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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3/07/10 13:53:47 |
Name | kaestro |
Subject | 스태퍼 케이스, 잘 만든 추리 소설 |
밤에 졸면서 해서 실제 플레이 시간은 이것보다 짧을 수 있습니다. 스태퍼 케이스를 한 줄로 표현하자면 '잘 만들어진 추리 소설'이라는 표현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해 본 추리 게임으로는 단간론파, 역전 재판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둘과는 궤를 다르게 하는데 이는 아무래도 한국스러운 정서와 일본스러운 정서가 게임의 기반에 깔려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스태퍼 케이스에서 가장 주력으로 삼고있는 매력 포인트이자 힘을 주는 경쟁력 있는 부분은 '스토리'이고, 이는 단간론파와 역전 재판이 조금 더 '캐릭터성'과 '게임성'에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에 배치한다고 생각합니다. 단간론파와 역전 재판을 플레이해보신 분들은 어떤 것이 기억나시나요? 게임 내의 트릭 부분에 있어서 기억나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저에게 두 게임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단연 각각의 캐릭터성입니다. 단간론파는 안에 모인 모든 인물들이 한 분야의 천재들로 이루어져있고, 그런 천재들의 특성을 활용한 사건들의 발생과 해결에 주목하게 합니다. 그리고 이를 게임성으로 살리기 위한 서핑, 총쏘기 같은 미니 게임들이 인게임에 들어가 있죠. 역전 재판의 경우는 토노사맨, 약간 정신나간듯한 할머니, 줏대없는 판사와 같은 극적인 캐릭터들을 모아놓고 있습니다. 이런 캐릭터성은 '이의 있소'로 대표할 수 있겠죠. 심지어 역전재판 주인공의 이름은 '나루호도'(역시 그렇군 정도로 해석 가능)아니겠습니까. 스테퍼 케이스는 위 두 게임들에 반해 커다란 흐름, 스토리에 집중하는 게임입니다. 이 게임이 각각의 캐릭터성에 신경쓰지 않는다는 뜻은 아닙니다. 이 게임은 어찌됐든 '스테퍼'라는 일종의 초능력자들이 추리를 해나가는 과정이고 각각의 인물들은 그 초능력에 걸맞는 성격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스테퍼 케이스의 캐릭터들은 위의 두 작품과 비교해 좀더 사실적인 인물들이 묘사되고 있고 비록 가상의 공간이지만 그 공간에서 이루어질법한 충분한 핍진성과 인물들, 기관의 고민을 다루고 있습니다. 무작위의 인물들이 세상을 파괴할 수 있는 수준의 초능력을 가지고 태어나는 세상에서 이에 대항하기 위해 평범한 인물들은 어떻게 행동할까요? 자신이 능력을 가지고 있어 부모에게 버림받은 아이라면 그 아이는 어떻게 성장하게 될까요? 다른 사람의 몸에 닿는 것만으로도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알 수 있게 되는 사람이라면 그녀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어떻게 맺을 수 있을까요? 그런 면에서 스테퍼 케이스는 분명 추리 게임이라는 장르를 선택하고 있지만, 위의 두 작품들에 비해 훨씬 '한국적'인 작품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각각의 캐릭터들이 있고 이들이 뛰어놀기 위한 무대를 만들었다기보다, 가상의 무대를 준비해놓고 이 곳에서 뛰어놓기 위한 인물들을 만들어낸 작품입니다. 그리고 이런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한 스테퍼 케이스의 성향은 게임의 진행 방식에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그 중 첫번째로는 이 게임에서 재미있는 점은 추리 게임인데 힌트를 굉장히 직접적이고, 쉬우면서, 패널티 없이 제공한다는 점입니다. 유저가 추리에 실패할 경우 바로 힌트 버튼이 활성화되며 그 힌트 버튼은 유저에게 어떤 자료를 사용하면 해당 단계를 넘어갈 수 있는지에 대해 명확하게 표시해줍니다. 심지어 유저는 추리에 몇번을 실패하더라도 패널티를 받거나 게임 패배에 도달하지 않습니다. 이런 부분은 스테퍼 케이스가 '게임성'에 집중하기 보다는 자신들이 자신있는 '스토리'를 전달하기 위해서 게임이라는 매개체를 사용했다는 인상을 받게 합니다. 어떤 의미로 영세한 인디 게임 입장에서는 영리한 선택이라고도 할 수 있죠. 두번째 특징은 매 챕터마다 진엔딩이 존재하며, 유저가 진엔딩이 아닌 엔딩을 맞이했을 경우 분기점으로 돌아가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입니다. 사실 진엔딩이 존재하는 게임은 여럿 있지만 이 게임이 굉장히 영리하다 느끼는 점은 유저가 처음에는 틀린 엔딩을 맞이하도록 적극적으로 유도한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유저는 자신이 맞는 추리를 하고 있다는 착각을 하고 엔딩을 보는 것에 만족하지만 마지막 순간에 기분이 찝찝해지는 멘트를 주고, 사실은 내가 생각한 것이 틀린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과 함께 진엔딩을 보기 위해 분기점으로 돌아가는 선택을 하게 되죠. 특히 저 같은 경우는 진엔딩을 보기 위해 게임을 다회차하는 것을 굉장히 싫어하는 유저인데 스테퍼 케이스에서 진엔딩을 보는 과정은 굉장히 즐거웠습니다. 어떤 면으로는 가짜 엔딩까지 보고 진엔딩을 보는 것이 일련의 과정이고 가짜 엔딩을 보고 분기점으로 돌아가는 것은 내가 사실은 시간 여행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그렇다면 게임성보다는 스토리에 집중한 작품을 추천한다는 것은 결국 이 게임의 스토리가 좋다는 이야기입니다. 스테퍼 케이스는 1960년대에 스테퍼라는 초능력자가 존재하는 세상에서 런던의 수사관이 맞이하게 될 현실적인 고민들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유저는 노트릭이라는 비 스테퍼가 되어 주변 수사관 동료들의 신뢰를 얻어가며 그들의 능력을 합쳐 5가지 흥미로운 사건들의 범인들을 찾아내고, 그 과정에서 자신이 범인을 찾아내는 수사의 과정의 올바름을 고민하고 괴로워하죠. 본인이 스토리가 좋은 게임을 선호하는 유저라면 추천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제가 플레이했던 모든 게임들 중 스토리 부분에서 가장 훌륭했던 게임이라고 평가합니다. 현재 스테퍼 케이스는 스팀에서 여름 세일 15%를 포함해 12750원에 판매중입니다.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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