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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1/19 08:30:58수정됨
Name   MANAGYST
Subject   파이어족이 선물해준 세가지 생각거리


오늘은 가벼운 마음으로 한 가정이 #파이어족 이 되어가는 과정을 에세이로 담은 책을 하나 소개합니다.
https://blog.naver.com/ronalee/221777312489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인데, 결코 고민의 무게는 가볍지 않았고, 개인적으로는 생각도 많이 하게 되고, 반성도 하게 되었습니다.
우선 파이어족에 대해서 먼저 설명을 간단히 해보겠습니다.


0. 경제적 독립(FI)과 조기은퇴(RE)를 위한 새로운 접근

파이어족은 경제적 독립을 의미하는 Financial Independence 와 조기은퇴를 의미하는 Retire Early의 줄임말 입니다. 최근 대한민국 전국민이 모두 꿈꾸는 "경제적 자유"를 얻기 위해서 노력한다는 것이지요. 흔히 경제적 자유를 얻기 위해서 뭘해야 할지를 생각하면, 대부분 '로또'나 '창업 대박' 등을 떠올리게 됩니다. 즉, 돈을 더 벌어서 내가 하고 싶은거 하면서 살 게되는 그런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파이어족은 반대로 돈을 더 버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어릴 때부터 소비를 줄여서 은퇴자금을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네이버에 소개된 파이어족에 대한 정의는 다음과 같습니다.

30대 말이나 늦어도 40대 초반까지는 조기 은퇴하겠다는 목표로, 회사 생활을 하는 20대부터 소비를 극단적으로 줄이며 은퇴 자금을 마련하는 이들을 가리킨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젊은 고학력·고소득 계층을 중심으로 확산됐는데, 이들은 ‘조기 퇴사’를 목표로 수입의 70〜80%를 넘는 액수를 저축하는 등 극단적 절약을 실천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파이어족 (시사상식사전, pmg 지식엔진연구소)

그래서 파이어족의 정의에 대해서 알게 되었을 때 첫번째 반응은 다음과 같습니다. 특히 현재를 더 중시하는 욜로족들이 보기에는 파이어족들은 정말 한심해보일 수 있습니다.

1) 어이구~ 아끼다 똥된다. 젊었을 때 안쓰고, 아끼다가 그냥 죽으면 어쩔려구.. 쯔쯔
2) 미래를 위해서 현재를 희생한다고? 난 현재가 너무 소중한데? 루져들 같으니라고.. 쯔쯔쯔

네.. 저도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고, 사실 "파이어족이 온다"는 책을 읽은 후에도 그 마음이 크게 바뀌지 않았지만(파이어족이 되어야 겠다는 생각은 저자에겐 죄송하지만, 전혀 들지 않았습니다 ㅡㅡ;)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통해서 고민해본 몇가지는 소개할 가치가 있는 것 같습니다.

#파이어족, #욜로족



1. 돈에 대한 대화가 어려운 이유

이 책의 주제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돈에 대한 대화?에 대한 고민을 하게해준 18p의 문구를 소개해봅니다.

몇 년 전에 웰스파고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다른 사람에게 가장 말하기 어려운 주제로 '돈'이 뽑혔다. 놀랍게도 죽음, 종교, 정치 모두 돈보다 낮은 순위였다 - 파이어족이 온다, 18p-

이 문구를 보고 최근에 블로그에서 봤던 글귀 하나가 생각났는데, 최근 정말 핫한 블로그인 수미숨님의 글입니다.(개인적으로 알지는 못하지만, 재테크에 대해서 솔직하게 공개하고, 꾸준히 공부하시는 모습이 정말 대단대단!). 암튼 워낙 유명한 블로그이지만, 연초에 쓴 아래 글은 평소보다도 더 큰 화재가 되었습니다.
http://sumisum.com/221759006250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재태크(돈)에 대한 이야기를 솔직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그런 사람이 없어서 슬프다. 혹시 같이 할 사람 없니?" 라는 건데, 놀랍게도 반응이 폭발적이었습니다. 나도 그렇다는 거죠... "맞아 나도 그런 사람 있었으면 좋겠어. 그런데 이 사회는 돈 이야기하면, 이상하게 쳐다보잖아.. 돈을 벌었으면 자랑한다고 뭐라고 할 것 같고, 돈이 없으면 가난하다고 뭐라고 할 것 같고. 돈을 많이 쓰면, 사치스럽다고 뭐라고 할 것 같고, 돈을 아껴쓰면 쫌생이라고 뭐라고 할 것 같고..." 그러니,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혹은 배우자라도 돈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언제나 조심스럽습니다.

