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23/02/17 10:15:13
Name   1cm
Subject   헤어짐을 준비하는 중입니다.
22살인가 21살인가.
2004 년에 처음 만나서 마음을 주고 받고
좋아하게 되고, 사랑하게 되다가

2014년도에 저는 서른이 되었고, 그 아이가 살고있는 서울에 상경하게 되었습니다.
2,3년 정도의 시간이 흐른 후 이제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조금씩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각자의 집안일이나 개인 사유로 인해 점점 미루어지더라고요.
그리고 어느순간부턴가 그 아이는 자식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은근히 이야기를 꺼내보면 그냥 말을 돌리거나 부정도 긍정도 아닌 애매한 답변만을 주었지요.

그리고 작년 겨울, 본인은 아이를 낳을 생각이 없음을 통보 받았습니다.

저는 편모가정에서 성장하여 어릴때 부터 부친이 있는 가정에 대한 (온전한 구성원이 있는) 열망이 강한 상태였고
가정을 이룬다는 행위에 대한 꿈이 있어서 그걸 알려준적이 있는데
아마, 그게 부담이었나 봅니다. 끝끝내 말을 안하다가 최후의 최후에 와서 통보를 받았습니다.

오래동안 사귀어온 시간과 애정.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아이에 대한 책임감이 있어서
저는 다시금 말해주었습니다

"결국 아이를 낳는건 네가 허락해줘야 할수 있는 일이고, 네가 정 그렇다면 낳지않아도 된다.
그런데 내 꿈이나 여러 상황을 이미 알고있음에도 이제와서야 통보하듯이 말하면 내가 납득이 가지 않으니,
적어도 나를 설득을 해주는-비출산에 대한 이유가 노산/경제 등에 대한 걱정 등이었습니다- 과정이 필요하니
같이 산부인과를 가서 정자/난자 검사라도 같이 받아본다거나 뭐라도 해보고 알아보고
최소한 나를 설득시키려는 노력이라도 해주는게 최소한의 예의가 아니냐. 그러니 나를 설득 해달라.
설득에 넘어가줄테니 노력은 해달라" 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몇개월이 지나,
PD수첩에서 비출산에 대한 영상을 틀어주더라고요. (저도 홍차넷에서 봤습니다)
그걸 보고오더니 본인은 역시 출산을 할 생각이 없다며 다시금 통보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결혼은 하고싶어 하는군요.
설령 저랑 헤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출산은 생각이 없고, 다만 결혼하고싶으면 그건 하고싶다네요.

가족이 아니라, 평생 애인이 필요한듯한 모습에서
결국은 완곡한 표현의 헤어짐을 요청받았습니다.

저는 그런 애인은 필요없거든요.
설령 아이를 낳지않더라도, 그건 존중하고 이해할수있는데
아무런 저에대한 배려없이, 두번이나 일방적인 통보를 하는 모습을 보고
이별통보 외에 다른 표현이 떠오르지 않네요.

잠도 오질 않고
하루를 보내는 시간 동안 심장이 내려앉듯이 급히 뛰네요.
생각보다 스트레스가 심한 모양입니다.

스트레스 심해서 생각을 다른곳으로 돌려보려고 여러 생각을 해보지만,
38세에 어...새로운 연애 하려면 어케해야하나? 그게 가능하기나 한가? 뭐 이런 쓸데없는 생각이나 들고
다시 정신을 차리면 또 심장이 빨리 뛰네요.
(심지어 저는 서울에서 회사-애인 외에 별도의 인간관계를 쌓지않아, 아는 연고가 없습니다. ㅎㅎ)

아마, 시간이 흐르면 괜찮아질거 같은데
그 시간이 흐르기까지 얼마나 잘 넘기느냐가 중요한거같습니다만
2004년부터 2023년까지의 세월이 결코 짧지않아
무겁습니다.



27
  • 글을 읽는 제가 다 고통스럽네요... 뭐라 드릴 말씀이 없는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7392 일상/생각오빠 변했네? 14 그럼에도불구하고 18/04/16 5138 28
9004 의료/건강AI와 영상의학의 미래는? 32 Zel 19/03/27 7042 28
14715 사회한국 언론은 어쩌다 이렇게 망가지게 되었나?(2) 18 삼유인생 24/05/29 1989 27
14674 일상/생각삽자루를 추모하며 3 danielbard 24/05/13 1169 27
14554 일상/생각아들이 안경을 부러뜨렸다. 8 whenyouinRome... 24/03/23 1540 27
13653 일상/생각20개월 아기 어린이집 적응기 16 swear 23/03/21 2304 27
13577 기타헤어짐을 준비하는 중입니다. 18 1cm 23/02/17 3335 27
13369 기타16강 기념 이벤트 결과발표 36 tannenbaum 22/12/04 2004 27
12393 꿀팁/강좌인체공학적 사무 환경 조성하기 42 구글 고랭이 21/12/31 5726 27
12348 일상/생각도어락을 고친 것은 화성학과 치과보철학이었다 2 Merrlen 21/12/15 3725 27
12310 일상/생각둘째를 낳았습니다. 14 고양이카페 21/11/29 3499 27
12097 일상/생각합리적인 약자 7 거소 21/09/19 4341 27
12055 일상/생각그동안 홍차넷에서 그린것들 73 흑마법사 21/09/08 3789 27
12232 창작개통령 1화 44 흑마법사 21/11/02 4659 27
11365 게임랑그릿사와 20세기 SRPG적 인생 12 심해냉장고 21/01/23 3934 27
11356 일상/생각34살, 그 하루를 기억하며 7 사이시옷 21/01/21 3668 27
11275 정치정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고픈 이기심 99 켈로그김 20/12/25 6504 27
11113 일상/생각팬레터 썼다가 자택으로 초대받은 이야기 20 아침커피 20/11/06 3844 27
12613 일상/생각일상의 사소한 즐거움 : 어느 향료 연구원의 이야기 (1편) 5 化神 22/03/11 3697 27
11004 문화/예술여백이 없는 나라 10 아침커피 20/09/29 4675 27
10773 요리/음식토마토 파스타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35 나루 20/07/13 7224 27
10384 요리/음식소고기 타다끼를 만들어 봅시당~~ 13 whenyouinRome... 20/03/15 10861 27
8015 기타러시아와 미국의 전술 교리에 대해 알아봅시다 16 기쁨평안 18/08/08 5477 27
7362 영화인어공주, 외국어, 인싸 24 기아트윈스 18/04/10 5112 27
8075 일상/생각나는 술이 싫다 5 nickyo 18/08/18 4349 27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