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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9/12/06 00:07:31수정됨
Name   OSDRYD
File #1   Four_doctors.jpg (15.7 KB), Download : 31
Subject   꽃보다 의사, 존스홉킨스의 F4(Founding Four Physicians)


18세기까지 서양의학은 경험주의 바탕하에 약초치료, 동종요법을 주로 시행하는 야매의사들과 옥스브릿지, 괴팅겐등 명문대학에서 배출된 엘리트 의사들로 나누어져 있었다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엘리트의사들을 제외하고는 의사들은 하층민에 속한 낮은 신분이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영국에서 1703-4년 Seal이라는 환자가 Rose라는 야매의사에게 치료 받고 치료비를 떼먹고 도망갔다가 잡혔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Seal은 자기를 치료해준 Rose를 무면허 의료행위로 왕립의사협회에 고발합니다. 처음에는 유죄가 나왔지만 이의신청을 하고 결국 무죄를 받게 됩니다. 이 판결을 기점으로 야매의사들의 신분이 합법적인 General Practioner로 전환되어 이 판결의 별명이 Magna Carta of the General Practioner 이 됩니다. 급기야 William Reed 라는 문맹의 양복장이(tailor)는 안과치료에서 칭송을 받으면서 기사 작위와 함께 앤여왕의 안과의사로 임명되기까지 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영국의 의사계층은 Physician(정규 교육받은 엘리트)-Surgeon(외과의사)-GP(일반의)로 굳어지게 됩니다.

미국은 이러한 시기를 겪은적이 없고 영국처럼 정규 의학교육기관이 없어서 대부분 도제식으로 경험적으로 전달되는 상황이었고 체계적인 의학을 공부하고 싶으면 막대한 비용을 들여서 유럽에 유학을 가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의사들의 신분은 직업적 안정도 없었고, 사회적 권위도 낮았다고 합니다. 어느정도 였냐면, 젊은 사람이 의사를 직업으로 선택하면, 주변에서 왜 인생을 포기하냐고 말린다는 글이 의학잡지에 실렸다고 합니다. 그러던 와중에 18세기후반에 미국에 의과대학이 생기면서 정규교육을 받은 의사들이 배출되니 영국과 마찬가지로 이제 정규 교육을 받은 의사들과 도제교육을 받은 의사들의 갈등이 생깁니다. 우후죽순으로 생긴 의학교를 정리하기 위해서, 미국의사협회에서  미국대학평가를 1908년에 시행했던 에브러함 플렉스너 (교육개혁가이며 의료계 외부인)에게 의과대학 평가를 시킵니다.  그렇게해서 나온 것이 미국의학교육뿐만 아니라 근대의학의 방향을 재정립한 플렉스너보고서입니다. 그는 의사가 아니기때문에 임상교육과 교수진의 수준보다는, 실험시설, 입학기준, 교수진숫자등을 고평가하면서 현재 미국의대시스템을 만들게 됩니다. 

1. 현행 의대를 1/5로 줄인다
2. 의대를 입학하려면 학부를 졸업한 사람으로써 기초의학을 배울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3. 과학적인 방법으로 임상의학을 접근해야 한다
4. 의대가 부속병원을 컨트롤할 수 있어야 한다.등등입니다.

플렉스너는 과학이 의학의 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19세기를 경험의 시대로 폄하하고,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방법으로 단순히 병을 낫게 하는 것은 과거의 의학이고 새로운 시대에는 과학적인 방법론을 바탕으로 엄밀성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 시기의 일반적인 의사들은 과거의 의사들의 지식을 쌓아놓은 비방을 갖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무기였지만, 플렉스너가 원했던 새로운 의사들은 자신을 과학자로 인식하고 이성주의자의 길을 걷는 의사였습니다. 그리고 언급되는 중요한 내용은 자신의 모교인 존스홉킨스의대를 의학교육에 있어서 가장 이상적인 모델로 삼았다는 것입니다. 

존스홉킨스 F4 소개 시작합니다. 병리과 William Henry Welch, 내과 Sir William Osler, 외과 William Stewart Halsted, 부인과 Howard Atwood Kelly 입니다.

1. 병리과 William Henry Welch: 의사였던 아버지의 뒤를 잇고 싶었던 Welch는 당대 최고의 의과대학인 뉴욕의 College of physiciancs and Surgeons(현 컬럼비아 의대)에 입학합니다. 참고로 당시 입학기준은 "읽고 쓸줄 아는 자"였다고 합니다. 후에 존스홉킨스의대 1대 학장으로 세균학을 주로 연구하였고, 위생학과 보건학을 미국에 도입했습니다. 수많은 제자들을 양성하여, 당시 기준에도 대부분의 의대에서 타교 출신을 임용하는 일은 드문일인데, 그의 제자들은 전국으로 펴져나가고 존스홉킨스의 명성을 넓혔다고 합니다.

