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원들이 추천해주신 좋은 글들을 따로 모아놓는 공간입니다.
- 추천글은 매주 자문단의 투표로 선정됩니다.
Date 18/02/23 21:37:57
Name   hojai
File #1   todayhumor.jpg (47.2 KB), Download : 41
Subject   '식근론'에 대한 단상, 한국은 독립국이 맞는가?



1. "뉴라이트의 봉기"와 촛불의 진압 !

식민지근대화론, 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이 바로 교과서포럼의 '이영훈 교수' 위안부발언으로 유명한 입니다.
낙성대 경제연구소 출신이기도 하고, 서울대의 전설적인 좌파 교수인 안병직 교수들의 제자그룹이기도 하죠
이영훈 교수를 필두로한 70학번 초반대인 경제사 전공자들은 2000년에 접어들면서 그야말로 "혁혁한" 활동에 나서게 됩니다
"조선후기엔 자본주의 '맹아' 같은거 없었다, 조선은 그냥 미개한 썪어빠진 사회, 일제가 없었으면 근대화 불가능, 위안부는 일종의 직업작부..."
머, 멘트 하나하나들이 주옥 같아서  여기에 다 쓰긴 좀 멋하지만
결국 이들의 이론을 중심으로 2005년 무렵에 탄생한 일명 "뉴라이트" 세력은
2007년 실제로 MB-503 라인을 통해 10년 가까이 정권의 "지배 이데올로그" 노릇을 했었랬습니다
외교노선도 바꾸는 건 기본이고, 교과서도 새로 준비하고, 핵심 요직들도 대부분 장악하고,

뉴라이트 분들은 하나같이 "우리는 식민지 수혜론자"가 아니라 "식민지 근대화론자"일 뿐, 이라고 강변을 합니다만
결과적으로는 "우리나라는 일본과 친한 게 최선이다"라고 주장합니다. 
도대체  근대론화론과 수혜론에 무슨 차이가 있는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외교적으로 대한민국 정치권을 분류한다면, 실제로
아마도 바미당은 친미에 가깝고, 자유당은 친일에 가깝다고 분석하는 시각도 있긴 합니다

실제, 503 정부 막바지에 일본과 대폭적인 관계 개선에 나서게 되죠
한일군사정보협정 -> 위안부 합의 > 개성공단 폐쇄 > 사드 협정
아름다운 4연타 크리였죠,
이런 친일정 정책이 국민의 역린을 자극해 사실상 정권이 막을 내리는 데 기여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2. 그사이 해외로 퍼진 "식민지 근대화론"

갑자기 왜 뜬금없는 "식민지 근대화론 (Colonial Modernization Theory) 얘기냐면,
평창 올림픽의 서막을 알린 개막식에서, 주관방송사인 NBC가 정말로 예상치 못한 순간에,
"(이런 올림픽을 연) 한국인들은 (결국) 일본에게 참으로 감사하게 생각할 것"이란 주옥과 같은 발언을...
끔찍했던 순간이 계속 제 머릿속에 맴돌았기 때문입니다.
아니, 왜 우리가 올림픽을 하는데 일본에 고마워해야 하지? 거참 ! 
정확한 멘트도 이젠 잊었고, 그 타임지 기자 출신이자 일본의 '원아시아 재단'으로부터 돈도 받으며
스타벅스 이사도 하고 있다는 방송인-아시아 컨설턴트의 이름도 있었지만,

아, 정말 정신이 아득해지는 쌍욕 나오는 수준의 발언이었습니다.
가장 큰 충격은 '식민지 수혜론'이 한반도나 일본의 뉴라이트세력이 아니라 미국의 멀쩡한 지식인의 입에서 나왔다는 게 1차 충격이었고,
그것도 인구가 5200만 명이 넘고, 대략 기록된 역사만 2200년 이상, 전 세계 경제순위가 11위, 무역 순위 6위,
올림픽을 두 번이나 치른 나라에 대고,
그것도 "아시아 전문가"라는 사람의 입에서 나올만한 수준의 멘트인가, 하는 자괴감이 들어서 더 크게 놀랐습니다.

정말로 황당한 발언 아닌가요?
아직도 미국이나 서양에서는 "남한"이라는 나라가 1945년에 만들어진 불과 70년 된 어린 아이로 본다는 얘기죠,
그리고 미국이 한국의 정치,경제에 영향을 끼치기 전에는 "일본"이 일종의 대부로서 한국의 청소년기를 돌보아 주었다는 시선,
이 같은 인식이 없이는 절대 나올 수 없는 코멘트 였습니다

