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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1/10/19 14:30:11 |
Name | 샨르우르파 |
File #1 | 민주주의_지수.jpg (106.3 KB), Download : 44 |
Link #1 | https://brill.com/view/book/9789004444461/BP000003.xml |
Link #2 | http://www.eai.or.kr/main/english/publication_01_view.asp?intSeq=10065&board=eng_report |
Subject | 한국 포퓰리즘의 독특함과 이재명의 위험성? |
이 사진은 민주주의의 권위주의로의 후퇴를 연구한 학자들이 만든 지도자의 전체주의성 진단테스트입니다. 제가 해본 결과 문재인/이재명은 (거의 비슷해서 하나로 묶었습니다) 몇몇 우려되는 면모가 발견되지만(특히 명예훼손 관련해서) 상대적으로 심각한 수준까진 아닙니다. 대조적으로 트럼프는 저 네 항목 모두에 큰 문제가 있었죠. (출처는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랫,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 박세연 역, 어크로스, 2018, 32p)저는 여기 보수우파/반문유저들 상당수의 생각과 비슷하게, 문재인, 이재명이 포퓰리스트라고 생각합니다. 박근혜 탄핵정국 영향 때문인지, '민중이 중심된 정부 정당성'을 손발 오그라들 정도로 강조하고, 선한 우리 vs 사악한 그들 구도를 많이 활용하고, 그래선지 복잡다단한 문제를 선악구도화해 지나치게 쉽게 생각하고, 극렬 정치팬덤의 패악질을 비난하기는커녕 두둔하고... 문재인의 포퓰리스트 성향은 사회 분열을 심화시켰고, 많은 정책적 실패(내지 참사)의 원인이 되었습니다. 이재명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아니, 더 심하면 심했지 덜할 인물의 아니지요. 바로 전 글에서 밝혔듯(https://redtea.kr/pb/pb.php?id=free&no=12143&page=2) 한국 사회가 여론양극화가 우려만큼 심각한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문재인과 이재명의 행보가 여론양극화를 부채질하면 부채질했지 완화시키는 방식은 절대 아닙니다. 실제로 문재인의 포퓰리즘 성향 때문에 문 정부도 권위주의적이다, 민주주의가 위험하다는 칼럼을 숱하게 볼 수 있습니다. 이재명의 과격한 언행은 '둠' '이거보고 이재명 찍었다'는 밈을 만들어냈고요. 물론 다 일리있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문재인, 이재명을 다순한 포퓰리스트라고 몰아붙여도 되는 걸까요? 한국 정치가 포퓰리즘으로 악명높은 미국, 폴란드, 헝가리, 필리핀, 브라질, 베네수엘라의 길을 그대로 따라간다고 봐도 될까요? 얼핏보면 그런데, 한국 포퓰리즘은 그렇게 치부하긴 복잡한 면모가 있습니다. 1. 한국 포퓰리스트는 아웃사이더가 아니라 주류 정치권에서 나옴. 문재인은 말할 것도 없고, 이재명도 당 주류라 하기엔 애매하지만 적어도 비주류까진 아닙니다. 정치 지형상 이색적인 정당을 창당하거나, 쌩 아웃사이더가 포퓰리스트가 되는 일은 없어요. 그나마 근접한 인물이 안철수인데, 그는 문재인/이재명식 포퓰리스트보다는 극중주의자에 가깝고 처음에나 신선했지 지금은 기성 정치인이 됐죠(먼산) 정계입문 10년이 다 되갑니다... 2. 한국 포퓰리즘의 주 저격대상은 이질적 정체성 집단이 아님. 이민자 집단을 저격하며 이민/다문화정책 반대를 내걸거나 문화전쟁 구도에서 특정 진영에 노골적으로 구애하기, 지역의 독자적 정체성을 강조하며 분리독립하기, 주류적인 종족/종교 편을 노골적으로 들고 소수자 종족/종교인의 권리를 배척하려는 식으로 같은 민중을 저격해서 편가르고 표 얻으려는 포퓰리즘은 적어도 한국에서 보기 어렵습니다. 있더라도 타국 사례에 비할 급은 못 되죠. 