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성자가 질문을 받을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AMA는 Ask me anything (무엇이든 물어보세요)라는 뜻입니다.
Date 15/10/22 10:54:28
Name   에텔레로사
Subject   한때 아마추어 일본 애니 자막 제작자였던 사람입니다.
2009년쯤에 활발히 활동했습니다.

블로그에 직접 제작한 일본 애니 자막 smi 파일을 올리는 걸 취미로 삼았죠.

2~3년 정도 하다가 개인적인 일들로 인해 안 하게 되다가, 몇년 전 미드 자막 제작자들이 단속당한 걸 계기로 블로그를 폐쇄했습니다.

무슨 질문이 있을만한 거리가 있는 진 모르겠습니다만, 뭔가 재밌는 게시판이 생긴 것 같아 한 번 던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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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막제작이라 하면 smi 같은걸 말하시는건가요? 직접 번역을 하셨나요?
아니면 CG를 말하시는건지?
에텔레로사
아무래도 허전해서 내용 추가하는 사이 댓글 달아주셨네요. 직접 번역해서 smi 파일로 만들었습니다.
삼공파일
하루히로 입덕해서 마도카를 마지막로 탈덕한 사람입니다. 게시판을 많이 하다보니 러브라이브가 요즘 대세라는 걸 잘 알고 있는데 뭐랄까 이제는 애니메이션 볼 엄두도 안 나고 마음도 안 들고 그렇네요. 하루히 이후부터 활발히 활동하실 때까지 기억에 남는 작품들 있나요? 추억 좀 곱씹어보려고요.
에텔레로사
제작했던 작품들은 다 기억에 남죠. 최소한 편당 세 번씩은 반복해서 봐야하니까요. 제가 취향이 여성향이나 좀 마이너한 작품 쪽을 주로 좋아했는데, 보통 추천을 할 때, ef, 토라도라, 나츠메 우인장, 흑집사, 므네모쉬네의 딸들, RD 잠뇌조사실, Ultraviolet code 044 정도를 꼽습니다.
삼공파일
제목은 다 한번쯤 들어봤는데... 제가 오덕 계열 위주로 봐서 ㅠㅠ 추억 공유는 안되네요
에텔레로사
오덕 계열 위주 저도 다 보긴 했는데, 기억에 남는 작품을 꼽으라면 저렇게 될 수밖에 없네요. ㅠㅠ
王天君
죠죠 자막이나 다른 애니 자막이 막 불꽃 모양도 내고 대사나 액션을 따라가는 등 엄청나게 다채로워지는데 이건 어떻게 보나요???
에텔레로사
제가 활동이 뜸해질 때쯤 그런 이펙트를 넣는 자막들이 슬슬 생겨나기 시작했었죠. 요새는 애니를 아주 가끔 보고, 보더라도 무자막으로 봐서 요새는 어떤 지 모르겠는데, 그 당시 수준으로 봤을 때는 \'번역에나 신경 써라\'라고 말해주고 싶을 정도의 번역 수준이었는 지라 그리 좋게보이지는 않더군요. 외국의 fansub은 여러 사람이 분담해서 제작하는 형태라서 각자 번역, 자막 이펙트, 화면 식자 등등 맡은 부분에 집중을 할 수가 있으니 괜찮은 퀄리티가 나왔지만, 그 당시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1인 제작 체제라서요. 아무래도 번역 퀄리티... 더 보기
제가 활동이 뜸해질 때쯤 그런 이펙트를 넣는 자막들이 슬슬 생겨나기 시작했었죠. 요새는 애니를 아주 가끔 보고, 보더라도 무자막으로 봐서 요새는 어떤 지 모르겠는데, 그 당시 수준으로 봤을 때는 \'번역에나 신경 써라\'라고 말해주고 싶을 정도의 번역 수준이었는 지라 그리 좋게보이지는 않더군요. 외국의 fansub은 여러 사람이 분담해서 제작하는 형태라서 각자 번역, 자막 이펙트, 화면 식자 등등 맡은 부분에 집중을 할 수가 있으니 괜찮은 퀄리티가 나왔지만, 그 당시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1인 제작 체제라서요. 아무래도 번역 퀄리티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죠. 요즘엔 어떤 지 모르겠습니다.
좋게 보지 않는 두 번째 이유는 애니 영상이 아니라 자막에 이목을 집중시키게 된다는 점입니다. 보통 상업용 자막에서는 최대한 자막이 짧게 나오게 만들려고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영상에 좀 더 집중하도록 하기 위함이지요. 최대한 뜻을 전달하면서도 간결하게 만들려고 하니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당연히 몇몇 디테일은 잘려나갈 수밖에 없고요. 저는 그러면서 잘려나가는 뉘앙스라던 지, 그 언어만의 표현 스타일이 아쉬워서 흔히 말하는 직역에 가까운 번역을 하는 스타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제 자막은 기본이 30자짜리 두 줄이었습니다. 최대한 토씨 하나 안 놓치려고요. 이것조차도 텍스트가 많아서 화면을 많이 가려서 아쉽다는 평을 간간히 들었었는데, 자막 이펙트는 대놓고 자막에 눈이 가게 만듭니다. 그만큼 애니의 메인이라 할 수 있는 영상미에 눈길이 덜 가게 되죠.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이유 때문에 별로 선호하지 않습니다만, 그런 걸 또 좋아하시는 분들이 있으니까요. 아마추어 자막 제작의 장점이 그거입니다. 상업 자막은 획일적일 수밖에 없지만, 아마추어 자막은 사람마다 번역 스타일, 자막 스타일 등등이 다르니까 내가 좋아하는 취향대로 골라볼 수 있죠. 맨 먼저 말씀드린 번역 퀄리티에 대한 문제만 없다면 다양성을 위해 충분히 존재할 수 있는 방식이라고 봅니다.
관대한 개장수
베르커드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에텔레로사
정말 오랜만에 듣는 질문이 아닌가 싶네요. 잠깐 누구였더라 싶었습니다. 엄청난 제작 속도와 그에 반비례하는 퀄리티로 희화화 되었던 분으로 기억하는데, 일단 저는 그분의 자막으로 본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아는 사이도 아니고, 남들한테서 듣던 만큼만이 제가 아는 내용이라, 솔직히 뭐라 드릴 말씀은 없습니다.
신비로 애니피아 시절에 보던 이름인거 같은데 맞나요? 오래되서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ㅠ
단디쎄리라
우선 과거 제가 본 애니중에 만드신 자막이 있을지도 모르니 감사의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본격적인 질문!
1. 얼마전에 페이트 제로였나요? 자막이 엄청나게 화려하고 영상의 내용따라가는 자막이라서 되게 화제가 된 걸 본 기억이 납니다.
그냥 평이하게 자막만드는데 드는 시간이나 노력을 10으로 친다면 그 정도 퀄리티로 뽑아내려면 얼마가 필요한가요?

