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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1/10/28 11:27:42수정됨
Name   주니파
Subject   부동산 사례 - 건물을 둘러싼 갈등 실화 (결말추가)
지인을 통해서 실제로 한 건물에서 일어난 재밌는 사건이 있어서 한번 공유해볼까 합니다.

저나 지인의 신변을 보호하고자 상세한 일부 이야기는 각색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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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라는 지인이 있고 A의 부모인 AA가 식당을 하는 건물B가 있습니다.
건물 B는 C와 D가 공동 소유하고 있고 등기는 단독 등기지만 실제로 C가 1,4층 D가 2,3층을 합의하에 독점적으로 소유하고 있었습니다.
A측은 소유주 C로부터 임대하여 식당을 오랜기간 영업하고 있었는데 최근 코로나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고 AA분들이 나이가 많아져 더이상 식당을 운영하기가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다행이도 해당 건물의 자리가 좋아서 병원자리로 노리는 사람들이 종종 있었습니다.
마침 한 부동산의 소개로 E라는 사람이 AA와 C에게 해당 자리를 병원으로 사용하겠다는 제안을 했습니다.
AA는 식당 운영의 어려움 + 약간의 권리금이라도 받고 나갈 수 있음.
C는 임대료 상승과 건물 가치의 상향 가능성이 있음.
각자의 이해관계가 맞았기 때문에 일은 진행이 되었지만 이 세사람이 예측 못한 변수가 있었으니 바로 D였습니다.
문제는 어떤 특정 사건으로인해 C와 D의 사이가 굉장히 안좋은 편이었고 당연히 D는 본인이 빠진 딜에 태클을 걸기 시작했습니다.
D의 요구사항은 임대료 상승분의 반을 본인에게 주거나 아니면 일종의 권리금을 본인에게 줘야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C측은 등기상으로는 비록 건물전체의 지분은 각각 소유하고 있지만 법률적인 합의에 의해 구역을 나누어서 소유하고 있고 본인 소유 구역에 임차인을 변경하는 문제임으로 D의 요구사항을 거절했죠.
AA와 E는 식당에서 병원으로 바뀜에 따라 건물가치가 상승하면 D에게도 이익이라는 점을 근거로 설득을 시도했지만 통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C는 D의 의사와 상관없이 법률적 검토를 통해 임차 변경을 진행하였고 사전 검토 결과 D의 주장을 들어줄 근거는 없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렇게 문제는 일단락이 되었고 임대 권리를 양도하고 새로 임차계약을 맺고 용도변경을 신청하고 철거 및 인테리어 공사가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구청으로 부터 충격적인 소식을 받습니다.