제 기억상 문재인과 이재명의 포퓰리즘은 '정치-경제적 기득권 적폐' vs '민중'이 제1구도지, 같은 국민을 내부적으로 편가르기하는 게 제1구도는 아닙니다. 결과적으로 편가르기가 되긴 했는데, 이는 정부의 목적이라기보단 극한대립하는 양당체제와 민주당 정권의 무능함(정책실패, 인사참사 등) 으로 인한 파생적 결과물에 가까워 보입니다. 수많은 지역에서 유행하는 포퓰리즘과는 다른 양상입니다. 그나마 중남미나 남유럽, 태국 등에서 유행한 좌파 포퓰리즘과 비슷한데, 1,3,4 때문에 그쪽과도 또 다릅니다. 3. 타국의 포퓰리즘과 달리, 포퓰리즘으로 한국의 민주주의/자유/인권 관련 지표가 악화되지는 않음. EIU의 민주주의 지수 RSF의 언론자유지수 TI의 부패인식지수 Freedom House의 국제 자유지수 Polity IV의 민주주의 지수 V-Dem의 자유민주주의 지수 여섯 지표 모두 문재인 정권 들어서 지표가 나아지면 나아졌지 나빠진 쪽은 하나도 없습니다. 나빠진 건 오히려 이명박-박근혜 쪽에 더 가깝죠. 수많은 포퓰리즘 국가에서 위 지표들이 악화된 것과는 대조됩니다. 맨 위에 설명한 문재인/이재명 전체주의 진단테스트 결과대로 됐습니다. 4. 한국 포퓰리스트는 카리스마형 지도자 성격이 덜함. (카리스마형 지도자인 노무현 적자라 그러지) 문재인이 그나마 카리스마가 있고 팬덤이 강한데.. 인물 인지도가 엄청 높고 언변이 청산유수라 말할 때마다 환호성이 쏟아지는 트럼프, 에르도안, 오르반, 페론같은 타국가 포퓰리스트에 비할 바는 못 됩니다. 자기한테 불리한 사안이 왔을 때 숨는다고 욕먹는게 문재인이니 국내 정치로 한정해도 문재인 카리스마력은 3김이나 노무현에 못 비비죠. (노무현은 아예 팬덤정치 시작이라고 할 정도니] 이재명은 더 초라하고요. 그렇다면 한국의 포퓰리즘, 특히 문재인과 이재명의 포퓰리즘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검색하다가 그 단서를 찾았습니다. 처음엔 Working Paper로 나왔고 나중엔 아시아 민주주의의 포퓰리즘을 열거한 Populism in Asian Democracies 책의 한 챕터로 출간된 논문인데, Lee Sook Jong의 South Korea’s Tamed Populism: Popular Protests From Below and Populist Politics from the Top 번역해보면 '한국의 길들여진 포퓰리즘 - 아래에서의 대중시위와 위에서의 포퓰리즘 정치' 정도가 되겠네요. 책을 직접 보고 싶은데 불가능해서 논문의 초록이나마 번역해보자면(Link #1에 있습니다.) [본문은 Link #2에서 워킹 페이퍼 형태로나마 볼 수 있으니 관심있는 분들은 읽어 보세요. 영문임은 감안하셔야 합니다. ] ================================================================================= 대중운동이 활발한(최순실 게이트 촛불시위, SOFA 촛불시위 등) 한국의 포퓰리즘 연구는 활발한, 학술적인 연구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이 국가에서 이론적으로 흥미로운 부분은, 유럽과 라틴아메리카 경험에 한정된 포퓰리즘 모델이 한국의 정치엔 잘 맞지 않는다는 겁니다. 만일 있다면, 포퓰리즘은 납세자의 돈을 낭비하는 무책임한 공공정책에 주로 적용되는 부정적인 함의가 있습니다. 그러나 국가는 여전히 반엘리트 포퓰리즘의 핵심 요소를 드러냅니다. 말하자면, '국민투표'의 결과가 엘리트에 의한 결정보다 더 정당성을 가지며, 정치적 담화는 옳고 그름이라는 도덕적 논쟁이 중심이 됩니다. 이 챕터는 따라서 유럽과 라틴 아메리카 맥락에서 주로 논의되는 전통적 포퓰리즘 모델에서 벗어나, 위와 아래에서 정치를 주조하는 '수직적 포퓰리즘'에 주목하고자 시도합니다. '아래에서의 포퓰리즘'과 '위에서의 포퓰리즘'의 여러 시도를 바라볼 때, 한국 포퓰리즘은 반대적인 태도 - 주로 경제적 어려움과 증가하는 불평등으로 인한 대중적 불만과 불만족에서 형성된 - 에 의해 주로 구동됨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국가 조직은 포퓰리즘으로 효과적으로 약해졌으나, 권력을 향한 치열한 경쟁은 국가가 권위주의적인 포퓰리즘으로 전락하는 데서 보호합니다. 