2. 일본어 공부를 해보고 싶은데, 어떤 방식으로 시작하는 걸 추천하고 싶으신지 궁금합니다.
에텔레로사
1. 번역 퀄리티에 똑같이 투자했다는 가정하에 smi 자막과 ass 자막을 만드는 것 자체는 당연히 ass 자막이 엄청난 시간 투자가 필요할 수밖에 없습니다.ass 방식은 제가 잘 모르지만, 약간 코딩 비스무리하게 해야하는 걸로 압니다. smi 방식은 번역 텍스트를 제작툴에 넣고 타이밍에 맞춰서 나오도록 싱크를 찍어주기만 하면 끝이지만, ass는 거기에 더해서 어떤 이펙트를 넣을 지 정해야하고, 그 이펙트를 구현해야 하니 당연히 훨씬 큰 노력이 들겠죠.

2. 제 경험은 별로 도움이 안 됩니다. 저는 애니 보다가 어느 순간 들... 더 보기
1. 번역 퀄리티에 똑같이 투자했다는 가정하에 smi 자막과 ass 자막을 만드는 것 자체는 당연히 ass 자막이 엄청난 시간 투자가 필요할 수밖에 없습니다.ass 방식은 제가 잘 모르지만, 약간 코딩 비스무리하게 해야하는 걸로 압니다. smi 방식은 번역 텍스트를 제작툴에 넣고 타이밍에 맞춰서 나오도록 싱크를 찍어주기만 하면 끝이지만, ass는 거기에 더해서 어떤 이펙트를 넣을 지 정해야하고, 그 이펙트를 구현해야 하니 당연히 훨씬 큰 노력이 들겠죠.

