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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3/11 13:20:55수정됨
Name   호라타래
Subject   섹슈얼리티 시리즈 (2) - 남자가 엉덩이로 느끼면 이상한가요?
제목을 보면서 당황하신 분들이 계시리라 생각해요. 논문이 겨냥하는 바는 느끼셨던 '뭔가 쫌 그래'라는 감정일 듯합니다.

그럼 시작해보겠습니다. 용어 번역은 학계 관행을 알아보지 않고 임의로 한 것이 많으니 주의 바랍니다.

미국 사회가 지닌 문화적 보수성을 맥락으로 깔고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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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nfman, J., Stiritz, S., & Anderson, E. (2018). Relaxing the straight male anus: Decreasing homohysteria around anal eroticism. Sexualities, 21(1–2), 109–127. https://doi.org/10.1177/1363460716678560

개요


이 연구는 (저자들의 표현에 따르자면) 이성애자 미국 대학생들이 어떻게 그리고 얼마나 자주 자신의 항문을 성적 쾌락을 위해 활용하는지 탐색한 첫 연구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저자들은 남성이 자신의 항문을 성적 쾌락으로 활용하는 것이 여성화(feminization)나 동성애(homosexuality)를 함축한다는 기존의 인식이, 최근 들어 부분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주장을 합니다.

미국 문화에서 일반적으로 해부학적 성, 젠더 정체성, 성적 정향은 융합되어 있어요. 게이는 소위 '여성적'인 정체성을, 레즈비언은 소위 '남성적'인 정체성을 지닌 것으로 파악했던 관점은 앞서 언급한 세 요소의 융합을 잘 보여주지요. 하지만 생물학적 성(sex), 사회학적 성(gender), 성적 지향(sexuality)는 구분되는 사회적 범주이자 정체성이고, 특히 복잡한 권력 관계를 통해 서로 연결되어요. 이 논문이 탐색한 [남성이 자신의 항문을 통해 성적 쾌락을 느끼는 행위] 또한 이러한 융합의 대표적인 사례이지요.

Anderson (2008)이 주장한 동성애화(homosexulizaton)는 남성의 성적 정체성을 둘러싼 권력구조를 보여주는 개념이에요. 이 용어는 특정한 행위를 문화적으로 게이스러운 것으로 지칭하고, 이성애자 남성이 이러한 행위를 할 경우 그의 남성적 정체성과 평판을 의심하는 현상을 기술해요. 대표적인 사례는 이성애자 남성이 자신의 항문으로 자위하거나, 다른 사람이 항문을 자극하도록 허락한다면 분명히/확실히 게이일 거라는 믿음이지요.

이러한 터부는 과거에 존재했던 터부를 떠오르게 해요. Stiritz(2008)은 19~20세기 동안 많은 여성들이 레즈비언으로 취급받거나, 남성적인 사람으로 취급받기가 두려워 클리토리스 자위를 피했었다는 보고를 하고 있지요. 자위 행위 일반또한 19~20세기 동안 심리적으로 /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취급을 끼치는 것으로만 기술 되었었지요. 자위 행위를 둘러싼 사회적 낙인의 배후에는 성과 생식을 결부시켜 이해하는 담론이 있었고요.

즉, 아날 에로티시즘(anal eroticism) - 앞서 언급한 항문을 통한 성적 쾌락의 향유 - 을 잘못되고, 부끄럽고, 더럽고, 자연스럽지 않은 것으로 바라보는 배경에는 젠더 위반적인 행위 그리고 출산과 관계없는 성적 행위를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것으로 바라보는 인식이 놓입니다.  

앞서 인용했던 Anderson이라는 학자는 동성애 히스테리(Homohysteria)라는 개념적 도구를 고안했어요. 이는 남성 섹슈얼리티를 젠더화 된 수행(gendered performance)에 예속시키거나, 문화적으로 가치를 부여하여 생산하고, 위계하고, 규제하는 행위들을 이해하기 위한 개념이에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동성애혐오(homophobia)가 이러한 젠더화 된 행위 규제를 통해 작동하였지요. 또한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 낙인(social stigma)은 이성애자 남성들의 성적인 그리고 젠더적인 삶에 제약을 가했고요. 남성들은 이성애자 그리고 '남자다운'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동성 간 성적 행위도 피해야 하고, 욕망을 인정해도 안 되었지요.

