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원들이 추천해주신 좋은 글들을 따로 모아놓는 공간입니다.
- 추천글은 매주 자문단의 투표로 선정됩니다.
Date 19/03/24 23:30:05수정됨
Name   행복한고독
Subject   과거 카풀 드라이버 경험
시기가 조금 지나긴 했지만...카카오톡 카풀 서비스 때문에 한참 이슈였죠.

그보다 한참 전이지만, 과거 카풀 드라이버로써 10여회 정도 참여했을 때의 경험을 적어봅니다.

경로는 대략 선릉 - 부천 구간이며, 중간 경로인 경우에도 콜을 받았습니다.


먼저 드라이버 등록 절차...

요즘 카카오 카풀은 어떨지 모르지만, 제가 이용한 카풀은 어플로 드라이버 신청 & 관련 증빙 캡쳐...그리고 지정된 정비소에서 차량 점검을 받으면 승인이 떨어집니다.

기본적으로 보험이 가능한 차량이어야 하며, 렌터카는 불가능 했습니다.(리스는 가능)


그리고 이용방법은 라이더가 경로를 입력하고 콜을 하면, 드라이버 어플에 해당 콜이 뜹니다. 그럼 선착순으로 해당 콜을 선택해 라이더-드라이버가 매칭되는 구조입니다.

매칭이 될 경우 서로의 위치 및 예상 도착 시간, 그리고 안심번호를 통해 연락이 가능합니다.


제가 당시 이용한 카풀의 기본적인 구조는 이렇고, 당시 태웠던 라이더 중 기억에 남는 몇 분을 적어보고자 합니다.
(사실 몇몇은 그냥 뒷자리 타서 조용히 목적지까지 도착하기만 기다리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 경우 그냥 택시일 뿐이죠. 또한 드라이버 초기 어찌할 줄 몰라 어버버 하면서 넘어간 경우가 많아 기억이 많이 남아 있진 않네요.)


1. 드라이버를 주로 하지만, 본인이 라이더로 타신 남자분
- 첫 카풀은 드라이버 경험이 있으신 분이었습니다. 이런 저런 조언을 받긴 했는데, 미안하지만 자기는 진상이라는 말을 하더군요.
- 카풀은 엄연히 택시가 아니고, 서로 미숙하다보니 거절을 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하여 택시도 가기 싫어하는 곳을 눈치 안보고 요청할 수 있다는 말을 하셨네요.
- 당시 사당 주변의 꽤 높은 곳에 위치한 주택촌(?)에 내려드렸던거 같은데, 꽤나 들어가기 힘들었던 기억은 있네요.
- 그래도 이것저것 친절하게 알려주셔서 흔쾌히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모셔다 드렸습니다.


2. 강남의 주택가에서 나오셔서 부평방향으로 가시던 여성분
- 친구에게 사고가 생길 수 있다고 매우 빠르게 이동해달라고 요청하신 분입니다.
- 근데 본인은 미로같은 강남의 주택가에서 나오셨으며, 그마저도 연락하고 5분 정도는 있다가 나오셨네요.
- 제가 운행했던 시간은 보통 10~11시 정도였으며, 강남은 항상 분주하기에 시내에서 속력을 내기 어려웠으나 이분은 너무 재촉하셔서 좀 그랬습니다.
(남을 태운 상태에서는 안전운전...)
- 친구의 상태를 들어보면 먼가 조울증? 우울증이라고 해야 하나...충동적으로 자살하겠다라는 표현을 종종하고, 실제 비슷한 단계도 진행이 되었던 듯한 분위기였습니다.
- 그리고 도착한 곳은 스몰비어 가게...그 친구분은 스몰비어 집에서 인생의 고통을 줄이고 계셨는지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는 좀 허무했습니다.
(중간에 통화와 저한테 재촉하는 모습이 평범한 친구의 느낌은 아니어서 좀 의심은 했습니다. 결론은 모르겠지만요.)


