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21/11/08 16:19:39수정됨
Name   샨르우르파
Subject   윤석열 vs 이재명 - 누가 되든 이례적인 대선
윤석열 vs 이재명.
에일리언 vs 프레데터랑 뭐가 다르냐는 최악의 대선.
문재인 vs 박근혜가 대결한 12년 대선에도 비슷한 소리가 나왔지만 강도는 더 심해졌습니다.

이런 암울한 구도에 관심이 집중되서 잘 언급되지는 않습니다만,
윤석열 vs 이재명 구도는 사실 한국 정치사상 이례적인 면이 강합니다.
둘 중 누가 되든, '최초의 OO인 대통령'이라는 타이틀이 그것도 세 개나 달성됩니다. 


1. 기존 지역구도가 통하지 않는 최초의 대통령

서울 출신인 윤석열이 대통령이 된다면
한국 역사 최초의 수도권 출신 대통령, 지역연고가 약한 최초의 대통령이 배출됩니다.
인구 절반이 모여사는 극심한 수도권 집중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수도권 출신 대통령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승만은 황해도 출신, 김대중은 전라도 출신, 나머지 대통령은 전부 경상도 출신이죠.
1년남짓 집권한 윤보선 최규하를 포함해도 각각 충청도, 강원도 출신이라 수도권 출신은 없습니다.
그나마 손학규가 수도권 출신 대통령 타이틀에 제일 근접했는데, 만덕산으로 대표되는 안습한 행보로 나가리됐죠.
지역정치 구도에서의 지역 연고성과 정치인들 연령대를 생각하면 이해가 안 될 것도 아닌데, 
이것도 슬슬 바뀌려나 봅니다.

더 놀랍게도 윤석열이 서울 출신이라는 사실은 별로 알려지지 않았다는 겁니다.
전부 문재인이 어쩌고하는 중앙정치 이야기만 어른거리죠. 
윤석열이 얼마나 지역연고가 약한 인물인지만 증명됩니다. 한국에서 매우 독특합니다.
 

경북 안동 출신인 이재명이 대통령이 된다면
최초의 TK 출신 민주당 대통령, 그러나 수도권 정체성이 더 강한 독특한 대통령이 배출됩니다.
이재명은 TK 출신(그것도 안동이라 김천-구미-대구-경주-포항 주류라인도 아닙니다)인데
민주당 출신이 될 수 있었습니다.   
기존 민주당 정치인 절대다수가 호남이나 PK 출신인 걸 생각하면 의외입니다.
더 놀라운 건 TK 출신 민주당 정치인이라는 독특한 정체성도 잘 언급되지 않다는 겁니다. 
성남시장, 경기도지사 경력으로 수도권 정치인 이미지가 매우 강해서 묻혔거든요. 

심지어 이재명은 연고 없는 호남에서도 부분적으로 인정받았습니다.
호남출신 이낙연과 1:1 박빙이었거든요. 
심지어 이낙연 찐 연고인 전남에서도 이낙연이 이재명을 1% 차이로 신승하는 데 그쳤습니다. 

물론 기존 지역구도가 완전히 끝장났다는 이야긴 아닙니다.
정도는 약해질지 몰라도 이번 대선에서도 영호남 구도는 유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지역구도의 '끝의 시작' 정도는 될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수도권의 상대적 권력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으며,
이촌향도, 수도권 집중이 본격화된 세대들이 앞으로 대통령이 될 테니까요.



2. 베이비붐/n86세대 최초의 대통령

윤석열은 1960년생, 이재명은 1963년생입니다. 
베이비붐 세대(1955-63년생; 넓게 잡으면 1955-1974년생)와
n86세대(엄밀히 말하면 윤석열은 79학번이라 해당되지 않지만, n86은 60년대생 엘리트집단을 가리키는 용어라 광의로 포함시켰습니다)
모두에 해당합니다. 

지금까지 대통령들 중 베이비붐 세대/n86세대는 한 명도 없었습니다.
이승만 1875년생 윤보선 1897년생
박정희 1917년생 최규하 1919년생
전두환 1931년생 노태우 1932년생
김영삼 1927년생 김대중 1924년생
노무현 1946년생 이명박 1941년생
박근혜 1952년생 문재인 1953년생

베이비붐/n86세대의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권력은 매우 막대하고 수많은 담론이 나왔죠.
이들이 사다리 걷어차기한다, 한국사회를 독식한다는 비판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재미있게도 이들이 배출한 대통령은 한 명도 없었는데, 이제 생깁니다. 

물론 이게 n86 지배론이 허구거나, n86의 찐 전성기가 온다는 증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n86세대가 대통령을 할 연령대가 아니어서 안 했을 가능성이 높거든요.

