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7/03/10 22:39:45
Name   에밀
File #1   nightcrawler_main.jpg (109.1 KB), Download : 4
Subject   <나이트크롤러>를 봤습니다.




https://redtea.kr/pb/view.php?id=timeline&no=26968

기분 좋은 날 닭을 시켰는데 혼자 먹게 됐거든요. 맥주도 사 뒀는데 ㅠㅠ 절대 친구가 없는 건 아닙니다. 암튼 아님 ㅡㅡ (빨간 개구리). 그래 혼자 맥주랑 닭을 먹으려니 쓸쓸하야 영화를 봐야지 했습니다. 하필 롤챔스도 하질 않고 프로배구도 하질 않더라고요. 근데 평소처럼 왓챠플레이로 영화를 보려니, 이 닭을 제 방에 들고 들어가기가 참 싫더라고요. 전 닭을 몹시 사랑하지만, 후각이 예민하기에 그 냄새를 제 방에 들여놓고 싶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IPTV의 무료 영화관을 뒤적뒤적하니 볼만한 영화가 있었어요. 제이크 질렌할 주연의 <나이트크롤러>였습니다.

나이트크롤러는 마블의 엑스맨 시리즈 등장인물로 유명한데요, 원래의 뜻은 지렁이래요. 그것도 밤에 돌아다니는 지렁이. 영어에 무지하여 어떤 어감으로 쓰인 제목인지까지 느낌을 정확히 받을 수는 없었지만 약간의 느낌은 받을 수 있었습니다. 주인공인 루이스 블룸은 항상 밤에 돌아다니죠.

머리가 비상하고 입담이 좋은 주인공 루이스는 직업도 없이 껄렁하게 다니며 절도로 연명하는 처지입니다. 게으른 천재가 삐딱한 노선을 타면 이렇게 될까요. 이렇게 껄렁껄렁하게 살던 그는 어느 날 우연히 사고 현장에서 카메라를 들고 영상을 찍는 이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사고 영상을 찍어 방송사에 파는 '나이트크롤러'들이었죠. 한눈에 돈벌이가 쉬 될 거라는 걸 예상한 루이스는 여기에 뛰어들게 됩니다.

주인공 루이스는 가히 소시오패스라 불릴 만한 인물입니다. 자신의 성공을 위해서라면 거짓말도, 타인에 끼칠 피해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인물임과 동시에 필요한 일이라면 껄렁껄렁한 태도와 어울리지 않게 열정을 불태우는 노력파의 면모도 보여줍니다. 그러나 이런 인물이 찍는 사고 현장의 영상이 어떤 영상일지는 다들 짐작하실 수 있을 겁니다. 소위 '기레기'의 행태 가운데 하나죠.

저는 이 루이스를 보며 네이버 웹툰 '치즈인더트랩'의 등장인물 유정을 떠올렸습니다. 비슷한 구석이 있죠. 똑똑하고 노력하는 흔히 긍정적으로 여기는 면모들을 갖고 있지만, 그 똑똑함을 적극 활용해 타인을 조종하고 원하는 상황을 만들어내는 인물들이죠. 자신이 원하는 상황을 만들기 위해서라면 타인의 고통 따위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이는 타인을 자신과 같은 사람으로 여기기보다는 자신보다 멍청하며 그로 인해 불완전한, 한 단계 낮은 존재, 자신의 목표를 위한 수단으로 보기 때문일 겁니다. 루이스가 타인을 그렇지 않고 동등한 존재로 대하는 장면은 등장하지 않았지만, 유정은 작품 내에서 자신만큼 똑똑한 홍설을 대등한 존재로 인정했고(물론 애정에 의한 호감도 컸지만요.) 과거의 백인호에게도 그런 태도를 보인 적이 있죠. 비단 이렇게 극단적인 성격의 소시오패스라 불릴 만한 캐릭터들에 한정할 이야기는 아닐 겁니다. 우리는 흔히 사람을 평가하며 높게 보거나 낮춰 보곤 합니다. 이 평가를 반영해 타인을 대하리라고도 생각하고요. 이걸 인간의 대상화?.? 사물화?.? 같은 어려운 표현으로도 부르지 않나요? 아무튼 어려운 부분까지 이야기할 능력은 없어 유감유감...