전 세계 그 어떤 지식인도 "아프리카를 영국이 근대화시켰다"라거나 "네덜란드 덕분에 인도네시아가 근대화됐다"고 표현하지 않습니다
외세로부터 그렇게 시달린 중국이나 베트남 역시 마찬가지죠
우리보다 한참 못살았던 대륙중국을 향해서 70년간 누가 하나 시비 거는 사람 하나 없었죠, 진정으로 자주 독립의 힘이죠 !
지금은 그냥 다 버로우, 시진핑 만세!, 시전 중 4000년 역사의 중국 ! 만세!
뉴라이트 세력도 참 큰 일을 한거고, 반대로 말하면 아직 대한민국의 "독립"은 이뤄지지 않았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결국 통일이 되기 전에는 이런 치욕이 계속 반복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에 더 슬퍼지네요

3. 뉴라이트, 어디서 틀렸을까?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요망한 '식근론'에 대한 뾰족한 실증적 반박이 불가능하다는 데 학계의 고민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근현대사 학자들은 사실 대부분 식민지근대화론 전문가들이시죠, 식민시대와는 어떻게든 다 엉켜 있으니까
그런데  2005년 경제사 자료를 바탕으로 등장한 요 '식근론'에 대해 별다른 저항을 못하고, 이른바 축구용어로 "공간"을 허용하게 됩니다
"뉴라이트"라는 괴물을 탄생하는 데 결과적으로 일조한 거지요, 아니머제가잘알아서 이렇게쓰는건 아니구요
"건국절" 논란에 대해서 일부 보수 언론들이 그렇게 뻘소리를 해대도
학계 차원의 치밀한 대응이 그리 강하지 못했지요
문창극이 뻘소리 하고, 교회 목사들이 뻘소리 해도, 그냥 더 오냐오냐~

그게 그럴법도 한게, 식근론자들의 이론 방향이 그야말로 "실증"적인 "과학적 방법론"을 내세우다보니
논문으로 싸우는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탓이 현실적 이유였습니다, 워낙 학자들이 논문으로 말하다 보니, 숫자와 말의 대결에서 항상 숫자가 이겼던 탓이죠

"조선 후기 노비 인구를 조사해봤더니, 40%가 노비더라, 폭증했더라, 나라 망하겠더라"
"농업 생산성이 조선 후기가 될수록 더 떨어지더라, 망조가 들었더라"
"고종 황실 장부를 보니 걍 허례허식이 사치 투성이더라, 제국은 먼 제국"
"인구 증가도를 살펴보니 팍팍 줄던 것이, 일제 시대 들어가면서 팍팍 늘더라~일본의 근대화 짱~"

과거 민족주의 사학에선, 
조선 후기에 자본주의와 근대주의에 대한 일정 수준의 태동적 움직임이 있었지만  일본에 의해 좌절됐다, 고 설명했는데
이에 대한 대응 논리가 궁색해진 거죠,
더 황당한 건, 요 식근론자들은 처음에는 정치는 배제하고 중립적인 입장에서 실증적 입장을 취하는 척 하다가
갑자기 정치적 태도를 확연히 내세우는 방식으로 돌변했다는 데 있죠

저도 10년 훌쩍 전에 이영훈 교수가 참여한 뉴라이트 맥주파티에 참여한 적이 있는데,
아마 "시대정신"이란 계간지에서 주최한 모임이던가, 그럴 겁니다
이 교수님이 제게 해주신 말이 아직도 귀에 생생합니다.

"이 봐요, 조선은 쓰레기 국가에요, 내가 일본을 옹호할 생각은 없지만, 조선은 망할만한 나라였고
우리 (남한) 가 중국이나 러시하하고 엉키지 않은 것은 하늘의 축복이요
우리는 절대적으로 해양 세력 (미국+일본)과 연대해야만 세계시민으로서의 부와 문명 혜택을 누릴 수 있어요"

저는 머 반박을 할까 했지만 자리의 성격상 그러지는 못하고 돌아섰던 기억이 갑자기 가슴을 스칩니다

4. 마무으리~

시작은 했는데 끝맺음 하기 어려운 글이네요, 몇 가지 모순을 짚어봅직 합니다
식근론자들은 "근대화가 꼭 좋은 건 아니다"라고 일종의 변명거리를 충분하게 설정해 놓는데
그러고서는 마치 약속이나 한 듯 "대한민국의 건국은 1948년" 이라고 명확하게 선을 긋죠
한반도의 근대화 시점도 1912년 조선 민법 선포, 라고 선언해버립니다, 과거 역사와 단절, 그리곤
근대적 사유재산 제도과 확립된 것이 결정적 시점이었다는 거고, 그것을 가능하게 한 일본 제국을 찬양하죠
그리고는 일본 이외엔 다른 대안이 없었다는 식으로 '결정론적'인 자세를 취합니다, 

"야, 결과적으로 일본이 한국의 근대화 제도를 다 이식해 줬는데, 어쩔거야? 이제와서 역사 돌릴꺼야? 못돌리잖아?"
"일본이 없었으면 우리가 이렇게까지 성공할 수 있었을 것 같애? 꼭 일본하고 위안부로 척 져야겠어? 조케조케 가자고"
"너 북한하고 화해하고 싶어? 걔들이 자본주의 포기할 수 있을 것 같애? 못하잖아 ! 그러니까 북한 붕괴에 올-인 하자고"

