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유할 맛집 정보 글을 올려주세요.
Date 15/10/28 23:58:22
Name   마르코폴로
Subject   [을지로3가] 산수갑산


음식점을 방문했을 때 대략 3가지의 느낌을 받습니다. 마침표와 물음표 그리고 느낌표정도로 표현 할 수 있겠네요.
마침표의 경우 '맛이 없다.' 혹은 '맛있다.' 는 느낌을 받는 집입니다. 전자의 경우 대표적으로 신사동의 유명한 치킨 맛집이 있겠고, 후자의 경우
연희동에 위치한 '에토테카오토'같은 집을 들 수 있겠네요.
물음표의 경우 '맛은 있다. 그런데 이 가격에 또 먹으러 와야 할까?' 정도의 감상이 남는 식당입니다. '난 커피가 더 좋아'님이 맛집게시판에 리뷰를 남겨주신
조선호텔의 스시조 같은 식당이 그런 경우입니다. 맛이 없으면 안될 것 같은 가격을 자랑하는 식당들이 대개 이쪽 부류에 속합니다. 물론 스시조는 다른 호텔 식당과
비교하면 상당히 좋은 식당이라고 생각합니다. 가격을 제외하고 생각해보면 서울에서 스시 먹을 때 이만한 집이 또 없습니다. 하지만 현실이 시궁창인지라...
마지막으로 머릿속에 느낌표가 찍히는 식당이 있습니다. '이 가격에 이런 음식이라니' 싶은 가게가 이쪽에 포함됩니다.
을지로에 위치한 산수갑산의 경우 느낌표가 찍히는 식당입니다.

상호인 '산수갑산'은 '삼수갑산'을 잘못 표기한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에 삼수와 갑산이라는 지명이 있는데 이 둘을 묶어서 보통 삼수갑산이라 부릅니다.
둘다 혹독한 기후와 험한 산세때문에 귀양지로 유명했다지요. 하지만 삼수든 산수든 맛만 있다면 무슨 문제겠습니까.
어쨌든 본격적으로 소개해보자면 산수갑산은 순대집입니다. 순대국, 순대정식, 순대모듬 등을 판매합니다.
저는 혼자 방문하면 순대정식을 먹고 지인들과 같이 가는 날엔 순대모듬을 시키곤 합니다.

-순대모듬(2인분인 듯 합니다.)

이 집에서 음식을 먹다 보면 한국에서 순대가 음식으로서 자리한 지점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는데, 그게 또 재미있습니다.
내장을 이용한 요리들이 으레 그렇듯이 순대도 제대로 만들기 위해서는 손이 많이 갑니다.
내장은 다른 부위에 비해 잡냄새가 강하기 때문에 세척하는 과정에서 인력이 필요할뿐더러 세척 후에 삶는 과정에서도 제대로 삶기 위해서는 경험있는 숙련자가 필요합니다.
너무 오래 삶으면 식감이 죽어버리고 덜 삶으면 질겨서 먹기가 힘들기 때문이죠.
이렇듯 제대로 된 순대를 만들기 위해서는 상당한 인력을 필요로 하고 그것은 비용 상승이라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그리고 결국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죠.
그러나 상당수의 사람들에게 순대는 분식,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죠. 비싼 돈을 지불하고 구매하고자 하는 상품이 아닙니다.
이런 현실에서 공급자는 선택을 해야합니다. 그리고 현실과 타협해서 만들어진 첫번째 결과물이 우리가 지금 흔히 먹을 수 있는 공장형 순댑니다.
내장 중 얇고 싼 부분을 외피로 쓰고 돼지 선지를 섞은 당면을 잔뜩 집어 넣어서 생산 단가를 낮춥니다. 맛은 어느정도 포기하는거죠.
그러다보니 순대 자체의 잡내도 심하고 같이 나오는 내장의 경우 질기거나 퍽퍽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야말로 싼맛에 먹는 분식이지요.
그리고 두번째 결과물이 산수갑산과 같은 형태의 순대입니다. 재료에서도 기능적인 부분에서도 흠잡을 곳이 없습니다. 대신 한국에서 흔히 쓰는 방식으로 사람을 갈아 넣습니다. 이 정도로 잘 만든 순대를 싼 가격으로 내놓기 위해서는, 식당에서 일하는 주인 아주머니와 고용된 아주머니들의 노동력을 제대로 가격에 반영하는 것이 불가능 할 겁니다.

- 순대국

산수갑산 순대의 경우 대창으로 만든 외피에 찹쌀과 선지로 속을 채워넣었는데, 식감도 맛도 만족스럽습니다. 그리고 같이 나오는 돼지고기와 내장 부위들도 너무 잘 삶았습니다. 심지어 돼지의 간(분식집에서 먹는 그 퍽퍽한 부위, 습관적으로 퍽퍽하다 표현하는.)조차 촉촉함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내장들은 질기거나 흐물거리지 않고 적절히 잘 삶겨 식감이 좋습니다. 순대의 외피로 쓴 대창의 경우 처음엔 쫄깃하다 조금 씹다보면 녹아서 사라집니다. 겉보기엔 외피가 두꺼워 보이지만 전혀 질기지 않습니다.
순대국의 경우도 기본적으로 좋은 재료에 내용물도 푸짐합니다. 국물은 너무 탁하지 않고 맑은 느낌이라 개인적으로는 맘에 들었습니다.
가격도 싸서 순대국 6,000원, 정식 9,000원, 순대모듬 16,000입니다. 정식은 밥과 건더기 없는 순대국물, 순대모듬 절반정도의 양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순대모듬은 하나 주문하면 둘이서 술안주로 충분히 먹을 수 있을 정도의 양입니다. 질로만 따진다면 절대 서민음식으로 볼 수 없을 만한 음식을 서민음식의 가격에 먹을 수 있는 곳입니다.
밑반찬으로 나오는 석박지가 단맛이 좀 강한 것과 화장실이 불편했던 점을 제외하면 흠잡을 곳이 없는 식당입니다. 사실 몰래 혼자서만 가고 싶은 곳이지요.
누가 가도 만족할 만한 좋은 식당입니다.



사진은 구글이미지에서 가져왔습니다.


위치첨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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