제이크 질렌할의 연기는 미친 수준입니다. 아~주 또라이 같아요. 저거 진짜 맨정신 아닌 거 아니냐는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캐릭터를 만든 작가도 작가지만 그걸 표현한 배우가 훨씬 큰 역할을 한 것 같아요. 저야 영화알못이라 자세히 표현할 능력은 없습니다만, 정말 대단했어요. 이걸로 시상식에도 올랐지만 <버드맨>이나 <위플래시>에 밀렸다고. 지못미. 많은 돈이 들어간 영화는 아닌 것 같아 더 대단하긴 해요.

이 영화도 LA를 배경으로 합니다. 직업이 직업인 만큼 밤의 도로를 미친 듯이 질주하죠. 그렇게 LA를 보고 있으려니 최근 봤던 <라라랜드>가 생각나요. LA를 가 보지 않았지만 간 것 같은 이 기분, GTA5를 해야겠어요. 도시를 불질러가며 LA를 느끼련다.



1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티타임 게시판 이용 규정 2 Toby 15/06/19 30661 6
    14636 사회"내가 기억하는 중국은 이렇지 않았다" - 중국의 성장과 이민 열한시육분 24/04/30 156 0
    14635 게임[LOL] 5월 1일 수요일 오늘의 일정 발그레 아이네꼬 24/04/30 79 1
    14634 의료/건강환자 곁을 지키는 의료진에게 아끼지 않는다는 합당한 보상 6 + 꼬앵 24/04/30 418 0
    14633 일상/생각그래서 고속도로 1차로는 언제 쓰는게 맞는건데? 28 에디아빠 24/04/30 659 0
    14632 일상/생각함께해서 더러웠고 다시는 만나지 말자. 비사금 24/04/29 684 0
    14631 방송/연예범죄도시4로 보는, 4월 1일~28일까지의 극장 관객 수 3 + Leeka 24/04/29 244 1
    14630 방송/연예민희진 - 하이브 사건 관련의 시작이 된 계약서 이야기 6 Leeka 24/04/29 740 1
    14629 일상/생각방문을 열자, 가족이 되었습니다 9 kaestro 24/04/29 529 9
    14628 꿀팁/강좌지역별 평균 아파트관리비 조회 사이트 무미니 24/04/28 311 1
    14626 음악[팝송] 걸 인 레드 새 앨범 "I'M DOING IT AGAIN BABY!" 김치찌개 24/04/27 226 0
    14625 의료/건강SOOD 양치법 + 큐라덴 리뷰 7 오레오 24/04/26 631 0
    14624 일상/생각5년 전, 그리고 5년 뒤의 나를 상상하며 6 kaestro 24/04/26 523 3
    14623 방송/연예요즘 우리나라 조용한 날이 없네요 7 니코니꺼니 24/04/26 1148 0
    14622 IT/컴퓨터5년후 2029년의 애플과 구글 1 아침커피 24/04/25 510 0
    14621 기타[불판] 민희진 기자회견 63 치킨마요 24/04/25 1921 0
    14620 음악[팝송] 테일러 스위프트 새 앨범 "THE TORTURED POETS DEPARTMENT" 김치찌개 24/04/24 176 1
    14619 일상/생각나는 다마고치를 가지고 욕조로 들어갔다. 8 자몽에이슬 24/04/24 655 17
    14618 일상/생각저는 외로워서 퇴사를 했고, 이젠 아닙니다 18 kaestro 24/04/24 1198 17
    14617 정치이화영의 '술판 회유' 법정 진술, 언론은 왜 침묵했나 10 과학상자 24/04/23 891 10
    14616 꿀팁/강좌[해석] 인스타 릴스 '사진찍는 꿀팁' 해석 20 *alchemist* 24/04/23 728 15
    14615 경제어도어는 하이브꺼지만 22 절름발이이리 24/04/23 1522 8
    14614 IT/컴퓨터re: 제로부터 시작하는 기술 블로그(1) 2 kaestro 24/04/22 380 1
    14613 음악[팝송] 밴슨 분 새 앨범 "Fireworks & Rollerblades" 김치찌개 24/04/22 132 0
    14612 게임전투로 극복한 rpg의 한계 - 유니콘 오버로드 리뷰(2) 4 kaestro 24/04/21 370 0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