구청으로부터 받은 연락은 불법 건축 사항으로 용도 변경이 불가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일을 사전 검토도 하지 않고 진행했을리는 없고 분명 건축사를 끼고 진행했다는 말이죠.
그래서 사전에 불법 사항을 다 시정하고 용도 변경 신청을 했었는데 새로운 불법 사항이 신고되었고 합니다.
그 신고자는 바로 D였습니다.
D는 해당 건물을 고시원으로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고시원이라는 사업 특성상 뜯어 보면 불법 사항이 나올 수 밖에 없습니다.
즉 D는 자기가 소유한 구역의 불법 사항을 자진 신고하는 방법을 통해서 C의 임차 변경 진행을 막은 거였습니다.
게다가 시기도 절묘한게 다시 일을 되돌리기에도 불가하게 이미 철거가 된 이후에 불법 사항을 자진 신고 했다는 겁니다.
이제 상황은 파국으로 치닫습니다. 서로 변호사를 선임하고 고소를 진행하게 되죠.
분명 법률상으로는 C가 유리한 상황이었습니다. 유리한 판례도 있고 민사로 가면 분명 승소할 확률이 높다고 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게 현실은 또 다릅니다. 시간은 D의 편이 됩니다. 판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도 모르고 판결이 난다해도 항소할 수도 있고 시정명령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버틴다면?
어찌어찌 시정하게 하더라도 또 다른 불법사항을 자진신고한다면 다시 원점이 됩니다. 즉 D의 협조 없이는 E도 병원문을 열 수 없고 당연히 C도 임대료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몇차례 협상테이블이 만들어 집니다. 이 때 저에게도  A를 통해 상황을 전해 듣고 그나마 관련 경험이 있언던 제가 같이 여러 방안을 생각해 주게 되었습니다.
사실 AA는 이미 권리금 잔금까지 받은 상황이고 임차 명의도 변경한 상황이라 제가 처음 제시한 방법은 둘이 지지고 볶든 관심 끊고 연락도 받지 마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어쨌든 C의 입장이 아니라 A의 입장에서 조언자였으니까요.
그런데 A측의 입장은 계약상 양도인이 사업을 할 수 있도록 모든 제반 사항을 양도하고 협조해야 한다 라는 사항이 있어서 나몰라라 하기에 난감한 상황이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엔 그 정도 사항으로 잔금까지 마쳐 이행된 계약을 되돌릴 근거는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AA는 오랜기간 장사를 하며 C와의 친분도 있고 도의적인 의무감이 있어 최악의 경우에는 본인이 권리금을 돌려주고서라도 계약을 되돌리겠다는 의지가 있었습니다.
당연히 자식인 A는 이점이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최대한 부모님의 입장에서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습니다.
결론은 어떻게 났을까요?


저는 다음과 같은 몇가지 방안을 제안했습니다.

1. 일부 금액 또는 수익의 일부를 D에게 제공한다는 약속 또는 계약을 한다.
   + 추후 협조를 얻어내고 용도 변경을 하고 사업을 시작한뒤 뒤통수를 친다.(불법 건물 관리 사항에 대한 피해보상 민사 + 협박(사업 방해)에 의한 합의로 구두 약속 무효화)
   사실 이방안은 처음에 써야했던 방법입니다. 애초에 D가 요구를 해왔을때 들어주는'척'을 하고 구슬린 다음 태도를 바꾸는 거죠.
   이 부분은 실제로 이행시 리스크도 있고 독하지 않으면 쓰기가 어렵고 이미 C/D가 원수가 된 상태에서는 쓰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기각.
2. 진흙탕 싸움을 한다. 불법 사항을 근거고 고시원 사업을 방해 한다. (확성기 등 소음 유발, 입주자들에게 불법사항 어필, 들어눕기)
  애초에 C의 사업을 의도적으로 방해한 이상 진흙탕 싸움은 들어간거고 이기려면 결국 똑같이 들어가야 한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저는 이 방법을 제일 추천했는데 C와 AA 분들이 참 점잖은 양반들입니다. 애초에 이런 방안을 쓸 사람들이었으면 D에게 그렇게 휘둘리지는 않았을겁니다.
  반면 D는 수단과 방법을 안가리는 사람입니다. 사람도 좀 양아치 같고 몇번 마주쳤는데 목소리 크고 욕설도 빈번히 하고 약간 트럼프 같은 사람입니다.
  어떻게 보면 지금 쓰는 전략도 트럼프와 닮았네요. 여튼 양반들 성격상 이것도 기각.
3. 버티기. 정석적인 방법 송사로 이끌어 나가면서 먼저 나가 떨어지길 바라는 것.
  인내심이 필요한 방법입니다. 당장 임대료를 못받고 E입장에서는 사업을 진행 못하고 피해가 점점 누적해지고 있지만 D 입장에서도 손해가 없는것은 아닙니다.
  결론적으로 소송에 지게 되면 이 모든 피해 보상을 떠앉을 수도 있습니다. D는 E와 C의 민사를 모두 받아내야하고 태연한척 하지만 압박감이 없을 수 없습니다.

