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7/05/09 03:00:11
Name   Emile
Subject   홍차넷에서도.
소수파는 어떤 지형에 존재하는 것 그 자체로 이미 힘들어요. 제가 이전에 문 지지자 분들 보기에 썩 즐겁지 않을 글을 썼을 때 전 꽤나 각오를 해야 했고, 역시 예상만큼의 댓글들은 받았고 제 논리를 받치기 위해 각오했던 만큼의 노력을 들여야 했어요. 제가 부족한 인간이라 잘 받치지는 못했던 것 같지만 저는 나름대로 용기를 내야 했고 또 노력했던 거예요.

반대로 다수파는 이야기를 꺼내기 훨씬 쉬울 거예요. 실제로 제가 다수파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할 때, 가령 자유한국당을 까는 얘기를 할 때에 저는 훨씬 쉽게 얘기를 할 수 있었어요. 아마 대개 그럴 거예요. 다소 자신의 글에 대한 검증을 부족하게 해도 마음의 부담이 적어요. 덜 까이니까. 이게 반복될수록 소수파는 힘들어 하고, 그 지형을 떠나게 돼죠. 실제로 홍차넷에서도 꽤나 왕성히 활동하던 소수 안 지지자들이 최근 떠났어요. 못 버텼는지까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그렇지 않았을까요. 젠더 이슈로 싸우듯 논의가 진행됐을 때도 마찬가지였어요. 그때도 소수파에서 일부가 떠났죠. 이게 반복되면 그나마 벌어지던 힘겨운 논의조차 사라지고 일방적인 성토로 변해요. 상대 진영에서 뭔가 웃긴 짓을 했다는 걸 가져와서 한쪽 진영에서 일방적으로 분개하는 그 장면요.

대선은 특히 큰 싸움일 거예요.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전 이 지형에서 소수파가 되고 말았어요. 그냥 참전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이제 와서 후회한들 늦었네요. 전 다수파의 감정을 거스를 이야기를 할 때 최대한 조심하고, 점검하고, 긴장해야 했어요. 제가 할 이야기가 과연 맞는 얘기일지 확인하기 위해 기사 하나를 갖고 올 때도 검색 엔진을 바꿔 보고 다른 게 더 있는지 날짜도 확인해야 했어요. 이걸 위해 평소 학을 떼던 일베까지도 들어가 봤어요.(물론 제 흥미를 위해 관찰하려 들어간 것도 있어요.) 근데 힘들어요. 뭣도 모르는 요즘 어린 것들이란 글까지 보고 있는데 흔히 비판받는 소위 꼰대 논리의 일부인 그 말의 불합리함을 따지기 위해서조차 긴장하고 조심해야 하는 게 힘들어요.

여러분 보시기에 제가 웃길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지도 똑같이 이상한 소리로 기분 나쁘게 해놓고 저런다며 웃기게 여기실 수 있어요. 그러나 여러분들은 큰 반발에, 그러니까 다수의 댓글로 지적과 비판을 직면하리라 각오한 뒤 누군가 소수파가 읽을 때 기분 나쁠 글을 쓰시진 않았으리라고도 생각해요. 그나마 한편으론 홍차넷엔 심이나 정의당 지지자가 아님에도 진보 이슈에 대한 공감과 동의로 편들어주는 분들이 있어 꽤 버텼어요. 그분들이 있어 논의가 일방적인 성토로 흘러가진 않았고, 그런 성토를 하시려는 분들도 약간은, 조금은 긴장하며 이야기를 진행하셨으리라 봐요. 그분들께 깊이 감사를 드려요. 덕분에 제가 편히 배움의 자세로 다수파를 거스를 말을 꺼낼 수 있었어요. 근데 요즘 어린 것들은 뭣도 몰라 정의당이나 지지한다는 말까지 듣고 있는 건 못 버티겠어요. 정작 저도 부정적 사례를 들며 다수파 까놓고 이러는 게 ㅋㅋㅋ 웃기긴 하겠네요. 아, 근데 저 별로 안 어려욬ㅋㅋㅋ 하긴 나이만 먹었지 어리긴 하다 -.-... 그래도 저 역시 진보 정당들이라고 그리 이상적이고 무결하리라 생각하며 지지하는 거 아니거든욬ㅋㅋㅋ 정 말씀을 해주고 싶으셨다면, 요즘 것들이 뭘 몰라서 그러는지 좀 자세히 각잡고 그이들의 해악을 써주셨으면 좋았을 것을. 그리 편하게 한 줄 슥 쓰는 거 말고요. 그럼 읽고 수긍을 하든 반박을 하든 할 수 있었겠죠. 제가 이렇게 부정적인 감정으로 멘탈이 터지진 않았겠죠. 맞아요... 소수 대 다수의 지형은 어디에나 존재하고 그걸 인위적으로 맞춘다는 건 불가능하며 웃긴 일이겠죠. 전 거기서 멘탈이 터졌을 숱한 사람들 중 하나가 됐을 뿐이겠죠.