3. 대리기사를 하는 젊은 여성분(대학생)
- 중간 경로에서 조금은 벗어나지만, 기분이다 하고 잡은 라이더였습니다.(이날은 평소보다 더 늦었던 거 같습니다.)
- 사실 만나기 전까지 상대방을 볼 수 없기 때문에 젊은 여성분임은 알 수 없었습니다만, 태워보니 매우 어리고, 그 시간에 술도 전혀 취하지 않은 것 같아 좀 의아했습니다.
- 알고보니 야간에 버스가 끊기기 전까지 대리운전 알바를 하는 친구였는데, 그날은 시간이 조금 더 늦어 어쩔 수 없어 하다가 다른 대리기사분에게 들은 카풀을 이용하게 된 날이었다고 하네요.
- 다른 대리기사 분은 이 카풀을 업으로까지 하시는 분이 계셨으며, 본인 차로 하기에 더 좋다고 중고차라도 사서 이거 하라고 권유했다던데...저는 개인적으로 반대 했습니다.
- 업으로 하기엔 위법성도 존재하고, 실제 그렇게 돈이 되지는 않았습니다.
(사실 돈이 되는 건 인센티브 때문인거고, 인센티브도 매일 횟수가 정해져 있어 하루 3번 이상 하기엔 좋지 못했습니다. 차종에 따라 다르겠지만, 기름값보다 아주 조금 더 나오며, 시간당 순익을 계산하면 최저임금에 한참 못미치는 수준이었습니다. 대신 등급이 높은 라이더의 경우 한번 태우면 적게는 5천원에서 어떨 때는 만원 이상 추가 인센티브가 있어서 이 경우는 최저임금 이상은 나올 듯 싶었습니다.)


4. 외국계 회사의 연구원으로 짐작되는 남자분
- 이분은 차를 매우 좋아해서 적극적으로 라이더를 하시는 분이었습니다.
- 저는 카풀 어플이 나오고 6개월 정도는 지나고 나서 시작하였던지라, 처음부터 이용하셨던 이분과는 경험치 차이가 많이 났네요.
- 조금 대화하다가 자연스럽게 차이야기가 나오면서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 가장 만족스러웠던 차는 의외로 에쿠스였습니다.(EQ900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네요. 그리고 S클도 당연히 좋았다고 합니다.) 스포츠성은 당연히 꽝이지만, 동승자로써는 그렇게 편할 수가 없다고...
- 본인이 타본 가장 특이한 카풀 차량은 험머 H2였다고 합니다. 심한 골목은 아니었음에도 큰 대로로 나와달라는 부탁에 설마하고 나왔으나, 진짜 H2가 온것을 보고 본인도 놀랐다고...(라이더는 드라이버가 등록한 차종을 볼 수 있습니다.)
- 해당 라이더 분은 그냥 심심해서 나왔고, 그러다가 대화 상대가 있으면 좋겠다 싶어 카풀을 했다고 하네요. 물론 차량 등록은 이전에 재미삼하 했구요.
- 그외 당시 부동산에 막 관심을 가지던 때이고, 마침 올림픽대로를 타고 김포공항 쪽으로 향하는 지라 마곡 이야기가 나왔는데...이분 원래 마곡에 사셨던 분이라고...그리고 마곡이 뜨기 전에 이사가셨다며 매우 아쉬워 하셨던 기억이 있네요.