다만 세대론적으로 독특한 상황에 놓여있음은 분명합니다.
세월이 흐르며 정치인들도 (느리게나마) 세대교체가 이뤄지는데, 
대통령은 n86'으로' 세대교체가 이뤄지는군요. 
n86세대의 권력이 언제까지 강건할지, 은퇴를 한다면 언제일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3. 국회의원 경험이 없는 최초의 민간출신 대통령

김영삼부터 문재인까지 모든 대통령은 국회의원 경험이 있습니다.
하지만 검찰에만 종사해온 윤석열과, 법조계(변호사)와 선출행정직에만 종사해온 이재명은 그렇지 않습니다.
누가 되든 처음으로 국회의원 경험이 없는 민간출신 대통령이 탄생합니다.

두 정치인 모두 당내 아웃사이더 출신이라는 간접 증거입니다. 
문재인 검찰총장이었다 여러 잡음으로 사퇴하고 반문정서로 돌파한 윤석열,
민주당의 이명박이라 불리는 불도저 성향 있는, 민주당 비주류 비문계에서 성장한 이재명. 

이 성향은 차후 대통령기에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의회정치를 포함한 정치구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쉽기에, 국정운영에서 국회와 갈등을 빚을 수 있습니다.  
세 독특한 면 중 유일하게 확실하게 우려되는 면모입니다. 



3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4317 문화/예술평소 잘 안 하던 연기가 대표작 취급을 받는 성우들 6 서포트벡터 23/12/08 2105 9
    14301 문화/예술천사소녀 네티 덕질 백서 - 번외 "괴도 세인트 테일 걸즈" 리뷰 2 서포트벡터 23/12/01 1860 5
    14144 과학/기술체계화된 통빡의 기술 - 메타 휴리스틱 13 서포트벡터 23/09/14 2821 26
    14109 문화/예술마법을 쓰면 다 마법소녀? 국내 방영 마법소녀물 하편 15 서포트벡터 23/08/16 2895 10
    14095 문화/예술마법을 쓰면 다 마법소녀? 국내 방영 마법소녀물 상편 19 서포트벡터 23/08/07 2943 12
    14051 문화/예술이 목소리가 여자 성우라고? - "소년 본좌" 성우들 6 서포트벡터 23/07/18 3924 7
    14006 과학/기술유고시 대처능력은 어떻게 평가가 될까? - 위험 대응성 지표들 18 서포트벡터 23/06/26 2808 31
    13984 문화/예술애니메이션을 상징하는 반복 대사들 22 서포트벡터 23/06/14 2604 6
    13965 문화/예술생각보다 고난이도인 애니메이션 노래들 9 서포트벡터 23/06/08 2595 1
    13876 문화/예술한국과 일본에서 인지도가 다른 애니메이션들 25 서포트벡터 23/05/18 2997 12
    13766 문화/예술천사소녀 네티 덕질 백서 - 6. "약함"과 "예고장" 4 서포트벡터 23/04/18 3862 7
    13753 문화/예술천사소녀 네티 덕질 백서 - 5. 검열의 시대, KBS의 고뇌 8 서포트벡터 23/04/14 3421 7
    13740 문화/예술천사소녀 네티 덕질 백서 - 4. 동화에서 다시 현실로, 외전2편 6 서포트벡터 23/04/11 2555 6
    13735 문화/예술천사소녀 네티 덕질 백서 - 3. 짝사랑에 빠진 소녀의 로맨스 6 서포트벡터 23/04/10 3047 7
    13720 문화/예술천사소녀 네티 덕질 백서 - 2. 샐리의 짝사랑 12 서포트벡터 23/04/05 2815 10
    13705 문화/예술천사소녀 네티 덕질 백서 - 1. 원작 만화처럼 로맨스 즐기기 16 서포트벡터 23/04/03 2766 9
    13668 문화/예술천사소녀 네티 - 샐리 아버지의 타로점은 맞았을까? 4 서포트벡터 23/03/25 2689 7
    13510 사회미국 사람들은 왜 총기사고에 둔감할까? 2 서포트벡터 23/01/26 2857 6
    14401 문화/예술천사소녀 네티 덕질 백서 - 7. 마술사의 옷장에는 10 서포트벡터 24/01/17 1964 6
    13005 의료/건강러너스 클럽 발 분석과 아식스 젤카야노29 프리뷰 22 서당개 22/07/18 5488 7
    12849 오프모임이번주 일요일에 홍터뷰를 하는데... 47 서당개 22/05/23 4097 7
    12347 일상/생각헌혈하는 것의 의미 9 샨르우르파 21/12/14 3755 23
    12251 정치윤석열 vs 이재명 - 누가 되든 이례적인 대선 11 샨르우르파 21/11/08 4171 3
    12185 정치한국 포퓰리즘의 독특함과 이재명의 위험성? 43 샨르우르파 21/10/19 4877 17
    12143 정치KDI에서 본 한국 여론양극화 문제 (부제: 여성시대 주작사태) 8 샨르우르파 21/10/06 3765 9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