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원들이 추천해주신 좋은 글들을 따로 모아놓는 공간입니다.
- 추천글은 매주 자문단의 투표로 선정됩니다.
Date 19/02/22 08:35:46수정됨
Name   문학소녀
Subject   영국 음식이 맛이 없는 과학적인 이유
  저는 매우 이성적이고 과학적인 사람입니다. 얼마나 이성적이냐면 말이죠. 이성을 너무 좋아해서 처음 만난 이성과 일찍 바로 결혼해 버렸을 정도고요. 또 얼마나 과학적이냐면 말이죠. 선풍기를 틀고 잘 때 단 한번도 방문을 닫고 잔 적이 없을 정도고요 네. 제가 조금이라도 비과학적인 사람이었다면 지금 이렇게 냉철한 글을 쓰고 앉아 있을 수 있었을까요? 여러분에게 참 다행이죠? 그리고 물을 마실 때에는 항상 물에게 고마워 사랑해라는 말을 해주고 마셔요. 이거 진짜 효과 있으니까 딴지 걸지 마세요. 혈액형이 A형이라 무척 소심해서 쫑코먹으면 상처받거든요.

  어쨌든 그런 제가 영국 음식이 발전하지 못한 원인에 대해서 지금부터 분석할텐데, 당연한 말이지만 그 분석은 굉장히 이성적이고 과학적일텐데, 제가 나쁜년이긴 하지만 그래도 진짜 끝까지 나쁜년은 아니고, 또 제가 그래도 일말의 양심은 남아있고 그래서 이야기 드리는데, 이 차가운 글을 읽고 절대 그럴 듯 하다라고 생각하지도 말고 근거 있다라고 생각해서 어디 가서 얘기할 생각도 하지 마셔요. 한순간에 바보 되고 인연 끊기고 싶지 않다면요. 근데 저는 이미 바보고 수 없이 인연 끊겨봐서 여기다 이야기함요. 히히히.




  1. 너무나 훌륭하고 맛있는 식재료들 때문에 발전의 기회를 놓침.

  처음 영국에 와서 장을 보고 요리를 해먹을 때 깜딱 놀라 비명을 꺅 질렀던 것이 생각나네요. 야채와 과일, 고기와 생선 모두가 싸고 싱싱한데다가 조리를 하여보니 맛도 너무 훌륭했어요. 부럽다. 채소들이 어느 정도로 맛이 있냐면 그냥 대충 볶거나 데쳐서 간만 해줘도 끊임없이 들어갈 정도로 맛이 있어요. 양송이버섯 잘라 볶기만 했는데 향에 취하고, 브로콜리는 올리브오일에 마늘이랑 볶기만 했는데 아주 훌륭한 료리가 되고요. 파를 데친 다음 소금 후추만 뿌렸는데도 고기 료리 먹을 때면 완벽한 사이드 디쉬가 되어요. 게다가 전 한국에 있을 때 양송이버섯과 브로콜리와 파를 좋아하지 않던 사람이었는데요! 정말로! 제가 브로콜리 잘 먹게 된 거 우리엄마가 보면 사과나무를 심거나 로또를 사실 듯 하여요. 게다가 과일들은 또 어찌나 다양하고 달콤하고 향기로운지요. 고기랑 생선의 맛과 품질도 말해 무엇해요. 두말하면 숨차요. 너무 부럽네.

  그렇게 모든 식재료들을 무서운 기세로 왕창 섭취해 본 저는 마침내 결론을 내릴 수 있었어요. 식재료들이 가지고 있는 본연의 것이 이미 너무도 완벽하여 더할 것이 없었기 때문에 아 이 영국사람들은 진짜로 더하지 않았던 거예요. 맙소사 아이고 답답해. 그래서 주구장창 그대로 찌고 데치고.. 조금 신명났다 싶으면 생선 살짝 튀기고.. 하는 데까지만 요리가 진척 된 거지요.

