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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5/26 19:47:49수정됨
Name   호라타래
Subject   섹슈얼리티 시리즈 (5), 하지만 섹슈얼리티와는 조금 다른 이야기 - 직장에서 치마입는 남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Thanem, T., & Wallenberg, L. (2016). Just doing gender? Transvestism and the power of underdoing gender in everyday life and work. Organization, 23(2), 250–271. https://doi.org/10.1177/1350508414547559 입니다.

이번 글에는 조직 내에서의 젠더를 다룹니다. 학술지 이름이 Sexualities가 아니라 Organization이지요? 이전까지는 성적 정향과 성적 행위에 초점을 두었어요. 성적 정향과 젠더는 별개지만, 지난 번에 살펴봤듯이 섹슈얼리티의 실천과 해석에는 젠더가 끼어들지요. 한 번쯤 젠더를 세세히 다루는 게 낫겠다 싶었습니다.

최대한 간단하게 ㅠ_ㅠ 정리해보겠습니다. 이론적 논의를 뭉텅뭉텅 자르고, 방법론도 생략합니다. 언제나처럼 본문도 일부만!

번역은 믿지 마셔요 ㅋㅋ

1. 들어가며

숙대 동아리에서 MTF 트랜스젠더 학생 입학을 거부하는 성명문을 냈었지요. 여러가지 함의를 그 속에서 읽어낼 수 있지만, 트랜스젠더가 문제시 되었다는 그 자체로부터 젠더 트러블(gender trouble)을 떠올릴 수 있어요. 

실제 우리가 취하는 다양한 모습, 행동, 감정과 달리, 우리는 상상 속의 '남자' 혹은 '여자'를 끌어와 이분법적으로 서로를 해석해요. 이건 상대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도 해당되요. 때문에 트랜스젠더의 존재는 젠더 이분법에 균열을 일으키는 것으로 이상화 되고는 했어요. 물론 트랜스젠더는 상대 성의 특징을 과장되게 추구하며, 따라서 젠더 이분법을 역으로 고착한다는 이론적 논의도 있었지요.

하지만 실제 트랜스젠더들이 어떻게 일상을 영위하는지를 세세하게 파고든 경험적 연구는 적어요. 우리는 진공 속에 던져진 존재가 아니에요. 가족/친구와 만나고, 일터에서 일을 하고, 온라인에서 키배를 하고 살아가지요. 사회적 상호작용, 그 속에 겹친 권력관계, 소소한 저항과 억압은 언제나 일어나요. 그리고 이 상호작용은 특정한 맥락과 연결되요. 일터에는 일터의 맥락이 있지요.

더하여 트랜스젠더라 쉽게 묶어서 이야기하지만 내부 양상은 다양해요. 자신에게 부여된 사회적 성을 벗어나고자 하는 사람, 그들 중에서 수술을 통해 신체를 원하는 모습으로 변화시키고자 하는 사람, 이성의 복장을 입고자 하는 사람 등이 겹쳐있어요. 이성의 복장을 입고자 하는 사람들을 트랜스베스티스(transvestites) 혹은 크로스드레서(crossdressor)라고 합니다. 국가에 따라 트랜스베스티스는 성적인 각성과 결부되어 복장도착자로 해석되기도 합니다만, 저자들이 연구한 스웨덴에서는 트랜스베스티스나 크로스드레서나 병리적인 관점에서는 벗어난 용어라 하네요.

저자들은 MTF 트랜스베스티스들이 직장에서 어떻게 정체성을 표출, 협상, 관리, 억압하는지 경험적으로 탐구하고자 해요. 이들의 경험이 젠더 이분법을 벗어난 모두를 대표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기존의 논의가 경험적 근거 속에서 뒷받침 되는지 검토하고, 새로운 이론적 방향을 던져줄 수는 있겠지요.