반박이 가능할 법도 한데요, 
우선 일본이 아니었으면, 러시아도 있고 영국도 있고 미국도 있고, 세상에 우리 근대화 도와줄 나라가 널렸는데, 꼭 일본의 근대화에 감사해야 하나?
하지만,  식근론은 워낙 오래된 어려운 문제고, 일본이 바로 옆에 있다는 문제, 유럽과 달리 인종적으로 역사적으로 엉켜 있는 문제들이 있습니다
때문에 당장 해답이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큰 한반도의 '존재론적인 문제'입니다.
앞에서도 썼듯이, 식근론이 살아있다는 얘기는 아직 우리가 자주적 독립을 못한 결과이고, 북한과 남한이 통일국가을 이루지 못한 결과이고
일본의 식민지 지배를 청산하지 못한 일종의 "오래된 숙제"에 가까운 거라고 생각이 됩니다
아마도,
한국 정도되는 큰 경제력을 가진 나라가 "식근론"이라는 제국주의 시대 유물로 고통을 받는 사례는
거의 유일한 나라일 거라고 봅니다.
일본의 야욕이 살아있다는 증거라고 생각이 드네요

나중에 기회가 되면, 제 해결 방안을 한 번 풀어보고 싶은데
먼가, 아시아를 잘 활용하면 답이 나올 수 있을 것 같기도 한데...
과연 그러한 기회가 올 지 모르겠습니다.




* 수박이두통에게보린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8-03-05 08:10)
* 관리사유 : 추천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6
    이 게시판에 등록된 hojai님의 최근 게시물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418 문학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 - 오직 문학만이 줄 수 있는 위로 8 다람쥐 24/11/07 916 32
    1417 체육/스포츠기계인간 2024년 회고 - 몸부림과 그 결과 5 Omnic 24/11/05 677 31
    1416 철학/종교비 내리는 진창을 믿음으로 인내하며 걷는 자. 8 심해냉장고 24/10/30 949 20
    1415 정치/사회명태균 요약.txt (깁니다) 21 매뉴물있뉴 24/10/28 1785 18
    1414 일상/생각트라우마여, 안녕 7 골든햄스 24/10/21 953 36
    1413 문학뭐야, 소설이란 이렇게 자유롭고 좋은 거였나 14 심해냉장고 24/10/20 1585 40
    1412 기타"트렌드코리아" 시리즈는 어쩌다 트렌드를 놓치게 됐을까? 28 삼유인생 24/10/15 1888 16
    1411 문학『채식주의자』 - 물결에 올라타서 8 meson 24/10/12 969 16
    1410 요리/음식팥양갱 만드는 이야기 20 나루 24/09/28 1246 20
    1409 문화/예술2024 걸그룹 4/6 5 헬리제의우울 24/09/02 2095 13
    1408 일상/생각충동적 강아지 입양과 그 뒤에 대하여 4 골든햄스 24/08/31 1441 15
    1407 기타'수험법학' 공부방법론(1) - 실무와 학문의 차이 13 김비버 24/08/13 2073 13
    1406 일상/생각통닭마을 10 골든햄스 24/08/02 2006 31
    1405 일상/생각머리에 새똥을 맞아가지고. 12 집에 가는 제로스 24/08/02 1623 35
    1404 문화/예술[영상]"만화주제가"의 사람들 - 1. "천연색" 시절의 전설들 5 허락해주세요 24/07/24 1463 7
    1403 문학[눈마새] 나가 사회가 위기를 억제해 온 방법 10 meson 24/07/14 1932 12
    1402 문화/예술2024 걸그룹 3/6 16 헬리제의우울 24/07/14 1709 13
    1401 음악KISS OF LIFE 'Sticky' MV 분석 & 리뷰 16 메존일각 24/07/02 1606 8
    1400 정치/사회한국 언론은 어쩌다 이렇게 망가지게 되었나?(3) 26 삼유인생 24/06/19 2814 35
    1399 기타 6 하얀 24/06/13 1884 28
    1398 정치/사회낙관하기는 어렵지만, 비관적 시나리오보다는 낫게 흘러가는 한국 사회 14 카르스 24/06/03 3097 11
    1397 기타트라우마와의 공존 9 골든햄스 24/05/31 1948 23
    1396 정치/사회한국 언론은 어쩌다 이렇게 망가지게 되었나?(2) 18 삼유인생 24/05/29 3106 29
    1395 정치/사회한국언론은 어쩌다 이렇게 망가지게 되었나?(1) 8 삼유인생 24/05/20 2671 29
    1394 일상/생각삽자루를 추모하며 4 danielbard 24/05/13 2072 29
    목록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