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원들이 추천해주신 좋은 글들을 따로 모아놓는 공간입니다.
- 추천글은 매주 자문단의 투표로 선정됩니다.
Date 15/06/04 19:17:07
Name  
Subject   한 잔의 완벽한 홍차를 만드는 방법


http://pgr21.com/?b=8&n=58691
옆 동네에 인식론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했습니다. 근데 사실 이런 얘긴 별로 의미가 없지요. 
통계적으로 참이고 통계적으로 정당하면 그게 지식으로 받아들여지는 세상이니까요. 
통계가 무엇이 지식인가에 대한 대답은 해결해주진 못하겠지만, 
그것조차 통계를 기반으로 신경과학이 차차 답변해주리라 예상합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얼마 전에 책을 읽다가 본 통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 소개해볼까 합니다.


영국은 홍차의 나라입니다. 홍차의 나라답게 홍차를 어떻게 만들어야하는지에 대한 논란도 대단했나봅니다.
가장 큰 논란은 우유가 먼저인지(MIF, Milk In First), 홍차가 먼저인지(MIA, Milk In After)였다고 합니다.



그런 논쟁 와중에 1930년대 영국에 어떤 여성이 자기가 밀크티에 
홍차를 먼저 넣었는지, 우유를 먼저 넣었는지 구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고 합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그럴 리가 없잖아요? 화학적으로는 다르지 않을 것 같으니까요.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그 이야기를 다 우스꽝스러운 소리로 들었다고 합니다.
단 한 사람을 제외하고요. 그 사람이 바로 로널드 피셔, 현대 통계학의 아버지입니다.



피셔는 그녀가 정말 밀크티에 무얼 먼저 넣었는지 구분할 수 있는지 실험을 제의했습니다. 
실험방법도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당시에 사용했던 방법들은 우연을 배제하기엔 너무 조악해서, 
그때 처음으로 도입한 실험방법이 바로 무작위추출(randomization)이었습니다.  



통계를 잘 모르지만 이해한만큼만 간단히 설명해보면, 
홍차를 먼저 넣은 밀크티 네 잔, 우유를 먼저 넣은 밀크티 네 잔, 총 여덞 잔을 준비합니다. 
그리고 모든 잔을 랜덤으로 섞은 뒤에 한 종류의 밀크티 네 잔을 모두 골라내게 하는 겁니다.


이 방법을 쓰면 모두 골라낼 확률이 1/70이기 때문에 그녀가 운좋게 골라낼 확률을 배제할 수 있습니다.
지금에서는 이상하지 않은 방법인데 예전에는 그런 방법을 쓰지 않았나봅니다.
근데 사실 저는 표만 봐선 이게 뭔지 잘 모르겠군요--;



피셔의 ‘실험계획법’에는 결론을 제외한 여기까지의 이야기만 소개되었는데, 
피셔의 동료에 따르면 결과적으로 그녀는 1/70의 확률을 뚫고 모두 맞췄다고 합니다. 
그 정도면 우연이라고는 볼 수 없는 확률이겠지요. 믿기 힘들지만 미각이 대단했나봅니다.
그런데 그녀는 어떻게 맞췄을까요? 이게 정말 차이가 난다면 왜 그런 차이가 나는걸까요?

조지 오웰은 한 에세이에서 홍차를 먼저 넣으라는 레시피를 소개한 적이 있는데, 
조지오웰 탄생 100주년으로 2003년 영국왕립[화학]협회에서
<한 잔의 완벽한 홍차를 만드는 방법>이라는 주제로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그가 소개한 것처럼 뜨거운 홍차에 우유를 넣으면 우유 단백질이 변성된다고 합니다.
이렇게 되면 차의 향과 맛이 떨어진다고 하는군요.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해보세요.


사진은 ChangSchool에서 만든 동영상(https://youtu.be/lgs7d5saFFc)을 캡쳐했고, 
표는 위키피디아(http://en.wikipedia.org/wiki/Lady_tasting_tea)에서 캡쳐했습니다.


* Toby님에 의해서 자유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5-06-17 15:34)
* 관리사유 : 추천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0
    이 게시판에 등록된 님의 최근 게시물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979 일상/생각집밥의 이상과 현실 42 이그나티우스 20/07/06 5352 46
    929 기타고구려 멸망 후 유민들의 운명 12 이그나티우스 20/03/01 5300 9
    924 정치/사회봉준호 감독 통역을 맡은 최성재(Sharon Choi)씨를 보면서 한 영어 '능통자'에 대한 생각 31 이그나티우스 20/02/19 6735 23
    948 일상/생각아싸, 찐따, 혹은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 11 이그나티우스 20/04/17 5595 17
    633 기타아픈 고양이 돌보기 1 이건마치 18/05/15 5534 10
    607 일상/생각동생의 군생활을 보며 느끼는 고마움 7 은우 18/03/29 5566 10
    851 일상/생각문제를 진짜 문제로 만들지 않는 법 14 은목서 19/08/26 6406 64
    381 기타내 마음을 바꿔 봐. 39 은머리 17/03/05 6504 11
    368 기타현실 직시하기, 그것의 어려움 39 은머리 17/02/17 7233 14
    9 문화/예술한 잔의 완벽한 홍차를 만드는 방법 17 15/06/04 11387 0
    1083 기타요즘 나오는 군대 빈찬합 관련 뉴스에 대해.. 36 윤지호 21/04/22 5496 20
    1075 일상/생각200만원으로 완성한 원룸 셀프인테리어 후기. 30 유키노처럼 21/03/28 4582 50
    19 요리/음식그릭 요거트. 그리고 리코타 치즈. 17 유리한 15/06/10 11299 0
    470 과학뫼비우스의 띠에 대한 오해 바로잡기 20 유리소년 17/07/11 6275 14
    794 의료/건강마약은 무엇을 가져가는가? 헤로인 17 월화수목김사왈아 19/04/15 8434 26
    793 의료/건강마약은 무엇을 가져가는가? 코카인, 히로뽕 6 월화수목김사왈아 19/04/15 8300 18
    211 일상/생각아버지는 꿈꾸던 시베리아의 새하얀 벌판을 보지 못할 것이다. 4 원더월 16/05/30 4730 7
    641 정치/사회나도 노동법 알고 알바해서 인생의 좋은 경험 한번 얻어보자! 9 우주최강귀욤섹시 18/06/02 6675 25
    852 일상/생각강아지를 잘 기르기 위해서 4 우유홍차 19/08/26 4604 26
    326 일상/생각. 14 우웩 16/12/19 5269 21
    321 일상/생각. 17 우웩 16/12/12 5170 33
    700 기타냉동실의 개미 4 우분투 18/09/16 5197 15
    1047 일상/생각열아홉, 그리고 스물셋 15 우리온 21/01/01 5046 44
    1164 역사자주포란 무엇인가? - (1) 자주포 이전의 대포 18 요일3장18절 22/01/26 3879 12
    1303 일상/생각난임로그 part1 49 요미 23/05/21 3451 69
    목록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