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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1/10 02:48:48 |
Name | Darker-circle |
Subject | 하얀 국화 - 매리 린 브락트 |
White Chrysanthemum Mary Lynn Bracht, 이다희 역 시험에 처참하게 실패한 이후 머리를 식힐 것이 필요해서 도서관에서 책을 빌렸습니다. 이 책에 대한 사전정보가 있던 것은 아니었어요. 다만 책 겉표지의 그림이 동양의 풍경이었고, 작가가 한국계 미국인 여성이란 것, 일본군 성노예와 제주 4.3 사건을 소재로 다룬 소설이란 기묘한 조합에 끌렸죠. "... 처음 '위안부' 여성에 대해 들은 이후로 12년이 지났지만 그들은 여전히 정의를 위해, 그리고 일본 정부의 과거사 인정과 진정한 사과를 위해 20년이 넘도록 투쟁하고 있다. 나(작가)는 이 시점에서 스스로에게 물었다. 그들은 왜 무시를 당하고 있는가? 국제 사회가 전쟁 범죄로 인정하고 있는 행위와 관련해서 왜 더 많은 국가들이 나서서 일본 정부에 압박을 가하고 있지 않은가? 내가 얻은 답은 두 가지였다. 피해자가 여성이고 강간을 당했기 때문이다. ... 강간이라는 말을 듣고 섹스를 떠올리는 사람들에, 성노예라는 말을 듣고 섹스를 떠올리는 사람들에, '위안부' 여성을 듣고 창녀를 떠올리는 사람들에 진절머리가 났기 때문이다. ... 독자로 하여금 한 소녀의 처참한 경험을 목격하게 할 수 있다면, 그 독자들은 마지막 '위안부' 여성이 이 땅을 떠난 뒤에도 오랫동안 그 생존자들의 이야기를 지니고 살 것 같았다." - 작가의 말 중에서 책 서두의 작가의 말을 읽고 대학시절 과제를 하던 기억이 났어요. 나눔의 집에 다녀와서 그들이 겪은 일에 대한 기록을 접했고, 무언가에 이끌린듯 일본 대사관 앞 소녀상에서 한참을 서 있었어요. 여러 감정이 교차했던 기억은 나는데 먹먹함만이 가장 깊게 남아있고, 그 기억이 다시 강해지는 느낌을 받았죠. 그 이후로는 겉잡을수 없이 책에 몰입했어요. 작가는 1943년의 언니 '하나'와, 2011년 죽음을 앞둔 동생 '아미'의 이야기를 진부하지 않게 잘 풀어냈어요. 어떻게 보면 흔한 클리셰일수도 있는 소재를 작가가 가진 여성으로서의 시각, 그리고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는 그의 문화적 배경으로 잘 버무려냈죠. 탄산음료나 허브티처럼 화려하진 않아요. 작가는 찻잎을 서서히 우려내듯 담담한 서술 속에서 이야기를 끌어냈고, 깊이 우러난 차를 마시듯 이야기에 몰입했어요. 차를 마시고 남는 온기처럼, 글의 에필로그라고 할 수 있는 부분에서는 표현하기 힘든 어떤 소소한 의지가 남았더라구요. 사진 출처: http://m.blog.yes24.com/bvulgary/post/10699305 (구글 검색) 아미의 딸 윤희로 대변되는, 현 세대인 우리의 모습과, 어쩌면 작가가 바라는 다음 세대의 모습을 투영한 아미의 손주. 내 생각과 비슷하다고 느끼게 한, 글에서 보여진 그들의 모습은 소설과 같은 이야기일지도 몰라요.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이나 여전히 피해자들에 대한 조롱이 있고, 주말 광화문만 나가도 인간 이하의 잔인함을 느낄 수 있죠. 하지만, 전 그렇게 살고 싶진 않아요. 그래서 이 글이 더 마음에 닿았는지도 몰라요. 불행이 반복되지 않도록, 있었던 일들을 외면하지 않으려고 해요. 분노같은게 아니라, 약간의 공감과 사람으로 지켜야 할 도리를 떠올렸고, 언젠가 만나게 될 아이들에게도 담담한 어조로 이런 이야기들과 감정을 전달해야 할 것 같아요. 모처럼 만난 좋은 글이었습니다. 작가 이메일 인터뷰 문화일보 2018년 8월 8일, “위안부·해녀의 삶에 충격과 감동…‘여자라 받은 고통’ 전하고 싶었다” The Guardian 서평 White Chrysanthemum by Mary Lynn Bracht review – Korea’s pain - Rowan Hisayo Buchanan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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