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22/03/20 15:18:21
Name   카르스
Link #1   https://www.gallup.co.kr/gallupdb/reportContent.asp?seqNo=1271
Link #2   https://hrcopinion.co.kr/archives/21179
Subject   코로나19 위기 선방에서 정부의 공은 얼마나 되는가?
2년간 전세계를 초토화시킨 코로나19 대처에 한국은 선방했다는 게 국제적 중론이지만, 정작 국내 의견은 많이 갈립니다.
친민주당/친문재인 성향의 사람들은 문재인의 적절한 대응 없었으면(특히 극초기 대응) 선방이 불가능했다고 보고,
반민주당/반문재인 성향의 사람들은 선방했던 건 정부가 아니라 국가시스템, 국민성, 사스/메르스 사태에서의 경험 덕이 컸으며, 문 정부의 정책상 삽질들을 거론하면서 비판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여론조사에서는 방역정책 잘했다 못했다가 거의 1:1 박빙으로 나옵니다.  
한국갤럽 올해 2월 조사(이게 최신입니다)에서는 잘한다가 45% vs 못한다가 44%였고,
한국리서치 3월 조사에서는 47% vs 50%였습니다.
0.7%차로 승자가 결정난 이번 대선급 격차고, 이 문제에 대한 의견이 정파에 따라 많이 갈렸음을 암시합니다.
워낙 많은 요소와 불확실성이 겹친데다 현재진행형인 시국이라, 코로나19 정책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감이 있고,  정파적인 본능이 앞서기 쉬운 상황이죠.

그렇다면 어떻게 보는 게 맞을까요?
제일 좋은 것은 코로나19 대응 백서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거지만 그러려면 몇 년은 더 기다려야겠죠.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방법은,
"지금 코로나19 정국과 비슷한 과거 한국의 사례를 떠올리고, 그때 정부 평가가 어땠는지를 기억해서 코로나19 시국에 대입해보는" 방식입니다. 바로 사례 두 개가 떠오릅니다.

김대중 정부의 IMF 경제위기 극복
이명박 정부의 세계 금융위기 극복


위 두 사례는 현재 문재인 정부의 코로나19 위기 극복과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1. 전 세계, 혹은 최소한 대륙 전체를 뒤흔들었던 대형 위기였습니다.
2. 그 대응에서 한국은 상대적으로 선방했고, 위기 극복에 성공했다는 호평을 받았습니다.
3. 정부 대응 이외에도, 위기를 극복하기에 사회적으로 유리한 요소들이 많았습니다.
IMF 경제위기에서는 금모으기 운동이 있었고, 사회 각계에서 IMF의 구조조정을 (지나치게 고분고분 수용했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비교적 큰 반발 없이 받아들이는 등 위기극복 의지가 높았습니다. 조심스럽지만 IMF 금융위기가 한국경제 펀더멘탈의 근본적 결함보다는 유동성 위기에 가까웠다는 일각의 의견도 있었고요. 세계 금융위기 극복에서는 IMF 트라우마에 의한 비상상황 대비가 크게 기여했으며, 코로나19 위기에는 정부 시스템, 국민성, 사스/메르스 극복 경험이 크게 작용했습니다.
4. 성공했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여러 이면이 있었고 많은 숙제를 남겼습니다. IMF 경제위기 극복의 후유증이야 말하자면 입만 아프고, 세계 금융위기 극복 과정에서도 초기 환율정책이 깔끔하지 못했고 일자리 나누기처럼 고통을 노동자에게 전가한 감이 있었습니다. 코로나 대응은 초기 백신도입 실패, 의료진/공무원 과부하, 자영업자 보상 부족, 일관성이 아쉽고 다소 행정편의적인 정책, 국민과의 소통 미흡 등이 문제였고.

현재 시점에서 김대중의 IMF 극복과 이명박의 세계 금융위기 극복은 공으로 평가받습니다. 세계적으로 호평받았고, 상대적으로 잘한 편이었고, 따져보면 여러 문제가 있었고 한국 사회가 대응하기 유리한 환경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으로 인정받는 편입니다. 위기 극복 시기에는 말도 많았고 욕도 많이 먹었지만 지금은 평가가 더 좋아졌지요.

