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09/06 22:41:08
Name   저퀴
Subject   크루세이더 킹즈 3 리뷰
크루세이더 킹즈 3는 중세 시대의 영주 가문을 번영시키는 목적을 가진 전략 게임입니다. 단순하게 영토를 늘려서 덩치만 키우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제국의 황제가 된다 해도 자신의 권력이 약하다면 언제라도 무너질 수 있는 중세 시대의 권력 구조를 반영한 독특한 작품이죠. 저는 1편부터 시리즈 전부를 해봤는데, 깊게 플레이한 건 아니었으니 아마 전작과 비교하더라도 잘못 알거나, 누락해서 설명하는 부분이 있을 겁니다.

3편도 시리즈가 내세우는 방향성은 고스란히 계승했습니다. 이웃 동네라고 아무 이유도 없이 침략할 수 없고, 내가 원한다고 마음대로 자식에게 작위와 봉토를 물려줄 수 없죠. 대다수의 전략 게임이 양적으로 팽창해버리면 걷잡을 수 없이 게임이 지루해지기 마련인데 크루세이더 킹즈는 가문의 상속권을 이용한 견제 장치가 효과적으로, 또 매력적으로 적용해서 길게 플레이할 동력을 줍니다. 이런 부분은 3편에 와서 더 강력해지기도 했죠. 2편은 문화권에 따라서 다양한 상속제를 도입했기 때문에 안정적인 권력 승계도 처음부터 가능한 경우도 있었거든요. 그런데 3편은 어떤 가문을 고르더라도 분할 상속이 강제되도록 디자인되어 있습니다. 전 이게 나쁘진 않더군요.

다만 다르게 말하면 3편의 아쉬운 점으로는 모든 문화권과 종교를 플레이해볼 수 있도록 허용해준 건 좋은데, 막상 2편만큼의 차이점을 느끼기가 힘듭니다. 여러 가문으로 플레이해봤는데 딱히 새로운 경험이랄 게 없어요. 물론 2편에선 크루세이더 킹즈란 제목답게 오로지 서구 기독교 문화권만 플레이할 수 있었고, 나머지는 죄다 유료로 구매해야 하는 DLC긴 했죠. 그래도 본무대인 유럽에서 크게 벗어나는 중동 너머의 아시아면 몰라도 이슬람 문화권은 좀 더 차별화했으면 하는 바람은 어쩔 수 없이 생깁니다.

반면에 개발사인 패러독스 스튜디오의 최근작들 중에선 출시 직후의 완성도는 가장 훌륭합니다. 미완성된 게임에 불과했던 임페라토르 롬, 2차 세계 대전을 하는 느낌이 전혀 안 들었던 하츠 오브 아이언 4에 비하면 크루세이더 킹즈는 매우 잘 잡힌 게임입니다. 특히 2편의 최신 DLC였던 홀리 퓨리에 있었던 기능은 그대로 3편에 와서 DLC 없이 들어가면서 이 게임의 주요 요소인 종교 시스템이 꽤 괜찮게 구성되어 있기도 해요.

물론 2편의 DLC가 매우 많았고, DLC와 동반된 업데이트가 누적되면서 완성도도 그만큼 올랐으니, 새로 시작하는 3편이 2편을 오래 플레이해본 유저 입장에선 아쉬울만합니다. 저는 2편의 DLC를 모두 체험해보지도 않았는데도 그런 생각이 계속 들었거든요. 당장 떠오르는 것만 해도 아이템, 불가사의 건축, 기사단이나 수도회 같은 단체는 3편에서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3편의 완성도가 2편에 비해 많이 부족하다고 단언할 수도 없긴 합니다. UI나 UX, 그리고 비쥬얼이 그런 예에 속하죠.

