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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6/12/19 03:10:34
Name   에밀
File #1   438bd7c1112dc6700f9822d16d9ced0a1a09c357.jpg (950.2 KB), Download : 8
Subject   <바르샤바 1944>와 바르샤바 봉기


<바르샤바 1944>는 제2 차 대전 말기에 아직 독일군의 점령 상태였던 폴란드의 수도 바르샤바에서 있었던 '바르샤바 봉기'를 다룬 폴란드 영화입니다.
폴란드 영화 보신 적 있으세요? 우리와 가까운 나라가 아니다 보니 그 동네의 문화와는 교류가 적었고, 그래서 전 아는 게 많지 않았습니다. 기껏해야 폴란드 공? ㅋㅋㅋㅋㅋ 아무튼 마찬가지로 폴란드 영화도 처음 봤어요. 부산국제영화제에도 초청받은 작품이고, 폴란드 국뽕(?)을 다룬 영화이기에 폴란드에서의 인기가 선풍적이었다고 하는데요. 저야 영화를 많이 보지 않는 편이기에 잘 모릅니다만 개인적 느낌은 묘한 영화였습니다. 어떤 점이 그랬느냐 하면

우선 사실적인 장면들이 많았습니다. 19금 딱지를 달고 나온 영화이기에 피가 튀는 장면이 많은데, 전쟁을 다룬 영화에서 피가 튀지 않으면 영상에서 벌어지는 전쟁에 대한 체감이 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도심에 포탄이 떨어지고 도망가는 여주인공의 머리 위에 피가 후두둑 쏟아지는 대목이었습니다. 그 때 독일군은 바르샤바를 포위하고 무시무시한 열차포까지 쏴댔거든요. 열차포는 구경이 어마어마한데 그런 포가 떨어졌을 때 발생하는 폭발력과 화염이 잘 묘사되었습니다. 또 봉기군의 엉성함을 연출한 점도 사실적 특징이었습니다. 이런 레지스탕스들이 등장하는 영화에서 그들은 대개 잘 준비된 특수부대 같은 면모를 보여줬습니다. 주인공과 동료들이기 주로 레지스탕스 역할이기 때문인 것 같은데, 실제로 이 사람들이 그랬으리라 생각하기는 어렵습니다. 아마 이 영화에서 표현한 것처럼 군기도 개판이고 전투도 제대로 벌이기 힘든 수준이었겠죠. 덕분에 현실적이지만 '저게 뭐야.' 하는 생각도 많이 듭니다. 약~간은 다큐멘터리 같아요. 그 외에 등장하는 무기들이 잘 보여서 좋았습니다. 봉기군들의 열악한 무장 상태를 잘 드러내는 다양한 -.- 총기와 마지막에 등장하는 판터 전차도 반가웠어요. 근데 이건 제가 밀덕 성향이 약간 있어서 그런 거고... 또 포격으로 걸레짝이 된 도시나 마지막에 보여주는 불타는 바르샤바의 야경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근데 둘째로, 어설픈 장면이 또 많았습니다. 앞서 말한 '저게 뭐야.'가 '무슨 영화 주인공이 저래?'였는데요, 이번엔 등장 인물들이 사람같지 않은 행동들을 해서 같은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뭐랄까, 발리우드 느낌이었어요. 과장된 행동들, 과연 저기서 사람이 저렇게 행동할까 싶은 장면들, 위에서 얘기했던 사실적인 연출 요소들과 달리 인물들의 행동에는 또 왜 저렇게 하는 거지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장면들이 오면 슬로우 모션에 경쾌한 음악을 깔고 화려한 CG를 넣는데요, 이것들도 확 깨더라고요.
왜 저걸 또 저렇게 해?? 발리우드인가??
폴란드 영화를 처음 봤는데 인상이 그다지 좋지는 않네요.

그래서 묘했습니다. 사실적으로 묘사해 다큐멘터리 같으면서도 무언가 어설픈 장면들이 자꾸 보여서 거슬리는 묘한 영화였어요. 그래도 이런 종류의 영화들이 꼭 다루는 전쟁의 참혹함은 충분히 느낄 수 있었고, 후반부 두 등장인물의 뒤바뀐 대치는 그걸 보여주려는 의도였던 것 같아요. 이런 의도가 부족한 제게도 보일 정도면 곤란하지 않나 싶은데... 근데 또 엔딩은 좀 물음표였습니다. 마찬가지로 또 어설펐죠. 그리고 여주인공 역할을 맡은 배우가 참 예뻤습니다. 워낙 예뻐서 극 중 만나는 남자들마다 침을 흘리고 달려드는데, 저도 달려들 뻔... http://www.imdb.com/name/nm5851109/
조피아 비흐와치(Zofia Wichlacz)라는 95년생 폴란드 배우인데 참 예쁩니다. 폴란드 영화에 주로 나올 테니 또 보기는 힘들겠죠? ㅠ 19금 영화답게 가...가슴 노출까지는 있사오니 어서 왓챠플레이로 달려 가세요.

사실 영화 얘기를 하고 싶었던 건 아니고 바르샤바 봉기에 대한 질문을 하고 싶었습니다. 바르샤바 봉기가 일어난 시기는 소련군의 바그라티온 작전으로 독일군이 점령한 소련 영토를 탈환하고 나아가 비수와 강까지 진출해 독일을 코앞에 둔 시점이었습니다. 소련이 접근하고 있는 지금이 기회라고 생각해 폴란드 내부에서 저항하던 국내군이 대대적으로 봉기를 일으킨 거죠.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소련의 공세는 숨돌리기를 해야 하는 타이밍이었고 봉기군은 2달을 필사적으로 버텼으나 결국 괴멸당하고 맙니다. 궁금한 건 '왜 그들은 봉기를 일으켰나?'입니다. 소련에 의해 해방을 맞을 경우 공산화 및 소련의 속국화를 피할 수 없고 그를 막기 위해 자신들의 힘으로 해방을 이루겠다는 의도인 건 알겠습니다만, 그럼에도 봉기군은 끝까지 소련군이 오기만을 기다렸다는 게 아이러니입니다. 독일의 패배는 이 때 이미 정해진 일이었고 그 시점도 길어야 반 년이었을 겁니다. 실제 역사에서는 3달 정도 뒤였죠. 이 세 달을 앞당기기 위한 시도에서 10만 명 이상의 바르샤바 민간인들이 죽었습니다. 물론 얌전히 소련 점령을 기다렸다면 소련을 곱게 생각하지 않던 민족주의 계파는 도망치거나 숙청당했겠습니다만, 수십만 시민의 목숨과 바꿀 정도의 가치였을까요? 봉기군이 그리던 바르샤바에서 버티다 소련군이 독일군을 몰아내면 해방이라는 시나리오에서도 소련은 공산주의 계열 봉기군 인사들로 공산 정부를 세우고 속국을 만들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연합군이 폴란드를 위해 결사적으로 소련에 맞섰을 것 같지도 않아서요. 광복군이 미군 협조 없이 자신들만의 힘으로 독립을 이루겠다며 홀로 한반도에 상륙했다면 비슷한 그림이었을까요. 저항과 의기는 높이 평가합니다만, 과연 조직을 드러내고 전면적으로 독일에 맞서야 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미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내긴 했습니다만 부족한 저로서는 판단하기가 어렵습니다. 바르샤바 봉기를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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