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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3/06 14:27:51수정됨
Name   호라타래
Subject   섹슈얼리티 시리즈 (1) - 성인물 감상은 여성들에게 어떤 이득을 주는가?
섹슈얼리티에 관한 경험 연구 몇 가지를 정리해보려 합니다. 주로 Sexualities 저널의 자료들입니다.

전연령이 접근 가능한 사이트이니 주제는 도발적이더라도 서술은 최대한 건조하고 분석적으로 합니다.
또한 저작권을 고려하여 본문 소개는 최소화하고 이론적 배경이나 문제틀을 보다 세세히 다룹니다.
여러 주제를 소개할 것인지라 분량도 가급적 간소화합니다.

명확하게 결정하지는 않았지만

- 여성의 성인물 시청
- 남성의 애널자위
- 쓰리썸
- BDSM
- 트랜스젠더
- 포니성애자
- 폴리아모리
- 수간

등을 다루게 될 듯합니다. 읽다보면 문제의식이나 틀은 겹치는 경우가 많을 것이고, 저널 자체가 critical theory에 기반하는지라 어떤 해석들은 보시기에 따라 의아하실 수도 있다는 점을 미리 밝힙니다. 편하게 비판해주시고, 혹여나 문제가 된다면 바로 신고를 눌러주세요. 지금의 서술 방식이 공개된 장소에서 논의하기에 적합한 방식인가 아닌가를 고려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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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sser, S., Parry, D., & Penny Light, T. (2019). Nurturing the erotic self: Benefits of women consuming sexually explicit materials. Sexualities, 22(7–8), 1234–1252. https://doi.org/10.1177/1363460718791898

개요

전통적으로 성인물 소비 연구는 남성의 성인물 소비가 어떤 식으로 여성 파트너나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지를 탐색했어요. 포르노그라피를 보면서 왜곡된 남성들의 인식이 여성을 대상화하거나, 여성들이 포르노그라피를 통해 왜곡된 여성 신체상을 받아들이면서 스스로를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된다거나 하는 식으로요. 이러한 연구들은 분명 유효하지만, 최근에는 조금 다른 연구들도 나오고 있어요. 여성들이 성인물 소비를 통해 어떤 이득을 얻을 수 있는가를 탐구하는 연구는 그 중 하나에 속해요.

2014년 나온 Beth Montemurro의 Deserving Desire: Women’s Stories of Sexual Evolution는 Erotic self 그러니까 성적인 자아상이 지닌 중요성을 강조했어요. 성적 주체성 (Sexual Subjectivity)는 "성적 조우에서의 주체성(agency in sexual encounter) 즉, 성적인 욕망을 지니고, 이를 실행에 옮기는 능력 (pp. 20-22)"을 뜻하는데, 생애과정 속에서 성적 주체성을 잘 발전시킨 여성들이 성적 경험을 긍정적으로 할 가능성이 높지요. 성적인 자기탐색은 단순히 쾌락으로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성적 정의(erotic justice)라는 관점으로 자연스레 연결되어요. 성적인 관계는 쾌락 뿐만 아니라 사랑, 돌봄, 타인과의 연결과 긴밀하게 결부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관계에 기반하는 존엄과 평등으로 이어지게 되거든요.

성적 주체성의 발전 과정에서 성인물 소비가 어떤 영향을 주는가?라는 질문은 바로 위에 언급했던 맥락 속에 놓이지요. 그렇지만 여타의 성인물이 어떤 식으로 섹스를 묘사하고, 구성하는가는 페미니즘이 격렬하게 비판했던 지점이기도 해요. 1970년 후반에 시작된 안티 포르노그라피 운동은 포르노그라피가 남성과 여성 사이의 위계적인 관계를 재생산하고, 여성 신체를 비인간화/상품화한다고 지적했어요. 하지만 이러한 포르노 반대 담론은 반대로 여성의 섹슈얼리티, 판타지, 성적인 자기탐색을 검열하는 효과를 낳기도 했어요. 여성들이 자신의 성적 지향을 둘러싸고 죄책감, 수치심, 혼란을 느끼는 것을 강화했거든요.

그래서 포르노그라피를 찬성하는 페미니스트들은 성인물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생산 과정이나 내용을 비판하고, 여성들이 성인물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성적인 자기탐색이나, 성적 주체성의 발전은 그대로 남겨두자고 주장해요.

이 연구는 이러한 맥락 속에 위치해요. 저자들은 28명의 여성들과 인터뷰를 해서 그들이 어떤 식으로 성인물을 소비하고 그 속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얻었는지 탐색했어요. 연구참여자들은 대다수가 백인 여성이고, 대학교 이상의 교육을 받았어요. 성적 정체성은 다섯은 이성애자, 여섯은 양성애자, 여섯은 범성애자, 둘은 퀴어, 한 명은 동성애자, 한 명은 젠더 플루이드였고, 남은 한 명은 성향을 밝히지 않았어요. (그 외의 다른 연구참여자 특징들은 원문 1238-1239 페이지를 참고해주시기 바라요) 이러한 연구참여자 특징을 감안하고 본문을 봐주시면 됩니다.