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돈은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데 없어서는 안되는 정말 중요한 "것"이라는 것에 대해서 부정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에 대한 대화나 토론을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왠지 모르겠지만, 돈 이야기를 하면 천해보이는 그런 사회적 분위기 때문은 아닐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책의 저자(스콧)와 그의 배우자(테일러)가 파이어족이 되어가는 과정은 참 보기 좋았고, 배울 점이 많았습니다. 돈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꺼내기 위해서 서로를 배려해주는 마음이나, 서로의 가치관을 확인하는 과정들이 섬세하게 묘사되어 있기 때문이죠... 파이어족이 될 것인지 여부를 떠나서 인생의 동반자와 "돈"이라는 어려운 주제를 공개하고, 함께 생각하는 공통의 가치를 위해서 노력하는 과정은 아름답기까지 하더군요.



2. 삶의 가치와 돈(소비)의 방향을 일치시켜라

책의 초반부분에 저자와 배우자가 각자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 중요한 10가지가 무엇인지 적어보는 부분이 나옵니다. 이 부분도 상당히 인상적이었는데, 그 내용을 잠깐 인용해보겠습니다 (p 59)

<아내 목록>
1. 내 아이가 웃는 소리 듣기
2. 남편과 커피 마시기
3. 아이를 꼭 안아주기
4. 산책하기
5. 자전거 타기
6. 와인 한 잔 즐기기
7. 질 좋은 초콜릿
8. 부모님을 비롯한 가족과 대화하기
9. 가족끼리 저녁 식사하기
10. 아이에게 책 읽어주기

<남편 목록>
1. 조비(아이)가 잠들때까지 책 읽어주기
2. 음악 듣기
3. 음주 즐기기
4. 테일러(아내)와 커피 마시기
5. 자전거 타기 등 야외활동에 더 많은 시간 투자
6. 가족을 위해 요리하기
7. 책 읽기
8. 친구 만나기
9. 스포츠 하기
10. 낚시 하기

흠... 너무 모범적인 느낌이어서 거부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긴 하나, 어쨋든 이렇게 두 사람은 서로가 언제 행복을 느끼는지를 알아가게 됩니다. 그리고 소비하는 것이 본인들의 가치와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각자가 생각하는 "삶의 가치"를 위해서 돈을 써야 한다는 사실도 깨닫게 되죠.

이 책에 소개된 여러 사례들은 참 아름답게 묘사되긴 했지만, 가끔씩 거부감이 드는것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아내가 그렇게 소중하게 생각했던, 그래고 엄청나게 큰 행복을 느꼈던 BMW(BMW치고는 매우 저렴하게 구입한) 를 포기한다던지... 너무 살고 싶은 집을 만났지만, 파이어가 되기 위해서 포기한다던 지 하는 부분에서는 미래를 위해서 현재를 지나치게 희생시키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부자가 되는 법을 가르쳐드립니다"라는 책이 소개하는 "의식적 지출 통제"라는 개념을 더 좋아합니다. 의식적 지출 통제란 1)나에게 가치있다고 생각되는 곳에는 돈을 아낌없이(너무 과도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파이어족처럼 극단적으로 현재를 희생하지도 않게) 쓰고, 2) 나에게 가치를 주지 않는 곳(남들이 아무리 가치 있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상관없이)에는 가혹할 정도로 돈을 아끼는 것을 의미합니다. 결국 재테크 혹은 의미 있는 소비생활을 위해서는 "내가 생각하는 가치와 돈을 쓰는 것의 방향을 일치시키도록 노력하는 것"일 것입니다.

#의식적지출통제, #부자가되는법을가르쳐드립니다, #가치



3. 결국 핵심은 "독립적 사고"를 할 수 있는 지 여부

제 딸아이가 벌써 저와 제 아내에게 '잔소리'를 너무 많이 한다는 이야기를 하기 시작할만큼 컸다는 것은 슬프기도 하지만(ㅎㅎ), 그래도 하윤이가 스스로 깨닫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한가지는 "독립적으로 생각하라"는 것입니다. 이 책의 서문의 내용을 잠깐 소개합니다.(7p)

우리 대부분은 돈이 부족할 때는 일을 더 해서 돈을 더 많이 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럴수록 쉴 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상황이 악화되지만, 우리는 그저 허리띠를 더 단단히 동여매고는 (남들이 보기에) 더 좋은 물건을 구입하는 것으로 스스로를 안심시키려 한다.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데 최소한 이 정도 보상은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그만하자. 이는 함정이다. 전부 다! - 파이어족이 온다(7p) -

인용할 때 (남들이 보기에)라는 문구를 넣은 이유는 이 책에서도 '마케팅' 때문에 쓸데 없는데 돈을 쓰는 것에 대해서 강하게 비판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정말 곰곰히 생각해보면, 대부분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도 않는 곳에 돈을 많이 쓰는데 그건 마케팅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마케팅의 영향에서 벗어나 '내가 생각하는 가치'와 나의 소비생활의 방향성을 일치시키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이 제가 강조하는 "독립적 사고"입니다.

