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12/03 22:42:47
Name   T.Robin
Subject   그들은 영웅이 아닙니다. 그렇게 불리고 싶어하지도 않고요
https://www.npr.org/2020/11/30/940115260/nebraska-doctor-craves-more-help-less-hero-talk
팟캐스트 청취에 늦바람이 들은 T.Robin입니다. 오늘 들은 방송이 시사하는 바가 큰 것 같아 이를 공유합니다.
미국의 상황입니다만, 우리에게도 생각할 내용이 많아 보입니다.

NPR Fresh Air에 네브라스카주에서 의원을 운영하는 의사선생님이 출연했습니다. 네브라스카는 최근에 갑자기 코로나19 환자가 폭증해서 지금은 가장 높은 수준의 감염률을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한동안 잠잠하다가 어느날부터 한명 두명 생기더니 요즘은 코로나19 검사를 수행하면 50% 정도가 양성으로 진단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합니다.

이 상황에서, 주변 사람들은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의료진을 영웅이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그들이 정말로 영웅일까요? 의료진을 영웅이라고 부르게 되면, 의료진에게는 또다른 부담이 지워집니다. 그들 자신이 영웅으로 행동하고, 또 희생해야 하는 것이죠. 보호장구가 없어도 환자를 돌보기 위해 나서야 하고, 며칠간 계속 일을 했어도 환자가 생기면 쉬지 않고 달려가는게 당연시됩니다. 하지만 결국 이들도 사람이고, 계속되는 환자에 지쳐갈 따름입니다.

이 방송에 출연한 의사는 의료진을 영웅이라고 부르는 대신에, 자기 위치에서 자기의 의무를 다 해달라고 부탁합니다. 매일 듣는 이야기입니다. 개인은 각자 마스크를 착용해서 감염 가능성을 낮추고, 대규모 인구 밀집 행사나 지역에 가지 말고. 그리고 권력자들은 자신의 권력을 올바르게 이용하여 마스크 착용 등의 사항을 필요에 따라 강제하고, 쓰러져가는 주변의 자영업자를 지원해주고. 지금 필요한 것은 그런 것들이지 의료진을 보고 영웅이라고 부르는게 아니라는 겁니다.

뭐...... 우리나라만 그런줄 알았는데, 미국도 프레임은 다르지만 의료진이 사회적으로 희생하도록 분위기를 몰아가는 것은 비슷한 듯 합니다. 단지 미국은 이런 말을 공영방송에서 할 수 있을 정도라는걸 보면, 어쩌면 우리나라보다 좀 나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어벤저스나 저스티스 리그는 오직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집단입니다. 실제로 삶을 살아가는 우리는 다 똑같은 사람이고, 서로 부대끼고 의지하며 살아가는 존재들입니다. 아프면 병원에 의존하고, 병원은 각종 첨단 의료장비와 IT기기에 의존하고, IT 기기를 만든 개발자는 힘들면 병원에 가고...... 그렇게 서로 도우며 사는 존재들입니다. 요는 결국 의사도 간호사도 한 사람의 인간에 불과할 뿐, 어딘가의 슈퍼히어로와는 거리가 멀다는 거죠. 그리고 우리는 생활방역수칙을 준수함으로써 그들을 도울 수 있습니다.

코로나19 백신이 나오긴 했지만, 아직 부작용도 제대로 검증이 안 된, 어찌 보면 설익은 과일입니다. EU에서는 이번에 영국에서 세계 최초로 화이자 백신의 사용을 승인한걸 보고 EU 국가들은 저런 마케팅적 요소에 따르는 영국의 사례를 따르지 말고 EU 의회 내 전문가 자문을 거친 절차를 준수하라면서 영국의 결정에 대해 크게 우려하기도 했고요.

한 중간쯤 온 것 같긴 하지만, 우린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린 또한, 완전히 끝날 때까지 끝난게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아직은 때가 아닙니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우리는 버텨야 합니다. 그리고 서로 믿고 의지해야 합니다.



10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1194 의료/건강그들은 영웅이 아닙니다. 그렇게 불리고 싶어하지도 않고요 4 T.Robin 20/12/03 4110 10
    11177 경제부린이 특집 2호 - 집 매매시 주담대는 얼마나 나올까? Leeka 20/11/27 4653 10
    11166 경제1인가구 내집마련 - 보금자리론 활용하기 2 Leeka 20/11/24 3446 10
    11138 도서/문학서평 - 장류진 「일의 기쁨과 슬픔」 2 메아리 20/11/15 4189 10
    11117 창작그러면 너 때문에 내가 못 죽은 거네 (5) 13 아침커피 20/11/07 3588 10
    11110 오프모임[일단마감] 6일 금요일 7시 사케벙 56 라떼 20/11/05 4462 10
    11099 일상/생각미국 부동산 거래 검색 이야기 8 풀잎 20/10/30 3769 10
    13180 일상/생각아들한테 개발자로 인정받았네요 ㅋㅋㅋㅋ 5 큐리스 22/09/26 2854 10
    11087 일상/생각사랑과 성애의 관계 7 류아 20/10/24 5322 10
    10979 사회섹슈얼리티 시리즈 (8) - 염소와는 가능 개와는 불가능 20 호라타래 20/09/22 7079 10
    10962 꿀팁/강좌온라인 쇼핑 관련 Tip..?! - 판매자 관점에서... 2 니누얼 20/09/16 4890 10
    10871 꿀팁/강좌좋은 말씀 드리러 왔읍니다. 19 사나남편 20/08/19 4838 10
    10814 의료/건강의사 만나서 상담하고 왔습니다. 13 덕후나이트 20/07/25 5724 10
    10813 의료/건강생애 마지막 다이어트 D+24일 보고서(14kg감량) 9 상성무상성 20/07/24 4057 10
    13392 사회기자는 세계를 어떻게 왜곡하는가 8 dolmusa 22/12/13 2416 10
    10710 여행[사진多]제주도 2박3일 먹방기 6 나단 20/06/24 4007 10
    10642 게임파판7 리메이크, 남의 셀카 엿보는 것 같은 게임 5 머랭 20/06/02 3953 10
    10633 여행[사진多/스압]프레이케스톨렌 여행기 5 나단 20/05/30 4187 10
    10536 오프모임[모임후기] 나루님의 즐거운 샤슬릭벙 17 오디너리안 20/04/30 4330 10
    10477 창작기대 속에 태어나 기대 속에 살다가 기대 속에 가다 3 LemonTree 20/04/09 3672 10
    10414 과학/기술[코로나] 데이터... 데이터를 보자! 20 기아트윈스 20/03/22 6154 10
    10412 영화아무리 강력해도 정체성을 찾아가는 하나의 인간일 뿐, 아이언맨 3 2 kaestro 20/03/21 6320 10
    10393 사회섹슈얼리티 시리즈 (3) - 쓰리썸은 과연 성적인 즐거움 때문에 하는가? 24 호라타래 20/03/18 9304 10
    10354 도서/문학무림사계 : 변증법의 알레고리 4 작고 둥근 좋은 날 20/03/07 4804 10
    10335 역사고구려 멸망 후 유민들의 운명 12 이그나티우스 20/03/01 3692 10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