본문 중 일부

아래의 내용은 모두 가명입니다. 본문 중 절반의 장만 소개하고, 그 중에서도 많이 덜어냈습니다.

성인물 소비의 개인적 이득은?

인터뷰 도중 연구참여자들은 개인적인 이득을 자주 언급합니다. 특히 성인물 소비가 자신들의 성적 자아를 발견하는 과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고 하지요. 성적 지향(sexuality), 성적 행위(sexual practice), 성적으로 자유로워지거나(liberation), 성적 역량감(empowerment)을 느끼는 것을 모두 포함해서요. 예를 들어, 매기(Maggie)는 섹스에 대한 이야기를 쉬쉬하는 매우 종교적인 집안에서 자랐는데, 20대 중반에 성인물을 보면서 자신의 신체를 알아가기 시작했다고 해요.

"살다가 어느 순간에 의식적으로 결정을 내렸어요. 이게 내가 알아가고 싶은 것이다 이런 결정이요. 그리고 여러 가지 수단을 동원했어요. 성인 잡지를 사고, 포르노를 보고, 바이브레이터를 샀어요. 무엇이 나를 흥분시키는지 탐색하고, 스스로에 대해서 하나씩 하나씩 알아가기 시작했어요. (I kind of made this very intentional decision at some point [that] this was something I wanted to explore and I did that through lots of means. I bought erotica. I looked at porn. I bought a vibrator ... exploring what turns me on and learning about myself a little)" (p. 1241)

피오나(Fiona)는 보수적인 농촌 공동체에서 자랐지만, 동성애에 끌림을 경험했어요. 어느 날 케이블 TV에서 나온 레즈비언 섹스와 관계를 다룬 자료는, 그녀가 스스로를 발견하고 받아들이게 된 중요한 계기였지요.

"저는 카톨릭 학교에 다녔고, 16살이 되기 전까지 레즈비언이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이 없었어요. 그래서 제가 어떤 느낌을 가지는지도 완전히 몰랐고, 동성에게 끌림을 느낄 때마다 억누르려고 노력했어요... The L-Word라는 프로그램이 기억나요. 저는 프로그램의 일분 일초를 다 사랑했어요. 제가 주변에서 볼 수 있던 거라고는 머리를 짧게 짜른 여자 하키 선수들 뿐이었거든요. 제가 레즈비언이라는 걸 깨달았을 때, 이런 하키 선수들의 모습은 제가 지향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었어요. 전 머리를 자르고 싶지 않았거든요. L-Word에서는 여성적인(femine) 레즈비언들이 나왔고, 그런 관계도 좋다고 나와있었지요. 그래서 저는 "그래, 할 수 있어. 이래도 괜찮아"라고 스스로에게 말했어요. (I went to a Catholic school and had never heard the word ‘‘lesbian’’ until I was 16. So I didn’t really know completely what was going on and if I did I was kind of trying to suppress it ... I remember watching [The L-Word] and just like loving it, loving every minute of it. Like the only thing I had access to growing up would have been female hockey players with the short haircuts. And I remember thinking .. . when I realized I was gay, this has nothing to do with me. I don’t want that .. . I don’t want to cut my hair off. So I was watching the L-word and seeing more feminine lesbians and seeing relationships work. I was like, ‘‘OK, I can do that. This is OK.’’)" (p. 1241)

성인물 소비는 여성들이 자신의 신체나 정체성을 수용하는 계기가 되기도 해요. 케샤나(Keshana)는 자신을 풀 사이즈 우먼(full-size woman)이라고 기술했어요. 성인물 소비는 그녀가 big, beautiful woman (BBW)라는 장르를 통해 자신과 같은 사람들도 누군가에게 성적으로 매력적일 수 있다는 걸 깨닫게 해주었지요.

성인물을 통해 성적 행위를 배우고, 자신의 포지션을 배우는 경우도 있어요. 실비아(Sylvia)는 팬픽이나, 야설이 어떻게 BDSM을 안전하고 즐겁게 하는지 배우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언급해요. 에리얼(Ariel)은 어떤 식으로 클리토리스 자위를 하는지 글을 통해 배웠다고 밝히고요.
자위 행위는 터부시되지만 인간이 스스로의 성적 역량감을 발전시키기 위해 중요한 수단이에요. 여성의 자위 행위가 사회적으로 터부시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자위를 위해 포르노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행위는 기존 사회 질서에 도전하는 의미를 지니게 되기도 해요. 코라(Cora)는 여성의 성적 지향을 통제하려는 사회적 강요에 반항한다는 의식이 뚜렷했어요. "세상한테 엿이나 먹으라는 거지요. 내가 뭘 할 수 있고 없는지, 뭘 볼 수 있고 없는지 통제할 수 없다고 통제하게 두지 않을 거예요 (‘‘it’s a bit of a fuck you to society. I’m not going to let you tell me what I can and cannot do, watch, cannot watch [or] read.’’). 자씬타(Jacinta)도 비슷한 이야기를 해요. "전 오르가즘을 느낄 때 내가 내 뜻대로 할 수 있다는 힘을 느껴요 ...나는 여성이고, 난 포르노를 보고 있다고!"