개인적으로 투자와 관련된 일을 하기 때문에 독립적인 사고가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 잘 알고 있습니다. 저는 늘 자금운용을 잘하려면 "불편한 포지션을 많이 갖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해왔습니다. 남들과 비슷한 생각을 포트폴리오에 구현하면, 마음이 편한해집니다. 하지만, 그 편한 마음을 갖게 하는 포지션을 남들보다 빨리 구현하지 못하면, 항상 손실을 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불편한 포지션이란 '남들과 다른 생각'입니다. 그리고 이 '남들과 다른 생각'이 아집이나 고집에 그치지 않으려면, 꾸준한 스터디와 엄청난 고민을 해야 합니다. 경험상 독립적인 생각을 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가치는 너무나도 큰 차이가 납니다.

소비와 투자 모두 독립적 사고가 중요하다는 결론이네요 ^^;
소비 관점에서 남들이 한다고 해서 따라서 하지 않도 괜찮을 수 있고, 남들이 가진 것을 내가 가지지 못했다고 부러워하지 않을 수 있으려면, 그리고 내가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곳에만 돈을 쓸 수 있더라도 전혀 불편하지 않을 수 있으려면 ...'독립적인 사고'가 중요합니다. 투자 관점에서도 (부동산이나 테마주들을) 남들이 산다고 해서 우르르 따라가지 않기 위해서는 끊이 없이 공부하고 고민해야합니다.

#독립적사고, #마케팅에속지않는법



4. 내가 파이어족이 되기로 결심하지 않는 이유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것을 느끼며 생각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이어족이 되어야 겠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습니다. 파이어족들이 생각하는 가정에 너무 명확한 한계가 있기 때문이죠.

수익률을 상수로 계산한 것을 보면, '블랙스완(테일리스크)'의 영향력에 대해서 강조하는 나심탈레브 같은 사람이 들으면, 엄청 화를 낼 것입니다. 특히 이 책의 68p에 나오는 내용을 나심탈레브가 읽었다면, 욕을 했을 겁니다. ㅋ

"주식시장이 붕괴해 투자 금액을 거의 잃거나 가치를 상실하면 어쩌지? ...하지만, 파이어에 따른 계산법은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대부분 계산식에서 나온 결과대로 된다. (트리니티 대학의 30년 추정치 연구에 따르면), 4% 인출율은 98%는 효과가 있다" - 파이어족이 온다, 68p -

나심은 이렇게 이야기했겠죠.. "98%는 효과가 있다고...? 2%가 모든 것을 바꿔놓을 거야"

제가 파이어족이 되겠다는 다짐을 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독립적인 생각(소비를 줄인다는 참신한 아이디어)은 높이 평가하지만, '파이어족'이 생기기 시작한 것은 고작 2008년 금융위기 이후이기 때문이죠. 안타깝지만, 파이어족들의 현재를 희생하며 얻고자 했던 경제적 자유와 조기은퇴를 통한 행복한 삶은 그들이 생을 살아가는 동안에 만날 가능성이 매우 높은 '블랙스완' 때문에 현실이 되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X100 큽니다.

극단적인 사고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여기까지 읽으시고, "뭐야~ 그럼 그냥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거네?"라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오늘 강조했던 포인트들은 블랙스완이 아닙니다. 그런 이벤트들은 우리가 예상할 수 없는 시점에 항상 오기 때문에 어떤 방법으로든 대비할 필요가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손 놓고, 아무 생각 없이 사는 것은 더 큰 문제입니다. 1)돈에 대해서 (상처를 주고 받지 않으면서) 주변 사람들 특히 배우자와 더 솔직하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다면, 2)내가 생각하는 '삶의 가치'를 먼저 깨닫고, 그 방향과 나의 소비를 일치 시키려는 노력을 할 수 있다면, 그리고, 3)독립적인 생각으로 소비와 투자를 할 수 있다면, 진정한 의미의 FIRE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나심탈레브, #블랙스완, #테일리스크, #행운에속지마라





* Cascade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20-02-04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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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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