결론적으로 1,2를 제외한 이상 3번 밖에 방법이 없습니다. 문제는 3번을 진행하면서도 한달한달 피해가 누적될수록 C와 E가 실제로 많이 힘들어 했고 C는 AA에게 계약을 무효화 하자고 제안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여기까지 온이상 E가 받아들일 수 없었죠. 여기서 저는 깨달았습니다. C,E,AA가 결국 한몸이 아니고 각자의 이해관계가 다른점. 이 싸움은 어렵겠다 싶었습니다.
이상태로 6개월이 흘렀습니다. 그런데 반전은 D로부터 나왔습니다. 제 예상이 어느정도는 맞았던겁니다. D도 힘든건 마찬가지였거든요.
D가 결국 C와 이 상태로 유지가 힘들다는 점 더이상 예전처럼 한 건물의 공동 소유자로 남을 수 없다는 것을 인정했고 고소만 취하해 주면 본인의 지분을 넘기겠다고 제안했습니다.
저는 여기서 이겼다고 생각했고 이때쯤 저도 바쁜 일이 있어서 더 이상 신경을 쓰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또 반전이 일어났다고 A로부터 뜻밖에 소식을 전해들었습니다. 최종 승자 D?
문제는 지분의 가격이었습니다. 은행을 통해서 인정받은 건물의가치는 30억 정도 입니다. D는 50%의 지분을 20억에 팔겠다 했습니다.
은행에서 감정 받은 건물 가액은 어디까지나 감정평가결과이고 1층에 식당이 있었을때의 가치라는 것이죠.
그리고 당장 은행에서 건물 B로 대출을 받을시 20억 이상의 금액이 나온다는 점. 근처 지대 가격을 근거로 20억을 주장했습니다.
반면 C는 15억 이상으로는 한푼도 못준다고 버틴것이고 그리고 막상 C는 목돈을 들이고 대출을 받자니 겁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20억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왜 딜을 안했지 굉장히 의아했고 실제로 C의 지인 AA, E 모두 본인들이 일부 도와줄테니 일단 인수를 하자고 조언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미 C의 마음은 돌아섰고 D가 그러면 같은 논리로 15억 줄게 C가 지분을 넘겨라로 갑자기 얘기가 진전되었다고 합니다.
저라면 무조건 말렸을 이 딜은 결국 성사가 되었고 D가 15+@로 C의 지분을 모두 인수하면서 끝을 맞이하게 됩니다.
다소 허무한 결론이었는데 결국 D의 미치광이 전략이 승리를 거둔것에 씁쓸했습니다. 왜냐면 제가 예상한 그 건물의 가치는 50억을 훨씬 넘는 거였거든요.
이유는 식당->병원 업종 변경 뿐만이 아니라 소유주가 한명으로 정리가 되고 추가 예산을 들어 불법 건축 사항을 정리하고 건물 리모델링 후 층별 호수 별로 분할 등기를 하면
2,3,4 층에 다가구 주택 전세만 받아도 20억 이상이 나오는 상황이었거든요.
결국 지분을 넘기고서야 이사실을 안(사실 그전에도 주변에 말해주는 사람이 있었을 겁니다. 본인이 안들었지...) C는 결국 화병이나 들어 누웠다고 하더군요. 한 건물주라기에는 세상물정을 너무 몰랐던... 뭐 실제로 나이도 굉장히 많으셨고요...

저는 이 사건을 통해 여러가지를 생각해 보고 교훈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자산은 모으는것 만큼 지키는것도 쉽지 않다. 뭐가 본인에게 가장 이득인지 자기가 제일 잘 알고 있어야 한다. 법은 모든 갈등을 종식시켜주지 않는다는 당연한 사실을 더 현실적으로 느끼기. 트럼프식 미치광이 전략과 협상 방법. 어쩌면 D는 C가 이 딜을 못 받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수도...(그 만큼 C와 D는 오래된 악연입니다.)
최근에 가장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해준 사건이라 한번 공유해보고 싶었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사람일까요. C와 D 사이 어딘가?



4
  • 재밋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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