  그런데 제가 여기 영국에서 구입하는 식재료들은 우선은 국내산이 제일 많긴 하지만 유럽 각지에서 수입되는 것들도 엄청나게 많거든요. 보면 원산지가 다를 뿐이지 맛과 품질은 다르지 않아요. 그렇다면 유럽 본토에 있는 프랑스도 영국만큼이나 똑깥은 수준의 완벽한 식재료들을 향유하고 있어왔던 것이 되어요. 하지만 두 나라의 음식문화는 어찌 이리 다를까요. 무엇 때문에 프랑스와 영국은 요리의 수준이 이렇게 갈렸고 그래서 우리는 영국 음식을 먹으면 미각이 갈리는 걸까요?

  제가 한국에 살 적에 친한 친구를 만나서 신천떡볶이를 먹으러 간 적이 있어요. 둘이서 떡볶이랑 튀긴만두랑 튀긴오뎅이랑 쿨피스까지 배터지게 먹고 2차로는 카페에 갔어요. 거기서 저는 이번만은 진짜 음료만 주문하려 했지만 늘 그랬듯 다시 실패하고 조각케이크까지 하나 더 시켰지요. 그때의 저는 사실 배 뻥하기 직전이었는데도요. 하하하 이건 진짜 부끄럽네. 그렇게 코히 두 잔이랑 케이크 한 조각을 들고 자리로 가니 제 친구는 배가 불러서 케이크를 안 먹겠다고 하더군요. 케이크는 배가 부르다는 이유로 안 먹는 것이 아니라고 배웠는데.. 논어에도 나와있는데.. 그리고 진짜 끝까지 안 먹었어요. 군자가 아니네. 절교할까.

  엄청나게 먹고도 눈 앞에 케이크가 보이면 먹고 보는 제가 있고 아무리 산해진미라 하여도 배가 부르면 더 이상 먹지 않는 제 친구도 있는 거에요. 같은 조건이 주어지고 같은 상황에 놓였어도 나의 행동과 누군가의 결과는 완전히 다를 수 있는 거에요. 굳이 따지자면 내가 돼지인거긴 한데 그건 넘어가줘요. A형이니까. 훌륭한 식재료들이 주어졌을 때, 프랑스에는 이 맛있는 걸 더더욱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하고 고민하는 착한 사람들이 살고 있었던 거였고 영국에는 이 맛있는 걸 괜히 건드리지 말고 이대로 계속 암것도 하지말고 먹자! 하고 고민은 관둬버리는 빌어먹게 착한 사람들이 살고 있었던 거에요. 애는 착해 진짜..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게 된 데에는 이유가 없었던 것이고요. 그냥 종특인 것이고 그냥 그래 생겨먹은 거에요. 저와 영국이 잘못된 것은 아니잖아요? 잘못한 것도 결코 아니지 않나요? 단지 글렀을 뿐.. 이미 틀렸을 뿐..




  2. 개를 너무 사랑해서 개와 시간을 보내느라 요리할 시간을 놓침.

  여기는 나는 멍멍이가 좋다, 나는 멍멍이를 사랑한다라는 분위기조차 없어요. 그냥 멍멍이는 당연히 존재하는거고 당연히 내 가족인, 늘 자각하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조차 없는, 어느 날 문득 곰곰히 생각하다가 아 내 가족구성원 중의 한 명은 인간이 아닌 멍멍이지? 하고 놀라는 그런 곳인 것 같아요.

  사람들이 퇴근하고 저녁시간이 다가오면 동네 들판은 아주 그냥 개판이 되어요. 모두모두 멍멍이들을 데리고 산책 나오거든요. 우리가 그 멍멍이를 가족으로 둔 사람이라고 생각해보세요. 퇴근하고 와서 멍멍이 데리고 너른 들판을 몇 십분 주욱 산책하고 왔어요. 이리저리 분주하게 종종거리며 요리하고 싶을까요? 엄청 노곤노곤하지 않을까요? 멍멍이 사료맘마 챙겨주고나면 나도 그냥 얼른 마트표 냉장파스타나 냉동피자 오븐에 대충 돌려먹고 싶지 않을까요? 피자 끼고 맥주 끼고 소파에 앉아서 빨리 축구보고 싶지 않을까요? 내가 아무리 모태 아스날 팬이어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금 타는듯한 목마름으로 응원하고 있지 않을까요? 요리고 나발이고요? 흑흑.
  
