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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5/09/24 13:54:57
Name   Raute
Subject   차범근의 동료들 - 레버쿠젠
프랑크푸르트와 레버쿠젠 중 우리에게 어디가 더 익숙하냐고 하면 다들 레버쿠젠을 꼽겠지만, 80년대의 레버쿠젠은 그다지 강팀이 아니었고 UEFA컵도 어떻게 우승했나 싶을 정도죠. 창단 100주년 기념 역대 베스트11만 봐도 80년대 선수는 단 1명뿐이고, 차순위들을 포함시켜도 2명이 더 추가될 뿐입니다(차범근이 공격수 3위로 백업명단에 포함됩니다). 그래서 '듣도보도모탄' 선수들이 대부분입니다.


뤼디거 폴보른

80년대 레버쿠젠 선수 중 유일하게 역대 베스트11에 선정된 선수입니다. 당대의 평가는 그냥 무난한 중상위권 클럽의 주전 키퍼였습니다만 레버쿠젠에서만 뛰고 은퇴한 선수라서 그쪽 팬들 사이에서는 평가가 좋다더군요.


위르겐 겔스도르프

차범근을 부상시켰다가 용서받은 남자로 유명한 선수입니다. 역시 그렇게 특출난 선수는 아니었고, 그냥저냥 무난하게 뛰다가 은퇴한 선수 정도. 아 빼먹었는데 은퇴 이후 레버쿠젠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해서 차범근의 마지막 시즌인 88/89시즌에 수석코치로 근무했고, 리누스 미헬스가 나간 이후 감독이 됩니다.


디터 바스트

레버쿠젠이 차범근과 함께 영입했던 스타플레이어 중 한 명. 원래는 플레이메이커였다가 나이 먹고 리베로로 전향한 선수입니다. 레버쿠젠이 영입할 때 이미 서른이 넘었었죠. 차범근보다 2살 많은데 차범근과 같이 1988/89시즌에 은퇴했습니다.


베른트 드레허

사실 선수 시절에는 특출나지 않은 편인데 그래도 제법 국내 팬들에게는 이름이 알려진 편. 왜냐면 바이언의 백업 골키퍼, 즉 올리버 칸의 백업이었거든요. 원래 빅클럽의 백업은 때로 군소클럽의 주전보다 유명할 수 있는 법입니다. 현재는 바이언 골키퍼 코치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팔코 괴츠

80년대에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한 동독 선수 중 한 명으로 역시 대표팀에서 뛰지는 못했습니다. 리그에서 손꼽히는 스타플레이어는 아니지만 그래도 분데스리가에서 제법 오래 활약한 미드필더이자 공격수였고, 차범근 얘기에서 종종 언급되곤 합니다. 사이가 좋았던 모양.


헤어베르트 바스

당대 레버쿠젠의 간판 스타. 차범근의 투톱 파트너였으며, 팀의 주득점원이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레버쿠젠 홈페이지 역사 항목을 보면 [차범근과 바스가 80년대 팀의 주축이었다]라고 설명하고 있죠. 차범근이 그랬던 것처럼 원래 윙이었다가 공격수로 전향한 선수이기도 했죠. 다만 리그 최고 수준의 선수는 아니었고, 국가대표 출장도 많이 하지는 못했습니다. 딱 전성기를 맞자마자 부상을 당했거든요. 그래도 잘 나가던 시절에는 그 루디 푈러와 비교되었다고 합니다.


토마스 회르스터

80년대 레버쿠젠을 대표하는 수비수 중 한 명. 차범근과 함께 백업 명단으로 역대 베스트11에 포함됩니다. 이쪽도 원래는 미드필더였다가 리베로로 전향한 케이스인데 예전에는 이런 경우가 꽤 흔했죠. 그 유명한 마테우스도 원래는 미드필더 출신이고요. 해서 80년대 후반 분데스리가에서 손꼽히는 리베로 중 한 명이었습니다.


볼프강 롤프

80년대 분데스리가를 대표하는 수비형 미드필더 중 한 명으로 유럽 정상에 등극했던 함부르크의 주전이었습니다. 레버쿠젠이 UEFA컵 우승할 때 주장이기도 했죠. 중간에 프랑스도 한 번 갔다와보고 꽤나 여러 팀을 돌아다녔는데, 특이하게도 함부르크의 지역 라이벌인 브레멘에서 수석코치로 꽤 오랫동안 일했습니다. 감독대행으로 1경기 지휘해본 적도 있고요.


크리스티안 슈라이어

차범근-바스와 함께 레버쿠젠의 공격진을 구성했던 선수입니다만 아무래도 이 둘만큼의 인지도는 아닙니다. 원래는 공격수였다가 윙/공미로 전향했고, 필요하면 공격수로 알바 좀 뛰고 그런 선수였죠. 역시나 점점 포지션이 아래로 내려가서 나중에는 스위퍼까지 수행했다고 합니다.


안제이 반콜

폴란드 국가대표 출신으로 1982 월드컵에서 3위를 차지할 때 뛰었던 만큼 나름 인지도 있는 미드필더였죠. 다만 분데스리가로 이적하면서 국가대표팀과 멀어졌고, 독일에서도 특출난 활약 없이 그냥 오래 뛰다가 은퇴했습니다.


티타

어쩌면 여기 있는 선수 통틀어 가장 유명한 선수. 지쿠가 이끌었던 브라질의 플라멩구 출신으로 남미 챔스인 코파 리베르타도레스 득점왕을 차지한 적도 있습니다. 80년대 초반까지 촉망받는 브라질의 미래였고, 국제대회마다 꼬박꼬박 소집되곤 했습니다. 비록 기대치만큼 성장하지는 못해 여기저기 떠돌아다니긴 했습니다만 말년에 월드컵 대표로 뽑히기도 했죠.


보다시피 축구 잘 모르는 사람도 들어봤을 만한 선수는 아예 없고, 축구사에 언급될 만한 선수도 아예 없습니다. 그럴 법도 한 게 당시 레버쿠젠은 갓 승격해온 군소클럽이었고, 차범근이 간판 노릇을 하던 팀이거든요. 엄밀히 말해서 차범근이 분데스리가 최고의 선수는 아니었습니다만 갓 승격한 팀에는 황송한 수준이었죠. 기대에 부응하여 차범근은 UEFA컵 티켓까지 따줬고, 어찌어찌 이변 일으키면서 UEFA컵 우승도 한 번 해봤고, 90년대 초반에 레버쿠젠의 역대 최고 레전드인 울프 키어스텐을 영입하면서 전성기가 열립니다. 해서 프랑크푸르트에서는 '그냥 잘해서' 레전드라면, 레버쿠젠은 차범근이 나름 클럽 키워준 창업공신인 셈이죠. 레버쿠젠 팬들에게 지금 다시 뽑아보라고 해도 공격수 5위권 정도에는 들어올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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