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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2/05/04 03:38:35
Name   라싸
Subject   3.1 운동 직전 조선군사령관에게 밀고한 민족대표?

가토 요코 저, 윤현명, 이승혁 역, <그럼에도 일본은 전쟁을 선택했다>를 읽던 중 흥미로운 구절이 있어 몇가지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먼저 책 p.248~249에 쓰여있는 해당 내용 발췌입니다.


같은 시기인 1919년, 대한제국의 황제 고종이 붕어했습니다. 장례식은 3월 3일로 예정됐는데, 사람들이 장례식을 이유로 모여들었고, 3월 1일을 기해 만세운동을 벌였습니다. 수천에서 1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서울에서 독립운동을 벌였습니다. 이것이 3.1운동입니다. 이러한 대규모 독립운동이 일어나리라고는 조선총독부도, 한국 주둔 일본군(조선군)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이때의 일은 2007년에 출판된 우쓰노미야 다로의 일기에 쓰여 있습니다. 우쓰노미야 다로는 당시 조선군사령관으로 3.1운동 진압에 나선 인물입니다. 참고로 그의 아들 우쓰노미야 도쿠마는 자민당 의원 중에서도 저명한 평화주의자로 알려져 있고 우쓰노미야 군축연구소 등을 이끌었던 인물입니다.


그런데 우쓰노미야 다로의 일기가 발견됐을 때 큰 소동이 일어났다고 합니다. 그때까지 한국 독립운동의 영웅으로 평가받던 여러 인물이 실은 우쓰노미야와 만났고, 자금 원조까지 받았다는 사실이 판명됐기 때문입니다. 물론 혁명가의 경우 적으로부터 정보나 자금을 빼내가는 사례가 있기 때문에 일기에 등장했다고 해서 바로 매국노가 되지는 않지만 말입니다.


소위 '우익'적 성향과는 백만광년쯤 떨어진 저자고, 일본 근현대사를 전문적으로 연구해온 학자라서 그저 헛소리로 치부할 수도 없더군요. 그래서 관련 내용을 구글링 해봤습니다.


우쓰노미야 다로는 1918년부터 1920년까지 조선군사령관으로 부임했던 인물로, 15년 동안 성실히 일기를 남겼다고 합니다. 그의 일기는 2007년에 일제가 제암리 학살을 은폐했다는 증거로 사용되기도 했죠.(한겨레 - 일제 제암리학살 은폐 입증 조선군사령관 일기 발견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93409.html) 일본 학계에서는 2002년부터 사료로서 높은 가치를 인정 받아 관련 연구가 진행됐지만, 한국에서는 그다지 주목 받지 못했습니다.


동북아역사재단 - 공식기록에서 사라진 일제 탄압의 실상 '우쓰노미야 다로의 일기'
https://blog.naver.com/correctasia/220392698834
우쓰노미야 다로의 일기에 주목한 위 글이 2015년에 쓰여진 글인데, 2022년 현재에도 일기와 관련된 논문은 거의 검색되지 않습니다.


우쓰노미야 다로는 여러 공작에 능했던 모양입니다. 2007년의 기사에 따르면 (기사를 어디까지 신뢰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긴 하지만) 우쓰노미야는 "주로 정보수집 분야에서 근무했으며, 러일전쟁 전후에는 영국에서 여론 공작을 펼쳤고, 중국의 신해혁명 당시에는 미쓰비시 재벌로부터 당시 돈 10만엔에 달하는 거액의 활동비를 받아 중국에서 정보공작을 통해 중국내 분열을 획책하기도" 했습니다. 2019년 방영된 KBS의 시사기획 창 <밀정> 2부에서는 우쓰노미야 다로의 일기를 바탕으로 임시정부에서 활동한 밀정들을 추적했습니다. (그러나 이 방송은 명확한 근거도 없이 몇몇 인물들을 밀정으로 낙인 찍어 큰 비판을 받았습니다.)
https://youtu.be/3cWdy_CtgDc?t=420


또 우쓰노미야의 일기에는 3.1운동 직전 2월 27일에 33인의 민족대표 중 한 사람인 권동진이 자신을 찾아온 내용이 있습니다.
"야식을 먹은 후, 권동진 내방. 조선 민심의 괴리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실상을 말했다. 처음부터 생각했던 대로다. 그리고 이번 국장 때 무슨 사건이 벌어질지 장담하지 못하니 조심하라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
이후 3월 3일 고종의 장례식에서 권동진의 경고를 의식하여 무언가 사건이 터지지 않을까 경계합니다.
"이태왕 국장 거행. 오전 7시부터 참렬(…) 근래 조선의 험악한 민심과 권동진의 경고, 1일 이래의 소요를 볼 때 오늘은 어쩌면 적어도 무언가 발생하지 않을까 하고 내심 크게 경계하고 있었으나 무사히 식을 마치고…."


권동진과 우쓰노미야는 꽤 친분이 있었나봅니다. 권동진이 일본에 망명하던 시절부터 20년에 가까운 세월동안 알고지내며 여러차례 만나 격의 없게 대화를 나눴고, 권동진의 형과 조카와도 아는 사이였습니다. (focus1 - 조선주둔사령관과 '친분'…권동진 '3·1운동 밀고' http://www.focus1.kr/news/articleView.html?idxno=34151)


권동진의 행동은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요? 제가 좀 자극적인 제목을 달았습니다만... 밀고라고 보긴 어려울거 같습니다. 정말로 밀고할 생각이었다면 굳이 독립선언문 낭독이 예정된 3월 1일이 아니라 국장 때(3월 3일)를 조심하라고 할 필요가 없고, 이후에 옥고를 치르면서도 우쓰노미야에게 미리 경고했음을 알리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해 충북대 사학과 박걸순 교수는 권동진이 우쓰노미야와의 의리를 지키기 위해서 아주 애매~하게 귀띔했을 것이라고 추측합니다.
우당 권동진 선생 탄생 160주년 기념 학술 대회 https://youtu.be/FozniZmMAaw?t=3281
(박걸순 교수의 주장이 요약된 기사 https://www.newsis.com/view/?id=NISX20211130_0001669311)
일부러 틀린 날짜를 언급해서 거사를 알고 있는지 떠보고 혼란을 주기 위해서였다는 주장도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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