2. 이론적 배경과 기존 논의

1) 젠더하기(doing gender)

젠더하기(doing gender)라는 개념은 웨스트와 짐머만(1987)이 강조했어요. 사람들은 자신들의 젠더를 반영하거나 표출하기 위해 상호작용하고, 자신의 행동을 조직하고, 다른 사람들도 그리할 거라 가정한다는 입장이에요. 타인은 우리의 행동을 평가하고 묘사해요. 우리는 타인이 그러한다는 걸 알고요. 그러니 타인들에게 적절해보일 젠더 범주에 행동을 맞추지요. 젠더는 사회적 상호작용에 의해 구조화 되고, 사회적 상호작용을 구조화해요. 

행동은 여러 차원에서 일어나요. 언어 표현, 신체적인 제스쳐, 사회적 행위 모두를 동원해서 특정한 성별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고자 해요. 예를 들어 여성들은 화장을 하고, 얌전하고 상냥한 모습을 유지하고자 하고, 가끔은 연출된 멍청함을 보이기도 해요. 

물론 우리가 언제나 사회적으로 지배적인 여성성/남성성만을 따르지는 않아요. 하지만 웨스트와 짐머만은 가핑클(1967)에 기초하여, 일상화 된 우리의 젠더 실천이 어떻게 남성/여성이라는 젠더 이분법을 구성하고 지속지키는지에 주목해요. 무엇이 남성이고 무엇이 여성인지는 참여자들의 실천을 통해 재구성될지라도 (redoing gender) 남성/여성이라는 이분법은 여전히 남아요. 

2) 젠더하지 않기(undoing gender)

젠더 트러블이라는 표현은 주디스 버틀러의 책 제목이기도 해요. 위에서는 젠더 트러블이 트랜스젠더가 젠더 이분법에 내는 균열을 가리키는 것처럼 적었지만, 버틀러는 젠더 그 자체가 트러블이라는 관점을 택했어요. 젠더가 생각처럼 공고한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고만 설명하면 너무 후려치는 얘기가 되지만, 일단 이런 관점을 택한다는 걸 기억해주세요. 모든 젠더는 드랙(drag)이라는 표현도 함께요. 젠더 수행성(gender performativity)까지 이어지는 이론적 논의를 여기서 간략히 정리하기란 제 역량이 부족하니 넘어갈게요.

젠더의 문제적 속성만 기억하고 다시 돌아와 볼게요. 젠더하기doing gender에 주목한다면, 젠더하지 않기undoing gender도 이어지겠쥬? 우리는 젠더를 하지 않을 수 있어요. 하지만 이건 우리가 젠더를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다는 관점과는 달라요. BSDM 글에서 잠깐 언급했었지요. 저는 오히려 버틀러가 웨스트와 짐머만보다 훨씬 젠더 이분법의 영향력을 강조한다고 이해했어요. 이미 한다/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젠더는 가정되는 것이라 이해했고요.

젠더하지 않기undoing gender는 긍정적이기도 하고, 부정적이기도 해요. 직장에서 여성들이 전형적인 '여성성'만을 보여주거나, 자신들의 여성적 정체성을 억압하는 방향 모습은 부정적인 젠더하지 않기(nagatively undoing gender)의 대표적인 예입니다. 긍정적인 젠더하지 않기(positively undoing gender)는 여성 IT 노동자가 비서 역할을 기대 받았을 때 이를 거부하고 그대로 IT 노동자의 역할만 하는 사례를 들 수 있지요.

경험적 선행연구들은 젠더하지 않기undoing gender라는 개념을 둘러싼 이론적 관점이 실제 사람들이 경험을 경시한다고 지적했어요. 지배적인 젠더 규범을 위반하면서 경험하는 즐거움과 고통을 경시한 채, 젠더 수행성이라는 추상화 된 논의로 빠졌던 면이 있거든요. 실제 경험 연구에서는 사람들의 '젠더하지 않기'가 젠더 이분법을 온전히 파괴하기 보다는 다양한 범위의 젠더 정체성을 가능하게(liveable) 하는 모습을 보여주거든요.

