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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2/01/20 17:54:35수정됨 |
Name | 카르스 |
Subject | 게임이 청년 남성의 노동시장 참여를 줄였다? |
요즘 시대, 특히 청년 남성에게 게임은 매우 중요합니다. 대선 후보들이 청년 표심을 위해 게임 유튜브에 참여하고 게임산업 공약을 내세우는 세상입니다. 말 많은 이대남을 이해하는데 게임 문화가 중요하다는 지적도 종종 나온다. 다들 하는 롤, 옵치, 배그, 서든, WOW, 스타, 디아 등을 안 했던 아싸인 저도(정확히 말하면 스타는 친구집에서 딱 한번 한 게 끝...) Steam과 Nintendo, Mojang을 통해 마리오 시리즈, 역전 재판, 단간론파, 동물의 숲, 페르소나, 마인크래프트 등 많은 게임을 즐겼습니다. 인디 게임은 말할 것도 없고. 그런데 단순히 취미 생활을 넘어서, 게임이 청년 남성의 노동시장 참여에까지 영향을 준다면 믿겠나요? 실제로 미국에서 컴퓨터 여가/게임이 청년 남성의 노동공급을 낮췄다는 논문이 최근 경제학 Top 5 저널인 Journal of Political Economy에 출간되었습니다. 2017년에 NBER에 Working Paper로 나오더니 작년에 올라갔네요. Mark Aguiar, Mark Bils, Kerwin Kofi Charles, Erik Hurst가 공저한 Leisure Luxuries and the Labor Supply of Young Men 논문입니다. 이 구절만 읽고 “꼰대들 또 시작이네... 일을 못하니까 게임을 하지 그 반대가 말이 되냐?”할 분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단순히 청년 남성들이 게임에 미쳐서 일을 안 한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거칠게 요약하자면 청년 남성들에게 게임이라는 어마어마한 여가의 등장으로 시간 가치가 커졌는데, 노동시장 사정이 그 높아진 시간 가치를 따라가지 못하여, “저 쥐꼬리만한 임금 받느니 차라리 갓-갬을 하고 만다”며 노동시간을 줄이거나 아예 일을 안 하는 청년 남성들이 증가했습니다. 지나친 생략으로 인한 오해의 소지를 줄이기 위해 어렵더라도 좀 길게 요약하자면, [조언: 경제학 전공자들은 미시경제학의 ‘소비자 이론’과 노동경제학의 ‘소비-여가 모델’을 떠올리시면 좋습니다. 실제로 논문 방법론은 위 둘의 결합에 기초하였습니다. ] 1. 2004-2007년과 2014-2017년을 비교해 봤을 때, 청년(21-30세) 남성의 평균 노동시간[비노동자, 풀타임 노동자, 파트타임 노동자 모두를 평균낸 것임으로 해석에 유의]이 중장년(31-55세) 남성/여성 전반에 비해 유독 크게 줄었습니다. 노동시장에 참여하지 않는 비율은 유독 크게 늘었습니다. 2. 여가시간은 모든 연령/성별에서 늘었는데, 청년 남성에서 유독 여가시간 증가분 거의 전부를 컴퓨터 여가(recreational computer)에 할당했으며, 그 절대다수는 비디오 게임이었습니다. 고용 경험 없는 청년 남성에게 특히 돋보입니다만, 고용된 청년 남성도 컴퓨터 여가와 게임을 만만치 않게 늘렸습니다. 3. 청년 남성에서 유독 컴퓨터 여가/게임의 시간 탄력성(=해당 여가시간 변화율/총 여가시간 변화율)이 2.4-2.5 가량으로 매우 높게 나타나, 컴퓨터 여가/게임이 청년 남성에게 강한 ‘여가 사치재(leisure luxuries)’임이 확인되었습니다. 반면에 사교활동, 수면/식사같은 생명유지 필수 활동 등은 1 미만으로 ‘여가 필수재’였습니다. 3-1. 중장년 남성/여성 전반에서도 컴퓨터 여가/게임의 시간탄력성이 1 이상이라 사치재로 드러났으나, 청년 남성만큼은 아니었습니다. 4. 청년 남성의 컴퓨터 사용시간이 60% 늘었는데(전체 여가는 4%만 증가), 이 중 22%는 여가시간 증가에 의한 것이고, 나머지 38%는 컴퓨터 여가의 기술적/질적 개선으로 일어난 것으로 추정됩니다. 5. 컴퓨터 여가/게임의 존재로 청년 남성의 시간 가치 혹은 유보임금(노동을 조금이나마 하게 만드는 최소한의 임금수준)은 2.5% 늘었고, 그에 따라 평균 노동시간이 2.2% 낮아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올라간 시간 가치/유보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임금을 주는 노동은 안 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실제로 줄어든 4.5%의 절반으로서, 컴퓨터 여가/게임의 존재가 청년 남성 노동시간 감소의 무려 절반을 설명합니다! 