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24/07/22 13:39:55
Name   카르스
Subject   양당고착구도에 대한 짧은 고찰 - 제3정당들은 왜 양당에 흡수되었는가
현재의 양당고착구도가 문제고 혁파해야 한다는 소리는 많이 들을 수 있습니다.
과거엔 제3정당이 약간이나마 의석을 차지했는데 22대 총선엔 역대 최악으로 몰락했으니까요. 의석수로 제3정당인 조국혁신당도 범민주당계고.
하지만 그런 주장을 제대로 설파하려면, 과거에 제3정당들에 어떤 정당들이 있었는지 그리고 왜 몰락해서 양당고착구조로 수렴했는지 설명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다들 양당고착구도가 문제라 하는데, 이 문제는 놀라울 정도로 언급이 없어요.  

한국을 그나마 덜 양당구도로 만들었던 제3정당들을 크게 셋으로 분류할 수 있는데  

1. 충청권 보수정당(김종필; 신민주공화당, 자유민주연합, 자유선진당)
2. 양당 소장파 및 비주류 (열린우리당 분당~해산까지 민주당, 국민참여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개혁신당, 새로운미래 등)
3. 진보정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통합진보당, 정의당 등)

1은 지역주의 정당으로서 망국병 소리 들은 행태라 그것대로 문제였습니다.
김종필의 은퇴 이후 지속되기 힘든 상황이었고, 자유선진당이 새누리당과 합당한 이후 명맥이 끊겼죠.
지금 충청권 정치구도는 국민의힘(충북 대부분과 충남 서남부 등), 민주당(경기도 인접지역 및 천안-대전 벨트 등) 양당이 나눠 가져갔습니다.

2는 이런저런 분당 시도가 여러 이유로 죄다 실패.
그 결과 이제는 양당구조가 맘에 안들어도 분당 시도조차 꺼리거나, 분당이 되더라도 원내정당도 되기 힘든 수준으로 전락했습니다.

3은 한떄나마 성공해서 민주당의 정치스펙트럼을 좌편향시키는데 성공했지만 의제 설정 및 정체성 확립 문제와 내부 분열 등으로 몰락했습니다.

그런 면에서 지금의 양당고착구도는 마음에 들지 않을지라도 김종필 등 인물정치의 약화, 사회구조 변화, 정치개혁의 시도(부분적으로나마 성공) 등에 기인한 자연스러운 귀결인 면이 강합니다.
다들 지금보다 다당제 성격이 강했다면 만족할 것 같지만, 제3정당 후보군들의 상태를 보면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충청권 보수정당이 지금까지 살아있다면 그것대로 성토가 있었을 것 같고,
양당 소장파 및 비주류가 아직도 툭하면 분당하고 창당하는 양상을 보였다면 그것대로 정당정치의 후진성을 보인다며 개탄해했을 겁니다.
그리고 한국 맥락에서 진보정당이 지금까지 건재했다면, 진보정당이 더 나은 모습이었을 가능성도 있지만, 지금 사회가 진보정당에도 불구하고 크게 달라지지 않아서 그랬을 시나리오가 더 개연성이 높다고 봅니다.

지금 양당고착구도가 마음에 안든다면(사실 저도 그렇습니다)
엄밀한 분석 없이 밑도끝도 없이 현재 정치를 깎아내리기보다는,
모두가 맘에 안들어하는 지금의 정치구도도 나름의 이유가 있다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고 봅니다.
지금 정치가 맘에 안 들고 과거보다 퇴화한 면모도 많지만,
변화하고 퇴화한 이유를 생각해보면 어쩔 수 없는 자연스러운 게 많고,
한국 정치가 과거보다 나아진 면모도 정말 많습니다.



6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티타임 게시판 이용 규정 2 Toby 15/06/19 31327 7
    14905 음악[팝송] 오늘의 음악 "오아시스" 김치찌개 24/09/08 48 1
    14904 정치지금이 한국 정치사의 분기점일지도 모른다 3 meson 24/09/07 374 5
    14903 일상/생각오늘의 저녁 메뉴는 후니112 24/09/07 86 0
    14902 일상/생각벚나무도 가을엔 단풍이 든다 2 TEN 24/09/07 275 10
    14901 음악[팝송] 벨리 새 앨범 "Water the Flowers, Pray for a Garden" 김치찌개 24/09/07 46 0
    14900 정치요즘 세태를 보며 종종 생각하는 웃음벨 3인조 8 + 당근매니아 24/09/06 927 6
    14899 일상/생각아는 지인중에 3 후니112 24/09/05 537 0
    14898 일상/생각오늘의 저녁메뉴는 후니112 24/09/05 217 0
    14897 음악[팝송] 사브리나 카펜터 새 앨범 "Short n' Sweet" 김치찌개 24/09/05 136 0
    14896 생활체육[홍.스.골] 9월대회 오픈 4 켈로그김 24/09/04 239 0
    14895 오프모임한강벙 반포한강공원(펑) 11 간로 24/09/03 834 4
    14894 의료/건강어느 큰 병원 이야기 12 꼬앵 24/09/03 955 0
    14893 일상/생각오늘의 저녁메뉴는 후니112 24/09/03 249 0
    14892 일상/생각직장인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간단한 스트레칭 동작 1 후니112 24/09/03 396 0
    14891 일상/생각오늘 2 후니112 24/09/02 369 1
    14890 생활체육[홍.스.골] 8월대회 결산 및 9월대회 공지(시상자 변동 수정:와이님 추가) 13 켈로그김 24/09/02 274 1
    14889 댓글잠금 사회조련식 땜질처방으로는 지방 소멸 막을 수 없다. 34 가람 24/09/02 1340 6
    14888 방송/연예2024 걸그룹 4/6 5 헬리제의우울 24/09/02 1082 11
    14887 일상/생각오늘의 저녁 메뉴는 후니112 24/09/01 207 0
    14886 일상/생각당근 케이크가 유명한 곳 또 있나요? 후니112 24/09/01 332 0
    14885 IT/컴퓨터도시의 심연 (서울 싱크홀 모티브의 창작소설) 1 타는저녁놀 24/09/01 329 1
    14884 일상/생각두 번째 티타임(몽돌) 후안무치 24/09/01 328 0
    14883 일상/생각문화생활을 안한지 오래됐지만 2 후니112 24/08/31 532 0
    14882 일상/생각충동적 강아지 입양과 그 뒤에 대하여 4 골든햄스 24/08/31 617 13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