기타의 이론적 논의는 다 잘라낼게요. 간단하게 연구방법론을 기술하고 본문으로 가겠습니다.

3. 연구방법론

질적연구입니다. 2009년부터 2014년까지 트랜스베스티스 커뮤니티의 모임을 참여관찰 하고, 2010년부터 2013년 사이에 반구조화 인터뷰를 병행했습니다. 인터뷰는 생애사(이전까지 어떻게 살았는지)와 현상학(어떤 체화된 경험을 하는지)을 결합해서 실시했고요. 그 외 여러가지 정보가 있지만 이 시점에서 언급해야 할 내용은, 저자들이 왜?가 아니라 어떻게?라는 질문에 집중했다는 점이에요. 트랜스베스티스는 오랜 기간 동안 병리화 되었던 역사를 지니거든요. 위의 정리에서 생략하고 넘어갔지만 저자들은 낙인(stigmatization)을 연구의 이론적 배경과 연구의 접근 방식 모두와 긴밀히 연관된 것으로 제시합니다.

4. 본문 중 일부

1) 트랜스젠더를 억압하기repressing transgender

1] 일터와 가정에서 이분법적 젠더규범의 힘 The power of binary gender norm in work and family life

다수의 연구참여자들은 자신들의 트랜스베스티즘이 알려지면 가까운 주변과 모르는 사람들에게 낙인, 차별, 주변화, 폭력 등 부정적인 반응이 올 거라 예상했어요. 특히 동료들이 괴롭히거나, 직장에서 해고되거나, 직업적 전망이 파괴되는 걸 걱정했고요. 금융업계에서 일하는 사람은 자기 업계가 매우 엄격하다면서, '드레스를 입은 남자는 짤릴걸요a man in a frock would get fired'라고 말했어요. 방산 업계에서 일한 연구참여자는 다음과 같이 진술했어요.

"저는 방산업계에서 일했어요. 그 당시에 트랜스베스티스는 동성애자와 같이 취급되었어요.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했고, 1960년대에 동성애는 불법이었어요. 특히 방산업계에서 당신은 동성애자일 수 없었어요. 당신은 짤렸을 거예요. 안전을 위협받았을 거고, 외국인 에이전트는 협박메일을 보낼 수도 있었어요. (I was in the arms industry, and at that time, being a transvestite was equal to being homosexual. People thought transvestites were homosexual, and in the 1960s that was illegal. And particularly in the arms industry you couldn’t be homosexual. You’d get fired. You’d be a security threat. Foreign agents could blackmail you) (p. 260)"

이런 예측들 때문에 사람들은 트랜스베스티스로서의 성향을 오랜 기간 동안 완전히 억눌러왔어요. 자신들의 성향을 받아들이고, 공공장소에서 원하는 옷을 입을(dressing up; 이후 '업을 한다'고 표현) 때까지 몇 년이 걸렸지요. 이들 중 누구도 일터에서의 커밍아웃과 그 결과를 직접 경험하거나 목격하지 않았지만, 직장에서 자신들의 커밍아웃을 단념시키는 걸 경험했어요. 젠더 이분법의 힘은 압도적인 공포를 낳았지요. 공포의 내용은 동료들에게 괴롭힘 당하거나 소외당하거나, 해고당해 실업자가 되거나, 혹은 그 외 알 수 없는 무언가였고요.

젠더 이분법의 힘은 남자들에게 지배적인 성취주의(male careerism)과, 남편/아버지가 무엇을 의미하는가와 연결되어 있어요. 몇몇 응답자들은 전문직 남성으로서 경력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압박감에 쫓겼어요. 자신의 정체성을 성찰하거나, 원하는 옷을 혼자 입어보거나 할 새가 없었지요.

