재원만 따져봐도 어림없는 소리죠. 다만 그나마 긍정적인 측면은 보건의료 관련 비용의 정부 부담에 대한 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점 정도일 겁니다. 지금은 정부에서 전체 보건의료 관련 비용의 54%만을 부담하고 있는데 이는 OECD 평균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니까요.
  다만, 최근 보건의료 지출 규모가 빠르게 증가하는 것은 의료 수준의 발전과 구조적으로 발생하는 의료쇼핑의 영향이 큰데도 불구하고 의사들이 과잉진료를 해서 그렇다는 방향으로 프레임을 씌워 폭풍삭감을 하여 그 지출 규모를 충당하려 하고 건강보험료의 현실화 및 소득/자산에 따른 보험료 재분배를 제대로 설계하지 않는 것은 문제를 최종적으로 해결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이해해주셔야겠습니다. 물론, 내년엔 지방선거도 있고 하니 이런 방안이 정치권에서 고려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생각은 합니다만...
  책 내용 중 한국의 상황에 대해 가장 인상깊었던 문단을 옮겨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환자의 자유로운 선택권과 실비 환급제도로 인해 한국의 의료서비스에는 비용 상승 압박이 늘 존재한다. 의료기관들은 정부보조금이 전혀 없으므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불하는 수가와 환자가 지불하는 실비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의료비 체계가 허술하므로 의료기관 운영자는 지속적인 시설 개량과 확장을 통해 환자를 유인하여 병원을 꾸려가려고 한다. 그러나 불확실한 경제 전망과 급속한 인구고령화를 감안하면 이러한 시스템은 지속불가능하다.]

2. 비효율적이고 특정 지역에 쏠려있는 의료자원
  최근 북한군 투항 사건으로 이국종 교수님이 주목받으며 잠깐 외상센터의 역할에 대한 여론이 반짝했습니다. 사실 권역외상센터의 수준이 미달되면서 돈 먹으려고 신청을 한다든지, 특별 예산을 편성하면 병원 적자를 메꾸기 위해서 전용한다든지 이런 쉽게 희생양을 찾을 수 있는 문제들은 많이 주목받았습니다만, 기본적으로 생각해야 할 문제는 '왜 경기도건 전라도건 경상도건 심지어 아덴만이건 다 아주대로 가야 하는가?' 하는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교통인프라가 급성장하면서 이른바 '전국이 반나절 생활권'이라는 표어가 생긴지도 오래 되었지요. 그러나 의료취약인구가 비율상으로 많이 분포되어 있는 지방에서 의료기관에 접근하기까지 실질적 거리가 너무 멉니다. 중증질환 및 외상을 볼 수 있는 기관이 주로 대학병원 위주로 편성되어 있는데다가 지방의 중형 2차병원들은 적자 누적으로 이러한 기능들을 포기하거나 도산하는 경우가 많아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경우가 많고 결국 적절한 초기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할 위험이 커지는 것입니다.
  이러한 문제는 사실 의사 수의 부족이 원인이 아닙니다. 의료인은 의료 기관에 소속되어서만 의료행위를 할 수 있고, 이 의료 기관의 94%와 병상의 88%를 민간 부문에서 운영하고 있기에 적자를 버티면서 운영할 수 있는 성격의 기관이 애초에 아니기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함에도 공공의료의 공백이나 의료 접근성 이야기가 나오면 여야를 가리지 않고 앵무새처럼 하는 이야기가 공공보건의료대학, 베트남 의사 수입 등 의사 수를 충원하겠다는 계획 정도입니다. 정작 있던 공공병원이 없어지거나 성과제에 대한 압박으로 공공성이 대폭 축소되는 등의 현상은 외면한 채 말입니다. 물론 이러한 현상들이 대부분 수구정권 9년 사이에 벌어진 일이긴 합니다만 결국 이를 수습하는 건 보수/진보를 가려가며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요.
  책에서는 한국의 지역사회 기반 보건의료가 심각하게 낙후되어 있으며, 그 이유는 1차진료가 종합병원에 가기 위해 거치는 관문이라는 개념에 머물러 있는 점, 만성질환의 조기 발견에 대한 의료기관의 역할이 낮다는 점, 흡연률과 자살률 등 공공보건을 위협하는 핵심 요인에 대한 접근이 부족하다는 점을 들고 있습니다. 일단 세가지 모두 환자의 인식부족이 원인이 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제도적으로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 지금보다는 할 수 있는 일이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의지가 있을 때의 이야기지만요.