  그러니까 영국 사람들은 요리할 시간 있으면 그 시간에 멍멍이랑 한번 더 놀고, 멍멍이 산책 한번 더 해줘야 했기 때문에 요리법들을 발전시킬 수 없었던거에요. 뼈를 내주고 뼈를 취한거지요. 취한 뼈가 멍멍이인 건 아주 좋지만 내어준 뼈가 요리 실력이었던 건 두고두고 뼈아픈 고통이 되었지만요.

  그리고 이건 여담인데, 해리포터에 보면 론 엄마가 론에게 늘 싸주는 소금에 절인 소고기 샌드위치가 있지요. 론이 질색하는 그 세느위치. 콘비프 세느위치. 해리포터를 밤새 콩닥거리며 읽던 어린 저는 콘비프가 뭔지 몰랐고 상상은 해야하니까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주 자연스럽게 식빵 사이에 육전을 끼운 세느위치를 상상했었어요. 맛있을 것 같은데 론은 왜 저러지, 엄마가 해주는 건 다 빼액하는 나 같은 호로자식인가 싶었었지요. 그리고 몇 년 전, 제 인생은 남편을 잘못 고르는 바람에 꼬일대로 꼬여 영국에서 혹독한 타향살이를 시작하게 되었고요. 마트에서 콘비프를 발견하게 되었고요. 신이 나서 세느위치를 해먹어보게 되었어요.. 후..

  망해라. 다 망해라. 론이 효자였네. 론 엄마가 마녀였네. 솔직히 콘 비프 포장을 뜯었을 때부터 좀 쌔했어요. 왜냐하면 그 멍멍이 캔사료중에 시저라고 있지요. 그거랑 질감과 향이 똑같았어요. 맛도 똑같.. 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꾸역꾸역 먹는데 먹으면 먹을수록 점점 개 되는 것 같고 자꾸 짖고 싶고 그렇더라고요. 혹시 영국 사람들이 멍멍이를 너무 사랑해서 음식도 비슷하게 먹으려고 하는 건 아니겠죠. 혹독한 경험 후에 콘 비프 세느위치는 다신 안 해먹고 있어요. 왜냐하면 먹으면 개 같은 느낌이 자꾸 드는데 저는 사실 술 먹어도 개가 되는 사람인데 밥 먹고도 개가 될 순 없잖아요. 사람이 사람으로 태어났으면 사람으로 존재하는 시간도 엄연히 있어야하는 거 아니겠어요. 사람으로 보낸 시간보다 개같이 보낸 시간이 더 많으면 부모님 얼굴을 어째 봐요. 근데 그러면 지금까지의 인생은 엄마아빠 뵐 낯이 있게 살아왔던 것처럼 말하네요 저.


  보통은 통조림으로 많이 볼 수 있지만,


  세느위치용으로 낱장으로 만들어 팔기도 하고요.


  유명한 콘비프 세느위치의 아름다운 자태여요. 사실은 맛있는 음식이어요. 위즐리네는 소설 속에서 가난한 설정이니까 몰리가 한장씩만 빵에 싸주는 바람에 론이 싫어했던 것일지도요. 눈물 젖은 빵이네..




  3. 해가 너무 늦게 뜨고 해가 너무 빨리 져서 의욕이 일어나지 않아 요리할 동기를 놓침.

  여름에는 해가 너무 빨리 뜨고 너무 늦게 지지만 그만큼 겨울에는 아 정말 심하네 싶을 정도로 해가 늦게 뜨고 빨리 지는 영국이어요. 겨울에 이제 해가 떴구나 싶어 시계를 보면 오전 아홉시가 훌쩍 넘어있어요. 열두시만 되어도 그나마 비치던 햇빛이 힘을 잃고 대기가 아련해지지요. 한시면 이미 해는 서쪽으로 기울어져 있어요. 거기다 걸핏하면 안개 끼고 심심하면 비 주룩주룩 오는데 뭐를 그리 야물딱지게 해먹고 싶겠어요. 그냥 펍에 가서 맥주나 한 병 까면 만사가 편안해지는데요.