2. 제 경험은 별로 도움이 안 됩니다. 저는 애니 보다가 어느 순간 들리게 되서, 애니 자막 제작을 시작하면서 대학교에서 일본어 기초 수업으로 히라가나를 배우기 시작했으니까요. 하지만 원칙적인 건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그냥 그 언어로 된 것 중 내가 즐길 수 있는 걸 최대한 많이 접하고, 사전을 많이 찾아보라 입니다. 제 일본어는 자막 제작하는 데 투자한 3천 여 시간의 결과물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냥 일반적인 감상은 안 들리는 건 대충 컨텍스트로 때우고 끝이지만, 번역을 하려면 끝까지 찾아내야 합니다. 제작하면서 애니 자체에 투자한 시간보다 사전에 투자한 시간이 더 많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그런데 그게 언어를 배우는 입장에서도 맞는 방법인 것 같더라고요. 어느 정도 기본기를 갖춘 뒤에는 사전의 문법적인 내용과 표현만 잘 숙지해도 언어는 크게 는다고 봅니다.
단디쎄리라
와, 디테일한 답변 감사합니다. 묵혀둔 일드를 보면서 일단 좀 친해져야겠네요!
소노다 우미
1. 최근에는 ass 자막 등으로... 배경의 일본어까지 번역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경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노력이 상당히 많이 드는 방식인 것 같기도 합니다만.

2. 제가 정말 일알못이긴 합니다만 (정말 일본어는 모릅니다) 이렇게 저렇게 듣다 보면 대명사를 표현함에 있어서 한국어처럼 너희들, 우리들, 이, 그... 보다는 특정한 이름이나 명칭을 부르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이런건 어떤 차이일까요? 그리고 이것을 단순히 대명사로 표현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에텔레로사
1. ass 자막에 다들 관심이 많으시네요. 저는 smi 세대고 ass 자막으로 보는 걸 선호하지 않기 때문에 얕은 답변 밖에 드릴 수가 없는데 말입니다. ㅠㅠ 배경의 일본어 같은 경우 기존 smi 자막에서도 내용상 중요한 것은 색깔을 달리한다던지 괄호처리 하는 식으로 자막에 병행해서 띄우긴 했습니다. 영상을 해치지 않고 잘 어우러지게 처리할 수 있다면 ass 자막처럼 배경 자체에 들어가게 해도 좋겠습니다만, 그렇지 못할 경우 영상을 해치는 결과가 될 뿐이겠죠. 영상 자체에 어울리도록 배경에 글자를 입힐 수만 있다면야 얼마든지 좋다... 더 보기
1. ass 자막에 다들 관심이 많으시네요. 저는 smi 세대고 ass 자막으로 보는 걸 선호하지 않기 때문에 얕은 답변 밖에 드릴 수가 없는데 말입니다. ㅠㅠ 배경의 일본어 같은 경우 기존 smi 자막에서도 내용상 중요한 것은 색깔을 달리한다던지 괄호처리 하는 식으로 자막에 병행해서 띄우긴 했습니다. 영상을 해치지 않고 잘 어우러지게 처리할 수 있다면 ass 자막처럼 배경 자체에 들어가게 해도 좋겠습니다만, 그렇지 못할 경우 영상을 해치는 결과가 될 뿐이겠죠. 영상 자체에 어울리도록 배경에 글자를 입힐 수만 있다면야 얼마든지 좋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샤프트 사 애니의 경우 \'파니포니 대쉬\' 같은 경우, 배경이 되는 칠판에 각종 패러디 등이 난무하거나, 또 바케모노가타리나 마리아홀릭 등에서 잠깐 스쳐 지나가는 화면에 몇몇 주요 문구가 스쳐지나가는 식의 연출을 하는데, 그런 번역을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는 있겠죠. 다시 한 번 강조합니다만, 어디까지나 \'원본 영상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입니다. 제가 보기엔 해치는 경우가 더 많다고 보여지네요.

2. 어떤 경우를 지칭하시는 지 정확히 감이 오진 않습니다만, 정확하진 않으나 대상이 바로 옆에 있는 상황에서는 대명사로 지칭하는 경우가 드물었다는 느낌이 들긴 합니다.(\'우리\'는 제외하고요. \'우리\'를 쓰는 빈도수는 일본어나 우리말이나 비슷한 듯합니다.) 일본어 수업을 들었을 때, \'아나타(당신)\'은 가급적 쓰지 말라고 일본인 선생님이 말씀하셨던 기억이 있네요. 부부 사이에 \'여보\'라고 부르는 용법도 있어서 그렇다고 했던 것 같은데, 정확한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뭔가 예절상의 사유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비슷한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던 게 있다면, 예를 들어서 우리라면 \'걔네들은 ~했어\'라고 할 표현을 \'OOたちは~~した\'(OO 일행(또는 무리)가 ~했어)라는 식으로 그 일행의 대표가 되는 사람의 이름을 지칭하는 경우가 있긴 하죠. 원문 그대로를 살리면서도 우리 말로도 어느 정도 자연스러운 표현을 하려고한 입장에서는 참 어려운 부분이긴 했습니다. 대응되는 자연스러운 우리말식 표현이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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