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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1/04/03 22:55:43 |
Name | 오쇼 라즈니쉬 |
File #1 | x9788992241014.jpg (393.3 KB), Download : 26 |
Subject | 표현력의 중요성 (feat. 동물로 산다는 것) |
저는 예술적 재능과는 동떨어진 사람이라 표현력 좋은 사람들을 평생 동경했습니다. 그림은 평생 단 1초도 잘 그려본 적이 없고요. 심심할 때 뚱까뚱까 기타치면서 노는 법을 배우려고 들어갔던 밴드에서 작곡이나 잼에 대한 능력은 0점이고 대신 카피만 기가막히게 잘 하는 사람이라는 걸 깨달아버렸을 때의 좌절감이란... 여하튼 말로 표현하고 싶지만 표현할 수 없는 감정들을 예술 매체에서 마주하게 되면 참으로 반갑고 감동을 받습니다. 혀끝에서 돌지만 나오지는 않는 그리움의 감정을 노래가사에서 발견했을 때 해리포터, 반지의 제왕같이 책으로 읽을 때는 상상력 부족으로 미처 채우지 못했던 웅장함이 그림이나 영상매체를 통해 구현화된 것을 봤을 때 미켈란젤로의 피에타를 실제로 보았을 때 갑자기 슬픔으로 북받쳤던 눈물... 채식인으로서, 제가 가지게 된 복잡하고 말못할 감정을 가장 잘 대변해준 것은 다른 채식인들의 길거리 시위가 아니라 한 권의 소설이었습니다. 존 쿳시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소설가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고 예외적으로 부커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작가입니다. 작품마다 여성, 제3세계, 동물권 등에 대한 철학을 간결하지만 강력한 문장으로 담아내었죠. 실제 존 쿳시는 1997~1998 프린스턴 대학에서 주최한 강연에서 연설자로 참여해 '동물로 산다는 것'이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진행했는데요, 그 강연의 바탕이 된 원고로 이 단편소설을 집필했습니다. 추후 동일인물을 주인공으로 본 단편소설을 부분으로 포함한 장편소설 '엘리자베스 코스텔로'를 집필합니다. 동물권에 대한 다양한 사람의 다채로운 시선을 수려한 문학적 철학적 깊이로 경험할 수 있는 훌륭한 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길이도 짧고요.(박수) 아래는 제가 채식인으로서 느꼈던 위화감과 절망감에 대해 가장 잘 표현한 문단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이라 전문을 통째로 옮겨와봤습니다. 채식을 하고 동물 문제에 대해 강의하지만 이해받지 못하는 늙고 지친 주인공에게, 아들이 왜 그렇게 열심이신지 이해하기 힘들다고 물어보는 장면입니다. ---------------------------------------- "내가 너에게 이유를 말해주지 않아서 혹은 감히 말해줄 엄두가 나지 않아서 그렇다고 설명하는 편이 나을 거다. 터무니없는 말이 떠올라서 차라리 미다스 왕(임금님 귀는 당나귀귀)처럼 베개나 바닥의 구멍에 대고 떠드는 편이 나을 때가 있단다." "이해가 안 돼요. 어머니께서 말씀하지 못하실 게 뭐가 있어요?" "내가 내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더 이상 알지 못한다는 거다. 나는 사람들 사이에서, 아주 편안하게 돌아다니면서 그들과 아주 정상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 그런데 이런 생각이 드는 거야. 그들 모두가 망연자실할 정도의 범죄에 관계돼 있다는 게 가능할까? 아니면 그건 나의 상상에 불과한 걸까? 미친 것 같단다! 하지만 나는 날마다 그 증거를 보거든. 내가 의심하는 그 사람들이 증거를 끄집어내 보여주고 나한테 그걸 들이밀어. 시체들을 말이다. 그들이 돈을 주고 산 시체들의 조각들을 말이다. 그것은 마치 내가 친구들을 찾아갔을 때 그들의 거실에 있는 램프를 보고 예의상 좋다고 말하니까 그들이 '그래, 좋지? 폴란드계 유대인 가죽으로 만들어졌대. 그게 최고야. 특히 폴란드계 유대인 처녀들의 가죽이 최고라고' 하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야. 그리고 욕실로 가면 비누포장지에 이렇게 써 있지. '트레블링카ㅡ100퍼센트 인간 스테아르산염'. 나는 이렇게 자문해보지.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걸까? 이건 어떤 종류의 집일까? 하지만 나는 꿈을 꾸는 게 아니야. 나는 너의 눈을 보고, 네 아내의 눈을 보고, 아이들의 눈을 보면서 친절함만을, 인간적 친절함만을 볼 수 있단다. 그래서 나는 속으로 이렇게 말하지. 진정하자. 너는 하찮은 일을 과장하고 있어. 이게 삶이야. 다른 사람들은 모두 받아들이고 사는데, 왜 너만 못하는 거야? 왜 너만 못해!"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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