동성애 히스테리가 흥미롭게 작동하는 부분이 하나 있어요. '단 한 번의 동성애 원칙(The one time rule of homosexuality)'이라는 부분인데, 이성애자 남성이 동성 간 성적 행위를 경험한 경우 남성 동료들 사이에서 동성애자로 간주되는 문화적 경향이지요. 그런데 반대로 동성애자 남성이 여성과 성적 행위를 한 번 했다고 해서 이성애자로 간주되지는 않거든요. 사실 언급한 '단 한 번' 원칙의 원형은 백인과 비백인을 구분하기 위해 도입되었던 '한방울 규칙(the one-drop theory of race)'인데, 이성애자 / 동성애자라는 구분이 단순한 다름이 아니라 중심과 주변으로 나뉜다는 점을 암시하지요.

저자들은 상기한 흐름을 따라 '단 한 번의 동성애 원칙'을 위반하는 것이 이성애자로서의 지위를 사라지게 할 뿐만 아니라, 남성 동료와의 관계를 통해 주어지던 남성적 자본을 잃게 한다고 지적해요. 하지만 규칙 위반의 결과가 성별마다 동일하게 작동하지 않아요. 반대로 레즈비언이나 양성애자 여성은 지속적으로 여성과 성적 관계를 맺었던 경우에도 성적 지향을 실험하거나, 변화하는 와중에 일시적인 단계를 지나온 것처럼 인식되고는 해요.

정리해보면 동성애 히스테리는 이성애자 남성들에게 강력하게 작동한다고 할 수 있어요. 심지어 페깅(pegging)처럼 여성이 도구를 사용하여 남성 항문을 성적으로 자극하는 경우마저도 마찬가지로 '이성애성'을 의심에 부치게 했지요.

하지만 저자들은 앞에서 정리했던 문화적 흐름이 약해지는 징후들이 발견된다고 지적해요. 이는 해부학적 성, 젠더 정체성, 성적 정향을 특정한 방식으로 융합했던 권력 관계가 약해지는 과정의 일부이고요. 미국 사회가 성과 섹슈얼리티를(매춘, 포르노, BDSM, 이혼, 오랄섹스, 혼전 섹스 등) 바라보던 전통적인 관점, 제도적 통제는 점차 사라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성애자 남성들의 아날 에로티시즘을 둘러싼 변화는 상징적인 차원에서 - 이를 테면 대체로 이성애자 mostly heterosexual 이라는 용어 - 발견되었지만, 실제 경험 연구가 시행되지는 않았었거든요. 그런 면에서 저자들의 시도는 꽤나 야심차요.

남성 전립선?

댓글을 들어보니 명시하는 편이 낫겠다 싶어 추가합니다. 

남성의 항문(anus)는 매우 쾌락적인 성적 기관이에요. 항문에는 생식기와, 그리고 오르가즘 작용에 관여하는 근육과 연결된 감각망이 밀집해있어요. 생식기를 제외하면 격렬한 오르가즘을 야기하는 해부학적 기관이 많지는 않거든요. 그 중에서 전립선(prostate)라 불리는 부분은 특징적이에요. 이런 면모 때문에 전립선은 '남성의 G스팟'이라 불리기도 해요. 하지만 '남성 G스팟'이라는 명칭은 문화적으로 남성의 전립선을 둘러싼 담론을 잘 보여줘요. 이는 남성의 기관을 여성의 감각 기관인 G-spot(그레펜부르그 Graffenberg의 이름을 딴 여성의 성감대)의 유비로 이해한다는 점에서, 또한 G라는 단어가 Gay라는 단어와 연결되어 동성애를 함축하는 말장난에 동원된다는 점에서 앞서 지적했던 여성화(feminization)나 동성애화(homosexualization)과 연결되지요. 

방법론 소개

연구는 미국 중서부의 한 대학에서 실시되었어요. 저자는 228명 학생들에게 눈덩이 표집 (설문을 마친 학생이 설문에 참여하리라 생각되는 다른 학생에게 설문지를 전달)을 통해 폐쇄형/개방형 질문이 섞인 설문조사를 했고, 그 중 이성애자라 밝힌 170명의 자료를 활용했어요. 문항 척도는 7점짜리 리커트 척도를 썼고, 1-3점은 비동의 / 4점은 중립 / 5-7점은 동의로 간주했습니다.

