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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1/06/27 18:50:38수정됨 |
Name | 샨르우르파 |
Subject | 보편적 청년 담론의 종말? |
2000년대-2010년대 중반에는 '88만원 세대' '열정이 어떻게 노동이 되는가' '우리는 차별을 찬성합니다'처럼 청년 담론이 유행했습니다. 대학가에서도 반값등록금 시위가 벌어졌고,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 운동이 있었죠. 그런데 한 3-4년 전부터인가? '사회구조로 고통받는 청년' 담론이 보이지 않기 시작했습니다. 저도 모르는 새 싹 사라진 느낌이었어요. 요즘 다시 뜨는 청년담론은 이남자, 이대남/녀, 정체성 정치(여성/비건/장애인/성소수자 등)같은 정치성 강한 담론이라 과거와는 다릅니다. 보편적 청년 담론의 시대가 끝난 셈입니다. 그동안의 청년들의 고충이 심해졌으면 심해졌지 나아지지 않았다는 걸 생각하면, 의미심장한 사회적 현상입니다. 개인적으로 세 가지의 생각이 드는데. 1. 청년들도 개인주의화가 많이 되어, 옛날과 달리 90년대생, MZ세대처럼 보편적으로 싸잡히는 걸 싫어합니다. 비난이 아닌 동정 취지의 담론에도 적대적이에요. 적어도 논객들은 그렇습니다. 청년담론 꺼내면 청년 내부의 다양성(계층, 젠더, 거주지역 등)을 무시하지 말라고 하죠. 2. 기존 청년 담론의 한계와 무리수를 대부분이 알게 되었습니다. IMF 이후의 (선진국치곤) 눈부신 경제성장을 '그거 다 재벌거지 대부분은 오히려 가난해졌다'고 치부하고(양극화 심해진 문제는 있지만 성장 사실 자체를 부정하는건;;), 한국 사회를 '무조건' 후진적으로 간주하고 (동시에 서구사회 선망) 연애 안하는 사람들을 전부 못하는 것인양 몰고가는 분위기도 있었고, 20대 개xx론처럼 논객들의 우월감만 표출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경제문제에만 집중하고(그나마도 불완전), 사회문화적으로 후진적이며 한계가 많았던 담론이었지요. 이젠 그런식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소수입니다. 불만 많은 청년들도 한국 사회의 높아진 위상은 인정하는 분위기입니다. 현재의 청년들은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해지기도 했고. 3. 역설적으로 기존의 청년 담론이 성공했습니다. 한때 청년들이 고통받는게 노력 부족이 아닌 사회문제라는 담론은 '논란'의 대상이었지만, 어느순간부터 청년 고통이 사회문제라는 게 사회적 합의가 되었는지 이야기조차 되지 않습니다. 학자금 대출과 국가장학금 제도가 확 갖춰지는 등 '청년' 정책들이 많이 생기기도 했고요. 다시말해 '청년' 담론 레벨에서 해결될 문제들은 다 해결됐어요. 현재 청년들의 취업난, 주택문제는 거시경제와 산업구조와 같은 거시적인 이야기와 연결되어 스케일이 너무 커져서, 청년 담론을 넘어 국가적 차원의 어젠다가 됩니다. 청년 담론의 형태가 유지될 수 없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신생 담론이 여러 면에서 기존 담론보다 낫기도 하고(한국 사회의 성장 인정, 보다 개인주의적이고 덜 억압적인 태도 등) 다만 요즘 신생 담론은 정치성이 너무 강하게 드러나서 거부감을 강하게 느낄때가 많고, 그게 아니더라도 '이렇게 전체집단을 파편화하는 방식이 바람직한가' 생각이 들기도 하고. 저도 기존 청년 담론에 회의적일 때가 많았지만, 청년들의 보편적인 고통이 사라지지 않았는데 보편적 청년 이야기가 사라지는게 바람직한 방식인지 의문도 들고. 아무튼 그렇습니다. 시대는 흐르고 시대에 맞춰 담론도 달라질 수밖에 없지만.. 그 방식이 불안하니 걱정이 안 될 수가 없네요. p.s. 청소년~ 대학교 초년기때 넘쳐난 청년 담론들을 되새기니 저도 이제 늙었나 싶습니다.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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