  제가 처음 영국에 온 것이 9월인데 아무런 마음의 준비가 없는 상태에서 곧 겨울을 맞이했었어요. 그리고 그 해 겨울이 또 수상하여 단 하루도 비가 내리지 않고 지나가는 날이 없었어요. 그래서 심적으로 너무나 힘들어하는 저에게 한 친구가 알려주기를 이곳의 봄과 여름, 특히 5월과 6월은 정말 아름답고 또 아름다우며 그때 이 겨울을 다 보상받을 수 있으니 그 기대감으로 조금만 버텨보라 하더군요. 그리고 마침내 꽃 피는 봄이 왔고 저는 친구가 말한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지요. 온 세상이 눈물나게 아름다웠고 괴로웠던 겨울은 충분히 보상받고도 남더군요.

  하지만 한가지 그 친구가 말해주는 걸 까먹은 게 있어요. 여름이 되면 해가 얼마나 긴지, 하루가 얼마나 길고 또 긴지를요. 그래서 새벽 네시부터 온 천지가 얼마나 훤해져오는지, 그나마 어둑해지기 시작하는 것은 밤 열시가 되어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을 저는 몰랐지요. 또 그래서 밖은 여전히 대낮같은데 아이들은 밤잠을 재워야할 때 제가 얼마나 환장하게 될 지도 몰랐고요. 매일밤 파티가 열렸더랬어요. 대환장파티..

  그럼 여기서 한가지 질문을 할 수 있겠지요. 그렇게 해가 길고 날이 좋다면 그 시간 동안에는 요리열정을 활활 불태울 수 있었던 거 아니냐고요. 아이참 그땐 다시 2번으로 돌아가서 멍멍이랑 놀아야죠. 그리고 해가 났다면 정주간에서 깔짝거리고 있을 시간이 없어요. 무조건 밖으로 나가서 햇빛을 허겁지겁 쬐고 쬐고 또 쬐어야죠. 일제시대 때 일본으로 밀항한 조선인들을 잡는 방법 중에 우스갯소리로 이야기되는 것이 하나 있어요. 항구에 드럼통 갖다놓고 장작불 크게 피워놓으면 너도나도 와서 불을 쬐는데 아글쎄 불을 향하여 서서 손을 쬐면 니혼징, 불을 뒷전에 두고 서서 등을 뜨근뜨끈하게 지지고 있으면 백이면 백 조센징이었다는 거에요 세상에나 마상에나. 그래서 저도 해가 아주 좋은 날에 공원 나가보면 멀리서 딱봐도 인종을 구분할 수 있어요. 양달에 누워 바짝 굽혀지고 있으면 백인, 큰나무 아래 응달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있으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황인이어요.

  살면서 말만 들었지 이 정도일 줄을 몰랐는데 다들 햇빛 진짜 좋아해요. 전부 햇빛 성애자들이어요. 난 다른 거 성애자인데 키키키. 이것도 여담인데 하도 날씨가 으슬으슬 우중충하니까 깊은 바다에 들어가볼 생각을 못해본 것 같아요. 어두컴컴한거 너무 싫어하게 되는 바람에 바다 속도 괜시리 두려워하게 된 것 같고요. 그래서 저는 처음에 영국 왔을 적에는 너무 아까워서 밤에 잠을 못 잤어요. 아무도 자맥질 해 들어오지 않아 그냥 나고 자라서 사라져갈, 천수를 누릴 영국 미더덕들 때문에요. ㅋㅋㅋㅋㅋ 온 바다의 미더덕을 다 먹어치울 기세로 먹던 저였는데 말예요. 뻔히 눈만 뜨고 보고 있어야 한다니요. 타향살이를 시작하면서 아 한국에서 지낼 때 학원 다니면서 좀 배워둘걸 하고 아쉬워했던 기술이 세가지 생겼는데 첫번째는 미용 기술이고요 두번째는 제과제빵 기술이고요 세번째는 물질이요. ㅋㅋㅋ 야 이 미더덕들아. 내가 여기 있었다. 운 좋은 줄 알아라 정말.




  4. 차 마시느라 배불러서 제대로 된 식사를 하기 싫어짐.

