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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4/17 23:21:02
Name   The xian
Subject   21대 국회의원 선거 감상 (요약)
- 이번 선거에 대해 다당제의 소멸, 거대 양당제 및 지역구도 부활이라는 식으로 언론들이 말하고 있는데, 저는 장사 편하게 하고 싶은 언론들이 선거의 과정이 아닌 결과만을 놓고 그들이 원하는 구시대의 프레임에 지금의 선거를 끼워맞춘 것 같아 보였습니다..

잘잘못이 있건 없건 새누리당/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을 지지한 TK와, 20대 국회 때 민주당을 대거 국민의당과 새누리당으로 갈아치운 뒤 그들이 국회에서 제대로 일을 안 하자 다시 그들을 심판하고 민주당을 뽑은 전라도를 지역주의라며 동격에 놓는 것은 안 될 말입니다.

양당제 부활이라는 프레임도, 까놓고 보면 20대 국회에선 정당지지로 제3세력을 지지한 국민들이 이번엔 그들의 일처리에 실망해 표를 거둬가서 그나마 덜 밉고 일을 하는 듯한 여당에게 준 것이라고 봐야 하는데, 이것을 일부 언론이나 특정 세력에서는 마치 정치의 선택지, 다양성 훼손처럼 이야기하면서 국민의 선택을 돌려까시는 데에 이용하시더군요. [진실의 지옥문]이 열렸다는 조선일보의 헛소리는 가관이었습니다.

시대의 변화에는 아랑곳없이 과거의 프레임을 고수하는 언론, 기자님들. 그렇게 편하게 집어먹으면서 뒤에서 최순실 노릇이나 하려고 하시면 배탈나십니다.


- 국민이 대안 없이 그저 이명박, 한나라당 반대를 외쳤던 당시 정동영과 민주당 계열 세력을 외면한 것처럼, 대안 없이 그저 문재인 반대를 외친 미래통합당이 국민에게 외면당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본성이 그런 세력이니, 미래통합당 인사들이 선거에 지고 나서도 반성은 커녕 막말을 멈추지 않는 것은 오히려 당연하다고 봅니다.

미래통합당의 막말정치는 정치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는...이 아니라. 아예 지금의 수구 세력들이 최소한의 품격조차 없다는 이야기로 받아들여야겠지요. 또한 미래통합당은 애초에 자기들이 집권했을 때 저지른 국정농단 행위를 비롯한 자신들의 부끄럽고 잘못된 유산들을 청산할 생각이 없는 집단이고 자기를 지지하는 세력의 크기가 아직도 국민의 상당 수이므로 언제라도 그들을 발판삼아 재집권을 하는 게 가능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그런 허접한 소리를 하는 것 같습니다.

다만 그들의 생각과는 달리, 미래통합당이나 수구 언론이 이런 막말을 하는 것은 정치혐오층을 제외한 다른 계층의 외연 확장에는 전혀 도움이 안 될 것 같고, 오히려 저는 미래통합당에게 표를 던지지 않은 사람들이 자신의 투표가 옳다고 더 굳게 믿게 되는 결과만 낳을 것이라 봅니다.


- 흔히들 사람들이 자유한국당더러 폭망 또는 참패라고 하지만 21대 총선에서 진짜 폭망하고 참패를 당한 정당은 민생당입니다. 민생당의 전신 국민의당이 지난 4년간 보여준 행동은 정치 세력 측면이든 국정 측면이든 분열의 연속이었고, 그것은 호남이 '20대 국회에서 민생당(당시 국민의당)을 선택한 이유'를 호남이 '21대 국회에서 민생당을 선택하지 말아야 할 이유'로 바꾸는 데에 충분했습니다.

실적도 무엇도 없이 안철수, 손학규, 정동영 등등의 무책임한 리더들 사이에서 서로 갈라져 싸우던 세력이 선거를 앞두고 통합한들 뭐가 될 리 없다는 것은 이미 10여년 전 대통합민주신당이 증명한 일입니다. 민생당과 그 당에 있었던 민주당의 분열세력들은 이제 다시 정계에서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 정의당은 정당득표만 보면 선전한 셈이지만, 지역구에서는 명백한 한계를 드러냈습니다. 특히 심상정 대표가 참여, 주도해 바뀐 선거제도 역시 정의당에게 득이 되기는 커녕 오히려 손해만 보게 되었습니다. 물론 선거제도 개편에 있어서 다수당인 민주당의 책임이 가장 크겠지만, 정의당의 오판도 심각했지요.

심상정 대표는 예전에 선거제도 개편과 관련해서 '국민은 비례대표 배분 산식을 알 필요 없다'는 식의 발언으로 한바탕 설화를 겪었는데 그런 심상정 대표가 선거제도 개편에서 이야기되었던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위성정당 가능 헛점을 알고도 밀어붙인 것 때문에 겨우 현상유지만 하게 되었고, 한때는 자신의 지역구 당선조차 위협받았으니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고 사필귀정이다 싶습니다.