3. [의료산업]으로서의 접근
  책이 2015~2016년도까지의 이야기를 다루기에 완결된 형태로 문제가 제기되지는 않았으나 [원격의료]에 대한 내용이 보건의료제도와 관련된 책에 제시가 되어 있어서 새롭게 보였습니다. 사실 인도네시아처럼 많은 섬으로 이루어진 나라나, 인도처럼 실질적으로 당장 지역사회에 충분한 의사를 보급할 수 없는 나라에서는 원격의료가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고 실상 삼성에서 원격의료 사업을 정부와 함께 추진하는 것 역시 내수시장보다는 그런 글로벌 수출에 더 염두를 두고 진행하는 사업이라는 것이 중론이라고 봅니다. 다만 그 테스트베드를 왜 우리나라에서 추진하는 가, 그것은 삼성은 국내의 [매우 기업친화적인 환경]이 아니면 이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 겁이 나는 것이 아닐까 하는 개인적인 추측을 해봅니다. 삼성이 소위 '도전'이라고 부를만한 사업을 안한지는 오래되었으니까요.
  일단 이 원격의료가 박근혜정부하에서는 [의료영리화] 프레임과 묶어 보건의료노조 등을 중심으로 반대해보려고 했다가 결국 시범 사업 진행 후 결과에 따라 진행한다는 것으로 통과되었는데, 막상 이 시범사업이 끝나고 시행할 때가 되자 탄핵이 되고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서 없던 일로 되는 분위기입니다. 삼성은 시범사업 진행으로 이 사업이 될지 안될지 감을 잡았으니 세계 시장에 본격적으로 도전할 지 말지 결정할 데이터를 모았을 것이고, 일단 중단한다고 하면 지역사회 의사와 대형병원 간의 갈등은 다소 완화될 것이고, 의사들은 원격의료 반대하면서 얻었던 '밥그릇 싸움'이라는 오명을 다소 벗을 수는 있겠지요.

4. 엄격한 수가 정책
  대체로 보건복지부의 의료시스템에 대한 인식은 [방만한 운영]을 규제해야 한다는 데에 촛점이 맞춰져 있는 듯 합니다. 매번 포괄수가제 등으로 1차의료 수가체계를 옭아매고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를 통해 의료 공급자측을 압박하여 수가 인상을 최소화하려 합니다. 다만 이 행동이 온전히 국민을 위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의료비 인상분을 결국 건강보험료 또는 건보공단 지원 예산을 통해 충당하기 보다는 환자의 본인부담금 비율을 높여 해결하거나 의료인을 압박하여 충당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은 굉장히 부당한 처사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를 통해 정부는 예산이나 국민 저항의 측면에 있어 여유를 얻겠지만 말이죠.
  의료자원의 분배 및 이용이 대학병원, 기업병원 등에 쏠려 있으므로 기술적으로는 개원의들의 의견이 반대쪽으로 쏠려도 병원협회가 이를 받아들이면 정부는 이런 방향의 정책을 유지해나갈 수 있습니다. 대형병원은 이를 아케이드, 장례식장, 주차장 및 정부의 특별 예산이나 연구비 등으로 충당하는 데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정부의 정책에 대놓고 반대할 수는 없고 규모의 경제 효과로 일반 중소병원들보다는 버티는 힘이 있기 때문에 위에서 기술한 다양한 방법을 사용하며 의료관광사업 추진 등의 방법으로 성장 방향을 잡고 외국인 환자를 '모시는 데'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이에 JCI와 같은 국제 표준 인증, 외국어가 능통한 혹은 외국인인 코디네이터의 고용, 국제진료센터 설립 등의 방향으로 시설확충을 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5. 인구고령화
  한국은 OECD 국가 중 가장 빠른 인구 고령화 속도를 보이는 국가입니다. 2008년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시행되었고 차츰 보장성을 확대하는 중이기는 하나 여전히 미진하고 65세 이상 인구의 건강보험 보장률이 70% 언저리로 저조한 것 등 노인성 질환에 대한 보장성이 취약한 상태입니다. 2017년 대선에서도 이 노인성 질환에 대한 보장성은 주요 쟁점 중 하나였는데요, 결론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취임함으로서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지출을 연 12%씩 상승시키는 정책을 도입할 예정인 상태로 꽤 많은 재정이 투입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 재정이 사용되는 방식은 아직 잘 모르지만 일자리 정책과 맞물려 요양보호사 이용의 확대 등이 포함되지 않을까 합니다.


