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21/03/06 01:30:24
Name   syzygii
Subject   못생기게 태어난 이유로
성형외과 다녀와서 맥주 몇캔 까고 글을 씁니다
저는 어렸을때부터 못생기고 살이 쪘습니다. 사춘기 내내 여드름까지 합쳐져 자존감을 떨어뜨렸죠. 성인이 된 이후로 체중은 정상 이하로 줄이긴 했습니다.(셀룰라이트는 또 다른 문제지만 어쨌든) 저는 1년에 칼로리 있는 음료수 마시는것이 다섯손가락으로 꼽을정도고(식욕 자체를 줄인게 아니라 제로칼로리는 또 엄청마심) 제가 선택할 수 있는 환경에서라면 흰밥은 한달에 한번 먹을까 말까입니다. 여드름은 이소트레티논을 일찍 알았어야 했는데 뭐 원망할 대상도 없죠. 어쨌든간에...

외모 대신 객관적으로 머리는 좋은듯해요. 보통 학원에서 처음 배우면서 예습을 하는게 수학이라면(저때는 중2~3때 고1까지 끝내는게 유행이었습니다) 저는 학원에 가기 전에 미리 아무 수업 없이 문제집을 보고 풀면서 예습의 예습을 했으니까요(나중에 과외를 하면서 수많은 학생을 가르치며 제가 굉장히 특이하고 이상한 인간이었다는걸 깨달았습니다). 뭐 덕분에 나쁘지 않은 직업으로 살고있는데...

근데 평생 거울을 보고 느끼던 감정은 결국 채워지지 않더라고요. 제 얼굴형 상 제가 받아야 하는 수술이 부작용을 동반하기 쉬운 수술로 그 리스크를 감수하고 보통 20대를 화려하게 보내고 싶은 사람들이 선택하는듯한데 제 평소 성향과 완전 반대란말이죠. 리스크테이킹을 싫어하고 화려한건 별로 안좋아하고 츄리닝과 후드티 위주로 입고(오히려 이 부분은 컴플렉스가 반영된듯하기도 하고) safety와 stability를 추구하는 성격이라고 자평하는데 이런 위험한 짓을 내가 한다고...? 차라리 젊을때 받았다면 모르겠지만 뭐 젊을때는 선택지도 없었죠(집에 손벌리기 싫었으니).

지금 사는것도 정말 최악으로 살고있다거나 막 죽을거같은건 아닌데, 0~100중에 고르라면 전 한 30쯤이 최대인 삶을 살고있는듯해요. 나름 성공을 계속 하는데도 저에겐 채워지지 못하는 70이 있다는걸 깨달았지만 계속 회피해왔죠. 아마 이 최대치는 30년가량 이어진 거울과 카메라를 피하는 삶을 계속 사는한(사회적으로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찍힌 단체사진 속의 나를 볼때의 그 더러운 느낌이란..) 왠만해선 올라가진 않을거에요. 늙어가며 떨어지긴 하겠죠. 몇년간의 수많은 고민과 밤샘 끝에 결론적으로 한 60까진 찍어보고싶어서 위험한 선택을 하러 갑니다. 연예인은 안해도 좋은데 대중교통에서조차 평범한 사람을 보며 형용하기 힘든 감정을 느끼는건 그만 하고 싶어요. 뭐 나중에 또 후회할수도 있지만... 제 선택이니까 어쩔수 없죠. 리스크를 감수하러 갑니다. 베네핏이 나왔으면 좋겠네요.



16
  • 츷천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5636 일상/생각수박이는 요새 무엇을 어떻게 먹었나 -10 7 수박이두통에게보린 17/05/15 6135 2
10395 일상/생각생에 두번째 다이어트를 시작합니다 11 보리건빵 20/03/18 6135 3
13183 의료/건강와이프랑 10키로 마라톤 완주했습니다. 19 큐리스 22/09/27 6135 26
12929 IT/컴퓨터휴직된 구글 직원과 인공지능의 대화 전문 7 Jargon 22/06/18 6135 7
13248 일상/생각"교수님, 제가 생과 사의 경계에 있는 것 같습니다." 23 골든햄스 22/10/20 6135 50
8573 일상/생각로즈 스칼라쉽 장학금 수혜자와 이타심 봉사 4 풀잎 18/11/29 6136 9
9686 기타자유국가프로젝트 19 o happy dagger 19/09/20 6136 13
982 생활체육[GIF] 유럽축구판 북산 vs 산왕 4 Raute 15/09/13 6137 0
4959 일상/생각[Ben] 벤양 인터뷰 + 졸업식을 앞두고 당신을 생각하며 5 베누진A 17/02/22 6137 0
6363 게임 소녀전선 즐기기 - 추석 경험치이벤트 13 피아니시모 17/10/02 6137 0
7064 일상/생각나를 연애하게 하라 16 죽음의다섯손가락 18/02/07 6137 7
9061 사회낙태죄 헌법불합치를 보며 34 revofpla 19/04/11 6137 7
10560 육아/가정출산과 육아 단상. 12 세인트 20/05/08 6137 17
13636 일상/생각나 젊을때랑 MZ세대랑 다른게 뭐지... 31 Picard 23/03/13 6137 11
6910 음악김광석. 그의 22주기. 5 Bergy10 18/01/06 6138 4
7728 오프모임6월 22일 (오늘) 광화문 벙개 19:00 67 유통기한 18/06/22 6138 21
1512 일상/생각아이고 의미없다....(13) 1 바코드 15/11/10 6139 0
8556 기타향수 초보를 위한 아주 간단한 접근 19 化神 18/11/22 6139 24
9986 게임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2 결정판 베타 소감 3 瑞鶴 19/11/13 6139 1
10605 정치달이 차면 기운다. 12 쿠쿠z 20/05/21 6139 0
11568 의료/건강코로나 시대의 시민 바틀비(feat.백신여권) 10 몸맘 21/04/09 6139 3
8451 정치몇 년간의 연합사 관련 뉴스를 보며 느끼는 생각 19 Danial Plainview 18/11/01 6140 11
11039 일상/생각등산하며 생긴 재미있던 일 9 지옥길은친절만땅 20/10/11 6140 7
9133 일상/생각교양 해부학과 헌혈과제 3 Wilson 19/04/28 6141 8
9989 일상/생각4C - 글을 쓸 때 이것만은 기억해 두자 17 호타루 19/11/15 6141 18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