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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3/05/26 12:51:51수정됨
Name   심해냉장고
Subject   인터넷을 강타한 이상한 피자집에 대한 상상
그 왜, 요즘 인터넷 여러 유머게시판에 '이상하게 비싼 피자를 파는 분식집' 이야기가 돕니다. 대구 모처에 있고, 영업시간은 두시부터 두시 십분까지, 피자 한판에 육만얼마라는 초현실적 가격. 가게 전경 및 간판 사진은 포토샵으로 조작되어 있고, 실제로 가보니 없더라. 어 근데 배달앱 주문내역은 있네. 등등. 사진을 첨부하자니 편집은 귀찮고, 인터넷 변방인 홍차넷까지 하시는 분들이라면 대충 한번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https://www.dogdrip.net/484345498

입니다. 여러 추론이 난무하는 가운데, 또 이런거 한마디 안 얹으면 병에 걸리는 저도 한마디 얹어보려 합니다. 아, 이건 모두 그냥 ‘이럴 수 있다’는 음모론 그런 거지, 이렇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1. 마약이니 인신매매니 성매매니 하는 소위 '강력범죄' 계열은 매우 높은 확률로 아닐 겁니다. 걍 카드만 긁어도 데이터 다 남는 시대에, 제3자 정보제공 백만개 진행되는 검색엔진/배달앱에 올리는 미친 짓을 할 가능성은 없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2. 여기서 재밌는 건, 굳이 '자료'를 남기려 했다는 점입니다. 사업이란 대체로 자료를 남기지 않을 수록 여러가지로 유리합니다. 그런데 제대로 영업하지도 않는 가게가 굳이굳이 포토샵질까지 하며 '우리 영업중임'의 자료를 보여주며 어필합니다. 그러니까, '자료가 있는' 쪽이 유리하기에 자료를 만든 것이겠죠. 그렇다면 어떤 경우일까요.

3. 제가 나름 개인사업자 대출전문가입니다(아쉽게도 대출을 받는 쪽에서 전문가입니다). 이를 위해서 각종 세무/행정자료를 내야 하고, 여기에 추가로 실사 방문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며칠에서 며칠 사이에 저희 담당자가 실사 나갈수도 있어요~). 가라 사업장 아닌지 확인하는 거지요. 구비 서류를 내자마자 눈앞에서 네이버로 업장명을 검색하는 경우도 실제로 경험해 보았습니다. 아마 '이놈이 진짜 사업장 운영자인지 가라 사업장 운영자인지'를 평가하는 지점간/은행간/기관간 원칙이 있을 겁니다. 자, 자료가 필요한 상황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역시 불법 대출과 돈 세탁입니다.

4. 근데 왜 네이버를 넘어 굳이 배달앱에 가입했는가, 에 대한 추론은 이렇습니다. 많은 기관들이 '사기업 인증'을 일종의 인증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네이버라는 사기업에 등록되어 있으면 '아 가라 사업장이 아닌 진짜로 있는 업장인가보다'라고 생각하지요. 저는 배달도 안 하고 대출은 전부 1금융/사금융입니다만, '어떤 종류'의 대출이라면 인증 방식으로 배달앱 등록 내역을 확인할 할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이는 완벽한 상상이자 추론이지만,  당장 1금융권 은행 대출 담당자도 <네이버>라는 사기업을 쓰는 판인데).

아,  대출은 지점간/사람간 차이가 어마무시합니다. 이 직원이 안 된다는걸 저 직원이 해 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니 불법 대출도 막 생기고 그렇죠. 지역 대출은행 담당자 한명 끼고 말을 맞춘 후 '지점 요구증빙 최소치'의 요건을 맞추면 쉬운 일이 됩니다. 이를 위해 여러 자료가 있으면 좋겠지요.