같은 이유로 문재인의 코로나19 위기 극복도 공으로 인정받기 충분합니다.
김대중의 IMF 대처, 이명박의 금융위기 대처와 비슷한 반열에서 평가되야 마땅하고, 코로나19 시국이 끝나고 몇 년 지나면 두 대처가 그랬듯 고평가를 받을 것 같습니다.


좀 조심스럽게 말하자면, 문재인의 코로나19 위기 대처의 공은 김대중의 IMF 대처의 공보단 작고, 이명박의 금융위기 극복 대처의 공과 비슷한 수준으로 보입니다. 문재인이 김대중만큼 리더십이 훌륭한 대통령은 아니었고, 김대중은 IT산업을 육성하고 한국을 본격적으로 복지국가화시키는 데 성공했는데, 문재인은 그 정도까진 아니었거든요. 물론 전국민 고용보험, 상병수당 도입은 인정하지만 산업 육성과 복지국가화의 시초에 비할 바는 아닙니다.


p.s. 타임라인에 너무 똑같은 주제로 올려서 지겹다는 민원(?)이 있어, 내용 보강해서 그냥 티타임에 올려봅니다.



4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8431 도서/문학[서평] 기획자의 습관 - 최장순, 2018 2 化神 18/10/28 3618 4
    5741 게임락스팬의 어제자 롤챔스 경기 감상 2 하나마루 17/06/04 3620 0
    5648 기타그리스 근현대사 시리즈.jpg 2 김치찌개 17/05/16 3620 1
    7138 스포츠[MLB] 오승환 TEX와 계약무산.jpg 4 김치찌개 18/02/18 3620 1
    11147 정치아브라함 협정에 숨겨진 트럼프의 셈법 2 소원의항구 20/11/19 3620 1
    11762 오프모임6월 11일 잠실새내(구 신천) 19시 삼미리(냉삼) 마감했습니다. 23 양말 21/06/07 3620 2
    12392 일상/생각중년 아저씨의 베이킹 도전기 (2021년 결산) (스압주의) 22 쉬군 21/12/31 3620 29
    13297 방송/연예2022 걸그룹 5/6 17 헬리제의우울 22/11/05 3620 9
    5339 게임4월 난투 엘리매러가 시작되었습니다. 13 Toby 17/03/31 3621 7
    10712 게임 2020 LCK 서머 6일차 후기 3 Leeka 20/06/26 3621 3
    12372 정치새시대준비위원회의 딜레마 17 Picard 21/12/22 3621 0
    9032 일상/생각콘텐츠 개발 국비지원사업에 대한 소고 4 메존일각 19/04/03 3622 6
    6095 일상/생각중국 출장 다녀왔습니다~ 느낀점들! 11 삼성갤육 17/08/11 3622 0
    8756 영화주먹왕 랄프 2를 보고(스포 다수) 6 kaestro 19/01/12 3623 2
    3175 창작[32주차] 씨앗 1 드라카 16/07/02 3623 0
    3828 스포츠두산 베어스가 단일시즌 최다승을 달성했습니다. 2 키스도사 16/10/04 3623 0
    13401 일상/생각최근에 아들과 제가 여자보는 취향이 같다고 느낀 순간이 있습니다. 22 큐리스 22/12/16 3623 16
    13196 방송/연예대군사 사마의 감상. 나관중에 대한 도전. 10 joel 22/09/30 3623 22
    5322 스포츠170330 김치찌개의 오늘의 메이저리그(김현수 스프링캠프 1호 솔로 홈런) 1 김치찌개 17/03/30 3624 1
    12367 오프모임무대책 오프모임: 12/23 - 점봐드립니다 in 부산 서면 16 T.Robin 21/12/21 3624 3
    4725 음악하루 한곡 015. 김광석 - 서른즈음에 5 하늘깃 17/01/30 3625 2
    2931 정치국내의 에너지 산업 혹은 태양광산업 동향은 어떤가요? 14 까페레인 16/06/01 3626 0
    10658 기타2020 GSL 시즌1 코드S 결승전 우승 "전태양" 2 김치찌개 20/06/07 3626 1
    12916 기타식곤증은 정녕 답이 없는걸까요..? 너무 심하네요 21 셀레네 22/06/14 3626 0
    13422 일상/생각장모님께서 회수를 거부하시네요. ㅋㅋㅋ 8 큐리스 22/12/23 3626 7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