5. 여의도의 증권가 임원으로 추정되시는 남성분
- 이날은 퇴근이 아닌 집안 제사를 마치고 오는 길이라 평소와 경로가 달랐습니다. 집에서 조금 더 가야했지만, 멀지 않기에 잡은 분이셨네요.
- 한 여름이었는데, 차에 타시고 차 좋다고...자기차 보다 매우 좋다고 칭찬을 많이 하셨는데, 이유는 통풍시트가 있기 때문이었네요.
- 제차는 그냥 흔한 국산 중형차이며, 그분의 차는 K9이었습니다. 이전에 타던 오피러스는 통풍시트가 있어서 당연히 K9에도 통풍시트가 있을 줄 알았는데, 없어서 여름에 타기 싫으시다네요. 그래서 제 차가 여름에는 더 좋은차라고...-_-;;
- 약간 아래 직원이 된듯한 느낌이었지만(제 호칭을 기사님이라고 하셨네요. 노란불에 정지하자 "X기사님...아 신호...좋아 좋아" 이런 식이었습니다.) , 매너는 굉장히 좋았습니다.
- 술은 한잔 하셔서 본인 성격이 나오시는 거 같지만, 무례한 대화는 없었고, 본인 안전하게 태워줘서 너무 감사하며 내리신게 인상깊었네요.
(차 좋다는 말씀을 한번더 한건 덤...-_-;;)


6. 친구들과 모임이 있으셨던 직장인 여성분
- 이날은 카풀이 잡히지 않아 그냥 가던 중 신호대기 중에 보다가 갑작스럽게 콜을 잡아 동승했던 분이었네요.
- 대화하기 굉장히 편하신 분이라 이런 저런 얘기를 했는데, 주제는 택시였네요.
- 본인은 여자로써 택시가 매우 불편하고, 실제 불합리한 경우를 너무 많이 당해서 카풀이 있는 한 택시는 가급적 타지 않겠다는 분이었네요.
- 기본적으로 가까운 거리도 돌아가기 일쑤고, 일부로 반대방향으로 간 다음 U턴하려면 한참 돌아야 한다고 하는 경우도 많고...동료 기사랑 통화하면서 여자 승객이라고 기분 나쁘다는 통화를 대놓고 하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답니다.
- 거기에 정치 이야기, 여자가 등 꼰대성 발언은 덤이구요.
- 카풀의 경우 라이더는 기본적으로 사진이 뜨고, 평점이 있기 때문에 전부 매너가 좋았다는 말이 기억에 남네요.


0. 그외
- 초반에 언급하긴 했지만, 카풀로 이용하기 보다 택시로 생각하는 분들이 제법 있었습니다.
- 도착하면 그냥 바로 뒷문부터 열고 그대로 타시고, 아무말도 없는 분들이 있었네요.(남성분도 1분 계셨으며, 여성분들이 좀더 많았습니다.)
- 가장 최악은 어린 학생(20~21세정도)이었는데, 가는 내내 친구랑 통화하면서 카풀하면 공짜로 탈 수 있다면서 여기저기 통화와 욕설을 하던 친구입니다.
- 당시 카풀어플이 3개(티X카카, 럭X, 풀X스) 있었는데, 경쟁이 심하다보니 원래 택시보다 저렴한 비용에 각종 프로모션...거기에 친구초대하면 포인트까지 주니 공짜로 이용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나보더군요.
- 근데 가는 내내(대략 40분) 친구들 여기저기 전화하면서 자기 추천인으로 올려라...이거 하면 공짜로 택시타는거다라고 하니 기분은 정말 좋지 않았습니다. 거기에 남에게 하는 욕설이라도 듣기엔 거북한 나이라서요. 결국 매너점수 1점 줘버렸네요.



마치며..
1. 6번 케이스를 보면, 여성분들이 확실히 신원을 알수 없는 카풀의 위험성보다 택시를 더 혐오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카풀은 그래도 평점 체계가 잘 되어있고, 바로 얼굴 확인이 가능한 점과...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보험 등에 대한 안내도 확실해서 오히려 믿음을 주나봅니다.

2. 다시 해볼 생각이 있냐에는 'No' 입니다. 당시 여름철이었고, 선릉의 살인적인 주차비(월 17만원)를 좀 상쇄하고자 했던 카풀이지만, 집에 도착하는 시간은 대략 30~1시간 정도는 늦어지는 편이었습니다. 원체 늦게 퇴근했는데, 그 시간 때문에 더더욱 피곤했네요.