6. 요약
  현재 대한민국의 의료 정책의 방향은, 제가 생각컨대, '싼 값으로 양질의 의료를 버틸 수 있는데까지 버티면서 유지하자' 하는 것입니다. 이 지향점은 보건의료제도의 공급자/사용자/관리자의 이해관계가 아주 복잡하게 맞물려있는 속에서 아슬아슬하게 유지되고 있습니다. 다만 이 속에서 유형무형의 이득을 최대로 얻는 것이 보건의료체계의 공공성을 보장해야 할 관리자라는 점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균형의 수호자가 계속해서 끊임없이 등장해서 유지시켜 줄 수 있다면, 아마도 지금의 상태를 계속 유지할 수도 있겠지요.
  일단 이 방향성은 '잘 유지되고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초재진 자가부담금은 햄버거 세트보다 싸고, 이 수가라도 감내하면서 박리다매로라도 경영하려는 1차의료 의원은 - 지역에 따라 조금씩은 다르지만 -  넘쳐나는 실정이니까요. 또한 질적인 측면에 있어서도 대형종합병원 및 대학병원에 집중된 지원을 통해 연구의 수준과 시설의 첨단화를 이루는 데에 성공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또 의료진들의 헌신이 이를 가능하게 한 측면도 크죠.
  하지만 양과 질 모두를 만족함에도 이것이 따로국밥처럼 겉돌고 있기 때문에 생기는 실질적인 의료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이 분명히 생깁니다. 또한 보건의료비용에 있어 환자의 본인부담 비율이 크고 이를 문재인 케어가 줄여주겠다고 했지만 그 비용을 어떤 재원으로 충당할 것인가, 또 그것이 이 정권 이후에도 유효한 방법인 것인가에 대한 의문은 아직 명확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의사들은 여태까지 해왔듯이 심평원 등을 통해 의사를 압박할 것이라고 의심하고, 대통령은 의사들의 염려를 이해한다면서 그런 방식이 되지 않도록 소통하겠다고 하였지만 의사들은 그 뒤에 있는 김용익이라는 존재 때문에라도 그 말을 믿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편, 내년 7월 건강보험 부과체계가 소득중심으로 개편되는 법안이 올해 통과됨으로 인해 약 80%의 지역가입자 건보료가 낮아지고 고소득층 직장가입자의 건보료 부담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나 총액은 어찌될 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태이며 이에 안정적인 재정 확보를 위해 전체 건강보험 재정의 20%를 국가 예산으로 지원하는 국고보조금 지원제도의 시한을 올해 말에서 2022년말까지 5년 연장하기로 결정한 상태입니다. 즉, 5년 뒤에는 정권에 따라서는 이 보조가 끊어질 수 있고 건보재정 절벽을 만날 수 있는 위험이 존재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7. 대안
  복잡다난한 문제가 있기에 대안을 생각하기가 어렵습니다. 많은 선배 의사선생님들 및 보건복지부 공무원, 그리고 정치인들이 이 문제를 정말 해결하기 싫어서 여기까지 끌고 온 것이라기 보다는 어찌어찌 하다보니 여기까지 와서 어쩔 수 없이 끌고 나간다는 인상이 강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안을 제시해보고자 하는 이유는 대안없는 비판에 대한 혐오 뿐 아니라 지금이 아니면 저 역시도 기성 의료체계에 합류하여 그저 흘러갈 뿐일 것이라는 위기의식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우선 건강보험재정과 관련된 문제는 내년에 변경된 부과체계가 어찌 작동할 지, 재원은 얼마나 성공적으로 마련될 지 알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이 많지 않습니다. 다만 이 재정의 지출을 감시하는 주체인 심사평가원이 삭감을 위한 삭감을 한다고 의심되는 정황이 너무 많고 분명한 의학적 근거를 첨부하여 이의신청을 하더라도 처리가 오래걸리거나 기각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는 것은 심평원의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것을 스스로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따라서 충분한 전문성을 갖춘 의학전문가로 구성된 청구분쟁조정위가 신설되어 균형을 맞춘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일차의료 정립과 확산을 위한 특별법이 국회에서 지난 12월 22일 발의가 되었습니다. 