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원들이 추천해주신 좋은 글들을 따로 모아놓는 공간입니다.
- 추천글은 매주 자문단의 투표로 선정됩니다.
Date 18/11/11 22:31:51
Name   하얀
Subject   첫 정모 후기

첫 정모 후기

두번째 정모를 일주일 앞두고 첫 정모 후기를 남겨볼까 합니다.

저는 16년 8월 홍차넷에 가입했습니다. 네팔 포카라에서요.
지금 생각하면 외지에서 죽다 살아나서(?) 처음 한 일이 홍차넷 가입이었으니 퍽 이상한 일이었죠.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요. 뭐 가끔 뜬금없는 일을 벌이는데 그 중 하나였을까요.

https://redtea.kr/?b=27&n=733

가입은 했지만 글은 커녕 리플 하나 안 달았지요.
게다가 그 해 하반기에는 장기 해외출장과 시험 준비가 겹쳐서 정신없이 바빴어요.

애초에 그 땐 한 달에 한 번 접속을 했는지 말았는지도 기억이 안 나요.
그러니까 정모 신청을 한 건 우연이었어요. 아주 충동적으로요.

준비하던 시험 결과가 발표되는 날은 12월 31일이었고 정모가 1월 첫주 토요일이었으니
떨어지면 모르는 사람들이랑 술을 마셔야겠다는 아주 순수(...)한 의도였죠.

버라이어티한 크리스마스와 신년을 넘기고 거의 잊고 있던 정모를 그 전 날에야 고민했어요.

‘이걸 가…? 말아?’

시험은 합격했으니 애초의 계획대로라면 갈 필요가 없었죠.
당시 아는 사람은 커녕 기억하는 닉네임이라곤 티타임에서 본 해외에 사는
기아***님만 있었으니, 진짜 모르는 곳에 가는 거였어요.

결정을 할 수 없어 어차피 토요일 오후에 종로에 있는 학원에 다니니
당일 생긱하기로 했어요. 그러니까 안가려고 한거죠.
그래서 옷도 평상시 안 입는 스타일로 후줄근하게 입고,
머리 질끈 묶고 안경은 안썼지만 제 기준 찐따모드로 외출했지요.

학원 끝나고 종각역 가는 길에 건물 앞에서 정말 망설였어요. 이미 시작시간은 넘겼죠.
건물 안까지 들어가 엘리베이터 앞에서 이건 아닌거 같아 돌아서 다시 길로 나왔지요.
그렇게 왔다갔다 망설이다 ‘정모 같은거 가본 적 없으니 잠깐 분위기만 보고 어색하면
약속있다 그러고 나오자’ 마음먹고 올라갔어요.

지금 생각해도 참...호기심이 고양이는 못 죽여도 저는 죽일 듯.  
작은 호기심으로 활동도 안 한 사이트에서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정모에 나간거죠.

넓은 스터디홀에 테이블이 6개인가 있었고 사람들이 앉아 있었어요.
첫 느낌은 유치원이나 학교 조별활동 같다(...)

빈 자리에 앉으래서 테이블 아무데나 앉았어요. 아으...이 때까지 어색해 죽는 줄.
사람들이 잘 모르던데 저 진짜 낯가림 있거든요(...)
그런데 테이블 분들을 보니 다행히 저만 어색한 게 아니더라구요.
다들 어색어색 기운이 넘실거렸어요ㅎㅎ

그러다가 명함도 만들고 게임도 하며 긴장이 풀렸어요.
아 뭔가 이상한데는 아닌 거 같다. 운영진이 준비도 많이 했네... 이게 컸지요.

그 정도 상태에서  ‘자유발언대’ 가 진행되자 이 모임에 확 빠졌던 거 같아요.
사람들이 굉장히 솔직하게 자기 이야기를 하더라구요.
다양한 연령대, 직업군의 사람들이 다 자기 이야기를 했어요. 자기 직업은 무엇이고,
어떻게 살았고, 요새 관심 있는 것은 무엇인지 등등.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요.

생생했어요. 그리고 제 좁은 세상이 좀 넓어지는 것 같았어요.

분위기를 타고 저도 나가서 이야기를 했는데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ㅎㅎ

결국 2차 치킨집에 가서도 사람들의 이야기는 계속 되었어요.
뭐가 그렇게 재미있고 즐거웠는지 모르지만 그 재미있고 즐거웠던 기분은 그대로 떠올라 미소짓게 하네요.

