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22/11/12 23:07:25수정됨
Name   아침커피
Link #1   https://crmn.tistory.com/155
Subject   어린 대군 - 바치는 글, 1장
어린 왕자가 고대 이집트어, 고대 그리스어, 옛 영어, 옛 프랑스어, 옛 독일어로 번역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고대 한국어까지는 아니더라도 근세 한국어로 어린 왕자를 번역해보고 싶어 작업중입니다.

- 어린 대군 (The Little Daegun)

-- 바치는 글

레옹 베르트여

내가 이 책을 어른에게 바치게 된 것을 아이들에게 사과하노라 내게 이유가 있으니 첫째는 이 사람이 세상에서 나와 가장 가까운 벗임이요 둘째는 이 어른은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고 아이들 책까지도 알아들을 수 있음이며 셋째는 이 사람이 갈리아 지방에 살면서 춥고 배고프기 때문이라 그가 격려를 받아야 하리라 이 모든 이유로도 부족하거든 나는 이 책을 커서 이 어른이 된 아이에게 바치겠노라 (모든 어른은 한때 아이였거늘 그것을 기억하는 자는 많지 않으니라) 고로 내가 헌사를 수정하노라

소자(小子)였던 레옹 베르트여

-- 1장

내가 여섯 살이었을 때 자연의 참 이야기라는 오래된 숲에 관한 책에서 웅대한 그림을 보았노라 이는 보아라 하는 구렁이가 짐승을 삼키는 그림이었으니 내가 모사한 바가 다음과 같더라

그 책이 이르기를 보아 구렁이는 짐승을 통째로 삼키고 씹지 않으며 후에 움직일 수 없어 반 년간 잠을 자며 소화를 한다 하는지라

내가 속으로 밀림 탐험에 대해 깊이 생각한 뒤 색이 있는 연필로 나의 첫 그림을 그렸노라 나의 그림 일(一)호라 이름하였으니 이는 다음과 같으니라

내가 내 작품을 어른들에게 보여주고 그림이 무섭지 않느냐고 묻자 어른들이 가로되 무엇이 무섭느뇨 모자를 보고 무서워 할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 하는지라 그러나 내 그림은 모자가 아니요 코끼리를 소화하고 있는 보아 구렁이였더라

어른들이 이해를 하지 못한 고로 내가 두 번째 그림을 그렸나니 보아 구렁이 뱃속까지 그린 그림이라 이로 말미암아 어른들이 밝히 보게 되었느니라 어른들은 언제나 설명을 필요로 하느니라 나의 그림 이(二)호는 다음과 같으니라

이에 어른들이 대답하여 가로되 얘야 너는 보아 구렁이 그림을 겉이든 속이든 그리는 것을 버려두고 지리, 역사, 수, 고문(古文)에 충실하라 하니라 이것이 내가 여섯 살에 훌륭한 화가가 되었을 수도 있는 길을 포기하게 된 이유이매 나는 나의 그림 일(一)호와 이(二)호의 실패에 적잖이 실망하였느니라 어른들은 스스로 그 무엇도 이해하지 않으며 아이들이 항상 평생토록 어른들에게 설명을 해야 한다는 사실은 아이들을 피곤하게 하느니라

그리하여 나는 다른 일을 택하여 비행기 조종사가 되었나니 이후 전 세계에 다니지 아니한 곳이 없는지라 지리 공부가 실로 유용함을 이 때 알았나니 내가 한 눈에 청나라와 아리상나(亞利桑那)를 구분할 수 있음이라 한밤중에 길을 잃는 자가 있거든 이러한 지식이 참으로 유용할 것이라

인생에서 나는 매우 많은 사람들을 매우 많이 만났으매 그들은 중요한 일에 신경을 쓰는 자들이었더라 내가 어른들 중에서도 오래 산 사람으로서 어른들을 내 코앞에서 관찰해 온 바 어른들에 대한 내 생각은 변한 바가 없노라

총기가 있는 어른을 만날 때면 나는 항상 지니고 다니던 나의 그림 일(—)호를 보여주며 그를 시험해 보았노라 내가 원하였던 것은 그 사람이 참 진리를 아는 사람인지를 알아보는 것이었으나 지금까지 그 누구도, 남자도 여자도, 모두 그것은 모자라 대답하지 아니한 자가 없었더라

그런고로 나는 그들에게 보아 구렁이나 혹은 오래된 숲이나 혹은 별에 대해 말하는 것을 그만두고 내가 그들의 수준에 맞추어 다리, 격구(擊球), 정치, 갓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으매 그들이 나를 보며 명민한 사람을 만나게 된 것을 기뻐하였노라

(1장 끝)



2
  • 레옹 바르트는 남겨두신 특별한 이유가 있으실까요?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905 도서/문학어셴든, 영국 정보부 요원 / 서머싯 몸 6 트린 20/08/31 4535 7
4965 일상/생각어부인이 르사의 스마트폰을 스사 아니면 엑스사껄로 바꾼다고 합니다. 9 집에가고파요 17/02/22 3235 0
9115 영화어벤져스: 엔드게임 스포일러 리뷰 15 Cascade 19/04/24 3931 2
9111 영화어벤져스 영화를 역주행하며 느낀 히어로 등록제. (스포주의) 14 moqq 19/04/23 4194 0
6259 창작어베일러블. 2 와인하우스 17/09/11 3888 4
2713 정치어버이연합 게이트 진행상황이 흥미롭네요 18 Toby 16/04/29 4258 4
2879 일상/생각어머님은 롹음악이 싫다고 하셨어 23 Raute 16/05/24 4358 0
5601 일상/생각어머니의 연애편지. 1 개마시는 술장수 17/05/09 3984 4
6100 일상/생각어머니가 후원 사기에 당하셨네요;;; 7 그리부예 17/08/12 3682 0
1719 음악어릴적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음악 list5 12 darwin4078 15/12/06 8083 0
8292 기타어릴적 나의 첫사업 12 HKboY 18/09/28 5439 12
13765 일상/생각어릴적 나를 만나다. 4 큐리스 23/04/18 1919 1
5868 일상/생각어릴때부터 항상 부러웠던 것들 3 피아니시모 17/06/30 3947 4
1381 정치어린이집이 집단 휴원을 했습니다. 24 Beer Inside 15/10/30 7336 0
2748 육아/가정어린이날을 맞아 키즈카페에 왔습니다. 14 Toby 16/05/05 6476 0
7487 육아/가정어린이날 맞이 육아이야기 3 켈로그김 18/05/05 5608 5
13900 일상/생각어린왕자를 구매했습니다. 4 큐리스 23/05/23 2154 0
14517 기타어린시절 드래곤볼 1 피아니시모 24/03/08 1093 5
3320 일상/생각어린시절 나의 영웅들...그리고 시크했던 소년 9 jsclub 16/07/21 3716 1
10098 기타어린 양 6 해유 19/12/21 4565 5
1413 일상/생각어린 시절의 책상 6 F.Nietzsche 15/11/01 8093 0
3907 과학/기술어린 데니소바인 (Denisovan) 소녀의 치아 2개 7 모모스 16/10/14 5729 2
13319 창작어린 대군 - 바치는 글, 1장 2 아침커피 22/11/12 2347 2
13342 창작어린 대군 - 2장 1 아침커피 22/11/22 2240 4
3968 도서/문학어른들을 위한 그림책 카페, 달달한작당 2 Toby 16/10/20 6551 5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