이 법이 통과될 경우 의료전달체계의 개선 / 일차의료 표준모형 개발 및 보급 / 의원급 의료기관과 병원급 의료기관 간의 진료 협력체계 활성화 등 사업을 추진하도록 하였고 일차의료의 정의에 질병의 예방, 치료, 관리 및 건강증진을 위한 의료서비스를 지속적, 포괄적으로 제공하는 것이라고 명시함으로서 추후 일차의료의 방향이 예방과 관리에 조금 더 힘을 실어줄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였다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2022년 2월까지 유효한 한시적인 특별법인 관계로 시한이 끝난 뒤에는 어찌될 지 모른다는 문제가 있긴 합니다. 따라서 특별법이 시행된다는 전제 하에, 5년 내에 많은 변화를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일차의료기관의 수는 충분하거나 오히려 많다고 생각하고, 앞서 밝혔듯 의사 수를 무작정 늘리는 것보다 1/2/3차 의료기관을 적절하게 분배하고 일차의료기관이 지금처럼 감기, 배탈, 통증 등 경증 치료에 매몰되어 있는 구조를 만성질환의 예방과 관리, 그리고 의학적 상담을 통한 적절한 치료를 찾는 과정을 도와주는 방향으로 바꿀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해서는 초재진비가 낮고 카피약가가 오리지널 대비 높게 설정되어 있는 구조를 뒤집는 것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제약회사가 쉽게 돈을 벌 수 있으니 우리나라는 OECD 평균보다 높은 의료비 지출 대비 약제비 비율을 보이면서도 GDP 대비 의약품 R&D 비율은 최하위권에 속하는 현실이죠. 의학적 사고에 따른 추정진단이 인터넷에 올라오는 단편적인 의학지식에 밀려나고, 제약회사가 오리지널 약가 대비 제네릭과 바이오시밀러의 가격을 타 국가에 비해 높게 받아 쉽게 성장하는 것을 더 이상 용인해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다만 이 경우 경증 질환의 관리를 환자들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일반의약품의 종류를 다양하게 지정하는 과정도 필요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흡연이나 음주, 자살 등 비의학적 보건의 비의료 결정요인의 관리의 기능을 보건소 중심으로 운영하는 현재의 시스템과 달리 관련된 일차의료기관에서의 의학적 상담을 확대하기 위해 의원에서 이를 실시할 경우 충분한 수가를 보장하는 방안도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다만 이 시스템에 대한 신뢰성을 담보하지 못하거나 질적 균일함을 유지할 수 없다고 판단되면 인증 제도를 도입, 관련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의원을 보건소나 복지부 홈페이지, 어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안내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겠습니다.

  만성질환의 관리의 경우, 만성질환으로 인한 중대한 합병증의 경우 2, 3차 의료기관에서 관리하되 긴밀한 협진체계로 쓸데없이 상급병원에서 반복처방만 받는 일이 없도록 해야할 것이며 관련해서 의료정보를 취급하는 기술과 그를 뒷받침하는 관계법령의 개정이 필요하겠습니다. 최근 블록체인 암호화를 이용한 개인의료정보의 관리 또한 새로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기에 발빠른 대응을 했으면 합니다. 개인적으로 처방전달 시스템의 개선과 블록체인을 이용한 개인정보 관리 쪽을 원격의료 대신에 파고들었다면 의료산업이라는 측면에서도 더 성공적인 결과를 얻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네요.

  제한된 지식을 배경으로 긴 글을 쓰다보니 두서가 없고 시인성이 부족한 글을 풀어내고 말았습니다. 글에서 다루지 못한 다양한 문제점이 있을테고 글에 기술한 내용이 최신 업데이트 되지 않아 맞지 않는 내용이 있을 수 있으니 추가하거나 수정하였으면 하는 내용이 있으시다면 댓글로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수박이두통에게보린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8-01-08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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