처음 시작할 땐 아니 무슨 모임을 오후 4시에 시작해서 4시간이나 한다그래 그랬는데
결국 그날 자정쯤 나왔던 거 같아요ㅋㅋ

저는 온라인 커뮤니티 생활을 한 적이 없었어요.
구시대적이라 핸드폰 같은건 연애의 방해물이라 생각할 정도였고, 카톡도 좋아하지 않았죠.

카톡 열번 할 때 한번 통화하는게 낫고, 열번 통화하느니 한번 보는게 낫다는 주의.

그런 제가 정모에 나가 ‘탐라’ 게시판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온라인 커뮤니티를 시작했지요.
한참 흔들리고 어렵던 시기에...많은 위안과 위로를 받았습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2017년 1월 7일 첫 정모 이후 드디어
2018년 11월 17일 두번째 정모가 열리네요.

한 분 한 분, 눈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게 되겠지요. 기대됩니다.

함께 했으면 좋겠어요. 궁금해요. 만나고 싶어요.

이제 이번 토요일이네요. 일주일 열심히 살고 봅시다.

이제 곧, ‘지금 만나러 갑니다.’







* 토비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8-11-29 20:02)
* 관리사유 : 추천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29
  • 정모후기글은 무조건 추천입니다.
  • 후기는 추천
  • 아오 글 잘쓰심~~~!!!
  • 설렌다 미 라이키 미 라이키라이키라이키
  • 춫천
  • 끌린다 이 사람..
  • 무적권 가야겠어요!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284 일상/생각20개월 아기 어린이집 적응기 18 swear 23/03/21 3026 29
1266 의료/건강엄밀한 용어의 어려움에 대한 소고 37 Mariage Frères 23/01/12 4026 29
1247 정치/사회이태원 압사사고를 바라보는 20가지 시선 7 카르스 22/10/30 5388 29
1220 기타2022 걸그룹 2/4 12 헬리제의우울 22/07/04 3810 29
1179 일상/생각농촌생활) 봄봄봄 봄이왔습니다 22 천하대장군 22/03/21 3691 29
1163 일상/생각그 식탁은 널 위한 것이라고 이야기 했다. 2 Erzenico 22/01/22 4152 29
1124 일상/생각그동안 홍차넷에서 그린것들 80 흑마법사 21/09/08 5823 29
1067 요리/음식중년 아저씨의 베이킹 도전기. 27 쉬군 21/03/08 4668 29
1000 일상/생각뉴스 안보고 1달 살아보기 결과 10 2020禁유튜브 20/08/18 6084 29
791 일상/생각유폐 2 化神 19/04/10 5158 29
767 일상/생각혼밥, 그 자유로움에 대해서 13 Xayide 19/02/03 5975 29
738 여행온천, 온천을 가보자 38 Raute 18/11/30 8075 29
729 기타첫 정모 후기 24 하얀 18/11/11 7018 29
395 정치/사회화장실을 엿본 그는 왜 무죄판결을 받았나 13 烏鳳 17/03/24 7433 29
236 IT/컴퓨터어느 게임 회사 이야기 (1) 26 NULLPointer 16/07/19 22093 29
1399 기타 6 하얀 24/06/13 1881 28
1378 일상/생각아들이 안경을 부러뜨렸다. 8 whenyouinRome... 24/03/23 2216 28
1322 요리/음식내가 집에서 맛있는 하이볼을 타 먹을 수 있을리 없잖아, 무리무리! (※무리가 아니었다?!) 24 양라곱 23/08/19 3835 28
1320 경제사업실패에서 배운 교훈, 매출 있는 곳에 비용 있다 7 김비버 23/08/12 3483 28
1235 과학마름모는 왜 마름모일까? 30 몸맘 22/09/05 5827 28
1172 정치/사회비전문가의 러시아 - 우크라이나 전쟁 향후 추이 예상 20 호타루 22/02/28 4891 28
1010 경제주식투자, 튜토리얼부터 레이드까지 37 기아트윈스 20/09/23 7715 28
982 요리/음식토마토 파스타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40 나루 20/07/13 8807 28
785 의료/건강AI와 영상의학의 미래는? 33 Zel 19/03/27 7529 28
757 철학/종교율법주의 : 최후의 유혹 34 구밀복검 19/01/11 8650 28
목록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