정의당은 이번 선거 이후에도, 아니, 예전부터 거대 양당에 대해 낡은 정치 운운하지만 제가 보기엔 정의당이야말로 낡은 진보, 아니, 규모만 작았지 낡은 정치를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고 봅니다. 물론 정의당도 정책이나 인물을 키우기 위해 나름 노력을 하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이번 선거에서 내부평가에서 한참 뒤진 인물들이 비례대표 높은 순위에 오른 것들이나 류호정씨의 리스크, 그간의 당내 문제 등을 돌아보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정의당의 성격과 지지기반과 페미니즘으로 인한 만만찮은 비호감도 등을 생각하면 내부 리스크를 다루지 못하는 한, 그리고 자기 형편에 따라 의원 1석을 가볍게 여기는 헛소리를 하는 사람이 당 대표인 한, 더 이상의 지지를 얻기는 불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국민의당은 안철수씨가 '왜 달리는지'에 대한 물음만 남겼습니다. 안철수씨는 자신이 아직 200만명에 달하는 국민들의 지지를 받는다고 말하지만, 안철수씨가 3년 전 대선에서 얻은 표가 거의 700만명에 가까웠으니 제대로 따지면 이걸 내세우는 게 참으로 창피한 일이 되어야 맞을 것입니다.

안철수씨는 누가 뭐라하건 자기를 대선후보깜으로 알고 대선 레이스를 계속할 모양인데, 그렇게 교만을 떨다가 지금 얻은 189만명의 표조차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모래먼지가 되어서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 열린민주당은 더불어민주당의 위성정당을 참칭하였고 소위 말하는 '매운맛'으로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에게 어필하려고 했으나, 그들이 내세운 '매운맛 민주당'은 '전투형 노무현'이라는 말처럼 공허하기 그지없는 수식어에 불과한 일입니다.

특히 정봉주씨의 말은 민주당에게 후단협이나 새정연 분당사태같은 내부총질이 무슨 의미로 받아들여지는지를 잘 몰랐든, 아니면 한순간 자기 성질이 나왔든, 어떤 점에서든 국가 권력을 얻으려는 개인 혹은 집단의 말로는 부적절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더불어민주당에 영원히 들어오지 말았으면 합니다. 당장 의석 수 몇 명 늘리겠다고 트롤러들 들여왔다가 무슨 꼴을 당하는지는 이미 지난 세월이 증명합니다.


- 그 외의 다른 정당들은 제가 보기엔 면면을 보면 국회에 들어오지 않는 게 나라의 발전을 위해 다행스러운 정당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 더불어민주당은 일단 제정신을 차린(?) 이해찬 대표와 이낙연 공동선대위원장 등을 중심으로 열린우리당 때를 상기하자고 하며 낮은 자세로 움직이자고 하고 있습니다. 첫 움직임은 비교적 긍정적인 편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앞으로의 실천입니다. 코로나는 아직 잡히지 않았고 국민들의 삶은 갈수록 피폐해지고 있습니다. 이런 현안을 놔두고 과반수 의석을 가지고도 예전의 열린우리당이나 20대 국회와 그리 다를 바 없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국민의 심판이 어디로 향하게 될지는 뻔한 노릇입니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르는 법입니다.

그 책임을 어떻게 수행할지는 앞으로 더불어민주당의 몫입니다. 미래통합당은 자기들의 선거참패를 빌미로 20대 국회가 지속되는 5월 말까지 드러누울 것이고, 야당들은 또 다시 20대 국회처럼 말뿐인 협치를 외치고 있습니다. 들을 목소리는 듣되, 안 된다면 국민이 맡긴 책임과 권한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나라에도 좋고 당에도 좋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 미래통합당은 어쨌든 망하지 않을 것입니다. 굳건한 지지기반도 아직 건재하고, 자기들이 망언을 해도 아직 마사지를 해줄 언론도 건재하고, 국정농단을 비롯한 자신들의 흑역사와 범죄를 덮어줄 지지계층도 건재하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막말을 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떨어져 나갔음에도 아직도 건재합니다. 차명진, 민경욱, 이언주, 김진태, 김순례, 나경원, 이은재 등등이 떨어졌다고 하는데 현직 의원만 봐도 곽상도, 김도읍, 김태흠, 장제원, 정진석 등의 네임드들이 건재하고, 미래통합당은 아니지만 홍준표씨도 있으며 심지어 이준석씨도 자유한국당 해산 청원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는 과정이나 총선 플래카드 표어 등을 보면 같이 맛이 가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어쨌든, 미래통합당 인사들이 선거에서 그렇게 참패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국민더러 자성하라고 적반하장으로 대들고 국민에게 나라가 폭주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고 하는 것은 다 이유가 있습니다. 물론 민주주의 사회에서 어떤 주장을 하든 자유일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렇게 자기들의 적극 지지계층 입맛에 맞는 막돼먹은 행동과 막말을 하는 것 자체가 국가와 국민에게 해악이니 참 고민이 큽니다.


- 지금도 보면, 선거 끝나자 마자 일부 기사에서는 선거로 야당이 궤멸해서 추경이 통과가 안 된다니 뭐니 그런 소리가 나오는데,  말은 바로 해야겠지요. 까놓고 이야기해서, 그냥 미래통합당은 20대 국회에서 문재인 정부에 도움이 되는 일은 하나도 할 생각이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당시를 돌아보면 더더욱 웃기는 것은, 이런 만행을 저지른 미래통합당을 비롯한 야당들이 입버릇처럼 달고 나온 말은 '협치'였고, 자기들 맘에 안 드는 결과가 나오면 반대로 '독재'라는 말을 주절거리기 일쑤였습니다.

하지만 야당들이 외치는 '협치'에 매몰된 결과가 무엇인지를, 20대 국회의 한심스러운 일처리들이 역으로 증명하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따지면 21대 국회가 이렇게 구성된 이유는, 권한을 줄 테니 20대 국회처럼 이리저리 휘둘리다 일도 못 하는 행동은 하지 말라는 것으로 받아들여도 되지 않을까 싶은 정도입니다.



- The xia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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