그 외에는 출시 직후의 완성도에서 더 지적할만한 부분은 시스템의 허점을 이용한 꼼수가 꽤 보이고, 너무 쉽게 이용할 수 있어요. AI도 무조건 상대방의 수도를 향해 진격하다가 각개격파당하기 일쑤거나, 종교 시스템에 여러 종파가 있던 점을 3편도 바로 계승한 건 좋은데 AI가 대응을 못해서 플레이할 때 김이 새는 감이 있다거나 하는 점은 보강해야 하는 밸런스 문제겠죠. 이런 건 이 장르에서 매번 지적 받는 부분이라 크루세이더 킹즈 3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패러독스 스튜디오가 DLC를 남발하기로 악명이 높고, 앞서 말했듯이 DLC 개발을 통한 지속적인 사후 관리가 누적된 전작과 비교하면 크루세이더 킹즈3는 꼭 필요한 부분만 일단 가져다 둔 수준이긴 합니다. 특히 동쪽으로 더 확장된 맵은 굳이 그럴 필요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차별점이 없어서 아쉽기도 하고요. 그러나 한국 플레이어에 한해서는 공식적으로 한국어를 지원하기도 하고(번역의 품질은 나쁘지 않습니다.) 게임의 토대는 잘 완성되었다 싶어서 이번 시리즈를 처음 접해보거나, 아니면 DLC 없이 2편 정도만 해본 플레이어라면 전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늘 그랬듯이 장기간의 DLC를 통한 사후 관리가 이루어지면 더 좋은 게임이 될테고, 지금 당장의 완성도도 다른 전략 게임의 1.0 시절과 비교하면 오히려 크루세이더 킹즈 3가 더 훌륭합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최근을 1년 정도로 줄이면 가장 좋았고요.



9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7870 음악클럽가면 틀어줄거같은 노래 놀보 18/07/17 3534 0
    3358 게임클래시로얄 전설을 달성했습니다 13 Anakin Skywalker 16/07/26 4539 0
    1039 음악클라리넷에 대해서 (1) - 소개 5 남화노선 15/09/19 8897 3
    10541 일상/생각큰고모님 4 Schweigen 20/05/02 4663 26
    9340 일상/생각큰 이모에게 남자친구가 생겼습니다. 13 Jace.WoM 19/06/23 6211 38
    1632 일상/생각큰 고민중에 있습니다. 6 쉬군 15/11/25 5074 0
    1682 영화크림슨 피크 후기 4 맷코발스키 15/12/02 6905 1
    4369 생활체육크리스티아누 호날두, 2016 발롱도르 수상. 23 Darwin4078 16/12/13 6494 0
    2189 영화크리스찬 베일의 연기 전성기.avi 7 구밀복검 16/02/08 6084 0
    8320 음악크리스마스에서 발렌타인까지 그녀는 싱글이예요 14 바나나코우 18/10/04 4425 2
    1865 일상/생각크리스마스에는 이상한 일이 일어납니다. 13 김나무 15/12/25 5263 4
    13423 일상/생각크리스마스 캐롤 모음집 18 트린 22/12/23 2244 0
    6825 철학/종교크리스마스 이야기 두개 2 기쁨평안 17/12/25 4222 10
    4437 음악크리스마스 이브에 듣는 노래들 2 Ben사랑 16/12/24 4390 0
    1734 음악크리스마스 시즌이니... 4 새의선물 15/12/09 5713 0
    1847 일상/생각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았습니다. 11 스트로 15/12/22 5957 1
    10933 게임크루세이더 킹즈 3 리뷰 6 저퀴 20/09/06 5874 9
    13474 과학/기술크롬말고 엣지나 파폭 33 매뉴물있뉴 23/01/11 2408 0
    5433 IT/컴퓨터크롬 사용시 마우스 휠이 먹통이 되는 경우 7 인디아나 존스 17/04/13 10679 2
    3488 꿀팁/강좌크롬 백스페이스로 뒤로가기 안되는 문제 해결 방법 9 Toby 16/08/10 6462 0
    934 IT/컴퓨터크롬 NPAPI 대란 진행 현황 6 kpark 15/09/06 10798 0
    6516 도서/문학크로스드레싱을 소재로 삼은 만화, 13월의 유령 4 그리부예 17/11/03 6271 6
    908 경제큐이괴담 - QE를 또! 해야 한다는 이유가 또! 나오는 이유 19 MANAGYST 15/09/04 5387 3
    3723 창작큐브툰 #002- BIC 인디게임페스티벌 11 문틈 16/09/18 4079 8
    3701 창작큐브툰 #001 - 수요일의 이중인격 8 문틈 16/09/13 3923 6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