몇몇은 남편과 아버지로 존재하기 위해 생겨나는 제약을 언급했어요. 가사 일이나, 자녀 양육에 시간을 쏟느라 원하는 옷을 입지 못하는 사람도, 가족들에게 자신의 성향을 알리고 싶지 않은데 집에서 혼자가 될 공간을 찾지 못한 사람도 있었어요. 아내의 강한 반대에 부딪쳐서 포기한 사람도 있었고요.

2] 패싱이라는 신체적 실천을 통해 트랜스젠더를 숨기기 Concealing transgender through bodily practices of passing

이분법적 젠더규범을 내면화 한 결과, 다수의 연구참여자들은 가족, 직장, 친구, 이웃들로부터 정체성을 숨기고 정보를 관리하기 위해 극도의 노력을 기울였어요. 이런 실천은 공간적인 특징을 지녔어요. 업을 하고 나갈 때는 뒷문으로 나간다거나, 아는 사람이랑 만날 가능성이 낮은 상점에 간다거나 하는 식으로요. 

선행연구들은 트랜스젠더들이 패싱(자신이 원하는 정체성으로 행세하는 행위)을 할 때 생물학적 성별과 대응하지 않는 사회적 성이 밝혀지지 않도록 노력을 기울인다 강조했지만, 이 연구참여자들에게는 업을 할 때 흔적을 남기지 않는 모습이 두드러졌어요. 여성적인 옷과 도구를 벗는 것에 더해, 화장이나 매니큐어를 꼼꼼하게 지우는 모습이 보였지요.

"예전만큼 철저하게 숨기지는 않지만, 누군가가 알게되는 건 두려워요. 그래서 손톱에 매니큐어가 남아있지 않은지 확인하지요. 아직도 매니큐어를 하고 직장에 가지 않아요. It’s not as if I completely hid the feminine before, but I was afraid that someone would find out. So I checked my nails for traces of nail polish. I still don’t wear nail polish for work (p. 261)"

자신들의 트랜스베스티즘을 숨기는 건 또한 정상적인 남자로서의 모습을 연기하는 것과 연결되요. 수많은 사회적/신체적 실천을 동원해서 명백한 마초 남성의 정체성과 신체를 조형하고 유지했지요.

"직장에서 저는 마초맨이었어요. 가면을 쓰고, 가면이 개인을 압도했지요. 제 전문적인 자아는 저와 함께했지만, 마스크를 쓴 채였어요. 고객과 있을 때는 정장을 빼입고 베컴 스타일로 머리를 넘겼죠. 정석적인 비즈니스맨의 모습을 체현했고요. 사무실에서는 더 편하게 입었어요. 청바지, 티셔츠를 입고, 클로그를 신었지요. 무난한 회사원 A 같은 느낌으로요. 건설 현장에서는 청바지와 오버코트를 입었어요. 각각 꽤 괜찮은 작업복이지요. 딱 보기에도 권위가 있어보이는 모습이지요. 제가 높은 지위를 드러내고자 하지는 않았지만, 제 건설현장에서 저는 높은 지위의 사람이었어요 At work I was a macho man […]. I wore a mask, and the mask took over the person. My professional self was me but with a mask. […] With clients I wore a business suit and a slick combed-back haircut. I embodied the standard businessman figure. In the office I dressed more casually, in jeans, T-shirts and clogs. I felt like a slob dressed like that. At building sites I wore jeans and overcoats, respectable work-wear. It had to be obvious that I was an authority figure. I didn’t seek to express high status, but it had to be clear that I was higher in status than our construction workers"

연구참여자들에게 패싱은 남자 옷을 입을 때 더 중요했어요. 트랜스베스티즘이나 여성성은 취약함과 연결되는 반면, 남성성은 힘을 지니게 하지요. 동시에 이는 남성성이 필연적으로 불안정한 가면이라는 걸 드러내요. 본문 사례는 우리가 언제나 [젠더를 한다]고 말한 웨스트와 짐머만(1987)의 주장을 복잡화해요. 우리는 다른 맥락에서 다른 가면을 쓰면서 젠더를 적절하게 할 수 있으니까요.