설문을 통해 양적 자료를 끄집어냈지만 일반화를 지향하는 연구는 아닙니다. 설문을 활용한 까닭은 내용의 민감성 때문에 면접 조사가 여의치 않아서이겠지요. 저자들도 추론통계 대신 기술통계만 제시했고, 설령 추론 통계를 활용했다 하더라도 샘플링의 특성상 해당 대학 수준으로 일반하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대학의 분위기도 언급해야겠네요. 연구가 실시된 대학은 대부분 부유한 백인들이 다니고, 여성/젠더/섹슈얼리티(Woman, Gender, and Sexuality) 연구가 오래된 대학이기도 합니다. 학생들 대부분은 학과와 상관없이 필수적으로 여성/젠더/섹슈얼리티 수업을 들어야 하지요.

따라서 저자들도 밝히지만, 해당 연구는 이 주제에 있어서 의도적으로 미국 내에서 가장 진보적인 집단의 의견을 조사한 연구입니다.

이러한 방법적인 한계를 감안해주시기 바랍니다. 방법론 비판은 마지막에 다시 할게요.

본문 중 일부

인식은 어찌되나?

설문 참여자 중 95%(n=162)명은 남성도 해부학적으로 볼 때 항문을 통해 성적 쾌락을 느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고 응답했고, 72%(n=123)는 이 이야기가 신뢰할만한 정보라고 평가했어요. 응답자 중 한 명은 '이건 상식인 것 같다'고 코멘트를 달기도 했지요.

이야기를 들은 경로로 36%(n=55)는 포르노 같은 비공식적 경로를, 48%(n=73)는 친구를 언급했어요. 16%(n=24) 학생들은 고등학교 성교육 시간에 배웠다고 답했습니다.

동시에 학생들은 아날 에로티시즘과 동성애를 연결짓는 사회적 시선을 뚜렷하게 인식했어요. 다만 그 내용은 각기 달랐는데, 앞서 언급한 동성애히스테리 관련해서는 20%(n=24)가 '다른 남성들이 자신을 게이로 볼까봐 무섭다'라고 응답했지요.

그렇지만 아날 에로티시즘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을 인식한다는 것이 거기에 동의한다는 뜻은 아니에요. 80%(n=136)가 '섹스하는 동안 엉덩이에 삽입당하는 것을 즐기는 남성은 아마도 게이일 것이다'라는 문항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지요. 그 외에도 여러 문항에서 동성애 히스테리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답변이 나타나고요.

개인적인 태도와 달리, 다른 이성애자 남성들의 인식이나 실천 일반을 물어봤을 때 응답은 달라졌어요. '많은 이성애자 남성들이 섹스하는 동안 엉덩이에 자극받는 것을 좋아한다 Many straight men like to be anally stimulated during sex'라는 응답에는 35%(n=59)가 동의했고, '많은 이성애자 남성들이 섹스하는 동안 엉덩이에 삽입되는 것을 좋아한다 Many straight men like to be anally penetrated during sex'라는 응답에는 14%(n=24)가 동의했지요.  

실제 경험은 어찌되나?

실제 경험을 물어봤을 때 가장 많이 응답한 항목은 '직장(直腸, rectum)을 문지른 적이 있다',  '손가락을 자신의 엉덩이에 삽입한 적이 있다' 였어요. 다만 전반적인 응답 빈도는 높지 않았습니다. 어떤 형태로든 아날 에로티시즘 관련된 행동을 해본 적이 있다고 응답한 학생은 24%(n=40)이었고, '손가락을 자신의 엉덩이에 삽입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28명도 [과거에 한 번]이라는 조건으로 답했지요. '직장(直腸, rectum)을 문지른 적이 있다'는 학생은 [한 달에 한 번]이라는 조건으로 9명이 답했습니다.

정리하자면 아날 에로티시즘의 탐색이 성적 삶에서 지속적인 부분은 아니었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어떤 형태로든 경험해봤던 학생 중 10%(n=17)는 섹스 파트너와 경험을 해봤다고 답했습니다. 어떤 학생은 '내기에 지는 바람에 여성 파트너가 내 엉덩이를 한 번 뚫게 했다 (Lost a bet and let a female partner anally penetrate me.)'고 답했지요.

만족도가 어땠는지 물었을 때 학생 중 '기분 좋았다'는 31%(n=15), '깜짝 놀랐다'는 25%(n=12), '가 버렸다'는 21%(n=10)명이었어요. 그러나 7명은 섹스 파트너가 그들의 엉덩이에 손을 댔을 때 매우 부정적으로 반응했다고 응답했어요.

