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원들이 추천해주신 좋은 글들을 따로 모아놓는 공간입니다.
- 추천글은 매주 자문단의 투표로 선정됩니다.
Date 15/08/26 14:46:07
Name   눈부심
Subject   쇠똥구리곤충의 GPS, 밀키웨이
쇠똥구리의 먹이는 주로 소나 말 등 초식동물들의 똥인데요. 제 몸보다 크게 동글동글 말아서 경쟁자들 사이의 피터지는 먹이싸움을 피해 멀리 멀리 달아나 먹이를 몰래 숨겨둡니다. 동그란 똥을 옮길 때 자세가 특이하죠. 일단 물구나무를 서요. 그리고 똥에 거꾸로 착 붙어서 여러 개 달린 발로 똥을 빠르게 굴리며 나아갑니다. 얘네들이 이런 자세를 하고도 목적지까지 방향을 '제법' 일직선으로 잘 찾아서 가요. 생물학자들은 과연 쇠똥구리가 이리 저리 헤매지 않고 거의 일직선으로 방향을 훌륭하게 감지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연구해 봤죠.  

큰 나무라든지 바위 같은 지표가 어디 있는지 알고 움직이는 거라면 굳이 눈을 바닥에 두고 먹이에 거꾸로 매달린 채 움직일 필요가 없습니다. 실은 쇠똥구리가 움직일 때 지표로 삼는 건 태양이나 달이 뿜는 빛의 방향이에요. 정확하게는 이 빛이 반사되어 뿜어내는 빛의 방향입니다. 태양에서 쏟아지는 빛은 사방으로 퍼지는 빛이지만 이것이 모든 입자나 사물에 부딪치게 되면 편광이 됩니다. 편광이 뭐냐 하면 사방으로 퍼지지 않고 어떤 일정방향으로 빛이 움직이는 건데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아요. 쇠똥구리는 이 편광을 볼 수 있어서 편광의 방향을 지표로 삼아 움직이기 때문에 이리 저리 헤매지 않고 가장 짧은 직선에 가까운 동선을 따라 움직일 수 있습니다.

그럼 해가 안 나고 달이 안 뜨는 날엔 방향감각을 잃어버리느냐. 아닙니다! 우리 태양계를 담고 있는 거대한 갤럭시인 밀키웨이의 빛을 따라 움직여요. 밀키웨이의 희끄므리하고 두꺼운 한 줄 무늬가 방향의 기준이 됩니다. 밀키웨이가 잘 안 보이는 날엔 다른 별들을 따라 움직이는데 감지가 느려 움직임도 느려지고 방향도 좀 심하게 지그재그이지만 결국 다 잘 찾아갑니다. 별 하나를 콕 찝어 그걸 따라다닐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무리의 별들이 발하는 빛이 방향결정에 도움이 돼요. 소가 큰 볼일을 퐉! 보면 쇠똥구리들이 우르르 몰려와서 치열한 경쟁을 하며 온 열정을 바쳐 서로 동글동글 공을 만드는데 이걸 안 뺏기려면 현장을 단숨에 일직선으로 쌩=3 벗어나는 것이 생존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고 하는군요. 방향감각을 잃고 세월아 네월아 지그재그로 돌아다니면 경쟁자가 낼름 와서 먹이를 낚아채 가곤 하기 때문이에요.

(기사출처) http://phenomena.nationalgeographic.com/2013/01/24/dung-beetles-watch-the-galaxy-thats-how-they-roll/

쇠똥구리의 경이로우면서도 귀여운 특성에 대한 TED강의도 있는데 재밌어요. 아쉽게도 한글은 없다는..


