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 게시판입니다.
Date 15/09/17 21:10:39
Name   kpark
Subject   밀어치기
1. 으랏차차
- 야구 좀 보신 분들이면 [밀어서 친다], [당겨 친다]이런 말 들어보셨을 겁니다.

- 당겨 치는건 타석에서 타자가 서있는 방향으로 공을 치는 걸 뜻합니다. 오른손 타자면 왼쪽에 서있으니까 왼쪽으로. 3루수/좌익수 있는 쪽이요.

- [당기다]란 표현을 누가 생각했는지 모르겠는데(아마 미국의 어느 선조님이시겠죠)그림을 잘 그려보면 의외로 괜찮은 표현이란 걸 알 수 있습니다.

- 오른손 타자가 왼쪽으로 공을 보내려면? 배트를 왼쪽으로 '잡아당겨야'합니다. 준비자세에서부터, 머리 뒤쪽 포수방향에 있는 배트를 있는 힘껏 투수쪽, 공이 오는 쪽으로 '잡아당겨야' 됩니다.

- 테니스의 포핸드 생각해도 됩니다. 그/아/아/아/앗 하면서 힘을 빡 주고 치면 자동으로 당겨치기가 돼요.

- 탁구는 드라이브/스매시... 아 이게 아닌데.


2. 밀당
- 반대 말은 [밀어치기]입니다. 당겼으니 밀어주기도 해야. 당기기만 하다간 될 썸도 안됩니다. 푸쉬푸쉬 베이베.

- 당겨 치는게 자기 몸쪽 방향이었으니 밀어치기는 [반대 방향]으로 공을 보내는 겁니다. 오른손 타자면 오른쪽. 1루수/우익수 방향이요.

- 근데 생각해봅시다. 공을 민다고? 방망이로 톡? 번트냐?

- 해보세요. 안될걸요? 되면 말고.


3. 어원
- 이것도 정확한 유래는 모릅니다만, 어휘에서 예상할 수 있습니다. [당기다]의 반대가 [밀다]니까 둘이 쌍으로 만들어진 것일테지요.

- 원래 영문 표현은 [당겨치기]만 있습니다. [pull the ball] 이 쯤 되겠습니다. 더이상 길어지면 영어 밑천 드러나니 여기까지.

- 당겨치기 일변도의 타자를 [pull hitter]라고도 합니다(자주 쓰이진 않습니다). 근데 반대 말이어야 할 [push hitter]는 없습니다.

- 즉 [밀어치기]는 근본없는 자식인 셈입니다.

- 근데 실제 동작하고 아귀가 안 맞을 뿐이지, 짝이 맞는다는 점에선 괜찮은 것 같기도 해요.


4. 난이도
- 타격의 기본은 당겨치기입니다. 애초에 타격 동작이라는 게 밀어서 될게 아닙니다.

- 스윙 마지막 동작은 항상 앞으로 나간 배트와 팔을 다시 몸쪽으로 감는 걸로 끝납니다. 이 과정은 누가 봐도 [당기는] 동작.

- 배트를 앞으로 내는 건 미는 거 아니냐 그럼 할 말이 없는데... 아니 그냥 천조국 성님들이 그렇다면 그런줄 아세요(엄격 진지).

- 여하튼 당기는 게 자연스러운 겁니다. 기술적으로 [밀어치기]는 그만큼 익히기 어려운 겁니다.

- 더 기술적으로 알고 싶으시면 레슨장으로 고고.(사실 저 밑에 있음)


5. 푸쉬푸쉬 in USA
- 그럼 [밀어치기]는 미국에서 뭐라고 하나요? 보통 [hit to the opposite field]라고 합니다. [반대 방향으로 친다]는 뜻입니다.

- 처음 밀어치기 설명할 때 [반대 방향]으로 보내는 거라고 한 거 기억나시는지? 제가 없는 말 지어낸 게 아닙니다. 흠흠.

- push, 당겨치기가 자기 서있는 쪽이랑 [같은 방향]으로 공을 보내는 거니까 그 반대말은 자연스레 [반대 방향]으로 공을 보내는 게 됩니다. 말 돼죠?

- 근데 왜 하나는 '당긴다'고 별칭이 있는데 나머진 아니냐고요? 저도 모름. 그냥 미국인들이 그게 편한가봐요.


6. 왜 해요 그거?(복잡함)
- 바깥쪽 공은 당겨치기가 어렵습니다. 배트 중심에 공을 맞춰야 잘 날아가기 마련인데 바깥쪽 공에다 중심 맞추려면 팔을 쫙 뻗어야 됩니다.

- 근데 그러면 스윙 반경이 늘어나면서 스윙 속도가 느려집니다. 덕분에 공을 맞췄을 때 힘을 제대로 주기가 어렵죠.

- 무엇보다 공을 당기려면 맞추는 지점이 상대적으로 몸의 앞쪽에 있어야 됩니다. 근데 스윙 반경 커지고 속도 느려지다 보면 앞쪽에서 맞추기가 어렵습니다.

- 결국 공을 만나는 지점이 당기기에 최적인 곳보다 뒤쪽으로 밀리게 됩니다. 그 지점에선 공을 맞춰도 당기기가 어렵습니다.

- (추가)사실 스윙 반경보다는, 몸에서 멀리 있는 공을 '당겨 칠 때와 마찬가지로 몸 앞쪽에서' 치려고 하면 굉장히 어렵습니다.

- (추가)한번 해보세요. 한가운데 공이 왔을 때 딱 맞추는 순간의 폼을 흉내내 보세요. 그리고 그 상태에서 공이 한가운데보다 2~3개 자기한테서 먼 쪽에 있다고 가정하고 방망이 중심을 그쪽으로 움직이는 시늉을 해보세요. 아마 바깥쪽 떨어지는 공에 헛스윙 삼진 당하는 것처럼 팔이 쭈~욱 늘어나게 될 겁니다.

- (추가)그 상태론 힘을 실을래도 실을 수가 없죠. 거기서 포인트를 뒤쪽, 그러니까 포수 방향으로 좀만 당겨보세요. 한결 자연스러울 겁니다.

- 그래서 의식적으로 '밀어치기', 즉 '공을 반대 방향으로 보내려는' 스윙을 해서 힘을 빡 주는 지점을 조정했을 때 공을 제일 세게 칠 수 있습니다.

- 이런 연유 때문에 당겨쳤을 때 공이 더 멀리 나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 뭐 대충 그렇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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