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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17 17:41:33
Name   횡빈
Subject   폭락중인 스가 내각의 지지율
2020년 8월 28일, 총리대신 아베 신조가 사임을 발표합니다. 이후 관방장관이던 스가 요시히데가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 9월 16일에 스가 요시히데 내각이 성립합니다. 현 시점에서 3개월 정도 전인데, 9월과 12월 여론조사의 내각 지지율을 비교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지지 / 지지하지 않음)

NHK 62->42(-20) / 13->36(+23)
요미우리 74->61(-13) / 14->27(+13)
마이니치 64->40(-24) / 27->49(+22)

편차는 있어도 하락세가 뚜렷하고 특히 마이니치는 처음으로 지지의 역전이 일어났습니다. 요미우리의 변동폭이 낮은 건 월초에 발표했기 때문이고, 최근 흐름을 봤을 때 다음달 수치가 크게 떨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사히는 이번 주말, 닛케이는 월말에 나올 예정인데 마찬가지로 대폭 하락할 것으로 보이고요.

왜 이렇게 됐는가 하면 결국 코로나 방역 문제가 결정적입니다. 내각 출범 직후의 고지지율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긴 했지만 11월과 12월의 격차가 유독 도드라지고, 이 시기에 있었던 문제라고 하면 코로나 제3파가 가장 중요한 이슈였거든요. NHK 여론조사를 보면 정부의 코로나 대응에 대해 약 20% 정도 긍정 하락 / 부정 상승이 나타났습니다.

당초 스가가 총리가 될 수 있었던 데엔 코로나의 영향이 꽤 컸습니다. 2020년 8월까지만 해도 '포스트 아베'의 선두주자는 이시바 시게루였습니다. 지지해줄 계파가 약하다는 약점은 니카이 토시히로의 지지를 얻어 해결해가는 분위기였고, 전체 국민은 물론 자민당 지지자를 대상으로도 1위라는 여론조사가 나오기도 했었습니다. 이와 달리 스가는 5위권 전후에 지지율도 별로 안 나오는 중이었죠. 그런데 아베의 사임 직후 니카이는 이시바가 아닌 스가를 찾아가 총재 선거 출마를 권유, 판도가 완전히 뒤바뀌게 됩니다.

니카이가 이시바가 아니라 스가의 편을 들면서 이시바는 다시금 당내 기반을 잃어버렸고, 또다른 유력 후보 키시다 후미오는 반대로 대중적 지지가 취약한 게 단점이었습니다. 이 와중에 니카이가 스가를 옹위하고, 스가가 '무당파' '경험 많은 실무자' 등의 이미지를 내세워 코로나 사태에 대처할 소방수로 급부상한 거죠. 여기에 총리가 사임한 특수 상황임을 강조하여 투표 방식까지 그에 맞춰 준용했는데(국회의원+당원투표 -> 국회의원+지역당위원회), 이로 인해 국회의원 투표의 영향력이 커졌고, 당원 투표에 기대를 걸던 이시바의 패배가 유력해졌습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스가 대세론'이 자리를 잡았고, 실제로 스가가 압승을 거두게 됩니다. 당시 간선제를 악용한 정치적 공작이라는 비평도 있었으나, 스가의 이미지가 대중적으로 나쁘진 않았기에 높은 기대 속에 굉장한 지지를 받고 새 내각이 출범할 수 있었죠.

그런데 일본 정부는 아베에서 스가로 바뀐 뒤에도 계속해서 경제에 무게를 둔 느슨한 현상유지 태세를 고수했고, 제3파가 심각해지는 12월에도 이러한 태도엔 큰 변화가 없었습니다. 특히 숙박요금을 대폭 감면해주는 'Go to 트래블' 캠페인을 꿋꿋이 유지했던 게 굉장한 반발을 일으켰죠(결국 지지율 폭락하고 일시정지 발표했는데 이렇게까지 완고했던 건 전국여행업협회 회장이기도 한 니카이의 영향이라고 보는 시선이 많습니다). 이외에도 스가가 온라인 방송에서 '안녕하세요 가스입니다'라고 웃으면서 말장난을 한 일이라든지, 고급 스테이크 회식이라든지 이런저런 구설수들이 계속 터져나오면서 코로나 사태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는 거 아니냐는 불만이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물론 코로나 때문에 죽는 사람보다 경제위기로 죽는 사람이 더 많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하는 만큼 경제를 포기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9월 NHK 여론조사 스가 정부에 기대하는 점 항목에서 1위가 코로나 방역 25%, 2위가 경제문제 20%이기도 했죠. 그런데 문제는 지금 일본정부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 위해 노력하는 게 아니라 경제만 살리면 된다고 코로나 문제를 방기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데에 있습니다. 솔직히 코로나가 퍼지기 전이면 모를까 이제 와서는 코로나를 상대로 정부가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고, 경제활동을 유지하면서 방역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건 다들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 다르고 어 다른 것처럼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인식이라는 게 중요한 건데 지금 일본정부의 대응은 코로나 문제 뿐만 아니라 거의 전방위적 불통 상태거든요 그러니 시선이 싸늘할 수밖에 없죠(스가 정부의 불통에 대해선 학술회의 문제나 임시회의 폐회까지 다뤄야 하는데 너무 길어질 거 같으니 이 글에선 생략합니다).

아베가 사임 발표하기 몇 주 전에 발표된 8월 여론조사를 보면 이미 긴급사태 선언이나 Goto중단에 관한 여론이 과반을 점하고 있었습니다. 한참 전부터 사람들은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요구하고 있었고, 그게 몇달째 묵시당한 상황입니다. 백신? 물론 그것도 중요하죠. 하지만 화이자건 모더나건 아스트라제네카건 구체적인 접종일자가 나오지 않은 건 일본도 마찬가지이고 지금 일본을 덮치고 있는 엄혹한 코로나의 겨울은 외면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한국의 코로나 확진자가 일본 코로나 확진자 다 따라잡았다고 하는데 확진율 보면 일본은 여기서 더욱 폭발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당장 오늘 도쿄에서 확진자 822명이 터졌고요. 내년이면 코로나 끝날 거라는 기대감은 있지만, 그렇다고 웃으면서 기다릴 수 있는 게 아니죠.

뭐 자민당이 정권을 내주진 않을 겁니다. 야당의 존재감은 미약하며, 야당에 대한 불신이 높으며, 실제로 여당 의원들이 코로나 사태 도중 물의를 빚는 동안 야당 의원들도 사고치고 다녔기 때문에 차별성을 주장해도 안 먹힐 겁니다. 그러나 자민당이 정권을 유지한다 하더라도 그때까지 스가 내각이 온전히 버틸 수 있을까요. 글쎄요 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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