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23/02/24 23:07:06수정됨
Name   저퀴
Subject   아토믹 하트 리뷰

아토믹 하트는 Mundfish에서 개발한 FPS 게임으로 5년 가까이 공개만 되다가 이번에 출시되었습니다. 요즘 흔치 않은 싱글 플레이 중심의 FPS로 멀티 플레이가 아예 배제되어 있으며, 게임의 구성도 비선형성이 강조되어 있습니다. 굳이 따지자면 폴아웃 같은 본격적인 RPG에 비하면 협소하고, 바이오 쇼크 시리즈에 비하면 조금 넓은 정도에요.

다소 지루한 프롤로그 파트를 지나고 게임 속 세상을 탐험하기 시작하면 드는 인상은 매우 신선하다였습니다. 그것이 대체 역사 속의 소련을 다룬 SF 게임이라서가 아니라 모든 부분에 있어서 신선함을 주기 때문입니다. 몇몇 곡은 익숙하면서도 이걸 어디서 들었나 싶은 음악을 시작으로, 참신하다 못해 기괴하다시피 한 로봇의 디자인이 특히 그렇습니다.

다만 게임 자체로는 여태껏 즐겁게 플레이해본 FPS 게임의 영향력이 강하게 드러납니다. 약간의 루트 슈터를 곁들어서 로봇을 무찌르고 거대한 사건을 홀로 해결하는 주인공의 액션을 다루고 있지요. 

이것이 장점으로 작용할 때는 큰 어려움 없이 금방 적응하여 게임에 쉽게 몰입할 수 있고, 나쁘게 작용할 때는 모든 부분에 있어서 이건 아쉽다는 생각이 머릿 속을 지배하게 만듭니다. 약간 부족한 마감, 다소 아쉬운 레벨 디자인, 매우 심각한 안정성이 그렇습니다. 좋게 표현해주면 모든 면에서 보통 이상은 된다 말할 수도 있겠지만요.

그것만이 아니라, 게임을 중반 넘어 플레이하다 보면 게임의 방향성이 상당히 애매하게 느껴집니다. 참신한 세계가 익숙해지기 시작하면 다소 반복적으로 다가옵니다. 꽤 넓은 공간적 배경은 효율적으로 쓰이지 않아서 시간을 낭비하게 만들며, 굳이 여기저기 탐험해야 할 이유도 없어요. 게임 진행에 필요한 무기의 도면이 고작인데 그것조차 탐험할만한 동력을 부여해주기 쉽지 않습니다. 적과의 조우, 몇가지 패턴이 반복되는 퍼즐, 눈 크게 뜨고 구조를 파악해야 하는 다소 복잡한 맵 구조는 장점으로 보긴 어렵습니다.

특히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지나가야 하는 통로를 투박하게 마감해서 사람 헷갈리게 만드는 재주가 있어서 가끔 짜증날 때가 있어요. 이런건 개발사의 역량에 달린거라 디자인의 문제라고 말할 수밖에 없을 것 같고요.

그런데 게임의 완성도와 별개로 아토믹 하트는 최근 1주년을 맞이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으로 인한 이슈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러시아에 돈을 가져다 줄 이 게임을 우크라이나 정부가 공식적으로 관련 기업에게 배급 및 판매 중단을 요구했으니까요. 전 아토믹 하트만 콕 집어서 러시아에 도움이 되니까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아토믹 하트가 러시아의 전쟁을 옹호하거나, 전쟁을 수행하는 러시아 정부을 긍정하는 프로파간다로 작동해야 금지할만한 명분이 선다 생각하는데, 직접 엔딩까지 본 입장에서 평가하자면 아토믹 하트는 전혀 그런 게임이 아닙니다. 게임 속 소련은 현실보다 더욱 강력한 패권국으로 묘사되지만 그것 뿐입니다. 이 게임이 소련을 긍정하거나, 하다 못해 소련이 긍정적으로 묘사되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SF 장르에서 흔히 묘사된 전형적인 디스토피아를 보여주고 있는데 그게 어떻게 프로파간다가 되겠습니까?

제게 아토믹 하트는 더 많이 다듬어야 할 흔적이 자주 보이는 적당히 큰 레일로 구성된 FPS 게임일 뿐이었습니다. 놀랍도록 신선한 냉전시대의 아톰펑크란 배경이 단점을 다소 가려주긴 하는데 한계가 있어요. 특히 스토리에 있어서 클리셰 범벅이라 후반은 크게 식상한 것도 저에겐 꽤 아쉬웠습니다. 





3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4891 음악악뮤 한시간 10 Toby 17/02/16 3399 5
    14735 일상/생각악몽 1 Xeri 24/06/11 842 4
    11825 음악악당이 되어버린 김박사 6 바나나코우 21/06/27 3790 10
    11165 일상/생각아플 때 건강을 지키려는 노력은 살면서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13 오구 20/11/24 4050 16
    7521 육아/가정아픈 고양이 돌보기 1 이건마치 18/05/15 7717 8
    10074 일상/생각아픈 것은 죄가 아닙니다. 27 해유 19/12/13 4742 29
    8993 음악아프리카를 떠나지 말았어야 했어? 9 바나나코우 19/03/23 4150 0
    9386 방송/연예아프리카 TV에서 역대급 스캔들이 터졌습니다 6 Leeka 19/07/03 7549 0
    6851 방송/연예아프리카 BJ대상 신인상 투표에 참여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10 니생각내생각b 17/12/29 4634 1
    9002 게임아프리카 BJ 멸망전 투표좀 부탁드립니다!(기프티콘 있음) 9 니생각내생각b 19/03/26 4632 0
    773 기타아프가니스탄의 또 다른 모습 7 눈부심 15/08/11 4286 0
    787 여행아프가니스탄 체류기일까요??? 18 damianhwang 15/08/12 6155 0
    8579 게임아티팩트 짧은 후기 1 Leeka 18/11/30 3390 3
    8592 게임아티팩트 드래프트(투기장) 5승 기념 잡다한 이야기 2 Leeka 18/12/02 5039 1
    8626 게임아티팩트 드래프트 반복 플레이 잡설 3 Leeka 18/12/09 3503 0
    13598 게임아토믹 하트 리뷰 1 저퀴 23/02/24 2205 3
    9315 여행아키하바라 메이드 카페에 다녀왔습니다 15 T.Robin 19/06/13 5926 22
    8657 영화아쿠아맨, 마약왕 후기 (약스포) 2 배수지 18/12/19 3318 1
    1469 문화/예술아침의 잡상, 결국엔 헛된 욕망 34 Beer Inside 15/11/05 18376 1
    2603 일상/생각아침에 갔다오니 사람도 적고 좋네요. 15 에밀리 16/04/13 4049 1
    8210 일상/생각아침밥 6 자력구제 18/09/12 4114 1
    1440 일상/생각아차! 말실수 했구나 5 바코드 15/11/03 7953 0
    14702 일상/생각아직은 아들놈도 귀여운 나이입니다. 큐리스 24/05/24 1216 5
    4308 기타아직도 이불킥하는 중2병 썰, 20 마투잘렘 16/12/06 4767 15
    2735 음악아직도 유효한 한 가수의 고백 - 금관의 예수 4 Terminus Vagus 16/05/02 3681 3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