3] 젠더를 억압하는 감정적 부담과 고통 The emotional strain and pain of repressing transgender은 원문을 참고해주세요.

2) 트랜스젠더를 표현하기 Expressing transgender

1] 패싱에 무관심하기 indiferrence to passing

연구참여자들은 공공장소에서 가끔씩 혹은 자주 업을 했어요. 인터뷰에 참여하거나, 자조 모임에 참석할 때도요. 업을 한다는 건 여성적인 악세서리를 착용하거나, 치마를 입거나, 브래지어를 차거나, 화장을 하거나, 매니큐어를 바르는 행위 등을 포함해요. 몇몇 사람들은 몸의 털을 밀고, 머리를 길러서 여성스러운 스타일로 가꾸었어요.

하지만 직장에서 일반적인 남성으로 보이려는 노력이 스스로의 트랜스베스티즘을 동료들로부터 숨기기 위한 중요한 방안이었던 반면, 여성이 되기 위해 패싱하려는 사람은 거의 없었어요. 몇몇은 여성으로 패싱한다는 아이디어에 즐거움을 느낀 적이 있었지만, 자신들이 패싱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폐기했어요. 그 외 다른 사람들에게는 이는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니었어요.

"여성으로 패싱이요? 그건 어쩄거나 제가 업을 하는 이유는 아니고, 그래서 중요한 일은 아니에요. 전 여자 옷과 여성스러운 모든 걸 가지고 멋져보이고 싶어요. 그건 제가 여자 행세를 하고 싶다거나 여자가 되고 싶다는 건 아니에요. To pass as a woman? That’s not why I dress up anyway, so it’s not important to me. I’d like to look nice, with women’s clothes and everything, but that’s not about passing or pretending to be a woman. (p. 263)"

동시에 몇몇 응답자들은 자신들이 업을 하지 않을 때도 중성적이거나 여성적인 옷과 악세서리를 착용하고는 했어요.

"일하는 동안 전 포니테일 머리를 하고 있어요. 몇 달 전 솜씨좋은 쌤을 찾았어요. 그 쌤이 머리를 염색해주고, 더 여성스럽게 이쁜 스타일로 만들어줬죠. 일하는 동안 치마를 입지는 않아요. 실용적이지 않잖아요. 다만 가끔씩 매니큐어는 칠해요. 분홍색 매니큐어는 아니에요. 업을 안 할 때는 파란색 매니큐어를 칠해요. For work I wear my hair long and in a ponytail. A few months ago I found a great hairdresser too. She has dyed my hair and given it a more feminine style. […] I wouldn’t wear a skirt to work, it’s not practical. But I often wear nail polish. Not pink nail polish. When I’m not dressed up I’ll wear blue nail polish. (p. 263)"

여성으로 패싱하는 것에 무관심한 성향은 대부분의 연구참여자들이 편한 옷을 입고, 간단한 가발을 쓰고, 얕은 화장을 하게 만들었어요. 그렇지만 사회적으로 지배적인 여성의 외관은 영감의 원천이었지요. 이는 젠더 이분법이 완전히 폐기되지는 않는다는 걸 보여줘요.

"전 화장을 화려하게 하지 않고, 밖에 돌아다닐 때 파티 드레스를 입지 않아요. 대부분의 여자들도 그래요. 다들 청바지를 입고, 화장을 얕게 하고, 꾸밈없이 입지요. I don’t wear too much make-up, and I don’t wear party dresses when I dress up in public. After all, most women don’t. They wear jeans, very little make-up, usually something unassuming (p. 263)"

업을 한다는 건 명백히 체화적인 실천(embodied practice)지만 연구참여자들은 바디 랭귀지, 제스쳐, 목소리를 바꾸지 않았어요. 트랜스베스티즘은 여자가 되거나, 여성이 되어가거나, 여성을 흉내내는 것과는 달랐어요. 완전히 다른 정체성을 수용하는 것과도 달랐고요.

