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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8/29 02:50:40수정됨
Name   오쇼 라즈니쉬
Subject   감사함이 가득한 식탁
우선 농부아저씨들에게 감사하자는 얘기는 아닙니다. (근데 농부아저씨라는 호칭은 여혐 아닌가여?)
오늘의 이야기 대상은 식탁에 오르는 쪽입니다.

사람들은 하루에도 수차례씩 음식을 섭취합니다. 아침, 점심, 저녁, 그 사이에도 군것질을 하곤 하지요.
정갈히 차려놓은 식탁에서 식사를 하기도 하고, 바쁜 출근길에 길거리에서 대충 때우기도 합니다.
살기 위해 기계적으로 입 안으로 음식을 넣는 가운데
왠지 우리는 그 음식의 원재료가 어디에서 온 것인지, 어떻게 자란 것인지 잘 생각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어째서, 그리고 언제부터 이렇게 된 것일까요?

"한국 사람들은 왜 아무 거나 먹어요?"
프랑스인인 불어 선생님이 아내에게 물었습니다. 특유의 건방진 말투 있잖아요.
프랑스(와 많은 유럽 가정)에서는 어려서부터 부모님과 함께 장을 보고, 재료를 손질하고, 식사를 준비하고, 다같이 모여 함께 식사를 한다고 합니다. 식재료 하나를 고를 때에도 어디서 어떻게 키운 것인지 신중하게 따지고요. 이러한 과정에서 아이는 자연스럽게 식재료와 가까워지게 되고 음식을 차리고 먹는 행위의 소중함을 알게 된다고 해요.
하지만 좁은 제 인맥 안에서 제가 아는 동년배들 중 이런 식의 식사문화를 가졌던 사람은 없었읍니다.
대신 주로 이런 말들을 들었죠.
"밥은 엄마가 알아서 차릴테니까 넌 공부나 해."
한국에서 음식을 차리고 먹는다는 행위는 부차적인 것, 신경쓸 필요가 없는 것으로 취급되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아이가 돌이 지날 무렵, 이런 기사를 봤습니다.
짧은 기사이지만 간단히 요약하자면
생산량이 떨어져 죽을 운명이었던 독일의 어떤 젖소들이 동물보호단체의 후원을 받아 난생 처음으로 초원을 밟고 뛰어다녔다는 내용입니다.
저와 아내는 이 기사를 보고 둘 다 감동으로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사실 눈물도 찔끔 났습니다.
저희 부부가 유난스런 반응을 보인 이유가 있습니다. 저희 아이가 독일 소들의 신세를 졌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모유수유를 하려고 계획하고 있었던 저희에게 출산 이틀만에 모유가 나오지 않는 날벼락같은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아이는 입원 기간 중 먹던 국내 브랜드 분유를 집에 와서도 계속 먹었습니다. 우유가 맞지 않는지 영아산통이 심해 밤마다 심하게 울었습니다. 소이분유같은 것을 찾아보았지만 우리나라에 없는지 제가 못 찾는 건지 아무튼 실패했습니다. 젖동냥을 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었고요. 그러다 찾은 것이 독일 분유였습니다. 분유를 바꾼 당일날부터 아이는 편하게 잠을 자기 시작했고 돌 전후까지 독일 젖소들이 만든 우유를 마셨습니다.
어쩌면 어쩌면 기사에 나온 소들 중 저희 아이를 키워준 소가 있었을지도 모르지요. 저희는 조용히 감사기도를 드렸습니다.

'마인드풀 이팅'이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우리말로는 '마음챙김 먹기'정도로 해석하는데요. '음식을 어떻게 먹는가'에 초점을 맞춘 다이어트 내지는 섭식장애 치료 도구 정도로 쓰입니다. 천천히 먹어라 온전히 먹어라 음식이 식탁에 올라오기 전까지의 과정에 대해 생각해보자 등등 구체적인 방법론도 있지만, 저는 음식에 대한 아래와 같은 태도가 어쩌면 진정한 '마인드풀 이팅'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마인드풀 이터 상상도. 출처 : MBC 스페셜 목숨걸고 편식하다 중)

언제부턴가 식탁 앞에 차려진 생명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충만해졌습니다. 믿는 신도 없는데 식사 전에 기도하는 게 습관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변화된 식사 시간이 이전보다 훨씬 행복하다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 육식습관을 버리고 채식을 한다 해도 우리가 생명체를 꺾어서 삼키고 소화하게 된다는 것은 나도 인정한다. 그래서 식사할 때 무, 당근, 상추, 사과, 오렌지에게 사과한다. 어느 날인가 우리가 피부에 햇빛을 받고 맑은 공기를 깊이 들이마시는 것만으로도 살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우리는 생존하기 위해 먹는다. 그러므로 덜 민감한 생명체를 취해야 한다. 우리가 섭취하는 먹을거리는 어떤 것이든 본래 생명을 갖고 태어났다. 그러므로 사과든 토마토든 풀 한 포기든 먹으려면 그것을 죽여야 한다. 우리가 무슨 권리로 자연의 경이를 소비할까? 식물은 땅에서 중요한 존재다. 나는 나무를 자를 때면 나무에게 인사를 보낸다. 데이지나 팬지꽃을 뽑을 때나 사과 또는 무를 깨물 때면 내 마음은 오그라든다. 내가 뭐길래 그들의 생명을 빼앗는단 말인가?
 우리는 지상의 모든 것에 연민을 갖고, 최대한 많은 것에 유익을 주고, 최소한의 것에 해를 끼치도록 노력해야 한다. /
 - 헬렌 니어링의 소박한 밥상 중

우리를 위해 희생당하는 생명들을 조롱하는 일들을 왕왕 보게 됩니다. 
조롱보다는 감사를 드려보는 것은 어떨까요. 기분도 훨씬 좋아집니다.

You are what you eat
 - Anthelme Brillant-Savarin, France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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