마지막에 무게감을 잃었네요ㅋㅋㅋㅋ 죄송합니다. 그냥 소수파로 지내기 힘들다는 똥글이에요. 뭘 또 고작 인터넷 커뮤니티에 힘들 게 뭐 있겠어요. 안 들어오면 그만인 걸. 이곳에 별 기대가 없다고 맨날 떠들어놓고선 사실 기대를 크게 했었나 봐요. 똥글로 인사를 드려 죄송합니다. 뭐 되는 것도 아닌데 떠난다고 글까지 써 또 죄송합니다. 근데 한 번 봐주세요. 마지막이잖아. 저 지금 살짝 울고 있거든요. 우는 사람은 그래도 좀 봐주시겠죠? 아닌가 -.- 하긴 남자 놈이 찌질하게 운다고 욕이나 안 들으면 다행이겠죠. ㅋㅋㅋ인터넷 사이트 하나 그만둔다고 새벽에 울다니 진짜 찌질하다. 우웩... 안녕히들 지내세요.



13
  • 마지막줄에 갑자기 제가 소환되어서 깜놀했네요 ㅎㅎ;; 쉬다오시길...
  • 힝 가면안되는데
  • 다시 봬요.
  • 응원합니다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티타임 게시판 이용 규정 2 Toby 15/06/19 30661 6
14636 사회"내가 기억하는 중국은 이렇지 않았다" - 중국의 성장과 이민 열한시육분 24/04/30 223 0
14635 게임[LOL] 5월 1일 수요일 오늘의 일정 발그레 아이네꼬 24/04/30 90 1
14634 의료/건강환자 곁을 지키는 의료진에게 아끼지 않는다는 합당한 보상 6 꼬앵 24/04/30 441 0
14633 일상/생각그래서 고속도로 1차로는 언제 쓰는게 맞는건데? 28 에디아빠 24/04/30 677 0
14632 일상/생각함께해서 더러웠고 다시는 만나지 말자. 비사금 24/04/29 695 0
14631 방송/연예범죄도시4로 보는, 4월 1일~28일까지의 극장 관객 수 3 Leeka 24/04/29 247 1
14630 방송/연예민희진 - 하이브 사건 관련의 시작이 된 계약서 이야기 6 Leeka 24/04/29 745 1
14629 일상/생각방문을 열자, 가족이 되었습니다 9 kaestro 24/04/29 533 9
14628 꿀팁/강좌지역별 평균 아파트관리비 조회 사이트 무미니 24/04/28 313 1
14626 음악[팝송] 걸 인 레드 새 앨범 "I'M DOING IT AGAIN BABY!" 김치찌개 24/04/27 228 0
14625 의료/건강SOOD 양치법 + 큐라덴 리뷰 7 오레오 24/04/26 632 0
14624 일상/생각5년 전, 그리고 5년 뒤의 나를 상상하며 6 kaestro 24/04/26 524 3
14623 방송/연예요즘 우리나라 조용한 날이 없네요 7 니코니꺼니 24/04/26 1152 0
14622 IT/컴퓨터5년후 2029년의 애플과 구글 1 아침커피 24/04/25 513 0
14621 기타[불판] 민희진 기자회견 63 치킨마요 24/04/25 1924 0
14620 음악[팝송] 테일러 스위프트 새 앨범 "THE TORTURED POETS DEPARTMENT" 김치찌개 24/04/24 177 1
14619 일상/생각나는 다마고치를 가지고 욕조로 들어갔다. 8 자몽에이슬 24/04/24 657 17
14618 일상/생각저는 외로워서 퇴사를 했고, 이젠 아닙니다 18 kaestro 24/04/24 1201 17
14617 정치이화영의 '술판 회유' 법정 진술, 언론은 왜 침묵했나 10 과학상자 24/04/23 892 10
14616 꿀팁/강좌[해석] 인스타 릴스 '사진찍는 꿀팁' 해석 20 *alchemist* 24/04/23 731 15
14615 경제어도어는 하이브꺼지만 22 절름발이이리 24/04/23 1523 8
14614 IT/컴퓨터re: 제로부터 시작하는 기술 블로그(1) 2 kaestro 24/04/22 382 1
14613 음악[팝송] 밴슨 분 새 앨범 "Fireworks & Rollerblades" 김치찌개 24/04/22 132 0
14612 게임전투로 극복한 rpg의 한계 - 유니콘 오버로드 리뷰(2) 4 kaestro 24/04/21 370 0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