"전 제 목소리나 그 외 다른 걸 바꾸지 않아요. 전 똑같은 사람이에요. 다른 누군가가 아니고요. 마초 타입이었던 적은 한 번도 없어요. 여전히 오래된 친구(남자)들과 놀러가고, 축구를 보고, 맥주집에 가요 I don’t change my voice or anything […] I’m the same person. I’m not someone else. […] I’ve never been the macho type, but I still enjoy hanging out with my old male friends, watching football, going to the pub (p.263)" 

사실 많은 연구참여자들은 트랜스베스티즘이 자신의 정체성과 개성을 표현하는 문제라 강조했어요.

가핑클(1967)은 어떻게 트랜스젠더들이 패싱을 하면서 관심을 피하는지 강조했지만, 많은 연구참여자들은 젠더화 되지 않은 정체성과 신체 작업을 통해 관심을 피했어요. 이들은 트랜스베스티스라는 점을 자랑스럽게 느끼고, 자세/제스쳐/목소리를 통해 자신감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어요. 이것이 부정적인 반응을 피하고,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는 방법이었고요. 

"숨으려고 하거나, 구석에 숨어있다면 당연히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받게 되지. 불안전해보이고, 자신 없어 보이고, 숨고 싶어하는 거서럼 보이면 친구를 만날 수 없잖아. 꼿꼿히 서서, 자신감을 갖고 걷고, 자기 자신이 되라고! Of course you’re gonna look suspicious if you try to hide, if you sneak around corners. And you’re not gonna meet friendly people if you seem insecure, unconfident and wanna hide. […] Stand up straight, walk with confidence and be who you are!"

2] 긍정적인 커밍아웃 경험 positive experience of coming out

트랜스베스티스로서 스스로에게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고, 자신감을 가지고, 밖에서 업을 했을 때 이런 감정을 표현하는 건 커밍아웃 과정의 중요한 측면이었어요. 연구참여자들은 그들이 '종국에' 밖에서 업을 하기 시작했을 때 느꼈던 감정적/신체적 해방감과 즐거움을 강조했어요.

"제 트랜스베스티즘은 이전에는 완전히 억압되어 있었어요. 제가 밖에서 업을 하기로 결정했을 때 이는 해방이었지요 My transvestism was thoroughly repressed before. […] It was a liberation when I made the decision to start dressing up (p.264)"

직장에 커밍아웃하고 정기적으로 혹은 매일같이 업을 하는 사람들은 매우 긍정적인 경험을 했어요. 그리고 커밍아웃 과정은 점진적이었어요. 처음에는 아예 업을 안하다가, 나중에는 언제나 업을 하게 되었지요.

"직장 동료에게 메이크업 코스에 다닌다고 얘기했어요. 제가 여장한 사진을 보여줬어요. 그게 첫 걸음이었죠. 다음에는 생일 때 귀걸이를 받고 싶다고 말했어요. 직장의 몇몇 여자들에게 얘기했지요. 생일 날 동료들은 귀걸이 몇 쌍을 선물했어요. 제 상사가 손으로 건내줬죠. 하나도 이상하지 않았어요. 곧 제가 트랜스베스티스라는 소식이 퍼졌어요. 동료 두 명이 (남1, 여1) 왜 카밀리아로 일하지 않냐고(언제나 업을 하고 오지 않냐고) 물었어요. 격려를 해주었지요. 그 때부터 여자 옷을 입고 회사를 다니기 시작했어요. 그 이후 회사는 개인 파일 내에 제 이름을 바꾸었고, 월급명세서에는 칼 대신 카멜리아라는 이름으 찍혔어요. 매일 아침 제가 출입 카드를 찍을 때 화면은 '환영합니다 카멜리아'라고 말해요. 회사가 모든 매니저를 본사로 부를 때는 저도 초대 받아요. 이런 제스쳐는 큰 의미가 있어요.  I told a workmate that I’d been to a make-up course. I showed her photos of myself as a woman. That was the first step. Then I said I’d like earrings for my birthday. I told a few more girls at work. And for my birthday my workmates gave me a pair of earrings. My boss handed them over—it was nothing weird about it. Soon the news spread that I was a transvestite. [….] Then two colleagues, a man and a woman, asked me why I didn’t always come to work as Camilla. They encouraged me, and since then I’ve always come to work in women’s clothes. [….] [Later] The company changed my name in the personnel files so the payroll said Camilla instead of Carl, and every morning when I scanned my entry card the display said ‘Welcome Camilla’. When the company invited all the women managers to a gathering at head office I was invited. That gesture meant a great deal. (pp. 264-265)"