  저희 가족이 지난 여름에 스코틀랜드 토박이이신 노부부 두 분께 초대받아 여름휴가를 갔었는데요. 나흘동안 함께 지냈는데 그 나흘동안 두시간에 한번씩 뜨거운 차 마시지 않겠냐는 질문을 받았어요. 잠깐 외출할 일이 있어 나가실 적에는 저희보고 포트에 물 끓여놓았으니 뜨거운 차 마시라고 말해주고 나가셨어요. 앤(어머님 성함).. 저 지금 하루종일 배에서 출렁거리는 소리들려요.. 곧 멀미도 가능할 것 같아요.. 술 권하는 사회를 떠나왔더니 이곳은 차를 권하는 사회였어요. 문제는 결코 차만 마시지 않는다는 거에요. 반드시 반드시 머핀이나 조각케이크나 쇼트브레드같은 티쿠키와 함께 하지요. 덩달아 차를 좋아하게 된 저도 차를 마실때마다 꼬박꼬박 다와 과를 함께 준비해서 먹는 바람에 내가 시방 진짜 눈물난다..

  그런데 솔직히 그렇잖아요. 차를 그렇게 마시는데, 그때마다 주전부리를 그렇게 먹는데 밥때돼서 밥 먹고 싶겠어요. 그렇게 또, 이번에도 역시, 대충 차려먹고 싶을 것이고 그 대충이 누적되다보니 이 모양 이 꼴이 된거겠지요. 와중에 저는 아이고 쿠키 너무 많이 집어먹었더니 입이 너무 달다 라면으로 씻어줘야되겠다 이러면서 다과도 밥도 꼬박꼬박 챙겨먹었는데 그 성실함이 누적되다보니 요 모양 요 꼴이 된거고요. 그런데 저 참 어지간한가봐요. 문단문단마다 문장문장마다 제가 쳐먹은 이야기는 꼭 나오고있네요.




  5. 결론

  글 길이 뭔가 싶네요. 개소리 너무 길었지요. 죄송해요. 그리고 사실 영국 음식 맛있어요. 놀라셨죠. 많이 놀랬죠. 제가 위에 예를 든 콘비프 세느위치도 진짜로 맛있는건데 제가 다시다 좀 쎄게 쳐봤어요. 그냥 좀 더 짜고 더 포슬거리는, 스팸의 원조일 뿐이니까요. 맛 없을 리 없지요. 영국 음식 중 가장 유명한 것으로는 피쉬 앤 칩스가 있지요. 그 다음으로 유명한건 칩스 앤 피쉬고요. 두 요리 모두 전문점에 가서 금방 튀긴 거 먹으면 진짜 맛있어요. 생선 자체가 굉장히 맛있기 때문에 잘 튀겨먹으면 입에서 살살 녹아요. 또 유명한 요리 뭐가 있을까요. 코티지 파이라고 있어요. 토마토소스에 함께 볶은 다진 소고기를 깔고 매쉬드 포테이토를 얹어 구운 요리인데 참 맛있어요. 그리고 영국은 민스파이도 유명하지요. 파이지 안에 조리한 고기나 야채를 다양하게 넣고 구운 건데 가벼운 한끼 식사로 딱이고 맛도 참 좋아요.


  또 다른 대표적인 영국 요리네요. 잉글리쉬 브랙퍼스트에요. 아주 전형적인 구성이어요. 가장 위에 있는 것은 두꺼운 베이컨과 영국식 소세지이고요. 시계방향으로 짚어보면 구운 토마토와 블랙푸딩이라고 하는 영국식 소세지와 버터에 구운 식빵이 있고요. 겨란후라이가 있는데 이것은 스크럼블에그로 대체할 수도 있지요. 다음으로는 베이크드 빈스랑 구운 양송이 버섯이 있어요.

  참 맛있어요. 몇 년 전, 영국생활에 적응하던 초기에 먹었을 때는 더럽게 짜고 더럽게 기름지고 더럽게 퍽퍽하네 이러면서 먹었는데요. 와중에 안 먹진 않았다 또? 요즘에는 못 먹어요. 없어서요. ㅋㅋㅋ 최근의 저는 이 잉글리쉬 브랙퍼스트가 진짜 맛있어서 먹어요. 앞에 한 접시 있다면 아주 행복해하면서 아주 야무지게 먹을 수 있지요. 하지만 이상해요. 지난 몇 년 동안에 맛없던 영국 요리가 갑자기 맛있어진 것도 아닐텐데요. 어째서 저의 평가가 이렇게 바뀐걸까요. 혹시.. 요리에 무슨 일이 일어난게 아니라 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지금 저의 입맛이 서서히 제 자신을 포기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저도 자꾸자꾸 뼈를 내어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저 이러다 정말 돌이킬 수 없을만큼 큰일나는 것 아닐까요.

