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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6/20 21:51:25 |
Name | 저퀴 |
Subject | 더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2 리뷰 |
글을 쓰기 전에 제 글에는 더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2에 대한 스포일러는 물론이고, 전작에 대한 스포일러까지 있단 점을 미리 알립니다. 더 라스트 오브 어스는 PS3의 막바지에 튀어나와서 많은 사람들에게 찬사를 받았던 작품입니다. 얼마나 큰 파급력을 남겼는지 조금이라도 플레이어에게 압박감을 전달하는 게임만 나오면 죄다 소울라이크로 둔갑시켰던 것처럼 전통 있는 유사 부자 관계를 다루거나,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로드무비만 나오면 비교되는 일까지 종종 보였죠. 그랬던 예를 하나 뽑자면 PS4로 출시된 갓 오브 워가 대표적이겠죠. 1편의 테마는 상실과 가족애였습니다.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상처 입은 주인공의 로드무비'로 압축할 수 있습니다. 꽤 평이한 주제에 풀어나가는 과정 또한 클리셰를 상당히 답습한만큼 누구나 감동할만한 내용이기도 했습니다. 결말에 이르러서 남기는 여운은 좋았고, 파트2를 시작하는 플레이어가 혹시라도 그 여운을 조금 상실했을까봐 조심히 꺼내서 다시 채워주기까지 합니다. 그런데 파트2는 똑같은 방식으로 테마를 전달합니다. 상실과 증오요. 다소 길지 않나 싶은 프롤로그 구간을 거치자마자 플레이어가 느끼는 상실은 1편과 유사하면서도 더 과격합니다. 당연히 의도적인 연출이지만 효과적으로 전달했는가에 대해선 아니라고 봐요. 그 다음부터는 아직 감정을 추스리지 못한 플레이어를 잠깐만 휴식시킨 다음에 다시 북받친 감정을 토해내는 여정을 진행시키죠. 중요한 것은 이 여정에 있어서 주인공은 엘리 뿐만 아니라 에비가 포함된다는 겁니다. 두 시선으로 진행되지만 사실 두 사람 모두 다루는 주제는 같아요. 증오의 사슬을 끊기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죠. 굳이 이래야 했나 싶은 생각이 들어요. 에비가 주인공인 것을 문제 삼는 것이 아니라 똑같은 이야기를 왜 또 하려는건지 모르겠더군요. 그렇다고 1편처럼 독창적이진 않지만 섬세하거나, 섬세하진 않아도 독창적이거나 둘 중 하나였어도 괜찮았을텐데 둘 다 아니에요. 대신 두 사람이 다른 공간적 배경을 탐험하면서 더 확장된 세계에 대한 묘사는 환상적이에요. 비쥬얼에 있어선 PS4의 황혼기를 화려하게 장식한 작품입니다. 기술적인 수준이 아니라, 미술적으로 보는 이를 감탄하게 만드는 완성품이 도처에 깔려 있어요. 게임 자체는 매우 선형적이긴 하지만, 길목에 한해서는 비선형성을 유지하는 레벨 디자인과 맞물려서 깊숙하게 탐험할수록 만족감을 줍니다. 사운드도 훌륭해서 플레이어의 시각과 청각을 자극하는 부분에선 딱히 단점을 찾을 수 없어요. 전체적인 게임 플레이에 있어선 그냥 파트2가 맞구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좋게 말하면 짜임새가 있었던 1편을 고스란히 가져온 후속작이지만, 반대로 말하면 달라진 게 없어요. 수풀을 포복하거나 절벽을 뛰어다니는 모습이 엄청난 발전이라 말하긴 좀 그렇죠. 레벨 디자인마저 그러해서 전 1편도 게임 플레이에 있어선 딱히 인상적인 부분이 없었는데 2편도 똑같아요. 그나마 차이점을 뽑자면 시대에 뒤쳐졌던 PS3를 바탕으로 만들었던 1편은 간혹 옛날 게임이었구나 싶은 구석이 보이는데 2편은 그렇진 않았다 정도는 있습니다. 확실하게 발전된 부분은 액션보단 리액션이에요. 집중해서 보면 공격 받은 사람의 공포, 홀로 남겨진 사람의 분노 같은 건 잘 표현했어요. 그게 게임 플레이가 재미있게 만들어주냐고 한다면 아니겠지만요. 그렇게 생각하면 사람이 질리게 만드는 감정선을 유지하는 것도 단점에 가깝다고 봐요. 1편도 거의 없다시피 했는데 감염체들이 안겨다주는 스릴이란 것이 없는 게임인데다가 파트2는 쓸데없이 깜짝 놀래키는 부분만 늘려놨어요. 스토리텔링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제가 확 거부감을 느꼈던 부분은 극후반부와 엔딩 정도였습니다. 아직 감정이 해소되지 않았지라고 강요하다시피 하고, 엔딩에 이르면 감정을 이입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너무 반복적이라 피로감을 주었다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굳이 주인공에게 엄숙함마저 주는 그런 엔딩이 필요했는가 싶어져요. 증오의 사슬을 끊은 사람에게 또 상처를 줄 필요가 있었을까요? 고작 좀 더 늦게 생각했다는 이유만으로요? 조금만 더 유하게 나왔어도 대중적으로도 더 좋았을거라 봐요. 여담으로 어느 분야에서건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격앙된 논쟁이 참 많은데, 전 파트2가 정치적 올바름으로 완성도를 비판 받아야 하진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아예 없는 건 아닌데 딱 한 장면은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로 유치하고 전형적인 연출이라서 저걸 왜 넣고 있지 싶은 생각이 절로 들긴 해요. 더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2는 팬들이 싫어할만한 게임입니다. 개발사가 스스로 각오하고 그렇게 만들었죠. 자신들이 보여주고자 하는 주제가 있으니까요. 너무 명확해서 이해할 수밖에 없고요. 풀어나가는 과정이 수준 이하라고까지 생각하진 않고 오히려 안정적으로 클리셰를 채워넣어서 탄탄하게 완성했다 생각하지만 플레이어의 분노를 사면서까지 흥미롭게 다뤘는가 하면은 확실히 아닙니다. 직설적으로 깐다면 누구나 아는 교훈을 심각하게 설명한다고 해서 걸작이 될 순 없는 법이죠.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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