몇몇은 트랜스베스티즘이 직장에서 장점으로 작용한다고 말했어요. 몇몇은 더 효율적으로 일하게 되었다고 했고, 몇몇은 자신을 드러내면서 회사 분위기가 더 개방적으로 바뀌었다고 말했어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젠더 이분법과의 줄다리기는 남아있지요. 커밍아웃 이후 모든 사람들이 이들을 환영하지도 않았고요. 그 내용인 3] 젠더 이분법을 협상하기 Netogitationg the gender binary는 원문을 확인해주세요.

논의?

저자들은 doing gender / undoing gender 둘 다 실제 현실을 담아내기는 어폐가 있다고 봐요. 따라서 underdoing gender 말하자면 슬렁슬렁 젠더하기 혹은 모자라게 젠더하기 같은 접근을 보여줘요. 하는 것도 아니고, 안 하는 것도 아닌 그 중간 어딘가 쯤에서 젠더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하지요. 또한 트랜스젠더 되기가 그 자체로 젠더 이분법에 도전한다거나, 트랜스젠더들이 활동가적인 목적을 추구한다는 선행연구와는 다른 양상 그리고 해석을 보여줘요.

앞선 서술한 이론적 논의의 흐름 속에서 어떤 의미가 있을지 더 궁금하신 분들은 원문을 봐주시면 됩니당

나가며

이 연구는 트랜스젠더/트랜스베스티즘을 둘러싼 서구 사회의 인식 변화는 배경만 짚고 넘어가요. 소수자들이 스웨덴 사회 속에 어떻게 위치하는지는 연구참여자들의 회사경험과 분리할 수 없는데 말이지요. 연구자들은 그 점을 스스로 밝히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랜스베스티스들의 사회적 상호작용을 경험적으로 포착한 연구의 의의를 강조해요. 저도 여기에 동의하고요. 그래서 저작권을 고려해서 일부만 번역하더라도 패싱(Sexual passing)을 둘러싼 여러가지 양상들을 더 많이 전달하고자 했어요. 
 
동시에 연구참여자들의 의식을 존중해서, 번역 도중에 '여장'이라는 표현을 안 쓰려고 노력했어요. 물론 이는 트랜스베스티스인 연구참여자들 의식일 뿐, 트랜스젠더 전반으로 일반화 할 수 없다는 점 고려해주세요.

또한 논문에서 덜어낸 여러 부분은 조직연구(organizational studies)와 연결되어요. 직장이라는 맥락이 흐릿해서 아쉬운 분들은 원문을 ㅠㅠㅠ 전 신규범적 통제? (neo-normative control) 내용이 흥미롭더라고요.

한국에서는 트랜스베스티스라는 표현보다는 크로스드레서라는 용어를 더 많이 쓰는 듯해요. 스웨던 사회와는 크로스드레서들을 바라보는 인식도, 크로스드레서들과 젠더 이분법이 맺는 관계도 다르겠지요. 디씨인사이드를 보니 여장 갤러리가 있더라고요. 훓어보니 여기는 논문에 나온 스웨덴 트랜스베스티스 사례와는 또 다른 이야기를 담고 있을 듯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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