소비를 둘러싼 긴장

연구에 참여한 여성들은 사회가 남성보다 여성의 성인물 소비에 덜 수용적이라는 걸 인식하고 있었어요.

"여자가 포르노를 소비하는 건 더 금기시되요. 제가 포르노 본다고 솔직하게 밝히면 다니면 이상한 X 취급 받을걸요. 심지어 여자 친구들한테 "야 나 일주일이나 이주일에 한 번은 야동봐"라고 말해도 미친X 취급 받을 거구요. 남자애들은 달라요. 걔들은 남자애들이 똑같이 말하면 "야 신작 나왔냐?"라고 답할걸요. 여자들이 포르노 본다는 건 더 낙인을 지니고, 더 금기시되어요. '그런 일을 하는 건 숙녀답지 않아요'라는 개소리나 듣겠지요. 여자들은 욕 먹거나 질책 당하고, 지니치게 성적인 행위는 꺼리게 된다고 생각해요 (... [it’s] more taboo for women to consume [porn]. I think it’s still an oddity to speak about it frankly or even if a female friend of mine said ‘‘Oh yeah, I watch porn like once or twice a week,’’ I’d probably think woah, that’s pretty crazy. But if a male friend said that he watches porn once or twice a week, I’d probably be like ‘‘yeah, what else is new?’’ So I think that there is a bit of a stigma or it’s a little more taboo, and it’s actually bullshit because it is really couched in ‘‘it’s not very ladylike to do that kind of thing,’’ which is crazy. I do think that probably women don’t get to be overly sexual without that being criticized or interrogated.)" (조지아 Georgia) (p. 1244)

이런 인식들 때문에 여성들이 성인물 소비를 통해 얻는 이득에는 다소의 긴장감이 섞여들어가 있어요. 주로 수치심이나 불편함과 연결되지요. 기독교 가정에서 자란 앨리슨(Alison)은 성인물을 볼 때 때때로 종교적인 수치심에 사로잡힌다고 얘기해요. "섹스는 모두 악이고 나쁜 거라고 배웠었어요" (you’re taught that anything ‘sex’ is kind of bad or evil.) 자씬타 또한 가족들이 청소년기에 자신의 검색 기록을 살펴봤던 기억이 큰 충격으로 남아있다고 밝혀요.

긴장감은 연구참여자들이 지닌 여성으로서의 문제의식과, 성인물 속에 표현되는 여성의 차이에서도 기인해요. 케샤나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해요.

"저는 제가 보는 것들을 처리하려고 노력해요. 이게 무슨 뜻이냐면요. 저는 여성이고, 영상에 나오는 이 여자에게는 나름의 여러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아요. 그녀에게도 이러한 방식으로 영상에 등장하는 걸 선택한 이유가 있었겠지요. 그럼 제가 포르노를 보는 건 여성이라는 저의 한 부분에 대한 연대일까요? 아니면 배신일까요? (I’m processing what I’m looking at. I mean, I’m female and I can see that there are many reasons for this woman, this visual that I’m looking at, for her .. . choosing to use her body in this particular way, Is this an act of solidarity on my part [or] is this an act of complete betrayal that I continue to consume this?)" (p. 1245)

브리기테(brigitte) 또한 포르노 산업이나 그 안에서 여성 배우들이 어떤 취급을 받는지에 대해 들려오는 부정적인 소문을 얘기하면서, 거기에 기여하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밝혔어요.

이런 우려 때문에 몇몇 여성들은 포르노를 고를 때 윤리적으로 생산되었다고 생각하는 포르노를 고르기도 했어요.

논의 / 결론

이 부분은 저자 고유의 해석이 드러나는 부분이니 생략할게요. 관심있으신 분들은 원문을 찾아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코멘트?

간단한 논문이었어요. 이론적인 도구도, 인터뷰에서 다루는 주제들도 간결해요. 제 개인적인 입장에서는 인터뷰가 얕게 이루어진 건가? 싶을 정도로 간단한 내용만 나왔지만, 그럴리는 없을테니 여기에서 다 쓰지 않은 연구 결과들은 또 다른 논문으로 쓰시지 않을까 예상해봅니다. 일단 직접적으로 인식을 드러낸 것만으로도 나름의 의의가 있다 생각해요.

저자들도 밝히고 있지만, 한 가지 당부하자면 연구참여자들 다수가 대학을 나온 백인 여성들이라는 점을 감안하셔야 해요. 인종을 고정된 실체가 있는 것으로 물화하여 바라보는 건 문제지만, 어쨌거나 인종이라는 사회적 구성은 사람들의 자기 정체성에 영향을 미치거든요. 성인물 소비를 둘러싼 긴장 부분에서 드러난 윤리적 고민이나, 페미니즘적 저항이라는 인식은 연구참여자들의 사회적 배경과 연결하여 이해해 볼 수도 있겠지요.

만약 계속해서 연재를 이어갈 수 있다면 다음에는 남성의 애널자위 경험을 조사한 연구로 돌아와보도록 하겠습니다.


* Cascade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20-03-20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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