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5/10/26 16:18:38
Name   까페레인
Subject   나누는 사회 - 크랙스 리스트
이야기는 저희집 이야기에서 시작하는데요...

옆집에 새로 이사온 할아버지네가 있습니다.
할아버지는 비행기 전직 파일럿이셨고 할머니는 세련된 중국할머니입니다.

어제 집을 나서다 할아버지께서 쓰레기를 정리하시는 것을 보고 인사를 나누었는데요. 저더러 아주 튼튼한 이삿짐 박스 필요하지 않냐고
물어보시네요.

저희집 차고에는 쌓여있는 박스들이 가득합니다. 정리도 잘못하지만서도 옛 것에 대한 집착도 한 몫해서 이삿짐 박스는 또 따로 차곡차곡 접어서 잘 보관하고 있습니다.
예전에 이사를 하도 많이 다녀서...튼튼한 이삿짐 박스에 대한 로망이 남편에게는 있는데 옆집 할아버지에게서 똑같은 로망을 발견하다니 아주 흥미로왔습니다.

튼튼한 이삿짐 박스에 대해서 함께 할아버지랑 몇 분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어느새 옆집 할아버지 마당구석에 있는 박스 사진을 찍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할아버지는 이대로 빈 이사박스를 버리기가 아까우니 필요한 누군가가 가져가서 잘 사용했으면 좋겠다는 취지였고
저는 그러면 제가 인터넷에 사진찍어서 올려서 필요한 이가 있는지 알아보겠다는 ...주말 한가했던 저의 오지랍이 나은 결과였습니다.

사진찍고 중고벼룩시장 인터넷 사이트로 유명한 크랙리스트에 간단하게 여섯개의 튼튼한 이사짐 공짜박스 필요한 사람 가져갈 사람 이메일로 연락하세요 라고 글을 올려두니
몇 분안에 두 분이 연락을 주었습니다. 이런 광고들은 게시글이 뜨면 바로 바로 연락을 해야합니다.  
https://sfbay.craigslist.org/search/zip

제가 쓴 글은 답장받고 바로 지웠구요...  처음 연락준 사람이 아주 정성들여서 (제가 생각하기에..) 그렇게 보내었기에
바로 연락주고 언제까지 가져갈 수 있는지 물어보고 너가 그때까지 못 가져가면 다른 사람에게 연락해야한다고 연락하니
이메일로 저녁때까지 가져갈 수 있지만 그 전에 필요한 사람이 있으면 다른 사람 주어도 좋다는 이메일이 바로오네요.

저녁에 밥 다 먹고 나서 그 사람이 와서 설마 가져갔나 밖에 약속장소로 둔 곳 (저희집 차고앞)에 가 보니... 텅비어 있네요.



크랙리스트가 샌프란시스코의 크랙 뉴마크란 사람에 의해서 90년대에 처음으로 개발되었는데  처음에는 샌프란시스코내 지역정보를 개인 주위사람 위주로 알려주는 목적으로 쓰다가
입소문으로 퍼져서 오늘처럼 대형 벼룩시장 형태의 사이트가 되었습니다.  이 사이트를 영리목적이 아니라 사람들이 자동차, 구인구직정보, 아파트 정보 등을 찾는데 편리한 사이트로 운영되기를 바란다는 취지를 아직도 그대로 가지고 운영되고 있는데요.

사이트 트래픽이 전세계 37위, 미국내 10위라는 통계도 나와있네요. 사이트 개발/설립자의 도덕적 신념에 따라서 보통 사람들에게 거의 무료로 편의를 제공하는 이 사이트 참 고맙지요 이런 곳들이
무료로 운영되고 있다니요.

저도 개인적으로 아파트 집 구할 때 많이 이용하고 했는데 오늘은 동네 사람에게 제 박스는 아니었지만 좋은 일을 한 계기가 되었네요.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진 인터넷 회사들 구글이나 이베이의 행보와 참 다르지요.

참...대신에 크랙리스트 규모가 커져서 여러가지 개인들이 사기도 당하고 해서 개인간 거래 피해도 많고 게이 커뮤니티의 거래온산지라는 오명도 쓰기도 했었지만
여전히 일반인들에게 무료로 많은 도움을 주는 것 같습니다. 여기서 신념있는 사회지도자의 바른 모습을 보게 됩니다.

우리나라에도 무료 벼룩시장 사이트들이 많이 있겠지요...
이런 건전한 기업들이 많아져서 공공에 골고루 많은 이들이 혜택을 보았으면 합니다.




0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3501 기타끌올) 홍차상자가 4일 남았습니다. (with 설빔) 11 tannenbaum 23/01/23 2421 7
    5969 기타끔찍한 사건들과 끔찍한 망상 34 사악군 17/07/18 5652 8
    9010 오프모임끝) 쭈꾸미 같이 드실 사람! 82 우리온 19/03/28 5562 11
    9201 일상/생각끝나지 않은 투병기 21 Chere 19/05/16 6360 67
    14076 과학/기술끝판왕급 계산기 사용기 9 copin 23/07/30 2808 2
    2725 일상/생각나 역시 꼰대가 되었다. 4 쉬군 16/05/01 3372 1
    7440 사회나 오늘 설거지 못하겠어! 4 사나남편 18/04/26 5785 6
    13527 일상/생각나 왠지 이 여자랑 결혼할꺼 같아... 10 큐리스 23/01/31 3293 5
    4870 일상/생각나 이런 여잔데 괜찮아요? 33 진준 17/02/15 5102 6
    2910 일상/생각나 이제 갈 테니까 말리지 말라고 10 王天君 16/05/28 5104 3
    1178 일상/생각나 자신 13 절름발이이리 15/10/05 7702 0
    13636 일상/생각나 젊을때랑 MZ세대랑 다른게 뭐지... 31 Picard 23/03/13 4214 11
    9639 정치나경원 아들, 고등학교 시절 논문 1저자 등재 논란 23 ArcanumToss 19/09/08 6391 0
    781 음악나나 무스꾸리 - 젊은 우체부의 죽음 7 새의선물 15/08/12 6436 0
    1349 일상/생각나누는 사회 - 크랙스 리스트 5 까페레인 15/10/26 8509 0
    13341 기타나눔 - 서리태 31 천하대장군 22/11/22 2703 13
    8763 게임나는 BL물을 싫어하는 걸까? 아니면 관심이 없는건가? 6 덕후나이트 19/01/14 5089 0
    2598 일상/생각나는 과연 몇번에 투표를 해야하는가. 4 소노다 우미 16/04/12 3793 0
    8086 음악나는 광속으로 너를 잃어갔어 9 바나나코우 18/08/21 4179 3
    11849 일상/생각나는 그 공원에 가지 못한다. 3 Regenbogen 21/07/06 3286 15
    4643 일상/생각나는 글을 쓰기로 했다 11 고양이카페 17/01/17 3979 5
    10648 일상/생각나는 나와 결혼한다? 비혼식의 혼돈 15 sisyphus 20/06/03 5451 0
    10556 일상/생각나는 내가 바라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가. 9 켈로그김 20/05/06 4178 31
    2996 일상/생각나는 너보다 늦었다. 2 No.42 16/06/11 3845 7
    12629 일상/생각나는 네 편 9 머랭 22/03/15 3923 39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