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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8/10 23:58:08 |
Name | Cascade |
Subject | 나의 안동문화유산답사기 |
딱히 진지한 글은 아니다. 안동문화유산답사기라고 적긴 했지만 식도락과 관광명소 위주로 편성한 것이라 진지한 문화유산 답사를 원했던 사람들에겐 심심한 사과를 전한다. 안동에 가기로 했다. 원래는 도쿄였던 것 같은데 어쩌다 보니 안동으로 오게 되었다. 두 글자라는 것만 빼면 공통점이 전혀 없지만 실망한 점도 많았지만 좋은 점도 많았다. 함께 가준 여자친구님에게 심심한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안타깝게도 핫한 유교랜드는 월요일 휴관으로 인해 방문하지 못했다. 우리는 어차피 방학이니까 남들이 잘 안 가는 일-월 여행을 갔는데, 사람들이 이렇게 여행을 안 가는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는 점을 깨달았다. 또 이 일정은 나중에 크나큰 풍파를 몰고 오게 되는데 이는 나중에 적으려 한다. 안동 하회마을은 최악이었다. 내 표정이 얼마나 별로였는지 여자친구가 눈치를 볼 정도였다. 관광지와 거주지의 애매한 경계에 있는 게 안 좋을 수 있다는 건 예상했지만 북촌 한옥마을이나 전주 한옥마을같은 곳에 비해서 훨씬 별로라고 느껴졌던 건 일단 그곳을 통행하는 일종의 ...관광용 전동차들이 끊임없이 통행을 방해한다는 점이었다. 불과 1시간이면 다 볼 수 있는 마을을 구경하기 위해 다시 차에 오른다는 발상 자체를 이해할 수 없었다. 거기에 더불어 마을에 들어가기 전에는 수많은 음식점들을 거쳐야 했는데 도대체 이곳을 누가 관리하는지 몰라도 보기에 좋지 않았다. 하회마을 내부는 그야말로 실망 그 자체였는데, 일단 관광객이 갈 수 있는 장소와 일반 거주자들의 집조차 제대로 표시하지 않는 건 그렇다 쳐도, 곳곳에 널린 흔한 시골 마을같은 일부 오브제들이 끊임없이 풍광을 해쳤다. 아무리 실제 마을이 관광지가 되었다 해도 이렇게까지 관리를 제대로 못하는 곳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다른 사람이 그곳을 방문하고자 한다면 낙동강 굽이를 보러 가는 게 아닌 이상은 추천하고자 하는 마음이 없다. 매우 흥미롭게도 고구마가 길 한쪽에 심어져 있었다. 낙동강을 제외한다면 하회마을에서 가장 인상적인 풍경이었다. 다만 다음에 들린 세계 탈박물관은 매우 흥미로웠다. 한국 탈이야 원체 익숙해서 감흥이 없었는데 전 세계의 다양한 탈들을 보니 굉장히 재미있었다. 특히 기억에 남던 멕시코 탈이다. [조커] 저거 진짜 있는 구조물이다. 그 다음으로 이동했던 곳은 당연히 찜닭집이었다. 한마디로 하자면, 상호긴 한데 신세계 찜닭집 (바이럴 아님. 내돈내산임) 가서 먹는 걸 추천한다. 인생 최고의 찜닭이었다. 이 정도면 프랜차이즈를 내도 인정할만하다고 생각했다. 단순히 어디 가서 먹으면 맛있는 집이 아니라, 죽기 전에 한 번은 꼭 이걸 먹기 위해 안동을 와야겠구나 하는 맛이었다. 존맛이었다. 진짜 당면 탱글탱글한거 실화냐? 찜닭 후에는 도산서원을 방문하기로 결정했다. 찜닭집 근처의 맘모스 제과는 사람이 무지 많았다. 잠깐 구경만 하고 도산서원을 향해 떠났다. 멀었다. 왕복 50km였다. 하지만 그 먼 거리를 갈 만큼 뛰어난 자연 풍광을 지니고 있었다. 그야말로 퇴계 이황이 맘에 들어할 만 했다. 조선의 기숙학원, 도산 서원 사실 도산 서원 정도면 유명사립대 정도에 가까웠다고 한다. 요즘은 이런 미니어쳐 만드는 게 유행에 지난 듯 하다. 