좋으신 분들도 많지만...역시나 몇몇 진상들 덕분에 기분이 상합니다.
(평점 3점대 이하는 무조건 거르는게 좋습니다.)

3. 무엇보다 만에하나 사고라도 발생할 경우 보험처리 문제 등 꽤 힘들어질 거 같습니다.
(과실 있는 사고시 동승자와도 대인 합의를 해야합니다. 이러한 부분이 직장동료 사이에서도 카풀을 추천하지 않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참고글 : https://musicholic.tistory.com/95 동승자 탑승 중 사고 시 운전자는 형사합의를 해야할 수 있으며, 적절한 보상 또한 해야합니다.)


* Cascade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9-04-07 18:09)
* 관리사유 : 추천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14
  • 넘모 재밌어요
이 게시판에 등록된 행복한고독님의 최근 게시물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419 기타페미니스트 vs 변호사 유튜브 토론 - 동덕여대 시위 관련 26 알료사 24/11/20 5144 34
1418 문학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 - 오직 문학만이 줄 수 있는 위로 8 다람쥐 24/11/07 1324 33
1417 체육/스포츠기계인간 2024년 회고 - 몸부림과 그 결과 5 Omnic 24/11/05 962 32
1416 철학/종교비 내리는 진창을 믿음으로 인내하며 걷는 자. 8 심해냉장고 24/10/30 1197 21
1415 정치/사회명태균 요약.txt (깁니다) 21 매뉴물있뉴 24/10/28 2312 18
1414 일상/생각트라우마여, 안녕 7 골든햄스 24/10/21 1189 36
1413 문학뭐야, 소설이란 이렇게 자유롭고 좋은 거였나 15 심해냉장고 24/10/20 1820 41
1412 기타"트렌드코리아" 시리즈는 어쩌다 트렌드를 놓치게 됐을까? 28 삼유인생 24/10/15 2116 16
1411 문학『채식주의자』 - 물결에 올라타서 8 meson 24/10/12 1129 16
1410 요리/음식팥양갱 만드는 이야기 20 나루 24/09/28 1411 20
1409 문화/예술2024 걸그룹 4/6 5 헬리제의우울 24/09/02 2283 13
1408 일상/생각충동적 강아지 입양과 그 뒤에 대하여 4 골든햄스 24/08/31 1618 15
1407 기타'수험법학' 공부방법론(1) - 실무와 학문의 차이 13 김비버 24/08/13 2265 13
1406 일상/생각통닭마을 10 골든햄스 24/08/02 2165 31
1405 일상/생각머리에 새똥을 맞아가지고. 12 집에 가는 제로스 24/08/02 1791 35
1404 문화/예술[영상]"만화주제가"의 사람들 - 1. "천연색" 시절의 전설들 5 허락해주세요 24/07/24 1609 7
1403 문학[눈마새] 나가 사회가 위기를 억제해 온 방법 10 meson 24/07/14 2088 12
1402 문화/예술2024 걸그룹 3/6 16 헬리제의우울 24/07/14 1845 13
1401 음악KISS OF LIFE 'Sticky' MV 분석 & 리뷰 16 메존일각 24/07/02 1777 8
1400 정치/사회한국 언론은 어쩌다 이렇게 망가지게 되었나?(3) 26 삼유인생 24/06/19 3025 35
1399 기타 6 하얀 24/06/13 2012 28
1398 정치/사회낙관하기는 어렵지만, 비관적 시나리오보다는 낫게 흘러가는 한국 사회 14 카르스 24/06/03 3270 11
1397 기타트라우마와의 공존 9 골든햄스 24/05/31 2079 23
1396 정치/사회한국 언론은 어쩌다 이렇게 망가지게 되었나?(2) 18 삼유인생 24/05/29 3287 29
1395 정치/사회한국언론은 어쩌다 이렇게 망가지게 되었나?(1) 8 삼유인생 24/05/20 2841 29
목록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