이는 부정적인 결과보다 긍정적인 결과를 더 많이 산출하는 '길들여진 포퓰리즘'으로 불릴 만합니다. ================================================================================= 1. 한국의 정치 포퓰리즘은 유럽과 남미와는 다르다. 2. 민중의 의지가 중요시되며, 도덕적 정치논쟁이 주가 되는 반엘리트 포퓰리즘 성향을 띰. 3. 집단 내부를 편가르기하는 수평적 포퓰리즘보다, 권력구도상 위(기득권)와 아래(민중)에서 추동되는 수직적 포퓰리즘 성향이 강함. 4. 권위주의적 포퓰리즘에 빠지는 걸 차단하는 등, 한국에서의 포퓰리즘이 부정적인 결과 이상으로 긍정적인 결과도 많이 냄. 한국의 포퓰리즘이 긍정적인 쪽이 더 많았다는 다소 미화로 보이지만, 그럼에도 전체적 논지는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위에서 이야기한 '한국 포퓰리즘의 독특한 면모'들을 설명할 수 있으니까요. 워킹 페이퍼에서 문 정부 적폐청산 드라이브 문제를 지적하는 등 한국 포퓰리즘의 어두운 면 자체는 인정하고. 참고로 저 논문이 수록된 책 Populism in Asian Democracies에서 한국은 대만과 함께 진보적 포퓰리즘(Progressive Populism) 사례로 분류되었습니다. [참고로 다른 항목은 권위주의적(Authoritarian) 포퓰리즘: 필리핀 파키스탄 재분배(Redistributive) 포퓰리즘: 인도 태국 몽골 말레이시아 부족과 종교(Ethnic and Religious) 포퓰리즘 : 인도네시아 스리랑카 미얀마 입니다. 비교대상이 아시아 타국이라 그런가, 적어도 여기 나온 다른 사례들보단 나아보이네요.] 한국이 정치구도가 상당히 흡사한 대만과 같이 묶이고 (반공독재에서 성공적으로 민주화된 사례, 양당구도/대통령제나 준하는 정치제도를 가진 게 비슷하고, 한국에 촛불시위가 있다면 대만에는 해바라기 운동이 있고, 한국의 김대중-노무현, 이명박-박근혜, 문재인은 대만의 천슈이볜, 마잉주, 차이잉원에 해당하죠), 진보적 포퓰리즘이라는 표현이 와닿는 등 설명력이 높게 느껴집니다. 문재인, 이재명이 포퓰리스트라 욕하는 걸 넘어, 왜 포퓰리즘이 문제인지 정확하게 밝히고 어떻게 극복할지를 문제인지 알려면 이 논문과 같은 엄밀한 분석이 필요합니다. 단순히 포퓰리스트라 욕만 하고 제대로된 어젠다와 대안을 안 내놓으면 민중은 이재명을 뽑을 겁니다. 이재명이 진보적 포퓰리스트라 그런지, 민주주의를 직접 공격하지 않고도 경제적 양극화와 불안전성, 기성 정치 엘리트들의 부정부패같은 사회의 약한 면을 잘 긁기 때문에 더 그렇습니다. 참고로 경제문제, 부정부패는 실질적 민주주의를 갉아먹는 요소로 주로 인용됩니다. 이재명이 당선되도 위에서 묘사된 진보적 포퓰리즘 구도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겁니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에서 (지표로 증명되었듯) 민주주의 시스템은 강건했듯 이재명 때도 강건할 겁니다. 기껏해야 언론중재법으로 해외 기관들이 우려를 표하는(결국 대통령 의사대로 재논의하기로 결정났죠) 수준이 이재명 당시 한국 민주주의 위기의 최대한일거라 봅니다. 이재명이 둠이니 민주주의의 끝이니 하는 밈을 웃어넘기고, '민주주의적 제도의 위기' 담론이 기우라 보는 이유입니다. 이재명은 정치시스템을 노골적으로 공격하고 결국 의회 폭동까지 불러일으킨 트럼프같은 부류랑은 확실히 달라요. 제가 진짜 우려하는건 문재인 하에서 그랬듯 정치문화가 극단화되는 겁니다.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정책들이 사회를 분열시킬게 많거든요.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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