아쉽다. 어쩌면 퇴계 이황 선생도 제자들에게 대가리 박아를 시전하지 않았을까? 조선이 #(태그)를 발명했다는 증거 그 다음은 추천받은 이육사 문학관에 갔다. 돈을 많이 쓴 티가 팍팍 나는데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도산 서원도 먼데 거기보다 더 먼 산골짜기에 세워두니 사람이 올 턱이 있나... 하지만 내부는 생각보다 잘 꾸며져 있었다. 사실 이육사 문학관이라고 하길래 생육신과 사육신 문학관인줄 알았다. 이건 죄송하다. 알고보니 내가 알고 있는 시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런 분이 광복도 보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는 사실에 괜히 마음이 짠했다. 다음날 아침 자고 일어나니 비가 미친듯이 왔다. 여친은 안동호를 보고 싶다고 졸라서 유교랜드가 있는 문화공원에 갔는데 호수가 전혀 보이지 않고 유교랜드는 문이 닫혀 있었다. 그래서 그냥 물길 따라 내려가다 보니 저 멀리 왠 다리 하나가 보였다. 월영교였다. 오 근데 꽤 큰 돈을 써서 만든 안동의 여러 관광지중에서 가장 잘 만든 티가 났다. 강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며 무한한 풍광을 맛봤다. 여친이 옆에서 한 편의 수묵화같다는 얘기를 했다. 동의하는 바였다. 그렇게 비를 쫄딱 맞으며 월영교를 보고 안동 댐도 보고 나니 배가 고팠다. 누군가 대전 성심당을 외칠때 안동엔 맘모스가 있다 맘모스 빵집에서 처음 크림치즈빵을 먹었을 때는 매우 실망했다. 내가 좋아하는 맛이 아니라 닭갈비에 치즈를 뿌려먹는 사람들이 좋아할 맛이었기 때문이다. 참고로 치즈빵 ㄹㅇ 꿀맛인 곳은 (https://store.naver.com/restaurants/detail?id=18368482&tab=menu#_tab) 여기 크레이지 브레드다. 진짜 핵꿀맛이다. 하지만 이런 치즈빵의 아쉬움을 달래준 극한의 존맛빵이 있었다. 포테이토 뭐시기 치즈빵이었다. 단 맛은 사라지고 치즈의 고소함과 짠맛이 감자의 탄수화물과 함께 춤추기 시작하자 눈 깜빡한 사이에 하나를 더 사왔다. 진짜 미친 맛이었다. 여기의 메인 메뉴는 치즈빵이 아니라 포테이토 치즈빵이었다. 여친은 케이크도 이것저것 샀다. 사실 아침에 일어났을 때에 이미 보유주식이 52주 최고가를 찍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금요일에 장마감 당시 목표가격을 넘어서 팔아야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또 튈 줄 몰랐다. 일-월 여행이 안좋은 점을 또다시 발견하는 순간이었다. 당장 내일이 실적발표라 떨어질 것 같다는 불길한 느낌 때문에 아침밥만 후다닥 먹고 빠르게 서울로 복귀했다. 돈 일이천원이 움직이는 것도 아니고 백단위가 움직이니 HTS 공인인증서 갱신하라고 할 때 할 걸 하는 생각이 들지만 이미 엎어진 물이었다. 올라오는 길에 비가 왔지만 집중력 최대치로 장마감 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여친에게 미안하다. 맛있는 거라도 사줘야겠다라고 생각했다. 아이패드를 사달라고한다. 미쳤나봐 ㅋㅋㅋㅋㅋ 장난이었다. 다음부터는 꼭 노트북을 들고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안동 여행 끝.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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