놀라운 쇠똥구리의 능력에 비해 그 능력을 증명한 실험은 단순한데요. 한 가지 예는 다음과 같습니다. 조그만 소형 원형구장 같은 걸 만들어서 한 가운데에 쇠똥구리를 놓아둡니다. 얘가 어떤 목적지가 있어서 그 원의 중심에서 벗어날 참이고 가장 짧은 시간 내로 그 원형을 벗어나려면 중심에서 원지름까지 일직선에 가까운 흔적을 남길 테죠. 태양도 없고 달도 없이 별만 총총 빛날 때 별이 보이게 한 경우와 보이지 않게 한 경우, 쇠똥구리가 움직인 방향이 아래와 같이 달라요. 오른쪽이 별을 가렸을 때의 결과물인데 완전 헤맸군요 크크.



* Toby님에 의해서 자유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5-09-05 23:33)
* 관리사유 : 추천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0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30 과학쥬라기 월드흥행에 적어보는 공룡이야기(3)-모든걸 새로쓰게한 공룡 9 개평3냥 15/06/20 7779 0
    31 문학(잡문) 문학에서의 '부사' 사용 63 Eneloop 15/06/20 8584 0
    32 역사강화도가 무너지던 날 14 눈시 15/06/22 7043 0
    33 꿀팁/강좌홍차넷 게시글에 그림 올리기(imgur) 21 한아 15/06/24 11024 0
    34 일상/생각2015년 퀴어 퍼레이드 후기 25 뤼야 15/06/28 8354 0
    35 과학확신이 아집이 아니라 멋있을 때... 26 Neandertal 15/06/29 9627 0
    36 정치/사회캐나다에서 한국인 이민자가 받는 큰 혜택 두 가지 24 이젠늙었어 15/07/02 12549 0
    37 게임독수리의 눈으로 입문자를 노리는 HOMM3 소개 (1) 기초 14 조홍 15/06/22 19297 0
    38 게임[Don't Starve] 국내에서 굶지마 가이드 검색순위 1위인 가이드 7 Xayide 15/06/28 12418 0
    39 요리/음식이탈리안 식당 주방에서의 일년 40 뤼야 15/07/07 10014 0
    40 요리/음식이탈리안 식당 주방에서의 일년(2) 29 뤼야 15/07/07 7975 0
    43 꿀팁/강좌카메라의 젤로 현상에 관해서 (쓰려다가 DSLR vs 캠코더로...) 15 한아 15/07/09 10380 0
    44 요리/음식이탈리안 식당 주방에서의 일년(4) - 토마토소스만들기 29 뤼야 15/07/09 13895 0
    45 꿀팁/강좌캐나다 영주권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 16 이젠늙었어 15/07/10 13970 0
    46 요리/음식이탈리안 식당 주방에서의 일년(5) - 마지막 이야기 48 뤼야 15/07/11 9179 0
    47 문화/예술웹드라마 편집실입니다. - 2 9 한아 15/07/11 9448 0
    48 요리/음식콩국수, 서민음식과 양반음식의 하이브리드 33 마르코폴로 15/07/21 7543 0
    49 경제그리스 위기 즈음에 돌아보는 한국의 IMF(최종편) 19 난커피가더좋아 15/07/22 8476 0
    51 일상/생각생명의 서(書) - 병원 임상 실습을 돌면서 느낀 점 31 삼공파일 15/07/24 8897 0
    53 철학/종교보수, 진보, 도덕, 공리주의 23 눈부심 15/07/27 10202 0
    57 영화안티고네는 울지 않는다 - 윈터스 본(Winter's Bone) 6 뤼야 15/08/03 8395 0
    58 음악Jolene/Miriam - 상간녀를 대하는 두가지 태도 10 새의선물 15/08/05 9704 0
    62 과학쇠똥구리곤충의 GPS, 밀키웨이 13 눈부심 15/08/26 7942 0
    63 의료/건강커피가 건강에 끼치는 영향에 대한 최신 지견 49 레지엔 15/08/26 10216 0
    10 경제[서평] 가계부채는 왜 위험한가?, <빚으로 지은 집> 23 그녀생각 15/06/05 11024 1
    목록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