2. 외과 William Stewart Halsted: 유방절제술을 첫 성공하고, 암절제시 전이를 막기위해서 주변조직을 절제해야 한다는 이론을 전파했습니다. 그외에도 수술의 원칙으로 출혈을 줄이고, 정확한 조직 박리, 멸균시술등을 주장했으며, 당시 수술장 감염을 줄이기 위해서 수술전에 의료진의 손을 염화수은에 소독을 하고 수술하게되는데, 같이 일하던 Caroline Hampton 수술간호사가 손에 피부염을 보이면서 괴로워하는 모습에 라텍스 수술 장갑을 처음으로 도입합니다. (그렇게 눈맞은 둘은 결혼하게 됩니다. ) 그리고 Halsted "Mosquito" Forceps이라는 지혈기구를 고안해서 현재까지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3. 내과 SIr William Osler: 캐나다 출신으로 존스홉킨스에 오기전에 이미 미국에서 유명한 의사였고 타고난 임상의사였다고 합니다. 의대학생들을 강의실에서 선생님들이 말씀을 필기하는 교육이 아니라 환자의 침대에서 그들의 증상을 관찰하고, 신체검사에 집중하라고 가르쳤습니다. 그것은 단순지식의 축적보다 개별환자들의 관찰을 더 중요시 여기는 Bedside Teaching (임상실습을 중요시 여기는 교육)을 탄생하게 하였습니다. 그가 남긴 말은 "책없이 의학을 공부하는 것은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거라면, 환자 없이 의학을 공부하는 것은 아예 바다에 나가지 않는것이다." 임상의학을 중요하게 생각해서 그런지, 오슬러증후, 오슬러결절, 오슬러-립만-삭스 증후군, 오슬러 삼징후등 임상의학에서 자신의 이름을 남겼습니다. 그런 경험을 집약한 교과서 The Principles and Practice of Medicine 는 전국의 의사들에게 인기서적이 되었다고 합니다.

4. 부인과 Howard Atwood Kelly: 유펜을 졸업하고 비뇨기, 부인과 환자들을 담당하고 아마, 의료인들은 이름에서 감이 오듯이 지혈도구인 "Kelly"를 발명하였습니다. 특히나 당시여성의 질병에 대해서 근본적인 병리학적인 진단방법과 외과적인 치료법을 만드는데 주력했습니다. 또한 선구자적으로 방사선을 이용한 암치료를 발전시키기 위해서 퀴리부인과 협업하여 샘플을 얻어왔다고 합니다. 또한 사회운동에도 힘쓰며 매춘녀들의 재활을 위해서 열심히 사회참여운동을 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다양한 개성을 가진 뛰어난 의사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첫번째는 정규과정을 마친 의사, 두번째는 독일유학파라는 것입니다.

독일은 1840년 대에 국가주도로 실기 중심의 의학교들을 폐지하였으며 새로운 실험과학에 근거한 대학중심의 교육을 실시하였습니다. 당시는 과학적 의학에 대한 기대와 낙관주의와 열정이 팽배하였고 미생물학의 발전은 공중 보건의 영역을 확장시켰고 소독 수술법을 발전시켰으며 면역요법을 통한 질병예방의 길을 열었습니다.

즉, 정규과정을 거친 엘리트의사들이 배움에 목마른 상태에서 오아시스로 찾은 곳이 독일의 실험실의학이 되었고, 이것을 도입하면서 현재의 기초의학과 임상의학을 정립하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존스홉킨스가 주목을 받은 것은 기초의학뿐만은 아니었습니다. 과거의 한명의 의사가 환자를 치료하는 것을 관찰하는 도제식으로 수동적 교육에서 피라미드구조로 상급자 레지던트와 상의해서 환자를 치료하면서 병에 대해서 배우는 교육방식을 시행중이던 존스홉킨스는 현대적 의학교육의 본산으로 칭송받습니다. 즉, 레지던트는 풀타임으로 병원에서 숙식(residency)을 하면서 환자를 담당하고 교수는 근처에서 살면서 가끔 병원에 나와서 환자 상태를 확인하는 형태의 교육을 만들어냅니다. 당시에는 수련기간이 정해지지 않아서 일반적으로 7-8년 걸렸다고 합니다.

이렇게 플렉스너 보고서는 과학적 방법론을 도입한 의학, 그리고 그 의학을 능동적이고 체계적으로 교육하는 모습에 주목하였고 이는 현재 전세계의 의학교육의 표준이 되는 사건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플렉스너 보고서가 나온지 100년이 지나서 최근 자체평가를 해본 결과, 너무나 의학커리큘럼이 획일화 되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결국 획일화된 교육방식은 획일화된 의사들을 만들게 되었다는 반성으로 최근 의사교육과정의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는 결론이었습니다. 과학만으로 의학을 접근하기에는 해결되지 못한 부분들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합니다.

Osler 는 이런말을 남겼다고 합니다.  "Medicine is a science of uncertainty and art of probability "
저의 졸견은 지난 20세기가 과학적인 부분을 집중했다면 21세기에는 예술적인 부분에도 눈을 돌려보면 어떨까 합니다.

* Cascade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9-12-17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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