"개빡쳐서 내 엉덩이에서 꺼지라고 했어요. 그리고 나가라 했고요. 제 엉덩이에 손대는 사람과는 하고 싶지 않았어요.(I would freak out and tell them to get the hell away from my anus. I would then ask them to leave. I don’t want to be sexually involved with someone who tries to touch my anus.)" (p. 119)

실제 경험한 학생들의 만족도는 어땠을까요? 실제 경험해보니 즐길만 했다(enjoyable)는 학생 37명 중 25명은 즐거웠다(pleasurable)고 답했고, 2명은 정말 즐거웠다(extremely pleasurable)고 답했어요. 전혀 즐겁지 않다고 답한 사람들도 2명이었고요.

저자들은 감정을 물었을 때 모호한 수준의 응답이 많다고 정리합니다. 15명은 부끄러움을 느꼈다 답했고, 18명은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았다고 답했어요.

반대로 왜 참여하지 않는가 물었을 때 나온 답변들은 주목할만 합니다. '단지 관심이 없어서(just not intereseted)'는 29%(n=25),' 아프고 불편하다고 들어서(It sounds physically painful/uncomfortable)'은 17%(n=15), '엉덩이로 즐긴다는 생각이 불편해서(I feel uncomfortable with the idea of anal play)'는 14%(n=12)이었지요. 동성애를 함축하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댄 응답은 3.5%(n=3)이었습니다.

연구자들은 이러한 지점이 동성애와 아날 에로티시즘이 분리되고 있다는 한 발견으로 볼 수 있다고 하면서, 동시에 여전히 연결이 남아있다고 짚습니다. 설문참여자들은 남성들 사이의 인식 뿐만 아니라 여성들의 인식을 두려워하는 면이 있었어요. 79%(n=135)의 응답자는 '여자 파트너에게 (손가락 등으로) 엉덩이에 삽입해달라고 부탁하기가 꺼려진다 I'd be embrassed to ask a female partner to anallly penetrate me (i.e. with a finger)'라고 답했어요.

논의 / 결론

생략하고 넘기려 했지만, 본문에 분석이 약해서 정리하는 의미로 짚자면

저자들은 [이성애자 남성들의 아날 에로티시즘과 동성애 사이의 연결이 약해지는 현상(uncoupling/decoupling)에는 개인적/사회적인 복잡함과 모호함이 보인다]라고 요약하고 있습니다.

보다 의미있고, 앞서 제시한 분석 틀과 연결되는 내용은 원문을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코멘트?

기존 자료가 없고 면담도 관찰도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현실적인 이해는 가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방법적으로는 비판할 점이 많습니다.

첫째, 측정 도구(measurement)가 어떤 식으로 구성되었는지 정보가 없습니다. 본문 중간 중간 어떤 질문을 했는지 나와있지만, 전체 설문이 따로 첨부된 것이 아닙니다. 자연스레 측정 도구의 타당성이 의심갈 수 밖에 없지요.
둘째, 기술통계가 요약적으로 정리되어 있지 않습니다. 피어 리뷰를 거쳤을 테니 원하는 내용만 선별해서 제시했을 위험은 좀 줄지만, 자료의 전체적인 상을 파악하기 힘들다는 점은 단점으로 남습니다. 중간중간 %가 한 번에 이해되지 않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셋째, 사례 연구로 스스로를 위치지을 것이면 한 참여자의 라이컬트 응답과 개방형 질문 응답을  좀 더 세세하게 교차해서 일종의 삼각화(triangulation)을 실시하는 편이 어땠을까 싶어요. 현재로서는 둘이 따로 노는 느낌이 강하네요.

이론적으로 탐색되고 사람들의 언어 활용에서 짐작되던 부분들을, 목적 표집을 통해 경험적으로 잡아낸 정도에 연구의 의의가 있다고 느껴져요. 탐색적인 연구니 그러려니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성적으로 진보적인 집단 내에서도 남성 이성애자들이 다른 남성 동료들 뿐만 아니라 여성들의 시선을 두려워한다는 점, 개인적인 차원에서 인식하는 아날 에로티시즘과 사회적 시선을 인식하는 아날 에로티시즘의 차이가 두드러진다는 점에 더 주목해야 하지 않나 합니다.

요약하면서 인용한 참고문헌

Anderson, E. (2008). ‘Being masculine is not about who you sleep with ...’: Heterosexual athletes contesting masculinity and the one-time rule of homosexuality. Sex Roles 58(1–2): 104–115.
Stiritz, S. (2008). Cultural cliteracy: Exposing the contexts of women’s not coming. Berkeley Journal of Gender, Law, and Justice 23: 392–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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