또한 중장년 남성과의 노동시간 감소폭 차이(differential)의 3/4가 컴퓨터 여가/게임으로 설명된다. 참고로 위 결론은 10년 이상의 장기적인 변화에나 적용되며, 일시적인 경제위기 속 평균 노동시간 급감에서 게임이 차지하는 비율은 제한적입니다. 그리고 노동공급은 게임 외 변수도 여전히 많은 영향을 끼치니 과도한 해석은 곤란합니다. 그리고 경기 호황인 경우 임금도 충분히 오르기 때문에 이 현상은 발생하지 않습니다. 논문에서도 인용하는 사례인데, 80-90년대 미국에서 TV문화가 발달했지만 경기 호황기었기 때문에 집에서 tv나 보겠다는 부류는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지금같은 장기 저성장, 불황기에는 특히 의미있는 분석입니다. 게임이 매우 중요해진 청년 남성의 행태를 잘 설명했고, 이 현상이 앞으로 더 심해질 가능성이 높거든요. 게임의 질은 꾸준한 가격 하락, GeForce 3080 ti로 상징되는 기술 발전 등으로 앞으로도 꾸준히 높아질 것이고, 게임을 넘어 메타버스 수준까지 ‘가상세계’가 발전될 겁니다. 이 경우 청년 남성은 물론 여성, 더 나아가 중장년까지 노동시간 감소에 동참할 수도 있습니다. 여성, 중장년도 컴퓨터 여가와 게임에 대한 시간탄력성이 청년 남성만큼이 아닐 뿐 높은 편임에 유의해야 합니다. 한국의 청년 남성도 미국과 비슷할 개연성이 높습니다. 게임 문화는 사실 한국이 미국보다 더 발달해 있고, 노동시장 상황은 한국이 미국보다도 나쁩니다. 실제로 20대 남성의 고용률은 2000년 66.2%에서 2019년 57.3%로 8.9%p나 줄었으나, 20대 여성은 54.9%에서 59%로 거꾸로 4.1%p 증가했습니다. 저게 전부 게임 탓이라 하면 헛소리지만, 변화폭의 일부가 게임 때문이어도 놀랍지 않습니다. 물론 한국은 미국과 다르기에 1:1 비교엔 주의해야 합니다. 1) 징병제[고용률에서 징집병은 분자 분모 모두에서 빠집니다]와 급격한 고학력화로 인한 사회진출 지연 문제 2) 근래 청년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 증가(미국보다 시점이 더 늦음) 3) 주5일제, 노동시간 상항 52시간 도입, 시간제 일자리 증가 등으로 급격한 노동시간 감소 4) 노동시장이 미국보다 경직되어 노동시간의 ‘자발적’ 단축이 어려움. 그리고 이 논문의 방법론을 재현할 데이터가 한국에 있을 것 같지는 않아, 한국에도 이 현상이 벌어지는지 가설 수준을 넘어서긴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청년 남성을 이해하는데 이 논문은 반드시 염두에 둬야 합니다. 청년 남성 분석에 대한 수요가 많은 지금은 더더욱. 지금의 한국 청년 남성은, 임금도 직장문화도 장래도 엉망인 좋소기업에 가느니 차라리 백수로 남아 갓겜을 하고말지라는 마인드일 수 있습니다. 한국 노동시장에서 이중노동시장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매력적인 게임의 존재는 그 문제를 악화시킵니다. 청년 정책, 노동시장 정책을 펼칠 때 기억해야 합니다. + 게임과 컴퓨터의 고도화가 인간관계 수준을 낮췄음도 암시됩니다. 실제로 여가시간 증가에도 불구하고 사교활동 시간은 오히려 약간 줄었습니다. 시간 탄력성도 게임보다 훨신 낮고요. 인간관계는 전통적인 여가 활동으로, 컴퓨터 여가나 게임만큼 기술 발전으로 급격하게 개선되는 여가가 아닙니다. 요즘 연애나 성생활 빈도가 낮아졌다고 하는데, 게임의 존재도 크게 작용했을 듯 합니다. 참고문헌 Aguiar, M., Bils, M., Charles, K. K., & Hurst, E. (2021). Leisure Luxuries and the Labor Supply of Young Men. Journal of Political Economy, 129(2), 337-382. (https://doi.org/10.1086/711916) KOSIS (통계청 - 성/연령별 경제활동인구)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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