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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1/04/13 00:31:04 |
Name | 엠피리컬 |
Subject | 교회를 다니는게 아들에게 도움이 될까. |
저는 미국에서 다섯살 짜리 아들을 키우고 있습니다. 큰 도시가 아니라 아들을 한글 학교에 보내려면 교회를 가는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여, 코비드가 몰려오기 직전부터 교회에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그 전에는 교회도 가본 적 없고, 성경에 대한 지식은 전무하며, 비기독교 신자들이 생각하는 교회의 부정적인 이미지만 가지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교회를 다니는 재미가 있더라구요. 예배가 끝나면 한국 음식을 요리해서 나눠주는 것도 맛있고, 라이브로 성가대와 밴드의 음악을 듣는 것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크리스마스에 아이들이 공연하는 것을 보니 저도 학창시절에 교회 안다닌게 후회가 되기도 했어요. 예배하는 동안엔 유치부 선생님들이 아이를 봐주시는게 그 무엇보다 가장 큰 꿀이었죠. 코비드 이후 모든게 온라인으로 바뀌면서 자연스레 재미와 관심이 멀어졌습니다. 그래도 처음엔 아이한테 온라인 예배를 같이 보자고 권하기도 했습니다. 아이가 언젠가 다시 한국인 친구들도 사귀고 한글 학교도 다녀야했고, 어차피 집에 하루 종일 있는데 아이가 좋아하는 영상만 볼 수 없으니 온라인 예배는 좋은 핑계이기도 했구요. 그런데, 저는 예배에서 들려주는 이야기가 너무 폭력적이라 놀랐습니다. 유치부에서 선생님과 무엇을 하는지 지금까지는 전혀 몰랐지만, 대충 상상건데 "어려운 친구 도와주기" 정도 수준의 말씀을 배울거라 생각을 했는데 온라인 예배에서 나온 이야기는 "인간은 죄를 지었고, 그것은 죽음으로만 갚을 수 있기에 양을 대신 죽여서 제사를 지냈다" 였습니다. 신심이 전혀 없는 저에겐 굉장히 충격적이었습니다. 죽음의 의미도 제대로 모를 아이에게 죽음으로서만 갚을 죄가 무엇인지, 왜 양의 목숨을 대신 바치는지 전혀 설명도 없이 말이죠. 코비드 비상 상황은 예상보다 훠얼씬 더 길어졌고, 온라인 예배를 안 들어간지도 거의 1년이 지났습니다. 얼마전에 교회에서 공지 문자가 왔습니다. 유치부 온라인 예배에 어린 아이들이 집중하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들려서 더 쉽고 짧게 만들었다고. 그래서 어제는 아들에게 보여주지 않고 저만 몰래 봤습니다. 이번에는 베드로가 감옥에서 죽임을 당하려고 하는데 천사가 내려와서 수갑을 풀어 구해줬다는 이야기를 애니메이션으로 하네요. 역시 아들한테는 못 보여 주겠더라구요. 저는 신실하진 않지만 교회의 소속감이 굉장히 좋았는데, 아무래도 안 될 것 같습니다. 아들에게 한글을 제가 가르칠 준비를 하렵니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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