  그렇다면 제가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있어요.

  살려줘 꺼내줘 구해줘!! ㅋㅋㅋ

* 토비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9-03-08 16:36)
* 관리사유 : 추천 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106
  • 잼있군!
  • STAY!!!!!!!!
  • 언젠가는 영국 가서 맛있는 본토음식 먹어보고 싶네요!!
  • 빵짱 터지면서 읽었습니다 추천!!
  • 개념글 추게로!
  • 영국 음식에 길들여지기 싫은 과학적 설명
  • 그 영국음식도 맛있게 느껴지는 글솜씨에 추천
  • 신이여 영국음식을 보호하소서
  • 영잘알이시다!
  • 긴 글은 춫천
  • 선생님의 찰진 글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 춫천
  • 아아 좋군요 저의 편견을 깨는 데 기여하셨으니 추천합니다
  • 앗 이글을 구해지신 이후 이제서야 봤다니..
  • ㅎㅎ 재밌어요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223 일상/생각딸아이는 자스입니다. 13 세상의빛 22/07/15 7450 152
920 일상/생각아들놈이 대학병원에서 ADHD 판정을 받았습니다 70 아나키 20/02/06 8092 146
917 일상/생각엄마 덴마크가 나 놀렸어요 ㅜㅠ 69 구밀복검 20/01/29 12720 122
771 요리/음식영국 음식이 맛이 없는 과학적인 이유 119 문학소녀 19/02/22 11490 106
699 창작고백합니다 44 파란아게하 18/09/09 8885 96
841 일상/생각[단상] 결혼을 수선하다. 35 다람쥐 19/08/08 6586 93
1221 일상/생각아이스크림 마이따 아이스크림 (50개월, 말문이 터지다) 72 쉬군 22/07/05 4833 90
858 일상/생각[펌] 자영업자의 시선으로 본 가난요인 43 멍청똑똑이 19/09/13 10996 89
695 정치/사회강제추행으로 법정구속되었다는 판결문 감상 - 랴 리건.... 30 烏鳳 18/09/07 50905 85
1102 일상/생각귀여운 봉남씨가 없는 세상 36 문학소녀 21/07/09 5268 83
1001 일상/생각타임라인에서 공부한 의료파업에 대한 생각정리 43 거소 20/08/25 8707 82
769 정치/사회북한은 어떻게 될까 - 어느 영국인의 관점 85 기아트윈스 19/02/12 9110 79
1231 일상/생각자폐 스펙트럼과 일반인의 경계에서 살아온 사람의 이야기 14 카르스 22/08/21 5261 78
803 일상/생각끝나지 않은 투병기 25 Chere 19/05/16 6273 76
710 게임WOW(World Of Warcraft) 해야만 했던 이야기 76 문학소녀 18/10/02 8835 76
4 게임[히어로즈] 이것만 알면 원숭이도 1인분은 한다 64 Azurespace 15/05/30 13529 76
1256 기타포스트 아포칼립스물의 세계관 최강자가 68 문학소녀 22/12/09 4923 74
810 의료/건강저희는 언제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을까요.. 20 Zel 19/05/30 7499 73
1059 일상/생각나도 누군가에겐 금수저였구나 15 私律 21/02/06 6870 72
910 경제홍차넷 50000플 업적달성 전기 79 파란아게하 20/01/17 6509 72
1154 일상/생각구박이는 2021년에 무엇을 어떻게 먹었나 62 구박이 21/12/23 5114 71
1177 정치/사회홍차넷의 정치적 분열은 어떻게 변해 왔는가? - 뉴스게시판 정치글 '좋아요'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72 소요 22/03/13 6499 70
1005 일상/생각어른들 말씀 잘 듣고 공부 열심히 하는 착한 사람 되지 마세요. 27 Schweigen 20/09/07 7605 70
1362 기타자폐아이의 부모로 살아간다는건... 11 쉬군 24/02/01 3210 69
1303 일상/생각난임로그 part1 49 요미 23/05/21 4166 69
목록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