5. 매출/주문내역이 존재하는데. 일단 매출이 있으면 역시 '자료'를 남길 수 있다는 점에서 유리합니다. 그리고 각잡고 매출로 장난을 쳐보자면 이런 상상을 해 볼 수도 있겠습니다. 카드를 긁으면 현금이 배달와요!! 법카를 삥땅치거나, 돈 세탁이 필요하거나, '카드깡'이 필요하거나, 여러 경우가 있겠습니다만, 아무튼 세상에는 현금을 비싸게 주고 사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제법 있습니다(저도 그렇습니다). 자료 증빙을 위해 그냥 카드를 긁었을 수도 있고, 이런 현금 판매업이라는 사이드잡을 통해 짠돈을 벌 수도 있을 겁니다. 물론 아예 역으로, 단순한 돈 세탁, 그러니까 출처를 알 수 없는 검은 현금을 '피자 판 돈'이라는 출처가 명확한 하얀 돈으로 바꾸는 방향도 가능합니다(만은 저는 이 가능성은 낮게 봅니다. 이런 거라면 훨씬 좋은 방법이 많으니)

6. 왜 간이과세자가 아닌 일반과세자인가? 는 꽤 복잡한 문제로 알고 있습니다. 인터넷에 떠도는 것처럼 단순히 매출이 얼마 이하면 일괄 간이 되고 그게 아닌 걸로 기억합니다(제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일수도 있습니다). 아무튼 역시 '일정 이상'의 매출이 있으면 일반과세자가 되니 그 '일정 이상'을 맞추려 했을 수도 있고, 제 기억에는 1인 멀티사업체를 끼면 매출과 상관 없이 무조건 일반과세자가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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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요약해보면 이런 것이 가능합니다. 여기 현금 조달이 필요한 A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현금 조달이 필요한 사람답게, 동네 저축은행과 동네 사업체와 두루 알고 지내는 사람입니다. A는 좋은 계획을 세웁니다. 노는 땅에 싼 월세로 건물을 빌리고, 전화는 대충 뭐 또 아는 사업장에 돌려 두고, 존재하지 않는 업장을 세웁니다. 인터넷 상으로는 존재하는 사업체로다가. 그래요, 법인카드 긁기도 좋고 세무조사 받을 일도 잘 없는 일반음식점이 좋겠군요.

동네 저축은행 대출계에 B라는 친구가 있습니다. 마침 그가 근무하는 은행에는 '배달앱 가입 등'을 증빙서류로 요구하는, 지역 사업자 대출이 있습니다. 이것만으로도 대충 메이드입니다만, 여기에 영업이익율이 넘쳐나 소득세율이 우주를 뚫어서 가라지출을 짜야 하는 동네 사업자 C의 존재를 생각해봐도 됩니다. 혹은 증빙 매입원/세금계산서를 확보하는 데 혈안이 된 30년 전통의 올드스쿨 세무사 D의 존재를 상상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혹은, 이미 사채를 포함해 모든 대출을 한계까지 끌어썼지만 그럼에도 한틱의 현금이 더 필요해서 '현금'을 고가에 매입하려는 건설업자 혹은 도박꾼 혹은 바텐더 E씨의 존재를 상상해봐도 좋습니다. 이런 종류의 이문에 밝은 조직폭력배 출신 사채업자 '픽서' F씨가 있을 지도 모르겠네요. 혹은 abcdef 다 필요 없고, 도무지 세무적으로/행정적으로 정리가 안 될 정도 규모의 정체불명의 현금을 얻게 된 G씨가 어떤 방법으로든 이 현금을 '정체화'하려는 것인지도 모르구요(아 여기에 abcdef까지 있으면 그야말로 위아래로 발라먹을 수가 있습니다).

A가 두루두루 친구가 있다면(혹은 건물 몇 개를 부채로 매입한 채로 또다른 건물 몇 채를 구입하려는 상황이라면) 이 시스템만 어떻게 잘 만져봐도 어떻게 자산과 현금을 넘어 현금의 '흐름'까지도 만들 수 있을 겁니다. 친구가 좀 적어도 '현금 조달'까지는 가능하고, 다시 한번 말하지만, 세상에는 언제나 현금을 비싸게 주고 사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세금계산서를 비싸게 주고 사려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아, 현금을 비싸게 주고 사서 더 비싸게 파는 직업과 종목도 있구요.

뭐 대충 이런 게 아닐까 하는 상상을 해 봅니다. 어디까지나 창작 수준의 농담이니(물론 진담이 꽤 섞여 있고, 농담과 추론 부분은 최대한 강조를 한 거 같습니다만), 주말 가벼운 이야기로 즐겨보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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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런 추측은 추천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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