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24/10/25 11:53:44
Name   오쇼 라즈니쉬
Subject   소통의 부재 - 그거 사기에요!
아침부터 산뜻하게 열받는 일이 있어서 오랜만에 키보드를 잡게 되네요

저는 개원한 의사이고 스네피(SNEPI)라고 하는 자율신경치료를 많이 합니다.
자율신경 기능부전(자율신경실조증)이 뭐냐면...
온갖 잡증상이 있는데 병원에선 정상이라고 하고 주위에선 꾀병이라고 해서 삶이 피폐해지는 걸 말한다고 보면 대충 맞습니다.
보통은 이건 몸이 아니라 마음의 문제니 정신과 가보세요 엔딩을 맞이하죠.

오늘의 주인공은 66세 여자분이십니다.
3년 전부터 몸에 힘이 하나도 없고 온 전신이 돌아다니면서 열이 나고
전신에 통증도 있고 섬유근육통 이야기도 들어봤고
위가 안 좋아서 식사도 잘 못하고 소화도 안 되고 숨도 차고 어지럼증이 심하고 불안하고
자율신경치료로 유명한 모 신경외과 4번 갔다왔는데 효과가 없었다고 하네요

한 달 반 동안 저와 함께 치료하면서 오늘 말씀하시길 어지럼증 빼고는 제반 증상 거의 다 좋아졌다고 하십니다.
고혈압 고지혈증이 있으시다고 했는데, 저희 병원에서는 항상 수축기 혈압 100 내외로 나오고 집에서도 그 정도 나오신다고 해서
어지럼증도 있으시니 일단 약을 끊어보시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이후로는 130~140 정도 나오시는 상태.
고지혈증약 스타틴도 간혹가다가 심각한 전신증상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으니 한번 끊어보라고 권유드렸고,
실제로 말씀을 듣고 끊었을 때는 잘 몰랐다가 얼마 전부터 다시 먹어보니 전신에 불편감이 올라와서 아 이게 문제가 있었구나 확인하셨다고 해요.

근데 며칠 전에 원래 고혈압/고지혈증 때문에 다니시던 내과에 가셨는데 강압적으로 꾸중을 많이 들으셨다고 하네요.
환자분이 그 병원만 가면 혈압이 높게 나오는데, 그래서 집에서 재보면 정상이다 라고 말을 했더니
집에 있는 혈압계는 30만원짜리고 자기네는 1000만원짜리다, 집에서 잰 수치는 거짓이다 라고 말하고
고지혈증약 끊으면 몸상태가 좋아지고 먹으면 나빠진다고 했더니 약은 무조건 먹어야 한다고 하고
자율신경치료를 받고 있는데 몸상태가 많이 좋아졌다고 하니까 "그거 다 사기에요!" 라고 일축했다고요.
그러면서 반지형으로 된 24시간 혈압계를 하나 달아줬다고 합니다;;;
(허가받은 제품에 이런 말 뭐하지만 주위 동료 의사분들 반응을 들어보면 정확도가 많이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누가 누구보고 사기래)

얼굴도 모르는 다른 의사가 자기가 낫게 했다고 하면 과학자로서 의심 해보는게 당연합니다.
그런데 눈앞에 있는 환자, 사람, 인격체가 자기가 좋아졌다고 하는데 그걸 사기라고 일축하는 건 뭡니까?
그럼 내 눈앞에 있는 이 사람은 사기 당한 멍청이고 치료해준 의사는 사기꾼이라는 건데, 그런 말을 그리 쉽게 내뱉다니요.
다 떠나서 자기 환자가 좋아졌다고 하면 치료 방법을 궁금해하고 관심을 가져야하는 거 아닌가요? 그동안 자기가 치료해준 것도 아니면?

의료는 기본적으로 사람을 대하는 것이라는 걸 잊어버린 의사들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숫자만 정상치에 맞추기에 급급해서 삶의 질에 대해서는 신경을 쓰지 않죠.
모니터 뒤에 사람 있어요! 아니 증상 뒤에 사람 있어요!



12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티타임 게시판 이용 규정 2 Toby 15/06/19 31949 7
    15155 일상/생각청춘을 주제로 한 중고생들의 창작 안무 뮤비를 촬영했습니다. 2 메존일각 24/12/24 321 5
    15154 문화/예술한국-민족-문화의 정체성에 대한 소고 meson 24/12/24 274 2
    15152 정치이재명이 할 수 있을까요? 72 제그리드 24/12/23 1553 0
    15151 도서/문학24년도 새로 본 만화책 모음 6 kaestro 24/12/23 349 5
    15150 게임최근 해본 스팀 게임들 플레이 후기 1 손금불산입 24/12/23 277 5
    15149 사회그래서 통상임금 판결이 대체 뭔데? 7 당근매니아 24/12/23 599 11
    15148 정치윤석열이 극우 유튜버에 빠졌다? 8 토비 24/12/23 824 9
    15147 정치전농에 트랙터 빌려줘본 썰푼다.txt 11 매뉴물있뉴 24/12/22 1066 3
    15146 의료/건강일종의? 의료사기당해서 올려요 21 블리츠 24/12/21 965 0
    15145 정치떡상중인 이재명 56 매뉴물있뉴 24/12/21 1844 15
    15144 일상/생각떠나기전에 생각했던 것들-2 셀레네 24/12/19 575 9
    15142 일상/생각플라이트 시뮬레이터로 열심히 걸어다니고 있습니다~~ 7 큐리스 24/12/19 507 2
    15140 정치이재명은 최선도, 차선도 아니고 차악인듯한데 43 매뉴물있뉴 24/12/19 1848 7
    15139 정치야생의 코모도 랩틸리언이 나타났다! 호미밭의파스꾼 24/12/19 382 4
    15138 스포츠[MLB] 코디 벨린저 양키스행 김치찌개 24/12/19 135 0
    15137 정치천공선생님 꿀팁 강좌 - AI로 자막 따옴 28 매뉴물있뉴 24/12/18 747 1
    15135 일상/생각생존신고입니다. 9 The xian 24/12/18 613 31
    15134 일상/생각산타 할아버지는 알고 계신데.. 5 Picard 24/12/18 440 7
    15133 도서/문학소설 읽기의 체험 - 오르한 파묵의 <소설과 소설가>를 중심으로 1 yanaros 24/12/18 299 4
    15132 정치역사는 반복되나 봅니다. 22 제그리드 24/12/18 758 2
    15131 여행[2024 나의 이탈리아 여행기] 0. 준비 7 Omnic 24/12/17 368 7
    15130 정치비논리적 일침 문화 7 명동의밤 24/12/16 878 7
    15129 일상/생각마사지의 힘은 대단하네요 8 큐리스 24/12/16 791 7
    15128 오프모임내란 수괴가 만든 오프모임(2) 50 삼유인생 24/12/14 1883 5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